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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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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드문 도시 외곽, 커다란 창고 건물 같은 철공소 앞에 영윤은 다다랐다. 그곳이 마녀가 문자로 알려준 장소였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지 건물 외곽은 낡아서 녹이 슬었고 주위엔 눈으로 뒤덮인 풀숲이 무성했다. 대형 트럭이 드나들 만큼 커다란 문이 반쯤 열려 있어서, 영윤은 소리를 죽이고 조심스레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군데군데 녹슬고 낡아 떨어진 천장으로부터 빛이 새어 들어온 데다 안은 넓게 확 트인 공간이어서 그렇게 어두워 보이진 않았다. 여기저기 붉게 변한 철재 더미가 놓인 가운데 영윤은 다미와 마녀 반려의 모습을 찾았다. 건물 천장을 따라 움직이게 설치된 대형 크레인 아래 공장 한가운데 두 사람은 나란히 그를 향해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다미의 두 눈은 사진에서 본 것처럼 감긴 채였다.


 


"저기 멀찍이 서."


 


영윤이 얼마쯤 다가가자 반려 여자가 그들 발치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을 가리켜 말했다. 영윤은 잠자코 거기 서서 반려 여자와 다미를 보았다.


먼저 반려 여자가 입을 열었다.


 


"여긴 어떻게 왔지?"


"마녀는 어디 있지?"


 


반려 여자의 질문에 영윤도 질문을 던졌다. 어느 누구도 대답은 하지 않고 상대를 노려볼 뿐이었다.


여자가 피식 웃더니 영윤에게 말했다.


 


"여전히 바보같이. 설마 얘를 구하러 온 거야?"


"……."


"바보 같긴. 넌 얘를 구할 수 없어. 아무도 구할 수 없지. 그 어느 누구도 이 얘를 행복하게 할 수 없어. 내가 허락하지 않을 거니까."


"어째서? 그날 그 여자가 도망치고 너는 그 자리에서 죽어서, 그게 억울했어? 그래서 그 여자를 찾으러 되살아온 거야?"


 


이번엔 반려 여자가 영윤의 질문에 답했다.


 


"억울하냐고? 천만에. 이건 징벌이야. 이 얜 도망치지 않을 사명이 있었어. 내가 되살아난 것도, 이 얘를 만난 것도 다 사명에 의한 거야. 제 임무를 다하지 못한 이 녀석을 벌하라는."


 


오른손에 다미 허리를 껴안은 채, 왼손에 든 칼을 다미 얼굴에 들이밀고서 여자는 영윤을 노려보았다. 그건 분명 끼어들지 말라는 눈빛이었고, 영윤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기도 했다. 그런 여자의 태도와 마녀가 보낸 문자 사이 미묘한 차이가 신경 쓰였음에도 영윤은 곧 그것을 무시하고 여자와 말씨름을 계속했다.


 


"이게 모두 너희들만의 일이란 거 같은데, 그럼 어째서 넌 날 공격한 거지? 처음부터 그녈 꾀어낼 생각이었던 거야?"


"왜냐면 네가 이 얘의 행복이었으니까."


 


당연하단 듯 반려 여자가 말했지만 영윤은 납득하지 못했다. 항상 영윤을 죽이지 못해 안달인 것처럼 보이는 다미에게 영윤 자신이 무슨 의미가 있었으리란 게 오히려 이상했다. 영윤은 좀 더 캐어물을 생각으로 입을 열었지만 순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들 머리 위에서 크레인이 작동하기 시작했기에 영윤은 물론 반려 여자까지도 고개를 들어 머리 위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모두 모이셨구나. 안녕, 여러분. 정말 좋은 날이지, 안 그래?"


 


시커먼 옷가지로 몸을 감싸고 짐짓 유쾌한 듯 웃으며 마녀가 크레인을 타고 천장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 품에 누군가 안겨 있는 것이 점차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영윤이 불현듯 그 사람의 정체를 깨닫곤 비명처럼 그를 불렀다.


 


"여은 씨!"


"사랑스런 아가씨 아니니? 마치 잠자는 공주처럼."


 


영윤과 반려 여자 두 사람 모두로부터 떨어진 곳에 내려와 자리 잡은 마녀는 무척 즐거워 보였다. 말을 잇지 못하는 영윤도, 곁에서 소리를 지르는 반려 여자도 마녀와 같이 즐거워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신랑, 이게 무슨 짓이야! 끼어들지 말랬잖아! 이건 얘와 나 사이 일이라고."


"그렇지만 반려도 한 명, 멋대로 끼웠잖아."


 


안 그래, 하면서 마녀가 가리킨 건 멍청히 선 영윤이었다. 반려 여자는 잔뜩 불만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도 어쩌지 못한다는 듯 잠자코 서서 마녀 뜻대로 하도록 두었다. 마녀는 씩 웃으며 말했다. 반려는 역시 착해.


