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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무협 복수찬미가 #2

2009.06.01 10:22

허무공 조회 수:682 추천:2

extra_vars1 CN외전>연인을 증오하는 자의 이야기 - 연멸전戀滅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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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찬미가 #2.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을 간다' 란 말을 누가 했던가, 그 말을 한 자는 아마도 군자를 매우 싫어했다거나, 아니면 그 말이 사실이어서 군자란 족속들은 전부다 쪼잔한 녀석들일 게다.


 


..물론 나도 군자란 녀석보다 만만치 않게, 아니 그보다 더 심하게 쪼잔한 놈이긴 하지만 말이다. 대략 내가 그 빌어먹을 집안의 연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 라고는 하지만 괴롭힘당하기 싫어서 - 탈출 - 엄밀히 말해서 도망이지만 - 을 한지 대략 오년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못 먹기는 예전보다 더욱 못 먹어서 비쩍 말라있었고, 먹고살기 위해 어찌어찌 대장간에서 일을 도와준다지만 망치 하나 못드는 그런 쓸모없는 놈이었다. 하지만 언저리로 갖가지 철 제조법이라던가, 병장기 제조법 - 내가 들어간 대장간은 군 납품 전문이었다. 돈은 엄청 벌어들이면서 임금을 그렇게 짜게 줄건 뭐란 말인가! - 들을 배우긴 했다. 하지만 망치하나 제대로 들 힘도 없는 내가 만들 수 있을리 만무했다.


 


이상하게 세월이 지나면 지난 날의 감정들은 점점더 잊혀진다고 하는데 나의 마음속엔 유독 점점 더 증오감만이 깊어졌다. 그리고 간간히 들리는, 복수에 대한 그 감미로움에 대한 소식 - 나름대로 번화한 마을이라 그런 자들의 이야기가 가끔씩 들렸다. -  이 더욱 나의 마음 속에 있는 복수의 날을 무뎌지지 않게 다듬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면 절망감만이 깊어져 왔다. 힘도 없는 내가 어떻게 복수를 한단 말인가?


 


어느 날, 대장장이들의 시중 - 이게 나의 주된 업무이다 - 을 들어주던 나에게 한 도인이 찾아왔다. 아니, 나를 찾아온 것은 아니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 노인은 나를 보더니,


 


"이 녀석아, 살의를 버려라. 네 녀석 안에 잠들어 있는 살의가 너의 양분을 다 먹어 치우는구나. 가장 좋은 청부업자는 시간이다. 그 녀석에게 청부를 하려면 네가 오래 살아야겠지. 살의를 버리고 행복만을 추구하며 살거라. 그리고 네게 살의를 지운 자의 무덤에 가서 실컷 비웃어 주고 오는 게야."


 


그 노인은 분명 나를 놀린 것이 틀림 없었다. 그렇게밖에 생각이 들지 않은 난 곧바로 그 노인을 향해 달려갔지만 노인의 지팡이질 세례에 당해내질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난 그 노인에게 맞은지 삼 일만에 정신을 차렸다.


 


*                                                                   *                                                                              *


 


정신을 차린 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비참함이었다. 노인하나 이기지 못하는 내가 어떻게 그 건장한 녀석들에게 복수를 한단 말인가? 이래서야 언제쯤이나 되서 복수의 달콤함을 맛볼 것인가? 이래서는 아니 된다. 이곳에서만 박혀있어는 아니 된다. 이곳의 화기(火氣)가 나의 양분을 태우는 것이다. 대장장이들은 천성이 불의 기운을 담고 있어 괜찮겠지만 나는 불과는 전혀 상극의 기운을 담고있어 이러는 것일 게다. 그래서 난 이번엔 바다로 향했다.


 


*                                                              *                                                                           *


 


바다로 가는 도중, 나는 산 하나를 넘게 되었는데, 그 빌어먹을 나랏님이 얼마나 치세(治世)를 하지 못했는지 산적들이 바글바글하였다.


산 초입부터 나타나서 돈을 빼앗아 가더니 중턱에 이르러서는 일 년간 자신들의 시중을 들라 하였다. 만약 거절하면 저 산적들의 무식한 칼에 목이 날라갈 것 같았기에 일 년간의 세월을 목숨값으로 팔기로 했다. 그리고 그 후, 산적들은 나의 복수대상 제 이 호에 올라서게 되었다. 그래봤자 힘 하나 없는 나의 복수명단에 오른 것이지만 말이다.


 


"야이 새끼야, 뭔  힘이 그렇게 없어!? 어서 빨리빨리 들고 튀어 오란 말이야!"


