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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야왕(夜王)

2008.09.28 15:43

거지의깨달음 조회 수:719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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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대학살 사건은 한국 역사상 통틀어 봐도 전대미문이었다. 천 여명이 하룻밤 사이에 살해당했다. 목격자도 없다. 생존다도 없다. 말없는 처참한 시체들 뿐이다.


 


 분쟁이 심한 이라크도 아닐뿐더러, 세계 모든 테러조직의 블랙리스트 1 순위에 오른 미국도 아닌 한국에서 터진 사건이라니.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세계가 당혹을 금치 못했다.


 


 CNN에서 터지는 한반도 뉴스란 북한 핵 관련 문제나 김정일 씹는 게 고작이었는데, 며칠 동안 이 사건에 대해 신나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이런 일로 South Korea를 알리게 되다니 한국 입장에선 씁쓸한 일이다.


 


 기자들은 ~이더라 성향을 띈 추측기사만 써냈다. 반미주의자가 테러를 일으켰다느니, 일본이 작정하고 다시 덤볐다느니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기사들뿐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사건 현장을 단단히 봉쇄했고, 기자회견 조차 열지 않고 있었다.


 


 경찰은 처음 겪는 황당한 사건에 어찌 대처할 줄 몰랐다. 그들은 아기를 처음 가진 부모처럼 우왕자왕 하고 있었다.


 


 처음엔 테러라고 단정 지었다. 하지만 테러의 명분이 없었고 메시지 또한 없었다.


 


 더군다나, 테러로 치부하기엔 손속이 너무 잔인했다. 동네 주민들에게 전부 원한이 있는 지 하나같이 무삭제 슬래셔 영화를 방불 캐 했다.


 


 온전하게 잠든 시체는 하나도 없었는데 전부 인간의 것이라고 부르기 민망할정도로 처참하게 분해되어 있었다.


 


 내장은 옆구리 터진 쓰레기 봉지에서 흘러나온 쓰레기처럼 어지러웠다. 주위에는 파리가 들끓었다.


 


 뼈는 흉측하게 살 밖으로 삐쳐 나왔다.


 


 동네에 숨어있던 들개들은 며칠 동안 굶주린 초원의 하이에나인양 송장의 살점을 뜯어 먹고 있어서 경찰이 사건현장을 보호하려고 했을 땐 이미 늦은 후였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경찰은 노란색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며칠 째 현장에서 떠나지 않았다.


 


 주위에는 여전히 기자들과 근처 주민들이 구경 난 듯 모여 있었다.


 


 주위 인파 속에 유난히 눈에 띄는 한 남자가 있었다.


 


 185센치미터의 훤칠한 키에 버버리 코트 속에 가려진 다리가 매우 길다. 그는 얼굴을 다 가릴 듯한 검은 보잉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유난히 오똑한 콧날이 눈에 띄었다.


 


 마치 갤러리에서 마음에 든 작품을 감상하듯, 그는 몇 분 동안 현장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주 멋진걸.


 


 그는 만족스러운 듯 히죽 웃었다. 양쪽 입고리가 위로 올라가자 보조개가 깊이 파였다.


 


 그는 인파 속에서 빠져 나오다 걸음을 멈췄다. 누군가 그의 길 앞을 막아 섰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갈아 입지 않았는지 떼가 꼬질꼬질한 승복을 걸치고 있는 스님이었다.


 


 허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범상치 않아서 더러운 승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도를 수십 년 동안 닦아온 선인(仙人)처럼 보인다고 할까?


 


 범인은 사건현장에 다시 오는 법이지.


 


 이게 누구신가? 파계승 창운이 어인 일로 여기까지 행차 하셨을 까나?


 


 곧 있으면 복날인데 뭐라도 잡아먹어야 할 거 같아서 네놈이랑 먹어 치우려고 이리 행차했지. 헐헐.


 


 어찌보면 정다운 친구들끼리 나눌 수 있는 선문답처럼 보이지만 말과는 달리 둘 사이에서 오가는 살기는 북극한설 보다 차가웠다.


 


 워워. 오랜만에 만났는데 진정 하지 그래? 살기가 너무 강해서 부끄럽잖아.


 


 선글라스의 남자는 아까부터 연신 얼굴에 웃음을 달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음산한 기운을 흘리는 웃음이다. 몸에 가득찬 음흉함을 담배연기처럼 그윽하게 내뱉는 것 같았다.


 


 스님 앞에서 부끄러움을 타다니 이런 변태를 봤나?


 


 오가는 대화가 유치하기 짝이 없었지만 상대방이 툭 내뱉으면 그도 지기 싫어서 농담을 툭 내뱉는 데 그것이 끝이 없었다.


 


 수 천년 살다 보니 맛이 다향해졌어. 당신도 몇 세기 더 살다 보면 날 이해하게 될거야.


 


 20대로 밖에 안 보이는데 무슨 황당한 소리냐며 따질 수 있겠지만 창운은 그렇지 않았다. 그 역시 1세기 넘게 살아온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 자다. 그리고 대치하고 있는 이놈은 상급 흡혈귀 답게 나이도 아주 많이 쳐드셨다.


 


 그에게는 창운의 긴 삶조차 짧은 찰나의 순간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흡혈귀 주제에 낮에 싸돌아 다니다니. 소문대로 품위에 떨어지는 행동만 골라서 하는구나.


 


 너무 눈부셔서 선글라스까지 썼는데..