 


"단 한 번 목숨을 구원해주었을 뿐인데 이렇게나 헌신적이라니까."


"저 여잘 살린 것도 너야?"


 


영윤이 묻자 마녀는 자지러지게 깔깔대며 웃고는 답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고. 고삐 풀린 말, 저주 받은 시신에 생명을 불어넣고 줄을 메어놓은 게 나니까. 하지만 말을 풀어놓은 건 내가 아냐. '장미 가시'에 봉인된 위험한 시체를 깨운 건 내가 아니라 이미 죽은……."


"신랑, 그 얘긴 더 듣고 싶지 않아."


 


반려 여자가 불쾌한 듯 마녀의 말을 끊었다. 마녀는 역시 착해, 그래도 한 성질 하거든, 하면서 저 혼자 한참을 낄낄대었다. 그러다 웃음을 애써 참으며 영윤과 반려 여자를 보면서, 다시 제가 안은 여은을 보면서 말했다.


 


"그래, 정말 좋아. 모두 싸우고 있어."


"여자는 풀어 줘!"


 


영윤이 달려들자 마녀는 재빨리 여은을 안고 뒤로 한참 물러섰다. 그 바람에 영윤은 마녀와 반려 여자 둘 사이에 끼인 상태가 되어 버렸다. 영윤이 양쪽을 보면서 견제하는데 마녀가 입을 열었다.


 


"이 아가씨가 갖고 싶니? 그래, 정말 귀여운 아가씨야. 이 여자가 뭐라 했는지 알면 더 사랑스러워질 텐데."


 


마녀가 품에서 오른손을 꺼냈다. 마녀의 오른손엔 잘 보이지 않지만, 희뿌연 연기 덩어리 같은 게 들려 있었다. 마녀가 그것을 들어 여은의 목에 갖다 대자 마치 칼날을 댄 듯 여은의 목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 여은은 놀라고 두려워 부르르 몸을 떨었다. 영윤은 다시 마녀에게 달려들려다 등 뒤에 선 반려를 의식해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그저 마녀를 노려보기만 했다.


 


"세상에나, 고백하려 했다네. 바로 너한테 말이야. 이 행복한 남자야."


 


그 가운데 마녀가 꺼낸 말은 그런 영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마녀는 킥킥 웃더니 그를 보고 말했다.


 


"그러니 청년이여, 서로 사랑하라. 하지만 그에 앞서 뼈아픈 선택을 하게 되리니, 이게 바로 그 선택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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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무대입니다. 마지막 회는 아니지만요;


 


 글 제목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통일을 좀 시키고, 예전처럼 [꿈꾸는 마녀]라는 표제를 붙입니다. 같은 표제 아래 있는 글들은 세계관을 모두 공유하는 글입니다만, 굳이 다른 글을 읽지 않으셔도 상관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요;;


 그래도 사족을 좀 달아볼까 합니다. 반려 여자에 대해선데, 네, 다른 글에서는 '정령', '아가씨'로 불리는 그 사람입니다.


 이 글에서는 마녀가 반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약간만 나옵니다. 반려가 다미처럼 발키리로 죽었고, 후에 마녀에게 구해져 반려가 된다고 하는데 여기서 마녀는 자신이 반려를 구한 건 아니라고 하죠.


 이 부분은 예전에 한 번 썼던 글과 연관되므로 몇 자 올립니다. 크리스마스 때 전후로 올렸던 거 같은데 찾기 어려울 것 같네요. '리스트'라는 청년이 검으로 봉인당한 한 여자 전사의 유골을 구해내기 위해 산전수전을 겪으며 찾아가는 얘기입니다만.


 마지막에 '리스트'는 그곳에 도착하고 검을 뽑습니다만, 결국 그 여전사에게 살해당합니다. 여자를 죽인 신들이 검에 저주를 걸었기 때문이죠. 자신을 구원한 사람을 죽이도록. 그것이 반려 여자, 정령의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어쨌건 부활한 후 방황하는 정령을 구해낸 게 마녀입니다만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다룬 적이 없으므로 말을 줄이겠습니다. 다만 정령의 부활이 완벽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녀가 '혼인'을 통해 심장과 목소리를 함께 나누게 됩니다만 이건 또 다른 글에서 부족하게나마 다룬 적 있습니다;; '반려'라는 호칭은 여기서 등장합니다.(마녀의 심장 정령의 목소리)


 


 대충 그런, 복잡한 세계입니다. [꿈꾸는 마녀의 세계]는. 마녀와 정령, 여기 나오는 다미 외에도 수많은, 서로 직접 연관되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소소한 이야기를 진행해가는 그런 세계입니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사건도 있긴 합니다만, 아직 그런 사건은 다루질 않고 있네요.(현재 연중 상태인, 그게 있긴 합니다만;;)


 자기 혼자 신나서 떠드는 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설정 얘기를 따로는 잘 얘기 안합니다만;


 아무쪼록 얼마 안남은 마지막 회까지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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