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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았다, 드디어."
 "좋기도 하겠다. 얜 이제 데려가도 괜찮지?"



 영윤을 제 등 뒤로 밀어내며 다미가 말했다. 좋을 대로 해. 여자는 이미 영윤에게 관심을 완전히 잃은 듯했다.



 "대신 여길 떠나는 건 쟤 하나뿐이야. 둘은 안 돼."
 "각오하고 있어."



 검은 권총에서 격철을 당기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두 마법사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닫자마자 영윤은 갑자기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잠깐만. 갑자기 왜 그래?"
 "뭐가 왜야. 방해되니까 비켜서."
 "대체 누군데 보자마자 싸우려는 건데? 마법사라서?"



 영윤이 여자로부터 다미를 떨어트리려 어깨를 살짝 밀었다. 순간 총탄이 영윤의 왼쪽 허벅다리를 뚫고 나갔다. 영윤은 그대로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



 "질문이 너무 많아. 한 발에 질문 하나씩. 그렇게 약속했지?"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만일 네가 이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라면, 이건 알아둬."



 눈도 꿈쩍 않고 다미는 냉정하게 말했다.



 "지금 이 상황보다 그 약속을 잘 지키느냐 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야."
 "중요하지 않아? 이게?"



 먼저 다미 말에 반응한 건 여자 쪽이었다.



 "여전히 네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모르나보네."
 "누가 잘못 안 했대?"
 "그럼 왜 속죄하지 않는데?"



 다미는 대답하지 못했다. 여자는 더욱 기가 살아 영윤이 깜짝 놀랄 정도로 크게 외쳤다.



 "거봐. 넌 지금도 그때처럼 행동하잖아. 도망치는 겁쟁이, 비굴한 배신자. 네 꼴을 봐. 죽지 못해 묻힐 장소나 찾아다니는 시체가 아니고 뭐야."
 "그렇다면 어디 한 번 죽여 봐."



 탕, 하는 요란한 총성. 다미가 쏜 탄환은 여자 왼팔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여자는 재빠르게 다미에게 달려들어 오른편에 장검을 찔러 넣었다. 다미가 흘려내듯 피하자 여자는 어떻게 했는지 재빠르게 발을 놀려 춤을 추듯 제자리서 빙그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았다. 여자 왼손에 들린 단도가 예리하게 빛나며 다미 품으로 파고들었다. 다미는 그것을 총으로 가로막고는 여자에게 바짝 붙었다. 여자는 오른팔 째로 다미에게 붙들려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되었다. 다미는 그런 여자에게 말했다.



 "온힘을 다해 죽여 보래도."



 다미가 세게 여자를 밀치며 손을 놓자 둘은 다시 거리를 벌렸다. 다미는 상대를 껴안기라도 할 것처럼 두 팔을 펼쳤고, 여자는 그녀를 노려보며 칼끝을 세워 들었다. 짧게 대치하던 두 사람은 금세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이전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에 영윤은 얼굴이 새파래졌다. 온 몸이 무기력해졌고 팔다리가 덜덜 떨렸다.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두 여자는 서로를 죽일 작정으로, 혹은 죽을 각오로 총과 칼을 맞부딪치며 달려들었다. 흉흉한 살기와 위압감, 낯설고 소란스러움이 뒤섞인 분위기 때문인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 자리를 얼른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조차도.
 여자가 든 장검은 무자비하게 다미를 노리고 사방에서 빠르게 날아들었다. 다미는 그 공격을 피하거나 총으로 쳐내며, 이따금 틈을 노려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면 여자는 재빨리 총을 쳐내거나 물러섰다가 이내 다시 거리를 좁혀 뛰어들었다. 좀처럼 거리를 벌이지 못해서 분한지 다미는 줄곧 혀를 찼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자신이 선 그 자리에서 단 몇 발자국도 물러서려 들지 않았다. 그 바람에 치명적이진 않지만 가벼운 상처 몇몇이 다미의 몸 여기저기에 새겨져 남았다.



 "이상하기도 하지."



 먼저 물러선 여자가 돌연 다미에게 말을 걸었다. 모처럼 거리를 벌인 것을 노려 총을 겨누었던 다미 역시 공격을 멈추고 그녀 말을 기다렸다.



 "네가 자랑하던 어둠은 왜 부르질 않아? 내가 우습다 이거야?"
 "그러는 넌 어떤데?"



 '장미 가시'는 애당초 네 것도 아니면서. 다미는 곁눈질로 여자가 왼손에 든 검은 단도를 보았다. 자루와 칼날까지 온통 검은 색이면서, 전등빛 아래 날은 새하얗게 빛나는 그것은 다미가 든 검은 권총과 비슷해 보이면서 전혀 달랐다. 전등 빛 아래서 그 총만은 그림자를 단련해 만든 양 전혀 빛나지 않았다.
 다미는 피식 웃었다.



 "그게 사실이었나 보지? 숨겨둔 애인 소문."



 한 마디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자는 다시 다미를 노려 짓치고 들어왔다. 워낙 빠르게 밀고 들어오는 기세에 다미도 그 이상은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연거푸 물러서야 했다. 영윤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 넋 놓고 쓰러져 있는 걸 보며 다미는 혀를 찼다.



 "멍청하고, 도움 하나 안 되는 녀석 같으니."
 "그건 네 얘기니?"



 여자가 검을 수평으로 크게 휘두르는 것을 다미는 잽싸게 뒤로 물러서 피했다. 영윤을 보호하려 든다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다미가 그것을 깨달은 순간 여자는 휘두른 반동 그대로 빙글 돌며 몸을 바짝 낮추었다. 다미가 자리를 박차고 담장 위로 훌쩍 뛰어오른 것과는 간발의 차로 여자의 검이 그 자리를 낮게 쓸고 지나갔다. 세차게 일어난 모래먼지가 영윤을 덮쳤다.



 "콜록, 콜록."
 "놀랐어. 네가 목숨 걸고 이 앨 지킬 줄 알았으니까."



 모래 먼지가 흩어지며 영윤은 그에게 들이밀어진 '장미 가시'의 새하얀 날을 마주보았다. 영윤은 바짝 얼어붙어서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곁눈질로만 다미를 찾았다.



 "왜, 그 쓸모없는 게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조소하면서, 담장 위에 선 검은담비는 여자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자신이 불리하단 걸 모를 리 없건만 여자는 담담했다.



 "알고 있지? 난 이 앨 죽일 거야."
 "상관없어. 나도 널 죽일 거니까."
 "허세 같은데?"
 "넌 진심인 거 같은걸."



 그러니까 절대로 총구를 다른 데 돌리는 일 따윈 없을 거라고, 노려보는 눈이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여자는 주변을 살피곤 슬쩍 영윤을 보며 말했다.



 "보여? 저 여잔 진짜 쏠 생각이야. 널 보호할 수단이나 방법 따윈 없나봐. 내 장원 안에서 뭔가 했다면 내가 모를 리 없으니까."



 그러면, 영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여자가 말을 맺기를 기다렸다.



 "어쨌건 넌 오늘 분명 죽겠구나."



 그런 그를 보며 여자는 슬픈 낯빛으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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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이상합니다. 흐렸다 맑았다, 눈발이 내렸다 금방 그치고.


 주위에 감기 걸린 사람이 있어서...다른 분들은 몸 건강하게 잘 챙기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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