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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꿈꾸는 마녀]마녀의 이름

2010.04.27 06:24

윤주[尹主] 조회 수: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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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본명일까?"



 마녀가 말한 이름을 듣고서 사람들은 의문을 표시했다.



 "생로병사 4가지 고통을 잊고 오로지 즐거움만이 있다(四忘有喜). 이게 맞을까?"
 "마지막 글자 기쁠 희가 아니라 즐길 희는 아닐까?"
 "세 번째 유 자도 있을 유가 아니라 놀 유라거나."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겠지."
 "뭐든 괜찮으니까 일단 말해봐. 참고로 지금까진 다들 틀렸어."



 이런저런 추측을 내놓던 사람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건 노트북 자판에 뭔가를 두들기던 시현이었다.



 "진짜 이름이면 그걸로 코드 해석이 가능할 텐데, 계속 미싱 코드만 뜨잖아."
 "그게 가명이란 건 듣기만 해도 알겠다."



 뒤에서 넘겨보던 윤진이 비아냥대는 소리에, 시현은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시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시선을 그대로 받아넘겼다.



 한 쪽은 컴퓨터광 여중생, 다른 한 쪽은 20대 전후 수수한 여성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주인이 없어진 이 세계의 실질적 운영자라는 건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세계를 운영하는 이들로서 그들은 조화와 질서를 유지하고 거기에 위협이 되는 상대를 감시하거나 없애 버렸다. 일을 보다 간편하게 하기 위해서, 시현은 세계의 모든 것을 컴퓨터 코드처럼 바꾸어 관리했다. 이상이 생겨도 코드만 보면 금방 알 수 있고, 정체만 알면 이상이 생긴 코드채로 지워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 모든 이상 가운데서도 가장 큰 이상인 마녀만큼은 시현조차 어찌할 수 없었다. 이름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 진짜 이름만 알면 걔도 코드에 넣을 수 있는데."
 "그럼 지금은 전혀 관리를 못하는 거야?"
 "그냥 임의로 넣은 코드뿐이야. 하지만 이걸론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정체를 알 수도 없고, 코드를 고칠 수도, 없앨 수도 없어. 그냥 지켜볼 수만 있는 거지. 이래선 관리자 체면이 안 선다고."



 한 손으로 자기 머리를 헝클며, 아, 진짜, 라고 짜증을 내곤 시현은 다시 몇 가지 단어를 더 입력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옳은 답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시현은 포기를 선언하며 노트북을 닫았다.



 "어쨌든 사망유희인 건 맞겠지? 혹시 읽는 법은 똑같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건 아닐까? 아니면, 전혀 다른 이름이 본명일지도 모르고."
 "난 왠지 알 거 같은데. 마녀의 진짜 이름."



 시현이 푸념을 늘어놓는 걸 듣던 아페 리제가 그렇게 말했을 때, 거기 있던 사람들 모두가 일제히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들과는 다른 세계에서 방문한 이 자칭 '사진사'는, 유능한 팀원과 조직, 별별 희한한 장비들까지 갖추고도 여기 사람들 문제에 관여하는 법이 없었다. 그저 한 발짝 물러서서 그들을 관찰하다가, 가끔 '사진기'를 들이미는 게 고작이었다. 그녀가 사진기로 찍는 건 사람들의 감정 변화와 서로 간의 소통 따위가 만들어내는 온갖 '파형의 변화'들이라고 진연도 가끔 들은 적이 있었다.



 모두의 주목을 받은 그녀는 그러나, 이름을 가르쳐 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 추측일 뿐이니까, 조용히 마음에만 담아둘 거야. 이게 맞는지 어떤지도 모르잖아. 게다가……."
 "게다가 뭐? 너랑 관련 없는 일이다 이거야?"



 아페 리제의 말에 반발한 건, 진연도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만물관이란 곳에서 왔다는 그녀를, 사람들은 마법사라고 말했다.



 그 마법사의 비난을 들은 아페 리제는 한숨을 푹 한 번 내쉬곤 나직하게 말했다.



 "게다가 난 마녀가 좋은걸. 솔직히 너희가 바라는 건 그거잖아. 마녀를 화형대에 올려 제물로 삼는 것."



 그 말에, 자리에 모여 있던 예닐곱 명의 사람들은 제각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일제히 침묵했다. 진연도 앉은 자리 바닥을 멍하니 내려다보며, 머릿속으로 혼자 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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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악한 한자어.....잘 모르는 것도 있고 해서 본래 한자는 안 쓰려 합니다만 간혹 가다 저렇게 어설픈 조어를 만들어 쓰네요;;


 아무튼 어제 올렸던 것을 이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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