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이계일주 전장:맴도는 자

2008.05.11 09:27

드로덴 조회 수:719

extra_vars1 소년의 귀가 
extra_vars2
extra_vars3 132956-4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젠장...하나도 모르겠네.'


 


잔뜩 찌푸려진 눈살과 앞으로 굽은 허리, 바짝 들려있는 양 어깨는 누가봐도 그가 한참 공부중인 학생이라는것을 여실히 증명하는것이었다. 불안한것인지 마음이 급해서인지 그의 손가락들은 계속 움직이며 딱딱거리는 소리를 냈으나 오른손에 쥔 샤프는 선하나조차 긋지를 못했다. 낭패다. 아무리 눈에 불을켜고 칠판을 쳐다보고 집에서 동일 유형의 문제를 풀며 암기를 해도 하루가 지나면 하나도 기억나질 않는것. 학생에게 있어선 가히 저주받은 기억력이었다. 흰 종이 위에 쓰여진 글자들에 이리도 꼼짝못하는것이 인간이었던가. 그를 안쓰럽다는듯이 뒤에서 내려다보던 원장은 시계를 보았다. 불쌍하게도 시간 다 됐다.


 


"그만-다 못한 사람은 손들고 다 한사람은 뒤에서부터 앞으로 내."


 


'이런 님이...'


 


원장의 그 한마디는 채찍처럼 소년을 때렸으나, 옛날에 지쳐버려 움직일 생각조차 못하는 그의 두뇌는 이제 채찍질이 아닌 몽둥이질로도 깨어날것같지않았다. 뒤에서 거침없이 밀려오는 시험지들. 하지만 그는 몇문제 풀어보지도 못한채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것이다. 하필이면 원장이 수학선생을 겸하고 있는지라 문제를 못푸는데에 대한 일종의 창피함은 더했다. 안되는걸 가지고 오기부리는것도 뭣해서라고할까, 그는 뒤에서 오는 시험지를 바로받아 자신의 것을 끼워넣고 앞으로 냈다. 시험이 며칠 안남았는데 이모양이라니, 최악이었다.


 


'젠장..목검으로 쳐맞게 생겼다..'


 


평소행실이 게으른지라 그는 본인 의사대로 학원을 정했다. 패는학원으로.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학원은 몇안되지만 인지도가 낮을뿐 대학은 잘보냈댄다. 하지만 앞의 그 대학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보다는 팬다는 이야기가 더 솔깃했다. 물론 이런곳엔 자기처럼 게으르거나 귀챠니즘인 녀석들이 많겠지만, 인사불성이거나 구제불능인것도 있을테니 다니기에 약간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자기 성격을 잘 이해하고있다고 생각했기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맞는것때문에라도 열심히 하는건 맞았다만, 한가지 문제가 더있었다. 자기보다 더 늦게 들어온 녀석보다도 성적이 안나온다는 절망적인 문제였다. 결국 시험이 임박해옴에 따라 조급함보단 열등감이 그의 마음을 더 오그려쥐었고, 이젠 이꼴이 났다.


 


 


"썅..막장이다...막장이야..."


 


열두시 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에겐 좀 늦은시간이었지만 고등학생인 자신에겐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핸드폰을 꺼내 아들래미 왔수다- 하고 문자를 보내려던 그는 그만 풉, 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 나이 쳐먹고서도 아직 부모님하고 이런문자를 하고있나. 마마보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어렸다. 씁쓸하기 그지없는 상념들. 음울해진 마음에 그는 자기도 모르게 평소와는 다른길로 들어섰다. 평소에 잘 돌아다니질 않아서인지 눈에 익은듯 안익은듯한 밤의 풍경은 위화감이 들었다. 기껏해야 가로등과 주택과 쓰레기더미 몇개의 조합일뿐인데 어째서 이리도 달라보이는건지. 땅에 구멍이 뚫리도록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길은 앞뒤로 길게 뻗어서 좌우로 길이라곤 없었다. 영화에서 나오던것처럼 뒤에서 엄청난 크기의 바위가 굴러오기라도 한다면 꼼짝없이 죽겠지. 평소하던 잡생각에 또다시 빠져들다보니 그는 자기가 다시 걷고있다는것도 몰랐다. 그 지독한 늪에서 허우적거려 겨우 제정신을 차렸을적엔 완전히 '새벽 한시의 미아' 꼴이 되어있었다.