 


 순간 창운의 손이 길어진 듯 했다. 소맷자락에서 손이 순식간에 뻗어가더니 그의 선글라스를 낚아챘다. 그들 사이엔 약 2미터 정도 거리가 있었는데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창운은 어깨를 한 번 들썩거리며 낚아챈 선글라스를 썼다.


 


 명품인데? 아주 좋.


 


 창운의 말이 마치기도 전에 선글라스가 원래 주인에게로 돌아가 있었다. 창운보다 더욱 빠른 스피드로 선글라스를 집어 챈 것이다.


 


 아무리 파계승라고 해도 스님에겐 선글라스는 안 어울리지.


 


 이놈 더욱 강해졌군!


 


 창운은 속으로 내심 감탄했다. 수십 년 전에 만났을 때 보다 더욱 강해졌다. 수천 년 동안 살아왔으면서 아직도 강해질 수있는가?


 


 놈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이미 처음부터 미친놈인지라 오랜 삶 속에서도 권태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이 조용하다면 사건을 만들면 되는 거였다.


 


 창운은 그렇게 생각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바람이 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승복자락이 펄럭인다.


 


 애들 놀이 그만하고 어른들답게 놀아 볼까?


 


 나도 그렇고 싶지만.내가 한 번 놀면 너무 많이 다쳐. 안 보여?


 


 그는 손짓으로 사건현장을 가리켰다.


 


 집들이 불에 타버려 모두 폴싹 내려앚아 버린 것이 민둥산이 따로 없었다.


 


 자고로 사냥감이 난폭할수록 성취감은 그에 비례하는 법이지.


 


 그는 웃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음부턴 말하기 전에 적어도 세 번은 생각하라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나가던 여자 아이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아이는 깜짝 놀라 그만 울음을 터트렸고 옆에 있던 아이의 아빠는 당황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짓이야! 당신 미쳤어? 얼른 내려놓지 못해?


 


 그는 귀찮다는 듯 다른 한 손으로 용조(龍爪)를 취한 뒤, 아이 아빠를 향해 뻗쳤다.


 


 부드득!


 


 실로 빠른 공격이라 피할 겨를도 없었다. 살을 헤집고 들어간 손은 갈비뼈를 부러트렸다.


 


 아악!


 


 상대는 개거품을 물고 의식을 잃어버렸지만 그는 아직 모자란 듯 멈추지 않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헤집고 들어간 손을 그대로 위로 쳐올리자 어깨가 절단되면서 상체의 삼분의 일이 잘려나갔다. 어깨 부분부터 옆구리까지 몸에서 떨어졌다. 몸에 흐르던 피는 솟구치고 내장은 바닥에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불과 몇 초 만에 사람 한 명을 분리시켰다.


 


 창운이 이를 부드득 갈며 달려들려고 하자, 그는 아이를 잡고 있는 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아이는 이미 혼절한 상태였다. 하긴 부모가 눈 앞에서 살해당했는 데 어떤 아이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차 하고 깜빡 잊어 버린 모양인데당신이 초래한 결과야.


 


 창운은 아이의 존재 때문에 주춤거렸다. 아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그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크윽!


 


 쓸데없이 당신과 붙어서 기껏 축적해왔던 힘을 소모하고 싶진 않군.


 


 분명 둘이 붙으면 한 명이 죽기 전 까진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수천 년 동안 살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자만하지 않는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야성의 본능 때문이리라.


 


 창운에게 패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피를 흘리지 않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흡혈귀는 다른 마물들과 달리 누적된 피의 양에 따라 힘의 차이가 갈린다. 물론 전투에서는 경험이나 다른 변칙적인 것들이 영향을 끼칠 수 있겠지만 오직 순수 힘만을 따지고 볼 땐 흡혈양이 우선 순위였다.


 


 대사를 앞두고 이런 곳에서 노닥거릴 순 없지.


 


 난 이만 바쁜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군.


 


 그는 그리 말하며 아이를 짐짝 다루듯이 차도로 냅다 던져 버렸다.


 


 달려오던 차는 아이를 보고 경적을 울렸지만 혼절한 상태라 들리지 않았다. 지금 브레이크를 밟아도 곧 충동할 것만 같았다.


 


 제기랄!


 


 스님은 차와 아이 사이로 순식간에 뛰어들더니 급한 대로 차에 장력(掌力)을 뿜었다.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며 눈을 질끈 감았지만 차는 거짓말처럼 멈춰 서는 게 아닌가?


 


 자동차의 본네뜨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거기에 창운의 손바닥 자국이 깊게 파여 있었다.


 


 운전석에서 앉아 있던 남자는 벙 찐 얼굴로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정작 장본인은 태연한 얼굴을 한 채 운전자의 안부를 물었다.


 


 젊은이, 어디 다친 덴 없는가?


 


 젊은 청년은 그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창운은 보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창운이 쫓던 사내는 이미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버렸다.


 


 어둠이 없는 낮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는 거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항상 한 발짝 느린 경찰은 이제서야 나타났다.


 


 스님, 번거롭겠지만 서에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난 번거로운 일은 질색인데 말이지.


 


 창운은 휘앙찬란한 대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


 


 나도 모르겠수다!


 


 창운은 일이 귀찮게 꼬여가니 얼른 자리를 떠야겠다 싶어서 냅다 건물 위로 뛰어 올랐다. 한 번의 도약으로 20미터 족히 되는 높이를 뛰어넘었다. 그는 다른 건물로 옮겨가면서 멀어져 갔다.


 


 마치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처럼 건물을 뛰어넘는 모습에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뭐야 저건?


 


 경찰은 스님을 보고 놀란 것도 잠시 여기 처참하게 도륙된 시체부터 수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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