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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tra_vars1 성주신과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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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 하나 때문에 의도치 않게 일찌감치 출근을 하게 되었다. 여선은 제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한숨부터 쉬었다. 천사는 어김없이 여선의 자리에 있었다.



 "어머,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어? 빨리도 왔네."
 "몰라. 내 자리서 나와. 안고 있는 쿠션도 내려놓고. 키보드 좀 움직이지 말랬지!"



 여전하네, 천사는 혀를 차곤 여선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쿠션은 본래 있던 대로 의자에 놓고, 키보드도 자기 편하게 비뚤게 놓고 안쪽으로 밀어놓은 것을 여선이 쓰는 대로 앞쪽으로 바짝 당겨 반듯이 놓았다. 여선은 천사가 정돈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기 자리를 되찾자마자 여선은 정리를 시작했다. 아예 걸레까지 빨아와 먼지를 닦아내고, 가족사진을 끼워둔 작은 액자도 책상 오른편에 제 쪽을 향하게 조금 비스듬히 놓았다. 업무 매뉴얼과 참고하려 둔 책 서너 권도 크기별로 정돈해 꽂아두었다.



 "오늘따라 그 편집증 성미 유난히 작열한다? 무슨 일 있어?"



 곁에서 쳐다보던 천사가 물었다. 여선은 퉁명스레 별 거 아냐, 라고 답했다. 지난밤 결재 신청해둔 서류와 그날 할 업무를 컴퓨터로 확인하고서 여선이 고개를 들었을 때, 천사는 여전히 자기 자리 옆에 기대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뭐야, 징그럽게."
 "근데 뿔난 것치곤 얼굴색이 밝아. 주변 공기도, 음 뭐랄까, 차분해진 것 같은걸."



 천사 말마따나 여선도 제 몸이 유난히 가볍다는 걸 알았다. 항상 진득하게 눌어붙어 좀처럼 떨어질 것 같지 않던 만성 피로도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여선은 곧바로 지난밤 찾아온 건방진 손님을 떠올렸다. 하지만 금세 고개를 저었다.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은 게 그 소녀 덕분일 리 없다. 정말 본인 말대로, 그 꼬마가 무슨 신이 아닌 이상에야…….



 "분명 아침에 마신 물이 좋아서야."
 "물? 무슨?"



 아침에 다녀온 약수터 물 탓이다. 여선은 애써 그렇게 믿었다. 약수라는 게 생소했는지 천사는, 여선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암튼 그건 됐어, 여선은 자리에 앉아서 천사를 바라보았다. 자기 눈 앞에 서 있는 그 성격 쾌활한 천사와, 이제 하나둘 사무실로 들어서는 동료들을, 그들 자리에서 일어서 맞는 수많은 천사들을 보았다.


 언제부턴가 여선은 서서히 자기 수호천사 외에 다른 천사들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엔 자기 동료의, 팀장님 수호천사부터 하나둘, 갑자기 땅에서 솟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여선의 눈 앞에 나타났다.



 천사들은 대개 비슷비슷한 모습이었다. 금발에, 하나같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분간하기 힘든 용모다. 여선도 얼굴 생김새만 가지고선 기껏해야 자기 천사정도만 제대로 집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들에게 '개성'이라 부를 만한 부분은 단 하나, 그들의 날개뿐이었다.



 "그 날개도, 자라는 거야?"



 여선이 천사의 작은 날개를 가리키며 물었다. 손바닥 크기 한 쌍의 날개는 너무나 새하얘 날개라기보다 마치 먼지나 거미줄이 뭉친 것처럼 보였다. 여선은 한편으론, 다른 천사들의 날개도 보았다. 어떤 날개는 땅에 끝이 닿을 정도로 길고, 어떤 건 겨우 어깨를 감쌀 수 있을 정도였다. 보통 커다란 날개일수록 색깔은 순수하게 하얀 색이기보다 회색 톤에 가깝게 퇴색했다. 물론 색이 변했다고 해서 본래 날개가 가졌던 우아함이나 신비로움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천사는 그렇지, 하면서 여선에게 동의했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얼버무렸다. 어째선지 천사는 날개 얘기는 잘 꺼내지 않았다. 혹시 콤플렉스인가? 여선이 보기에도 그녀 날개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초라해 보였다. 천사도 부끄러움을 알까? 여선은 더 이상 날개에 대해선 캐묻지 않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것은 있는 법이다. 인간이라면 그게 누구건, 어쩌면 천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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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끝~ 다시 천천히 연재 재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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