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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꿈꾸는 마녀]마녀의 이름

2010.04.28 08:34

윤주[尹主] 조회 수: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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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슬란드의 대재앙이라고 하면 이제는 세계인 누구나 다 아는 것이 되었다. 속칭 '신부'와 그녀를 따르는 정체불명의 괴물 무리들은 아이슬란드 험준한 협곡에서 홀연히 나타나 전 세계를 순회하며 지나는 도시며 마을마다 혼돈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렸다.



 그들이 원하는 건 불분명하다. 아니, 그렇다고 알려져 있다. 우연히 진연은 '대낮의 악몽'으로 불리는 그들 존재들이 마녀와 연관된 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아는 건 극소수뿐이다. 하물며 신부가 마녀의, 신부의 괴물들이 신부의 자식들이나 마찬가지란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십여 명, 사실상 이 자리에 앉은 예닐곱 명이 거의 다인 셈이다.



 그들의 어머니는 모두 그들에게 죄가 있었다. 마녀는 신부에게, 신부는 괴물들에게 각기 죄를 범했다. 심지어 마녀마저, 그녀를 이 세상에 불러낸 진연의 어머니, 윤주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 세상에 그들을 태어나게 한 것. 그들에겐 그 자체가 용서받지 못할 죄였다. 때문에 그들은, 각기 자신들의 어머니를 찾아 죽이기 위해 전 세계를 유람하는 것이다. 오로지 홀로 어머니가 사라진 마녀를 제외하곤.



 그 혼란을 틈타 새롭게 등장한 세력이 있었다. 신부와 그녀의 '웨딩 마치', 그 괴물들로부터 사람들을 지켜내려면 돈, 능력, 혹은 카리스마 이 중에 어느 것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새로운 세력들은 그것들 중 최소한 하나 이상은 모두 갖추고 있었고, 따라서 그들은 이 혼돈 속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대표적인 게 오스트리아 출신 세력인 RHU였다. 신부와 그녀의 아들딸로부터 전염병처럼 옮아버린 이상한 능력들, 불이나 물을 마음대로 다루고 환각을 일으키는 등 마법이나 초능력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힘들이 생겨버린 인간들이 자신들을 두려워하고 혐오하며, 때로는 박해하는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이익 집단을 바랐다. 각국에서 이 같은 이익 집단이 등장했고, 그 중에도 RHU는 유독 빠르게 성장해 불과 몇 년 사이에 오스트리아 국회 의원석 일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오스트리아로 몰려들었다. 이들 모두가 신부와 웨딩마치로부터 능력을 전염당한 사람들이었다.



 점차 세력이 커지면서 그들은 과격해졌고, 일부는 더 큰 힘을 얻고자 하였다. 우연히 그들 중 하나가 답을 찾아내었는데, 그것이 바로 '세계의 주인', 과거 수많은 이들이 거쳐 갔고 최근 조용하게 자리를 떠나 초월한 윤주 이후로 공백이었던 바로 그 지위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한편으론, 애초부터 꾸준히 인류 역사와 함께 존재하며 성장해온 마법사 집단이 있었다. 그들은 균형 아래 조화로움을 추구하며, '주인' 지위가 탈취하는 게 아닌, 선택되는 것이라 믿는 이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수십 년, 간혹 백여 년이 넘게 수련하고도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주인' 지위였다. 때문에 RHU는 보다 능동적인 방법을 생각해냈다. 전 주인 윤주가 남겨둔 유산, 그녀의 흔적을 이용해 쉽게 그녀가 도달했던 자리에 오르는 것이었다.



 윤주가 남긴, 그들의 성배가 바로 마녀, 사망유희였다. 시현과 윤진, 아페 리제를 비롯해 이날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목적은 그 야심가들로부터 세상을 지키기 위해 마녀를 감추거나, 혹은 없애는 것이었다.



 "마녀는 윤주 씨가 가장 처음 탄생시킨 존재에요. 의도했던 바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 방 안에서 공기놀이 하다가 불러낸 거죠.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할 순 없을 거예요."
 "우리도 마녀가 대단한 존재란 건 알아. 하지만 윤주가 초월한 이후로 그녀를 통제할 방법이 우리에겐 없단 말이야."



