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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천사 날개는 당신을 먹고 자란다

2010.05.30 00:52

윤주[尹主] 조회 수:103 추천:1

extra_vars1 성주신과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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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라. 다른 사람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상대가 당신 뒤에 딱 달라붙어 있는 걸. 언뜻 떠오르기엔 호러지만 그것이 한 주 내내 달라붙어 끊임없이 떠들어대며 당신에게 말을 건다면? 예컨대 여선에게 달라붙은 저 천사처럼.
 여선은 짜증을 내다 못해 그 비상식적 존재에게 질려가고 있었다.



 "넌 잠도 없니? 한 10분만이라도 입 좀 다물어주지?"
 "딱히 너 말곤 얘기할 사람도 없는데?"
 "너네 날개 달린 친구들하고 놀면 되잖아."



 혹시 누군가 천사와 이야기하는 자신을 보면, 분명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는 미친년쯤으로 보겠지. 여선은 그렇게 생각했고, 때문에 천사 쪽은 거의 보지도 않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선은 조금이라도 빨리 그 이상한 것을 떨쳐내고 싶었다. 무시도 해보고 차분하게 설득도 해보았지만 천사는 좀처럼 눈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가뜩이나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이다. 24시간 달라붙어 있는 건 아니어도, 출근한 그 시점부터 천사는 여선을 좀처럼 가만 놔두질 않았다. 그러기를 약 일 주일 째, 슬슬 머리칼이 하나둘 빠지기 시작했다. 여선은 진짜 곤란하다고 느꼈다. 조금 심한 소리를 하더라도 쫓아 보내지 않으면, 자기가 먼저 죽어나갈 테니까.



 "하긴 걔네도 어지간히 지긋지긋했겠지. 척 하는 걸 보면 알겠네. 일주일밖에 안 된 나도 이러는데, 친구들은 오죽했겠어?"



 여선은 잔뜩 약이 올라 비꼬아댔다. 천사들이 평소 서로 말이 없는 건 며칠 같이 지내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여선의 수호천사는 물론이거니와, 그녀가 본 다른 수호천사들도 한 사무실에 같이 있으면서도 전혀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딱히 자기 수호천사만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껌 딱지같이 달라붙은 거 떼어 내려면 무슨 말을 못하겠어?



 "친구라고?"



 한데 천사는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보였다. 심한 말을 들어서 상처받은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여선이 다른 천사들까지 끌어들여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친구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자신과는 상관없는 낯선 단어처럼 느끼는 모양이었다.



 "원래 천사는 감정 없는 존재라고. 서로 친해질 리도, 그럴 필요도 없어."



 한참 후 천사가 댄 핑계는 그랬다. 천사란 남에게 결코 감정 쏟는 이들이 아니라고. 자기가 친근하게 느끼는 건 오로지 여선, 즉 자기가 보호하는 사람뿐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여선은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어째서 대상이 꼭 나여야 하냐고. 감정이 없어 친구조차 없다던 족속들이 어째서, 단 한 명의 인간에게 귀찮도록 매달리며 지극정성으로 구느냐고.


 


 일주일간 함께 생활하면서 알게 된 또 다른 사실 하나. 천사는 회사 밖까진 절대 따라오지 않았다. 이것을 알게 된 여선은 이후로 매일같이 퇴근 시간이 되기만 눈이 빠져라 기다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의 퇴근 시간이 곧 천사의 출근 시간이었던 것이다.



 "우리도 서류작업은 해야지. 네가 자는 동안에 말이야."



 처음 봤을 때 여선의 책상에 있던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천사들에겐 따로 사무실이나 책상이 없었다. 자기가 보호하는 그 사람의 자리가 곧 수호천사 자신의 자리였다. 여선이 그를 보기 전까지도, 그는 보이지만 않았지 줄곧 거기서 일하고 또 여선을 보호해왔던 것이다.



 "내 역할은 이 문 안까지. 급한 일 아니면 여기서 나갈 수 없어."



 퇴근길 회사 문 앞에서 천사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여선은 해방감과 함께 조금 아쉬움을 느꼈다. 수호천사라고 24시간 그녀 곁에서 지켜주는 건 아니다. 그녀는 서서히 누군가 자기를 지켜준다는 사실에 익숙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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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회 갑니다, 2회~


 오늘은 좀 짧게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