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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이문의 조각 0 . 어느 작은 외침 .

2005.05.20 07:13

마계인루극 조회 수: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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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수염의 노인은 높이 , 더 높이 오른다 .



허망하리만큼 검따란 하늘을 검은 표정과 감각으로 오른다 .



바람이 불고있다 .



노인이 밤하늘을 오르는데 방해가 된다 .



노인은 즉시 말로써 바람을 멈춘다 .



[ 미안하지만 , 디메루스 # .

  지금은 바쁘니 잠시 비켜주겠나 ? ]                     # 디메루스 : 바람의 명칭



휘잉대던 겨울바람도 물러가고 만다 .



방해꾼이 사라지고 , 노인은 거무틔틔한 겨울밤의 벽을 그렇게 오른다 .



" 성취 . 그리고 탈취 . "



원하던 것을 발견한다 .



노인은 손을 뻗는다 .



노인의 표정은 이세계의 모든 욕구와 욕망이 결합된듯 하다 .



[ 의식 ] 은 그런 노인의 얼굴을 바라본다 .



인간이 아니다 . [ 의식 ] 의 눈에 노인은 추악한 악마로 보인다 .



노인은 점점 더 다가온다 .



[ 의식 ] 의 ' 육체 ' 라 불릴만한 곳에 노인의 손이 닿는다 .



노인은 모든 준비를 이미 마쳤다 .



이제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 .





마지막순간 [ 의식 ] 은 조용히 생각한다 .





《 저자가 지구를 반조각 낼것이다 - 》









이문의 조각 0 . 어느 작은 외침 .









[ Rain . .  Yet Meet with you . . ]



흑인 재즈가수는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

그리고 그뒤에서는 마찬가지의 인종을 지닌 남성 한명이 색소폰을 연주한다 .



" 저기 . . 괜찮으시면 . . "



들꽃처럼 누르틱틱한 머리빛이 눈에 띄었다 .

허름한 옷차림 , 앳된 얼굴 . 15살도 않되보이는 그저그런 외형 .

그런데 그런 꼬마가 왜 바[BAR] 에 ?



" 담배 . . 하나만 사주실수 . . "



그때 뒤에서 덩치가 큰 사내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

아마 지배인인듯 싶다 .



" 이봐 , 꼬마계집 !
  왜 이곳에 니가 와있는거냐 !

  당장 꺼지지못해 ? "



소녀의 얼굴에는 공포가 서렸다 .

동공이 확대된다 . 눈물샘에서는 그 새로운 자극에 쉴새 없이 투명한 액체들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한다 . 사내는 조금 주춤거린다 .



" 흐윽 . .흐윽 . ."



소녀는 계속해서 눈물만 흘린다 .

사내는 점점 뒤로 물러선다 . 그러면서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최대한 순해보이는 음성으로 소녀를 달랜다 .



" 저 . .저기 꼬마야 .

  지금 아저씨는 일을 하고있거든 ?

  사정이 딱한건 알지만 , 일에 방해가되니 좀 나가주면 않될까 ?
  이 아저씨가 이렇게 부탁할께 . "



그는 최대한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보인다 .
인간이란 그런 생물인것인가 .
가식적이고 , 오만이 철철 흘러넘치며 , 그 언제나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주위 생물 .

자리에 앉아있으려니 그 꼴이 하도 우스워 얼음을 띄어놓은 칵테일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있다는 것도 모르고있었다 .



" 그러면 아저씨 .

  내가 그부탁을 들어주기전에 , 아저씨도 하나만 들어주세요 . "



사내는 최대한 호기심을 지닌 표정을 만들어보인다 .

그리고는 눈높이를 소녀와 같이 맞춰보이려 애쓰고있다 .
좀더 쉽게 설득해보려는 의도이다 .

키가 8자는 되는 사내가 어렵사리 시선을 맞추자 소녀는 손바닥을 펴 사내의 왼쪽가슴에 얹는다 .



알수없는 힘이 느껴진다 . 어린 꼬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침착하고 날카로운 음성으로 사내의 가슴에 얹고있는 손에 힘을주며 말한다 .



" 나한테 이걸 줘요 .

  그랬으면 좋겠어요 . 적어도 내가 이성을 가지고있는 선에서 . "



소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있다 . 너무나도 힘이 많이 들어간 나머지 벌떡벌떡 뛰고있는 혈관들이 거의 다 비칠정도 이다 .
사내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태도에 조금은 놀란 눈치 .머리털이 삐쭉 솟으며 동공이 확대되는 것이 보이고있다 .


