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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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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영윤이 업무를 마치고 회사를 나온 건 저녁 10시 반 정도였다. 친구 녀석에게 전화를 걸어 만날 장소를 일러둔 후 영윤은 택시를 잡아탔다. 먼저 도착해 몇 분간 기다리자 머리를 긁적이며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보였다.



 "넌 뭐 이런 대서 만나자고 하냐? 찜찜하게."
 "뭐 좀 볼게 있어서."



 파출소 게시판 앞에서 영윤은 그와 악수를 나누곤 길을 따라 걸었다. 시간 늦었는데. 시계를 힐끔 보며 친구가 말하자 영윤은, 많이 안 붙잡아, 하고는 본론을 얘기했다.



 "정식으로 마법사라 할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냐? 내 말은, '장원'을 가진 마법사."
 "요즘 세상에? 글쎄다. 거래장에도 보기 힘든데. 기껏해야 7,80명 있지 않을까?"
 "혹시 그 사람들 프로필 같은 것도 있어?"
 "뭐하게. 너도 거래하려고?"
 "암튼 있어 없어?"



 거래용 프로필은 있지. 친구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영윤을 쳐다보았다. 빤히 얼굴을 들여다보는 게 어쩐지 기분 나빠 영윤은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기분 나쁘게."
 "요새 힘드나 싶어서. 보니까 괜찮은가보네."
 "당연히 평소랑 똑같지."
 "그러면 관둬라. 그런 것과 관계하는 거."



 딱 잘라 말하곤 친구는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었다. 영윤도 갑자기 몸을 돌려 가버리는 친구를 쫓아가 걸으며 물었다.


 "뭐 때문에 그래?"
 "네가 말하는 거랑 같은 놈들, 거래장에서도 더블 A나 트리플 A로 다루는 얘들인데, 솔직히 그 정도 되면 완전 우리랑 사는 세상이 다른 놈들이라니까. 온갖 수상한 거래에 뒷소문에, 표면적으로 그놈들한테 오가는 액수도 상상을 초월해. 다른 의미로도, 정상적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놈들 여럿 봤고."



 여기가 말이야. 머리를 가리키면서 친구가 말했다. 영윤도 다미를 만난 만큼 친구가 하는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지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다.


 "알아들었으면 신경 꺼. 난 간다."
 "한 가지만 물어보자."



 한 손을 흔드는 친구에게 영윤이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발키리가 뭐냐?"
 


 * * * * *



 가까운 주말 영윤은 대형 서점을 찾았다. 주말 오후라 지하철 2호선역과 가까운 인근 대형 서점은 사람들로 북적댔지만 조금 걸어 나오면 거의 같은 규모인데도 인파는 절반 수준인 곳도 있었다. 천천히 둘러보면서 책을 고를 때 영윤은 그 서점을 자주 찾았다. 물론 이번처럼 애초부터 구할 책을 생각해 두고 오는 경우도 간혹 있었지만.
 다미가 자신을 소개하며 내뱉은 말, '발키리'가 신화에서 나온 말이라고 알려준 건 지난 밤 만났던 그 친구였다. 수많은 신화 서적 가운데 영윤은 북유럽 신화를 찾았다. 거기엔 수많은 거친 신들과 거인들, 음울하고 환상적인 무용담, 세계의 종말 운운하는 이야기들과 함께 발키리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전사한 영웅들을 끌어 모아 최후의 전쟁을 준비하는 신의 사자들. 갑주 두른 여전사 삽화를 보는 순간 영윤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알 빠진 안경을 쓰고 다니는 데다 제멋대로인 여자와 비슷한 구석이라곤 한 군데도 없었다. 지난 밤 친구도 그렇게 말했다.


 '적어도 내가 아는 발키리는 전설에나 나오는 존재야. 그 비슷한 마법도, 마법사도 들어본 적 없어.'



 이런저런 정황을 놓고 보면 다미는 마법사가 분명했다. 여은이 한 얘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것도 굉장히 실력 있는 마법사인 듯했다. 하지만 그녀가 대체 누구인가 하는 것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끝내 마법사 프로필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친구 녀석은 다미와 비슷한 마법사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친구와 만난 바로 그날 들렀던 동네 파출소에선 접수된 실종 신고가 없다고 했다. 그녀에 대해 좀 더 얘기해 주면 오래된 실종 명단 속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영윤은 그 이상 깊이 캐묻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다미를 알게 되고 그녀에 대해 파고드는 일이 일어나길 원치 않았다.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이 오로지 자신만의 것이길 영윤은 은연중에 바랐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휴대폰으로 문자 한 통이 왔다. 언제 등록했는지 수신자는 다미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남 파고드니까 재밌니? 언제까지 숨길 생각?'



 영윤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법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 내부는 다소 혼잡했다. 만약 누군가 그 사이에 숨으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제 모습을 감출 순 있었다. 때문에 영윤은 주변에 다미 모습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저 침착하게 문자를 보내 반문해 보았다.



 '어디야?'



 답변은 재깍 도착했다.



 '마중 나왔어. 어딜 제일 먼저 날려줄까 고민하는 중'



 골목 구석에 숨어 시커먼 총구를 겨누는 다미 모습이 어렵잖게 상상이 되었다. 영윤은 몸을 살짝 떨었다.



 '어때, 기뻐?'



 뒤이어 전송된 문자는 무슨 의미일까. 영윤은 뭐라고도 대답하지 못한 채 한동안 휴대폰을 들고 멍하니 쳐다보았다. 지하철은 어느새 목적지 역으로 들어서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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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로 나와 있습니다. 되도록 자주 접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음 회는 개인적으로 잘 못 쓰는 그런 부류 장면입니다. 이번엔 특히 어려웠고요. 전달이 부족하더라도...아니, 그건 다음 회 올리면서 다시 말씀드리죠.


 


그럼 전 수강신청하러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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