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tra_vars1 12 
extra_vars2 1491-1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한참이 지나 영윤은 눈을 떴다. 창밖으론 어느새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잠에서 덜 깨어 손등으로 두 눈을 문지르면서 영윤은, 맨 처음으로 회사에 가야 되는데 하고 생각했고, 조금 지나 비로소 곁에 있던 다미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단칸방 원룸 안에서 다미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영윤은 그제야 다미가 저를 두고 밖으로 나갔음을 깨달았다.


 


"휴우……."


 


영윤은 한숨을 푹 쉬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시계는 이제 막 아침 아홉 시를 조금 넘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미가 총을 쏜 곳도 이미 모두 나아서 멀쩡했고, 꽤 늦은 시간이었지만 영윤은 그다지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말똥말똥 눈을 뜬 채 자리에 그냥 누워 그날 하루가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으면 하고 바랐다. 그때 탁자에 올려둔 휴대전화가 한 번 울렸다. 회사에서 온 문자가 서너 개, 그리고 여은이 보낸 문자가 하나.


 


'걱정돼서 문자 드려요. 어디 안 좋으세요?'


 


답신을 보낼까 하다가 문득 낯선 번호로 온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발신번호에 의아해하면서 영윤은 이상하게 불안해졌다. 문자를 받아본 영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남자여, 사랑하라. 그러나 진실한 사랑을 위해서는 누구나 쓰라린 선택의 장에 올라야할 터.'


 


한 단 띄워 문장은 이어지고 있었다.


 


'이하 장소로 오기 바람. 사랑의 제전에 제물 바칠 것은 미리 염두에 둘 것 - 마녀.'


 


문자를 다 읽자마자 새로운 문자가 도착했다. 마녀가 보낸 문자와 같은 발신자였고, 열어보니 어딘가의 주소와 함께 약도가 첨부되어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마녀가 보낸 문자로는 그 뜻도, 보낸 이의 의도도 알 수 없었다. 약도를 보던 영윤은 순간 눈을 크게 뜨고 휴대폰 화면을 뚫어져라 보았다. 약도 아래 첨부된 또 하나의 사진, 낯선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눈을 감은 채 쓰러져 있는 다미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영윤은 곧장 문자를 보내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하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자 그는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 구하러 가자, 하고 영윤은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어째서?


불현듯 주저하는 마음이 인 건 자신이 다미를 구해야 하는 이유 그것이 불분명했던 탓이다. 단순히 이 세상에서 다미 그녀에 대해 아는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라서? 영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무감 비슷한 것이 영윤 자신의 목숨 값을 대신할 것 같진 않았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영윤은 굳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마녀의 파티 장에 자진해 목을 들이미는 바보짓은 하지 않을 터였다.


마녀가 보낸 문자는 일종의 초대장이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건 곧 영윤 자신이 저 마법사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아무런 능력도 대책도 없는 그가 마녀나 정령 같은 마법사를 마주한다는 자체가 자살 행위나 다름없기에, 영윤이 주저하는 것도 당연했다.


 


"영윤 씨, 저는 영윤 씨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고민하는지 몰라요."


 


여은의 목소리였다. 영윤은 깜짝 놀랐다. 저도 모르게 그는 여은으로부터 온 전화를 받아 들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내가 혹시 이상한 얘기라도 했으면 어쩌지. 영윤은 놀람과 불안감을 안고서 전화기를 든 채 잠자코 들었다.


 


"영윤 씨, 들려요? 할머니께서 알려주신 이 작은 마법이 통했으면 좋겠네요. 영윤 씨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딱 한 가지만 얘기할래요. 너무 망설이지 마세요. 망설이기만 해선 이루어지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고맙다고 영윤은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고민만 계속 하기보단, 한 번 부딪쳐 보겠다고 생각하며, 또 자신을 일깨워준 여은을 고맙게 여기며 영윤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옷을 주워 입곤 집을 나섰다.


통화를 마친 후 여은은 제 자리에 주저앉아 한숨을 쉬었다. 어째서 바보처럼 자기 마음을 제대로, 한 마디 못하고 전화를 끊었는지 한탄했고, 또 그렇게 갑자기 전화를 끊은 영윤을 야속히 여겼다.


 


"아, 바보같이."


 


왜 그래, 윤여은. 그 남자가 널 좋아할 거라고 왜 네 멋대로 생각하는 건데. 그도 참 바보 같지. 마음이 있으면 얘기를 하던가, 아니면 아니라고 얘기를 하던가. 왜 자꾸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거야. 여은이 책상에 엎드려 중얼대는데 사무실에선 또 누군가가 그녀를 찾았다. 손님을 마중 나가란 상사의 말을 듣고 나서 여은이 물었다. 그런데 어디로 가면 될까요?


 


====================================================================================================


 어느 나라에선가, 일년 중 한 번 여성이 먼저 고백을 해도 좋은 날이 있었다더라고요.


 여자가 먼저 고백하지 않는다란 게 그러니까 일종의, 여성의 자존심같은 거려나요?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고백 얘기가 나와서 시답잖은 얘기 몇 줄 올려봅니다. 저녁쯤 한 회 더 올릴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73 밤은 우리의 것이다 [2] 윤주[尹主] 2010.05.04 275
1072 밤은 우리의 것이다 [4] 윤주[尹主] 2010.05.03 321
1071 [꿈꾸는 마녀]마녀의 이름 윤주[尹主] 2010.04.29 305
1070 [꿈꾸는 마녀]마녀의 이름 윤주[尹主] 2010.04.28 214
1069 [꿈꾸는 마녀]마녀의 이름 윤주[尹主] 2010.04.27 238
1068 [꿈꾸는 마녀]마녀의 이름 윤주[尹主] 2010.04.26 349
1067 아주 짧은 이야기 한편 [12] 용호작무 2010.04.09 353
1066 랜덤 버튼 드로덴 2010.02.28 253
1065 랜덤 버튼 [2] 드로덴 2010.02.25 497
1064 [꿈꾸는 마녀]검은(noir) 천사가 마중한다 [2] 윤주[尹主] 2010.02.23 318
1063 [꿈꾸는 마녀]검은(noir) 천사가 마중한다 [2] 윤주[尹主] 2010.02.23 212
1062 [꿈꾸는 마녀]검은(noir) 천사가 마중한다 윤주[尹主] 2010.02.22 253
» [꿈꾸는 마녀]검은(noir) 천사가 마중한다 윤주[尹主] 2010.02.21 165
1060 [꿈꾸는 마녀]검은(noir) 천사가 마중한다 윤주[尹主] 2010.02.21 207
1059 [꿈꾸는 마녀]검은(noir) 천사가 마중한다 윤주[尹主] 2010.02.20 276
1058 [꿈꾸는 마녀]검은(noir) 천사가 마중한다 윤주[尹主] 2010.02.20 229
1057 [꿈꾸는 마녀]검은(noir) 천사가 마중한다 [2] 윤주[尹主] 2010.02.19 386
1056 [꿈꾸는 마녀]검은(noir) 천사가 마중한다 [2] 윤주[尹主] 2010.02.17 275
1055 [꿈꾸는 마녀]검은(noir) 천사가 마중한다 [3] 윤주[尹主] 2010.02.16 318
1054 [꿈꾸는 마녀]검은(noir) 천사가 마중한다 [4] 윤주[尹主] 2010.02.13 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