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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랜덤 버튼

2010.02.28 05:55

드로덴 조회 수:253 추천:2

extra_vars1 인스턴트 인생막장 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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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수의사가 신고를 하는동안, 나는 죽어있는 햄스터를 보고 마음이 착잡해졌다. 인석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죽었나 싶어서. 아무래도 무언가의 죽음이란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해지게 하니까. 하지만.. 마냥 축 쳐저있기만 한다면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을 절대로 견디지 못할테지. 그리고, 사실 생명의 탄생도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축복이 아닐수있고, 죽음이 찾아오는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쁜 결말은 아니게된다. 이런 식-어쩌면 이 햄스터는 구석에 기어들어갔다가 발견되지않아 굶어죽는 비참한 결말을 피했는지도 모르지-으로 말이다. 빠른 죽음이 느린 죽음보다 좋은 것인지에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조그만 시체를 보고 잠시 가라앉았던 나는 현실로 눈을 돌렸다. 수의사는 위치설명에 애를 먹고있는지 계속해서 근처 지명을 횡설수설 늘어놓고있었다. 의정 사거리는 홍원 사거리로 바뀌었는데.. 아이고 이런. 내가 나섰다가 괜히 자존심에 상처받는거 아닌가 싶어 망설였지만, 내가 여자도 아니고 남의 속내를 일일이 다 봐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거기다, 이 수의사도 자기 병원에 정신병자가 들이닥쳤다는 흉흉한 소문으로 손님이 끊어지길 바라진않을것이다.


 


 "이리 줘봐요."


 


 "아이, 좀 놔둬봐! 예? 아, 예, 죄송합니다. 옆에 애가 자꾸 칭얼대서.. 네? 저 멀쩡합니다! 장난전화도 아니고요!"


 


 인상을 찌푸리며 손사레를 치는 수의사를 보고 난 잠시 등뒤가 화끈해졌다. 아오 빡쳐. 제대로 하지도못하면서 뭘 놔둬보긴 놔둬봐.


 


 "어려워보이니까 이러는거잖아요. 전화기 이리 줘봐요."


 


 "네, 네, 네에, 네. 알겠습니다. 예~예."


 


 ..아주 잠깐동안, 아아주 잠깐동안 빈정거리는 걸로 착각했다. 그가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았다면 진짜 고래고래 욕을 했을지도 모른다. 인스턴트 식품에 찌들더니 다혈질이 생긴걸까? 한숨을 푹 쉬며 '나 지금 말하려고 하는 중입니다' 분위기를 풍기는 수의사를 보며 난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최대한 빨리 도착하겠다고 하네요. 그리고..그 뭐더라, 신병 확보? 그거 철저히 해두라고 하네요."


 


 딱 5분 봤을 뿐인데, 진짜 못미덥다..


 


 "경찰이 그렇게 말했으면 어디다 묶어두기라도 해야죠. 개목걸이라도 좀 가져와봐요."


 


 "개목걸이요? 사람한테 그런걸 채우면 뭐라고할지.."


 


 그럼 동맥이 잘린 사람을 지혈하는데 쓸게 자기가 입은 팬티밖에 없다고 망설일 셈이요? 융통성 없긴.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별 수가 없잖아요. 정 안되겠으면 수술용 마취제라도 주사하던가. 그건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되는데요."


 


 그러자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설마..


 


 "이 사람이 난동 피울때 주사기가 다 깨져서..게다가 약품도 재고가 없어요."


 


 이..이런 계산기같은 시베리안 허스키야! 주사기는 둘째치고 약품이 없으면 어떻게할라고! 그 상태로 영업할 작정이었냐! 아 미쳐! 아 답답해! 아아아아악!!


 


 "..그냥 아무거나 묶을것좀 줘요. 어휴.. 경찰은 왜 이렇게 안와.."


 


 "전화한지 1분밖에 안지났는데, 오면 슈퍼맨이죠."


 


 누가 몰라?! 저 때문에 답답하니까 하는 소리지! 으아아아악!! ..나는 마음을 누그러뜨리고자 밖으로 나왔다. 물논, 수의사가 헛소리를 할거라는굿또, 알고이치. 그래서 그냥 바람 쐰다니까 눈에띄게 안심하더라. 나 이 동물병원 다신 안올거야..


 


 아니, 잠깐만 있어봐. 보름이는? 보름이는 어딨지? 설마..


 


 "저기요, 제가 맡겨놓은 흰 토끼 어디다 두셨죠?"


 


 "네? 흰 토끼요?"


 


 우그러진 햄스터의 잔해가 보름이 모습에 오버랩되었다. 제발, 안돼. 그것만은 안돼!


 


 "보름이요, 보름이!!"


 


 "아아.. 그 흰토끼요? 어제였나.. 친구분이 대신 와서 찾아가셨는데. 기억 안나세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누가 대신 와서 찾아갔다고? 난 그런 부탁 아무한테도 한적 없는데?


 


 "누가 왔는데요."


 


 "누구라곤 말 안하던데.."


 


 "아니, 그냥 제 친구라고 했다고 걜 넘겨줘요? 미쳤습니까?!"


 


 "미쳤다니, 말이 좀 심하시네. 전 뭐 의심 안 안한줄 아십니까? 손님께서 여기에 같이 데려온건 동생분 뿐이기도 했고, 설마 싶어서 찔러봤더니, 동생분 하고 같이 찍은 사진도 가지고 있던데요 뭘. 전 사람 얼굴은 잘 안잊어요."


 


 "제 동생 사진이요..? 어디 한번 줘봐요."


 


 "사진을 아무한테나 넘겨주는 사람이 어디있습니까? 그 사진은 친구분께서 도로 가져가셨어요."


 


 이런 썅! 내 정신좀 보게.. 너무 정신이 없다보니 그 당연한 생각을 못했다.


 


 "지금 저한테 욕하신 겁니까?"


 


 이런 썅x2! 생각이 입으로 새어나간 모양이다. 물론 이 의사양반도 이런 썅x100! 급이라 백분의 일만큼 속이 후련하긴 하지만,


 


 "아뇨. 아닙니다. 그냥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있는지 모르겠어서 그래요. 집에 가서 확인부터 해봐야겠습니다."


 


 "그러세요."


 


 모자란 사람에게 모자란 사람 취급받는게 속상하긴 하지만..이 다음부턴 얼굴 안보리라. 그렇게 다짐하며 마음을 추슬렀다. 흰 포대기 속 누군가는 경찰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여기서 일어났던 일들은 이제 내 손밖의 일이야. 머릿속에서 치워버리자.


 


 휴.. 어지럽다. 정리해보자. 보름이를 데려간 그는 '내 친구면서 이름은 누군지 모르고 동생이랑 같이 사진을 찍은 누군가'라는 거지. 나는 누군가에게 부탁을 한 적이 없지만, 동생이 내 이름을 빌려서 조금 일찍 보름이를 찾아가려한 걸수도 있다. 과정이 어찌되었든, 집에 보름이가 돌아와있다면 그걸로 된거다. 하지만, 집에가서 찾아볼수 없다면.. 그 땐 동생이 다니는 학교로 가봐야할것이다. 동생하고 찍은 사진이 증거였다면, 동생한테 물어보는게 빠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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