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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ath maker

2005.05.27 23:43

떠도는나그네 조회 수:70

extra_vars1 D.M 제1장(변화의 조짐), 제1화(뫼비우스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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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장- 변화의 조짐
                              (1) 뫼비우스의 하늘

*
그날 밤은 반사된 보랏빛의 구름이 달 광에 모여들어 무척이나 신기한 색이 나는 밤 이였다. 아침 일찍 안개가 낀 뿌연 하얀색도, 저녁 지는 해의 빛 에 먼지와 접촉하여 내는 연한 적색, 그 사이에 걸친 진한 노란색도, 빠져들 듯 깊은 푸름의 해심색도 그와는 비교되지 않았다.
그 꿈틀거리며 발광하는 운 빛의 지구는 마치 천사 없는 하늘, 마로 가득 찬 마계 같았다.

“흠, 오늘 하늘색이 맘에 드는걸...”

평소에도 학원에서 돌아오다가 잠시 서서 하늘에 낀 구름을 관찰하곤 하던 그였다. 누군가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것이 무어냐고 물어본다면 그는 자신 있게 ‘물론, 학원 끝나고 집에 가면서 보는 구름 낀 하늘의 모습이지.’ 라고 말했을 것이다.
어둠속에서 그의 머리는 진보라의 색으로 물들어 희귀한 색을 내보였고 약간의 곱슬기 있는 머리는 자연스럽게 내려가 그의 눈썹을 약간 가렸다. 군데군데 삐져나온 약간의 머리카락은 그도 어쩔 수 없는 듯 했다. 그리 높지 않은 콧날에 입도 조그마한 그였지만 짙은 눈썹에 또렷한 눈동자로 인해 꽤나 미남소리 들을 법 했다. 여자 같다는 말은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는 얼굴 생김새 하나하나로 따지자면 약간은 여자 같기도 했다. 그러나 얼굴 전체로 보자면 그냥 약간 호남인 소년에 불과 했다. 소년의 어깨에는 요새 나온 신제품 가방이지만 약간 헐어 빛이 바랜 듯 한 청바지모양의 가방이 매달려 있었고, 전체크기에 비해 무리할 정도로 책이 많이 들어 있어 지퍼 끝이 완전히 잠겨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오늘따라 소년의 모습은 약간 지쳐보였다. 이마에 작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어깨는 가방이 무거워서인지 기운이 없는 듯 축 쳐져있었다.
그리곤 그는 잠시 하늘을 감상하다 이윽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우뚝우뚝 솟아오른 아파트단지에는 미묘하게 높이가 다른 여러 아파트들이 곧게 서있고 아파트 꼭대기에는 세련 되 보이는 빨간 빛 혹은 갈색 빛의 지붕이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무색의 날개가 달린 두 생명체가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면서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 시끄럽지는 않지만 가까이서 보면 상당히 시끄러울 듯한 느낌으로 서로는 싸울 듯이 서로에 대해 불평을 하였다. 크기는 사람보다 작았고-100센티 미터정도-몸은 발광물체도 아닌 것이 희미하게 빛을 내었다. 날개를 피면 날 것 같은 정도의 크기에 둘은 몸에 이상한 무늬로 된 천을 걸쳤는데, 절대로 더러워 보이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천은 비단보다도 고운 듯 생물체의 몸을 신기하게 감싸고 있었다.

“아르헬, 이게 다 너 때문이란 거, 알고 있어?”

“뭐? 이게 무슨 내 탓이야. 네가 아레아를 잘못 맞춘 탓이잖아!”

“그래, 내가 아레아을 잘못 맞추었지. 그 아레아의 장소를 알려준게 너고.”

“.........”

아르헬은 잠시 말을 잊지 못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루레, 여기서도 마계의 기운이 났는 걸. 저 하늘을 좀 봐봐.”

“그래, 그건 인정해.”

그렇게 말하고는 루레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잠시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을 잊기 시작했다.

“마계도 신계도 우리가 사는 요정계도 천계도 아닌 인간계에서 왜 이런 기운이 나는거야? 그것도 3개의 인간계 중 가장 마력의 힘이 미치지 않는 키비스에서....”




*
소년은 아파트 단지의 미로 속을 지나 많은 주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거기서 한걸음, 두걸음.....99걸음까지 세더니 드디어 발걸음을 멈추고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헤헤, 빙고!”

소년의 앞에는 주황색 벽돌이 높게 쌓아 올려진 3층 높이의 주택이 보였다. 소년이 바라보는 쪽 벽에 한쪽으로 붙은 계단이 2층까지 올려져 있었다. 소년은 그곳으로 올라가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유리창이 보였고 유리창 옆으로 바로 문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왼쪽으로는 또 계단이 있었는데, 소년은 그쪽으로 향하였다. 계단이 가끔씩 소리를 내며 소년의 발걸음을 따랐다. 계단을 다 오르자 다시 왼쪽으로 초록색의 문이 보였다. 물결치는 듯한 느낌의 무늬가 새겨진 초록색의 문은 소년의 집 현관문 이였다.
소년은 현관문을 살며시 열더니 이내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녀왔습니다.”

소년은 재빨리 신발을 벗어 놓고는 마루에다 그렇게 외쳐버렸다. 그리고는 답변을 원하는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서있었다.

“형, 이제와?”

소년의 방을 지나 약간 구석에 화장실이 있었고, 목소리가 들린 것은 화장실 옆쪽에 또 하나의 방 안쪽 이였다.

