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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A creative duty

2009.06.30 08:47

팹시사이다 조회 수: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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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을 환하게 빛추는 태양이 물러가고 은은한 빛을 발하는 달이 세상을 비추는 시각. 아무리 달이 강하게 빛을 뿌려대도 태양만큼 밝게 빛날 수는 없다. 단지 조금 더 은은히 빛나는 달을 볼 수 있는 정도랄까? 그러나 지금 이 곳, 방안은 환한 빛이 뿌려지고 있었다. 컴퓨터라는 인간이 만든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기계의 빛으로 인해서...


"...내가 아니면 않된다는 건 잘 알고 있잔아."


"니가 아니라도 사람은 넘치고 넘쳤어!"


그 환한 빛 속에서 두 사람이 말을 나누고 있었다. 둘다 검은 머리에 흑안을 가진, 전형적인 동양인의 모습이었다. 한 명은 안경을 끼고 다리를 꼬운 상태로 의자에 앉아있었고, 한명은 그런 그의 뒤에 서 있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는 상당히 화가 난 듯, 얼굴을 씰룩씰룩거렸다.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얼마나 화가 났는지 그가 소리를 칠 때, 그의 이마에 핏줄이 돋고 목소리는 갈라질 듯 위태위태했다. 서 있는 남자는 그가 화를 내든 내지 않든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걸 몰라서 묻는거야..? 어쩔 수 없잖아.."


모든것을 포기한 듯한 그의 목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동정심을 넘어 짜증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이지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아니, 내가 허락못해!"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는 서 있는 남자, 이지선이라 불린 그에게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강력한 거부의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을 알고 있는지, 어떠한 재제도 가하지 않았다. 아니면 귀찮아서 가만히 있는 것 일수도 있고...


"그만하자. 어자피 내일이 되면 끝이 나 있을거야."


"실패할 확률이 무려 70%다. 아직까지 안전이 보장되지도 않았는데.. 아니, 무조건 죽으라는 거랑 같은데 왜 자꾸 이러는거야!!!"


결국 갈라지는 그의 목소리. 그러나 그가 이정도까지 했는데도 이지선이란 남자의 얼굴에는 포기못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자리잡혀있었다.


"지금의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는 나보다 니가 더 잘 알잔아, 태현아."


"..."


이지선의 말, 지금의 상태. 지금의 상태는 확실히 그로써도 어쩔 수 없는 상태였다. 이보다 더 심각해질 수는 없다는 것이 현재 이 나라의 아니, 세계 모든 나라의 처지였다. 그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기에 자신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지원하겠다는 사람이 더욱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13년. 우리가 알고지낸지도 벌써 13년인데.. 난 아직도 니녀석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무려 13년의 우정이라는 말을 꺼내는 태현. 지금의 시대에 13년이라면 과거 평생을 동거동락했던 형제만큼 가까운 사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형제만큼이나 아껴주는 사이였다. 그렇기에 태현은 지선이 하려는 일을 막으려 드는 것일 것이다.


"실패확률을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70%다. 성공확률이 반만 됬어도 내가 이렇게 반대하지는 않아. 아니, 반이라도 반대했을거야. 이게 확률로 따지는 일이냐? 생각을 해봐! 무려 차원이다. 다른 차원이 있는지도 모르는 현 시점에서 내가 너한테 이 일을 맡길 것 같아?"


차원의 이동. 그렇다. 이들이 지금 하려는 일은 차원의 이동이었다. 현재 2100년, 세계의 모든 핵기지가 기계들에게 점령당하는 일이 발생해버린 것이다.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의 두뇌로는 컴퓨터의 계산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 결국 그들은 옛날부터 행해오던 실험, 차원이동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일을 하려는 것이었다. 기계가 있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실험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다른 차원의 유,무또한 확실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이런저런 자잘한 이유로 인해 성공확률은 땅으로 곤두박질쳤고, 결국 30%라는 극악의 확률에서 실험을 강행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행할때 확률을 믿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었다. 예를 들어 로또를 사서 계산해보면 당첨될 확률은 실제 당첨확률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확률이 더욱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생각을 모르는지 자신의 친구, 이지선은 웃고 있었다.


"걱정마. 실패하면 왜 실패했는지라도 알 수 있지 않겠어? 그보다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면 정말 1:1만이라는 시간비율이 가능한거지?"


"...가능하긴해. 물론 성공했을때의 이야기지만."


1:1만. 그들이 차원을 이동했을 때의 시간비율이었다. 지구의 시간을 1로 둔다면 차원을 이동했을 때의 시간은 1만이 된다. 그렇기에 다른 차원으로 이동만 가능하다면.. 사람들을 다 그 차원으로 넘겨버리면 되는 것이다. 실패한다면 몸이 조각조각나서 소멸되겠지만...


"그럼 됬어. 난 자러갈게. 내일보자."


"어,어이! 잠깐, 기다리라고! 난 아직 너를 테스터로 말하지 않았어."


그의 한마디에 이지선은 잠시 움찔거렸다. 하지만 곧 웃으며 대답하는 그의 말은...


"않되면 내가 강제적으로라도 실행한다?후후."


라는 협박 비슷한 것이었다. 상당히 사악한 미소를 짓는 이지선. 결국 태현은 포기했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가는건 그렇다 치더라도..역시 부모님한테는 인사않할거지?"


"음."


그렇게 말하고 이지선은 방을 나갔다. 약간 쓸쓸한 그의 뒷모습을 보며 태현은 중얼거렸다.


"휴우... 성공확률을 1%라도 더 올릴려면 오늘은 밤새야겠군."


왠지 슬퍼보이는 태현의 얼굴. 하지만 부모님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미 방을 나간 그는 그 말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