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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영윤은 골목길 앞에 서서 다미에 대해 생각했다. 눈 내리던 저녁 다미를 처음 보았을 때처럼 어둠에 파묻힌 골목길 저편 어딘가에 틀림없이 그녀가 있을 터였다. 장갑 낀 손가락 끝을 좌우 손 번갈아 주무르며 언 손을 녹이곤, 이따금 골목 이편을 힐끔대며 영윤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지. 그 노련한 검은담비 여자는 한 번 노린 건 놓친 적이 없었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영윤 입장에선 이번만큼은 그녀가 원하는 게 자기 머리는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친구 말로는 그 같은 마법사가 6, 70여명 있다고 했다. 그들 중 단 한 사람이다. 고작 다미 한 사람을 만났을 뿐인데도 영윤은 이전까지와 확연히 다르게 살고 있었다. 이전까진 제멋대로 구는 사람에게 끌려 다닌 적도 없었고, 목숨을 위협받아 본 적도 없었다. 한 가지 일에 매달려 동분서주해본 적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다미를 만나면서 모두 바뀌었다.
 영윤과 같이, 생애 처음으로 제 심장이 얼마나 힘차게 펌프질하는지 알게 된 이라면 분명 그것을 깨닫게 해 준 어떠한 계기, 사건이나 사람에 감사할 뿐 아니라 그것과 좀 더 가까워지길 바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쩌면 그 계기 자체가 되길 바랄지도 모르겠다.
 영윤이 그랬다. 그는 자신의 심장이 다미의 것과 똑같이 뛰길 원했다. 다미와 같이 호흡하고 다미와 같이 뛰고 달리길 원했다. 그녀가 아는 모든 것을 그도 알기를 원했고, 그녀가 아는 모든 사람을 그도 알기를 원했다.
 다만 그 기회가 이렇게 갑자기 다가올 줄은 영윤 자신조차 알지 못했으리라.



 "왜 그 여자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머리 위에서 갑자기 들려온 음성에 영윤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전깃줄 두 줄에 아무렇지도 않게 걸터앉은 여자가 떠오른 달을 뒤에 지고 그를 내려 보았다. 영윤은 이번에도 자신이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걸 알았다. 어느새 그는 그 여자의 '장원'에 들어와 있었다.
  여자는 눈에 그리 튀지 않는 수수한 투피스 차림이었다. 다만 그 위에 걸친 커다란 외투는 특이했다. 망토처럼 걸친 외투는 소매가 보이지 않았고 달빛 아래서 은은한 파란 빛이 돌았다. 결과적으로 사실이었지만 영윤은 어째선지 그것을 처음 보자마자 커다란 동물의 은색 모피라고 여겼다. 스스로 파묻힐 정도로 커다란 털가죽을 두른 여자는 마치 그 자신이 한 마리 거대한 포식동물인 듯 살기등등한 눈으로 영윤을 노려보았다. 영윤은 위기감을 느꼈다.



 "이젠 됐어.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아."
 "어디서 걜 본 건 아니고?"



 목소리가 크다거나 위압적으로 들리는 건 아니었다. 멀리서 이야기하는데도 여자 목소리는 작고 나긋나긋한 편이었다. 영윤이 그녀의 장원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을 목소리였다. 그 앞에서 영윤은 왜 자신이 꼼짝도 못하는지 의아해했다.



 "네게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



 전선 위에서 여자는 훌쩍 뛰어내렸다. 사뿐히 땅바닥을 밟고 선여자는 영윤을 마주한 채 말했다.



 "세계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래. 그 사람들끼리만 갖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 네게서 그 계집애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처럼."
 "날 죽일 생각이야?"



 영윤이 묻자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희미하게 웃음을 띤 얼굴에서도 살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상처 입힐 거야. 얘길 들어야 하거든."



 섬뜩한 기분에 영윤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영윤이 피한 그 자리 위를 은빛 궤적이 가르고 지나갔다.



 "감이 좋네."



 그 사실을 여자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왼손에 방금 전 휘두른 단검을 들고서, 여자는 오른손을 허리춤으로 가져갔다. 가늘고 예리한 검 한 자루가 미끄러지듯 검집에서 빠져 나왔다.



 "다시 물을게. 그 얜 지금 어디 있니?"
 "대체 누굴 말하는 거야. 아까부터."



 궁지에 몰린 영윤이 빽 소리를 질렀다. 여자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 소리에 반응한 건 엉뚱하게도 다른 사람이었다.



 "죄인을 찾는 거야. 그 여잔."



 낯익은 목소리에 영윤은 설마 하면서도 고개를 돌렸다. 여자도 눈을 힐끔 들어 소리 난 곳을 쳐다보았다. 영윤이 선 조금 뒤에서 검은 총구를 겨눈 채 두 사람에게 다가오는 상대를 보며 여자는 진심으로 웃었다.



 "찾았다,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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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뉴 캐릭터 출연입니다.


 


 원래 전투신, 잘 쓰지 못하는 부분인데다 이번에 더 뜻때로 쓰지 못했던 장면, 까지 올릴까 했는데 분량이 너무 길어질 것같아 여기서 끊습니다. 이 부분부터 사실 호흡을 놓쳤다고 해야하나, 꾸준히 글을 쓰지 못하다보니 글 전체가 매끈하게 이어지질 못해버렸네요.


 그나마 자세한 줄거리 계획이 있어서 잊어버리지 않고 계속 이어 쓰고 있습니다. 다음에도 글 쓰기 전에 좀 자세히 계획을 만들어둬야 겠네요.


 이상화 선수 경기 보면서 천천히 글 좀 써놔야겠네요. 다음에 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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