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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랜덤 버튼

2010.02.25 07:15

드로덴 조회 수:497 추천:2

extra_vars1 인스턴트 인생막장 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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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내리지 않은 바깥날씨는 '삼한사온 X까! 난 이상기후라고!' 라고 외치기라도 하는듯, 일주일이 넘도록 풀리지않고 영하 두자리대를 기록중이다. 날이 갈수록 이상기후가 심해지는데, 이러다간 투모로우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걱정 백날해봤자 생각 자체로는 아무것도 안변하지만.


 


 쩝..집에서는 운동이라도 해야겠다 싶었는데, 막상 밖에 옷을 껴입고나서니 움직이기가 싫어진다. 병신같지만 멋있게 캔커피하나 들고 벤치에 앉아있는게 더 좋다고나할까. 휴우.. 여태껏 내가 생각하는 꼬라질 보면 알겠지만, 동생더러 오덕이니뭐니 덕후드립을 치는 주제에 내가 더 오덕같다. 내 딴엔 동생을 이해하겠다고 여러가지를 검색한거지만(흑드라군이라던지, '콩까지마'라던지..), 언제부터인가 그거랑은 거리가 멀게되었다. 내가 어쩌다 이래되었을까..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푹 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일대는 철저하게 개인주택 위주로만 건물이 들어선터라 세탁소나 구멍가게같은 '땅값 떨어지는 시설물'들은 찾아볼수가 없다. 잘 정돈되고있지만 겨울엔 그저 앙상할뿐인 공원이라던지 포스터하나 안붙은 (뗀 자국조차도 없는) 말끔한 담이라던지.. 나로선 정나미 떨어지는 풍경이다. 사람 냄새가 안난다고. 내가 이 '깔끔한' 풍경을 까는 건 내가 감상적인 면이 있어서 그런거지, 단 라면 한봉지를 사러 백화점에 가야하는게 짜증나서가 아니다. 진짜야. 믿어줘.


 오늘도 어제도 그리고 엊그제도. 어김없이 계속되는 생각의 서사속에 시간은 흐르고 보행자는 목적지에 다다랐다. 이른 시간은 아닌고로, 출근하는 장년층들은 별로 보이지않았다. 남친이라도 사귀었는지 시대에 역행하는 '자기야~'를 연발하는 닭살녀가 간혹 지나갔지만, 역시 평일 여덟시 사십분이면 휑~할 때다. 늙은 시츄를 안고가는 아줌마가 보였는데, 그때 문득 동물병원에 맡겨둔 보름이 생각이 났다. 찾아가는건 사흘 뒤지만, 나름대로 깜짝방문을 해줘야겠다.


 


 바로 엊그제 일이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당근을 털지도않고 수북히 담아놓는 바람에, 보름이는 미련하게 그걸 다 우겨넣고는 설사폭풍을 일으켰다. 카레에 도전하려고 미리 씻어놓은걸 동생이 밥그릇에 넣어버린 탓이지만, 제 딴엔 말썽꾸러기들 밥 한번 챙겨주자 싶었던거였겠지 싶어서 따로 말을 안했었다. 오늘은 초생이 밥을 제대로 줬으니까 비긴걸로 칠 생각이다.


 


 25시 동물병원. 거 이름 참 구수하게도 지었다. 무슨 편의점도 아니고..


 


 "안녕하ㅅ-"


 


 서글서글한 웃음을 띄며 들어가려는 찰나..


 


 "거거거기 못 나가게 막아요!!"


 


 뭐라 대답할 새도 없이, 일이 터졌다.


 


 "히아아아악!!"


 


 누군가의 파묻힌 비명과 함께 흰 포대기같은게 덮쳐왔다. 잠깐, 흰 포대기?


 


 "어어어!!"


 


 떩, 하고 내 머리가 바닥에 심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말하면 뒷통수가. 진짜 눈 앞이 새까매지는구만.. 이게 기절이라는 건가..


 


 아따 슈히이발, 깨어나세요 용사여! 흰 포대기 따위에게 굴복할 내가 아니야! 내 가슴팍 위에서 날뛰고 있는 미확인 흰 포대기, 통칭 UWC(Unidentified white cloth 아 혀꼬여 ㅅㅂ)는 안에 뭐가 들어있는건지 매우 거칠게 반항했다. 오랑우탄이라도 들었나, 뭐가 이리 세! 기절 직전에서 부활한 내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냥 포기하고 편해질라는데, 갑자기 배탈난 소리가 나면서 몸부림이 잦아들었다.


 


 "으으,으어어어어.."


 


 다 죽어가는 목소리가 포대기 안에서 새어나왔다. 이거.. 분명 남자 목소린데. 안쪽에 넘어져있던 의사 아저씨가 내 가슴께에 엎어져있던 포대기를 끌어내고 나서야, 겨우 건물 안이 눈에 들어왔다.


 


 병원 안은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새장은 심하게 찌그러진채 여러개가 서로 엮여있었고, 분양중이던 유기견중 한마리는 포대기를 유난히 경계하며 으르렁거렸다. 햄스터 한 마리는 누군가에게 밟힌건지 흉몰스럽게 우그러져있었고..


 


 "대,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죠?"


 


 말을 끊을 때가 아니란걸 알지만, 숨이 차서 말을 똑바로 할수가 없었다.


 


 "휴..웬 미친놈이 알몸으로 들어와있더라고요!"


 


 "예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이다. 어제랑 오늘이 무슨 날이었나? 어제는 에수탄생일이었고, 오늘은 더 데이 에프터 예수탄생일이다. 음, 무슨 날은 날이네.. 는 무슨! 예수랑 가택침입범이랑 홀딱벗은 미친놈이랑 연결고리가 어딨냐!


 


 "처음엔 몰랐는데, 저어기 구석에 엎드린 채 벌벌 떨고있지뭡니까. 정신병동에서 탈출하기라도 한건지, 머리는 시허옇게 물들여서는 뭐라고 끝도없이 중얼거리질 않나.."


 


 "뉴스에서 그런 이야긴 떠들지도 않았는데 그러네요."


 


 "그러니까! 이래서 우리나라 언론은 믿을게 못된다니까요. 대통령이 바뀌더니 이건 뭐.."


 


 '고작 실리지않은 뉴스 하나가지고 언론 비판이라니.. 이 아저씨 스케일이 방대하시네.'


 


 "아이고, 하여튼 고맙습니다.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하고, 어디 다치신데 없는지 좀 보죠."


 


 난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다리가 하나 삐져나온 포대기를 턱짓했다.


 


 "그나저나..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 상태가 이상한것 같던데.."


 


 "그렇다니까요, 머리가 어떻게 된게.."


 


 "머리말고 몸이요!"


 


 괜히 짜증이 나서 소리를 치자, 놀랐는지 크게 움찔한다. 여차하면 동물 배도 갈라야하는 사람이 그렇게 간이 작아서 어따 쓰냐..


 


 "아아아아예~예. 방금전까지 날뛰다가 갑자기 조용해졌네요. 음..근데 어디서 화장실 냄새 안납니까?"


 


 "화장실? 어.. 좀 구린내가 나긴 하네요.. 저 포대기에서."


 


 배탈이라도 났나? 하필이면 삐져나온 다리를 타고 묽은 똥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우씨, 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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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물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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