" 그 . .그게 무슨소리 . ."



- 푸식 -



소녀의 등뒤에서 전선들이 튀어나온다 .

알수없는 감정이 머릿속을 송두리채 뒤흔들어 놓는다 .

등살을 뚫고나온 수십개의 전선들에는 피가 묻어있다 .



그리고 그 전선의 끝으로 시선을 돌리자면 의사가 쓰는 청진기 비슷한 것이 달려있다 .



황급히 주변을 둘러본다 .

사람은 많다 . 하지만 신경쓰는 이는 하나도 없다 .
이 사건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내가 이것이 잘된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이곳이 조명하나없는 곳이라는데에 마음이 놓인다 .



두근 두근



전선의 끝에 매달린 그것들은 사내의 왼쪽가슴에 투두둑 하고 달라붙는다 .

소녀는 품안에서 손바닥만한 기계하나를 꺼내들고있다 .

심장소리가 들리고있다 .



두근 . . 두근 . .



소녀가 기계에 달린 레버를 천천히 돌린다 .

생명의 상징이 벌떡대는 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



두근 . .두근 . . .



" 허억 . .허억 . . "



사내는 호흡이 곤란해 보인다 .

혈액순환이 이루어지지않아 피부는 점점 검은 빛을 띄어간다  .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는 그의 표정이 안쓰럽다 .



두그 . .  . .  







결국 심장소리가 멈추고 만다 .



투두둑



청진기 비슷한 그 [ 살인도구 ]   들은 사내의 가슴에서 띄어져나와 다시금 소녀의 등으로 파고들었다 .  전선도 , 살인도구도 , 피도 , 그것이 파고들어간 흔적도 남아있지않다 .

다만 사내의 형태가 앞으로 꼬꾸라져서 이미 그림자같이 검에 변해버린 육체로 바뀌었다는것 .



그게 다이다 .



내가 본 소녀의 행각은 거기까지다 .

더이상은 기억하고싶지 않다 . 그렇게 했다가는 머리가 , 아니 뇌가 터져버리고 말지도 모른다 .

지금도 손이 조금씩 떨리고있다 . 그일을 목격하고 난뒤부터 이런 경련증세가 이따금씩 일어나고는 한다 . 사건직후의 일이 생각난다 .









' 아아 , 죄송해요 . 험한 꼴을 보여드렸나 보죠 ? '



' . . . . '



' 충격이 크셨으리라 생각해요 . 하지만 인간이란 생명체들은 이것보다 더 잔인하다구요 .

  그렇지않나요 ? 나도 같은 인간으로써 그 잔혹함을 이러한 행위로 나타낸것 뿐이에요 .  

  이런것에 그렇게 큰 의미는 없어요 . 다만 ,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죠 .

  그것을 저는 [ 진리 ] 이자 [ 절대이상 ] 으로 보고있어요 . '









" 후우 . . ."



이제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가 할수있는 말이 아니었다 .

어떻게보면 지금막 다른 별에서 날아왔을 외계인을 보는 기분이랄까 .

뭔가 기계적인 실험을 당한건가 .



침대에 누워서 그때의 광경을 생생하게 떠올려본다 .



" 으읏 . . "



그때의 일뒤로 손에 경련이 이는 증세뿐만아니라 가슴 한켠이 아스라하게 아파오는 , 그때의 끔찍한 사건을 떠올릴때마다 고통이 느껴졌다 .



그 고통의 나락속으로 빠져들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

그러면 그나마 나아진다 . 콧잔등위에 파리가 올라앉아도 , 어디선가 급한 전화가 걸려와도 , 기분나쁜 얼굴의 여관주인이 ' 방세가 빌렸으니 당장 나갈준비 하지않으면 리투칼리프의 검은바닷물속으로 빠트려 버리겠다 !! ' 라고 말해도 그 상상에서 빠져나올수는 없었다 .





《 배가 한척 있다 .

   아 , 선원도 몇명보이는군 .

   그리고 저 깃발을 보아하니 . . 아앗 ! 해적선이 잖아 ?

   웬지 흥미진진한 사건이 터져버릴것만 같은걸 . .

  

   푸른 함장모를 푹 덮어쓴 선장은 나이가 무척이나 들어보이는

   아줌마(?) 이다 . 그녀의 등뒤에는 두자루의 장총이 투박스럽게 매달려있다 .