“어라, 새찬, 너 일찍 왔네?”

소년은 잠시 반가운 듯한 표정을 짓더니 소리가 나는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일찍이라니...... 지금 10시 반이야.”

“하지만, 넌 학원 끝나면 11시 잖아.”

“으..응, 머리가 조금 어지러워서 조퇴했어.”

소년은 소리가 나는 방의 문을 열고 동생을 바라보았다. 새찬이는 책상의자에 앉아서 무엇을 쓰고 있었다.

“형은 참, 오늘 부모님들께서 못 오신다 했잖아.”

무역회사에 다니시는 아버지, 어머니. 가끔 멀리까지 가서 일을 해야 했기에 한달의 반은 둘이 서만 자곤 했었다.

“아 맞다, 그랬지.”

“칠칠맞긴..”

“이 새한이가 너에게 그런 말 들을 정도로 타락했었나?”

“켁, 형 나 숙제해야 되니까. 가서 할일 하셩.”

새찬이는 아까부터 새한이을 바라보지 않고 숙제에만 열중하는 듯 하면서 가끔씩 미소을 짓다가 새한이의 말에 대꾸를 했다.

“.............”

새한이가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1분 정도가 흘렀다.

“형? 갑자기 왜 그렇게 조욯해 졌어. 내 숙제에 방해 될 까.....”

“나 봐봐.”

새찬이가 말을 다하기도 전에 새한이가 말을 걸었다.

“응?”

“날 바라봐봐.”

“왜? 무슨 소리야?”

“난 고개를 돌려보라고..!”

새한이가 갑자기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의 눈빛 에는 새찬이를 혼내려는 듯한 눈빛이 없었다. 오히려 약간은 안타까운 듯 그 깊고 검은 눈동자가 순간 일렁거렸다.
새찬이는 말이 없었다. 잠시 동안 정면의 벽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여버렸다.

“어서!”

새찬이가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그의 얼굴 정면을 바라 본 새한이는 갑자기 눈동자가 커지더니 이번에는 그 검은 눈동자가 점점 더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쇼파에 걸쳐 놓은 외투를 다시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새한이가 본 새찬이의 오른쪽 얼굴에는 시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어 오른 오른쪽 눈과 코 바로 옆쪽 볼에 퍼렇게 칠해진 약간은 핏 빛이 감도는 피부. 그리고 찢어진 이마에선 피가 눈 밑을 흐르다 굳어버리려 하고 있었다.

“아까, 학원에서 문 모서리에 박았거든. 하하, 바보스럽게도......이거 때문에 조퇴한거야..”

“누구야?”

“응? 누구라니.”

“너를 때린 녀석 누구야, 말하지 않으면 보이는 대로 다 죽여버릴거야.”


“정말..아까 문....”

“누구냐고!”

새한이가 새찬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이미 이성제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화난 것이 보였지만 표정은 담담했다.

“정수 형.....”

“그래, 정수새끼랑 그 패거리 4명까지 포함이겠군.”

그러면서 새한이는 다시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만둬! 형은 싸움도 잘 못하잖아!”

“넌 내 성적이 항상 98이상 나오는 것 알잖아? 체육은 단 1점도 깎여본 적 없어.”

그렇게 새한이는 잠시 미소를 짓고는 검은 빛의 외투를 완전히 걸치고는 재빨리 나가 버렸다. 새찬이는 어느새 눈이 흐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형, 나도 항상 평균 98이상이 였다, 뭐. 이런 내가 저주스러워서 그래서......반항도 하지 않았어. 차라리 맞다가 죽어서.....”

끝내 새찬이의 볼에 눈물이 흘렀다. 상처 입은 곳에 닿아 쓰라렸겠지만 새찬이는 참았다. 참으면서 그는 계속 울었다. 자신을 저주하면서........

새한이와 새찬이는 천재였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그런 재능이 있었다. 친구들이 처음부터 그들을 싫어하진 않았다. 언젠가부터 이유도 모른 채 서서히 그렇게 형제는 외톨이가 되어 있었다. 그의 부모님들은 몰랐다. 그들은 단지 형제의 성적표만 볼뿐,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였다. 성적표를 보고서는 잘했다는 칭찬 한마디와 선물 그것이 다였다. 언제부터인가 성적은 그들에게 부모의 칭찬을 들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변해가 있었다. 형제는 성격까지 닮았다. 자신의 가족, 친구들에게는 희생을 하더라도 피해를 주지 않고 지켰으며 그 외에 다른 사람에게는 매우 조용한 성격. 그들은 사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냥 담담히 칠판만을 바라보았다. 형제에겐 친구가 없었다. 지켜주고 싶은 친구가 없었다. 부모들도 그들과 자주 있지 못한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만을 위해, 서로를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지키는 그런 외톨이가 되어있었다. 그들의 뛰어난 연주실력, 그림실력, 영어실력, 글쓰는실력........형제는 한번도 원한적이 없었다. 단지 그들의 재능을 저주할 뿐 이였다. 모두 다른 사람의 저주만 살 뿐이였으니까..........

밖은 금새 추워졌다. 새한이는 춥지 않았다. 이유는 모른다. 춥지 않았다. 꽤나 빠른 발걸음으로 새한이는 어딘가를 향해 걸었다.

“흠, 오늘 하늘색은 정말 멋진데.......”

그의 뒷모습은 암흑...흡사 악마의 걸음 같았다. 저주받은 악마.

                             -뫼비우스의 하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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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아이즈 소울의 '시계' 들으면서 읽으면 어울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