 시현이 말하는 건, 마녀 때문에 생겨난 수많은 이상들, 신부며 괴물들, 그 밖의 다른 것들을 의미했다.



 "그녀는 우리와 다른 세상에서 강제로 불려왔어. 돌아가는 방법도 몰라. 그렇다고 이 세상에 원래 있던 것처럼 섞이지도 않고. 그래서 기존 코드랑 충돌하면서 온갖 이상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거야. 신부며, 괴물 같은."



 만물관측 마법사와 시현이 하는 말을 잠자코 듣던, 아페리제 곁에 앉아 있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 미뉴레세라고 불리는 그 여자는 항상 아페 리제를 헌신적으로 돕는 그녀의 비서였다.



 "정리하자면, 윤주 씨가 있었을 땐 이 모든 일이 통제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유희 씨가 없어지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는 거네요."
 "주인이 있어도 마찬가지야."



 이번에 입을 연 건 시현 뒤에 있던 윤진이었다. 그녀도 시현 같은 조정자지만, 시현보다 조용하고 더 차분한 성격이었다. 시현은 해가 뜬 이후를 담당하고, 윤진은 해가 진 이후를 담당한다. 본래부터 그렇게 정해졌던 것이 아니라, 세상이 엉망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윤주가 있었을 때조차 우리 야수들의 세계는 너희 인간들 세계와 중첩되어 버렸어. 낮에는 인간이 활보하는 거리가, 밤에는 야수가 돌보는 숲이 돼 버려. 언제부터 이랬는지 확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마녀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건 사실이라고 봐."
 "이보다 최악일 순 없죠."



 모든 책임이 그 자리에 없는 마녀에게 실리고 있었다. 진연은 조금 경악했다. 평소에는 그처럼 사이좋게 지내던 사람들이, 어쩌면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이보다 최악일 순 없어."



 그 와중에 아페 리제가 또다시 말을 꺼내 마녀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 말인 즉, 이 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는 거지. 지금도 우린 잘 하고 있잖아. 꼭 걔한테 희생을 강요할 필요는 없단 말이야."
 "외부인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



 반발하는 마법사의 목소리엔 다소 지나치게 열띤 기색이 담겨 있었다. 아페리제는 갑자기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솔직히 말해서, 너희 마법사들은 다른 목적이 있지? 마녀의 진짜 이름을 알아야 할."
 "무슨 뜻이야?"
 "솔직히 너희 마법사들이 RHU처럼 주인 자리를 탈취하려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윤주 씨의 흔적은 유용할 거 아냐. 너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하지만 윤주 씨가 가장 먼저 도달한 초월의 단서를 얻기 위해서라도."



 마법사가 다시 한 번 항변하려 했지만 하얗게 질린 그녀 얼굴을 통해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아페 리제의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마법사도 그 사실을 깨닫고 조용히 제 자리에 주저앉았고, 아페 리제는 피식 웃고는 그 자리에 찬물을 확 끼얹는 소리를 해댔다.



 "정말 여기에는 그 얘 적밖엔 없구나."



 아무도 그녀 말에 대꾸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문득 진연은 아페 리제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분명 진연에게 마녀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을 원망하고 있었다. 진연은 황급히 눈을 피했다. 왜 내가 걔 편을 들어줘야 되는데, 걔가 나한테 뭘 해줬다고. 생각해보면 따지고들 말이 없지도 않은데, 아페 리제 앞에서 진연은 아무런 핑계도 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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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의 이름> 3회입니다.


 이번엔 설정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정리도 해 둘겸 해서 적어본 겁니다만, 다른 '마녀' 이야기들에 비하면 좀 지난 후의 이야기네요.


 처음 전체 세계관을 구상한지 1년 이상이 되었어도 아직도 덜 정리된 느낌이 드네요. 머릿속으로 막 생각해보기보다 글로 쓰면서 부분부분 만들어가고 있긴 합니다만. 그나마 건질 수 있는 캐릭터가 있어서 다행일까요...


 


 두 회 정도 더 올리면 이 글도 끝맺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대충 4월이 마무리되고, 다른 분들도 슬슬 시험에서 벗어나시려나요;;


 어쨌거나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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