어언 산적들의 산채에 들어선지 한 달이 지났을 때, 산적들은 내게 칼 한자루를 들고 자신의 영업에 동참하라고 하였다. 알고봤더니 우두머리 산적을 제외한 모두가 돈이 없어 목숨값으로 일 년의 세월을 지불한 자들이었다. 하지만 내 이후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산 초입의 산적들에게 돈을 빼앗기고도 남아도는 그런 부유한 녀석들밖에 오지 않았기에. 내가 거대한 칼을 들지도 못하고 낑낑대자 산적 - 둘째라고 불리는 자였다 - 는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내게 다가와서는 그 무식한 칼의 면으로 나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철석- 하는 소리와 함께 나의 눈에는 별이 보였고, 그 이후로 일 주일간을 누워 지내야만 했다. 그 이후로 산적들은 나를 때리진 않았지만, 둘째라는 녀석은 나를 때려서 몸져눕게 할 만큼의 죄를 지었으므로 복수명단의 제 첫번째 순위가 된 것이었다.


 


어느덧 세 달째가 되자 둘째라고 불리던 자가 산채에서 나갈 때가 되었다. 둘째 밑 - 그러니까 셋째라고 불리는 자 -는 이제 자신이 둘째가 되었다고 희희낙락함과 부러움을 동시에 표현하였고, 셋째 밑 - 그러니까 넷째, 곧 셋째가 될 자 -는 그저 부러움밖에 표시하질 않았다. 첫째가 미소를 씨익 지으며 어깨를 툭툭 치며 잘 가라고 했고, 나를 일 주일간 몸져눕게 했던 둘째는 아무말도 없이 씨익 미소를 짓고는 산의 윗쪽으로 올라갔다. 이제 가면 언제 볼 수 있을까, 다시는 못 볼 것이다.


 


나는 그 즉시 내게 산적질을 하라고 첫째가 쥐어준 작은 칼 - 여인네들이 들고 다니는 단도보다 작은, 혹은 엇비슷한, 그래도 사람은 충분히 살상할 수 있는 그런 칼- 을 들고는 둘째가 올라간 산 길로 달려갔다. 물론 칼은 잘 안보이게 숨겨둔 채였다. 달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숨이 가쁘다. 그런 날 첫째가 보았다.


 


"새끼야, 어딜 가냐? 둘째 배웅하러 가냐?"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급히 위로 올라갔다. 이 산에서의 산채는 총 다섯 개. 그 산채끼리는 서로 연관이 되어 있다. 한마디로 돈이 없다면 오 년간의 시종살이를 - 나는 이제 사년하고도 반 -  해야 한다는 거다. 이 사실을 난 우연히 알게 되었다. 물론 잡힌 자들은 전혀 모른단 소리다. 그리고 그 다섯개 산채의 총 우두머리 - 그러니까 각 산채에서 첫째라 불리는자 - 들은 형제란 말을 들었다. 고로 이 산에서 도망칠 길은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인지 나를 잡지는 않았지만, 도망을 치면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그런 상태가 된다고 하였다. 물론, 지금 도망칠 생각은 없다. 둘째였던 녀석이 산 정상까지 가기 전에 올라가야 한다. 어느덧 나름대로의 힘을 다하여 가다보니 둘재란놈의 뒷모습이 보였고, 나는 헉헉대며 그의 뒤까지 다가갔다. 이미 그 녀석은 내가 다가가기 전부터 알아챘는지 가만히 날 보고 있었다.


 


"뭐냐? 도망치는 거냐?"


 


둘째가 그 재수없는 낮짝으로 나에게 얼굴을 들이민다. 얼굴을 들이밀면 당연히 목도 따라온다. 그리고 난 손을 그의 어깨에 걸치며 숨을 몰아쉰다. 힘들다. 숨을 잘 쉴 수도 없다. 그 새끼가 다시 입을 연다. 입에서는 구린내가 난다.


 


"배웅해주는 거냐? 새끼.."


 


차라리 숨을 멈추자. 숨을 멈추고 조용히 날카로운 칼을 그 새끼의 목에 찌른다. 푸욱, 하는 소리가 느껴졌다. - 들린 것은 아니다 -


 


"흐컥!"


 


그래, 그나마 내가 제일 잘 하는것. 이 조그마한 칼을 재주있게 숨겼다가 빈틈에 푸욱. 찌르는 거지. 그걸 잊어버린 네가 잘못한 거다. 더욱 큰 잘못은 나를 때린 거고. 흐흣. 입에서 미소가 걸린다.


 


이로써 내 첫 복수가 완료되었다. 아, 그 짜릿함, 쾌감이란!


 


복수의 그 달콤함, 살인의 달콤함인가.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그 쾌감에, 복수를 했다는 그 쾌감이 나를 떨게 만들었다.


아아, 그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복수!


 


…하지만 난, 그 쾌감에 그 뒷처리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하였고, 그로인해 나는 몇칠 후, 말 그대로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로 두 달간을 있게 되었다. 물론 나에게 그런 고통을 선사해준 산적들에 대한 복수심은 증대되었을 뿐이다.


 


그 강렬한 복수심. 그리고 그 복수를 하였을 때 거기서 오는 쾌감을 생각하며 나는 참을성을 기르게 되었다.


 


 


 


 


 


///네, 내친김에 2화까지 올려버렸습니다. 혹시..이러면 안되는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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