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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천사 날개는 당신을 먹고 자란다

2010.06.08 16:02

윤주[尹主] 조회 수:233 추천:1

extra_vars1 성주신과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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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이른 시각 여선은 눈을 떴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몸은 개운했다. 머리맡에 놓은 탁상시계를 확인한 그녀는 깜짝 놀랐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겨우 네 시 사십 분. 지난 밤 그 난리치던 걸 생각하면 한 두어 시간 쯤 잤으려나. 기분만은 한 열 시간쯤 푹 잔 것 같았지만.



 "물 줘."



 곁에서 난 소리에 여선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평소 옆에 누군가를 데리고 자본 일이 없었으니까, 놀라는 것도 당연하지. 금세 여선은 지난 밤 제 곁에 제운 소녀를 떠올렸다. 낯선 애와 함께 있었단 사실조차 완전히 까먹을 정도로 푹 잠들었단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안 피곤해? 얼마 자지도 못했지?"
 "어차피 낮에 또 잘 테니까. 암튼 물 한 사발만."



 덕분에 이 까칠한 성격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구나. 개운하게 아침을 맞은 기분이 한 순간에 폭삭 내려앉아버렸다. 여선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장고 안에는 언제나 1.5L 들이 생수병이 있었다. 여선은 수돗물 특유의 약물 냄새를 싫어했다. 끓여서 보리차 티백이라도 담가두면 먹기야 하지만, 마시는 물은 웬만하면 항상 생수를 사다 마셨다.



 "오래된 물이지, 이거?"



 소녀에게 생수 한 컵을 따라 주었더니, 그녀는 어쩐지 불쾌해했다.



 "어제 산 건데? 이상해?"



 여선이 묻자, 소녀는 다시 물 냄새를 킁킁 맡았다. 그녀는 아예 입을 대지도 않은 컵을 여선에게 돌려주었다. 여선은 의아해했다.



 "물 안 마셔?"
 "흐르는 물, 아니면 최소한 우물에서 첫 길은 물이라면 모를까."



 또다시 까다로운 주문이다. 여선은 질려서 소녀에게 불만을 내보였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얘, 너도 모르진 않잖아. 이런 도시 한복판 어디서 물을 긷는다고. 너도 형편에 맞춰 줘야지."
 "그럼 한 번 찾아볼까?"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선을 보았다. 여선은 황당해했다. 대체 어디서 찾는다고. 약수터라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은 가본 적도 없는데.



 "모르면 찾아서 가면 되지."



 소녀는 여전히 태평한 소리만 해댔다. 여선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한가하면 모를까. 넌 상관없겠지만 난 아침에 회사 나가봐야 되거든? 이 넓은 도시서, 한 번 찾아가 본 적도 없는 데를 무작정 찾아간다고 금방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인간은 불행한 거야."



 소녀는 진심으로 슬픈 표정을 지었다. 여선은 일순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소녀의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작은 키로도 소녀는 여선 자신보다 무한히 크게 느껴졌고, 바로 곁에 있으면서도 소녀는 여선 자신보다 아득히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쉽게 범접할 순 없으면서, 또 세상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을 것 같은 존재감. 그것이 여선의 바로 눈앞에서, 그 작은 소녀 몸에 담겨 있었다. 여선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게 믿어져? 말이나 돼? 세상에, 저건 그냥 꼬맹이일 뿐인데!



 대단한 신이거나, 혹은 대단한 허풍쟁이일 소녀는 허리를 곧추세운 채, 바닥에 앉은 여선을 물끄러미 내려 보았다. 여전히 슬프고,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짓고선, 멍청하게 넋을 잃고 자신을 올려보는 여선의 뺨을 제 손으로 쓸었다.



 "축복받은 감각들, 세상을 있는 그대로 전부 느낄 그 예민한 오감을 모두 잊어버리고 말았거든."
 "물이 어디 있는지는 내가 알아. 같이 가자. 얼마 걸리지 않을 테니까."



 조금 지나 소녀가 그렇게 말했을 때, 여선은 저도 모르게 그녀를 따랐다. 사실 현관문 앞에 서기까진 반쯤 얼빠진 상태나 다름없었다. 여선이 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소녀를 데리고 들어온 건 다름 아니라, 그녀가 대충 걸쳐 입은 백호 문양 티셔츠가 언뜻 눈에 들어온 탓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천 한 장 걸쳐 입히고 내보낼 순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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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쓰고 있습니다...이번엔 가급적 분량 내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