   그리고 바지주머니 근처에는 고급소재로 만들어진 소형권총이 두대 꽂혀있다.

   선장은 갈색의 긴머리를 휘날리며 바닷바람을 맞고있다 .

    



  ' 리투칼리프 ' 라는 전설적인 해적 , 그녀가 리투칼리프인것만 같다 .



    하도많은 무역선과 여객선을 침몰시켰다하여 붙여진이름 .

  

    하도많은 사람을 살육하여 붙여진 이름 .



    시체에서 흐른 피가 바라에 스며들어 붉어지다못해 쎄까맣게 보여 붙여진 이름 .



    선원들은 괴기한 문양이 그려진 해적단복을 입고있다 .

    두상[頭狀] 을 한 해골이 하나 있고 눈과 눈을 가로지르는 경계선에는

    실로꿰맨듯한 자국이 있다 . 그리고 눈이 있는 곳 , 아니 눈이 있던 해골의 흉한 구멍 에는

    두마리의 뱀이 꿈틀대며 용솟음 치고있다 .



    선원들은 , 해적들은 , 선장은 이 표식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

    그것이 그들의 [ 진리 ] 이자 [ 절대이상 ] 인것이ㄷ . . 》



상상이 멈추어버렸다 .







' 다만 ,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죠 .

  그것을 저는 [ 진리 ] 이자 [ 절대이상 ] 으로 보고있어요  '







소녀의 말이 떠오른다 . 몸이 부르르떨린다 .

나름대로 아주 멋진 상상을 하고있었는데 . .

사람들이 말하는 리투칼리프의 전설을 나름대로 재해석 해보고있는 중이였는데 . .



어째서 상상의 끝자락에서는 언제나 소녀의 말이 툭 튀어나와 버리는걸까 .

어느새 나는 그 소녀에게 [ 길들여져버린 ] 건 아닐까 .



또다시 가슴이 으스러지게 아파온다 .



눈물이 흐른다 . 무의식적인 고통중에 찾아오는 눈물발림이 기분을 울적하게 만든다 .



투두둑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

그 투명한 액체가 떨어지는 소리 .



어디선가 들어본적있는것 같다 .



어머니로 부터 잉태되기전에도 들어본것만 같다 .



아니 , 어머니가 없었을 , 그 어머니도 존재하지 않았을 , 그 어머니의 어머니의 선조조차도 존재하지않았을 , 태고의 지구 .



그 순간부터 이미 나는 그 소리를 들어보았는지도 모른다 .



모든 자연의 아스라한 울부짖음 .

그리고 이어져오는 아픔과 쓰림 .



모든것이 이어져있는것만 같다 .

모든것이 어울리며 살아가고있다 .

정의를 내리기는 힘들지만 그것이 지구의 섭리이자 법칙이다 .







**************************************







소녀는 길을 걸었다 .



후두두두두



비가 쏟아지고있었다 .

하지만 그녀는 의식하지않았다 .

비가 온몸을 적시고있었지만 , 자신은 모르고있어도 그 가녀린 육체를 후들후들 떨리고있었지만 .





" 아아 , 어서와 .

[ 음유시인 ] 로제르 - 호벤 "





소녀는 저앞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

그리고는 멋쩍게 손을 올려보였다 .

나름대로 ' 인사 ' 란걸 멋지게 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뜻대로 잘되지 않은 모양이다 .



" 그래 , 어땠어 ?

  그 지긋지긋한 [ 중심 ] 으로 부터 해방된 기분이 . "



" 뭐 , 그럭저럭 .

  그보다 그 뭐냐 . ' 담배장사 ' 라던가 ?

  굉장히 슬픈거 아니냐  ?

  첫 [ 희생자 ] 가 죽기전에 이렇게 말했어 .

  

  ' 굉장히 슬픈아이구나 . 노란머리의 꼬마야 '



  그리고는 안구가 점점 물기에 젖어 촉촉해지는거 아니냐 ?

  놀라서 가만히 쳐다보고있었는데 툭 하고 엎어져버리더군 .

  물론 그 보기싫은 누르틱틱한 표정을 그대로 한채 말이다 .

  다음부터는 그런 흉내를 내지 말아야 겠어 . 인간들이 슬퍼해 . "















이문의 조각 0 . 어느 작은 외침 .



END -




안녕하세요 , 게임보다는 문학쪽으로 진로를 잡고있는 어린놈입니다 . 푸헤 ,
뭐 지겨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 . . 어쨌든 고정연재이니 많이 사랑해주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