 


'여긴 대체 어디야..? 이런 곳이 우리 동네..아니, 이 근처에 있었던가.'


 


 너무 폐쇄적으로 돌아다닌탓에 길치가 되어버려서 조금만 낯선길로 들어서도 헤메는 판에 이건 완전 낭패였다. 거기다가 깨진건지 어쨌는지 불도 안들어오는 가로등때문에 주위는 꽤나 음침하게보였다. 어쩌다가 이런델 왔는지. 시간이 늦었는데 집에선 연락도 취하질 않는다. 멋지군, 꼭 이럴때 먼저 잠자리에 들다니. 뒤로 돌아가면 본데가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왔던길을 되돌아갔으나 일자로 쭉뻗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당최 끝나질 않았다. 이쯤되니 그는 불안해진 마음을 추스르기위해 잡생각을 하지않을수없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사람들이 말하는 이세계로의 실종? 정말 그렇다면 돌아갈지 못돌아갈지 알수없겠구만. 하지만 그것보다 뭐야, 이렇게 늦은시간에 사라져버리면 집에 돌아가봤자 욕만 얻어먹을테고. 이렇게 될줄알았으면 진작에 핸드폰문자를 보냈지. 그러고보니 나 왜 핸드폰을 안꺼내고 있었던거지? 바보인가, 나.'


 


자기가 살던 동네에서 길 잃어먹는게 더 바보아닌가? 일반적인 논리같은건 이미 머리에서 떠난지 오래였다. 자기가 처한 이 말도안되는 상황부터가 당최 일반적이지가 않으니 뭔 생각을 해도 이상할게 없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야한 상상은 안된다고 혼자 망상의 우주속을 유영하고 있었지만. 핸드폰이 미묘하게 뜨듯하게 느껴졌다. 한참동안이나 바지주머니속에 들어있어서일까.


 


'..아냐, 뭔가 다른데. 핸드폰이 따듯한게 아닌데..?'


 


이상한 기분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 둘러보려했다. 그러나 정말 말도 안되는 엿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어떻게 가로등 하나, 집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빛조차도, 아까까지만 해도 떠있던 달빛조차 없단말인가! 자기가 손에 집어든 핸드폰도 있다고 손가락으로 느낄뿐이지 보이진 않았다.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 이렇게 새까만 풍경은 17년 인생 최초였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빛이 있다는것을 그 정신없는 와중에 기억해낸 그는 서둘러서 핸드폰을 밀어올렸다. 스크린에서 빛이 나옴과 동시에 자신의 몸이 비쳤다. 이제 안심이다. 이걸로라도 어떻게든 주위를 볼수있다. 그러나 그런 안도와 함께 스크린을 앞쪽으로 돌린 그는 비명을 지르고말았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악!!!!"


 


갑자기 눈앞에 늑대의 얼굴이 떡 하니 이빨을 드러낸채 자리하고 있다면 누군들 안놀랄까. 늑대가 아니라 닭대가리를 놔둬도 분명 놀랄것이다. 어째서 이런데에 늑대가? 그런 한가한 의문을 품을때가 아니었다. 동물의 눈, 동물의 이빨, 동물의 가죽. 1미터도 채 안되는 가까운거리에서 늑대가 자신을 마주보고있다. 대체 무엇이 어떻게되면 새벽 한시에 자기동네에서 길을 잃고 빛이 하나도없는 거리에서 늑대와 근거리에서 대치한단 말인가. 어이없음의 극치였다. 되려 이 위험한 상황에서 비명을 지른데에 대한 쪽팔림을 느끼고있으니, 어째보면 참 마음편한 남자였다.


 


'....'


 


그는 최대한 긴장한채로 뒤로 물러섰다. 왜 이런데에 늑대가 있는지 그따위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것보단 살아남아야했다. 핸드폰에서 나오는 빛으로 그것과의 거리를 가늠할뿐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겨를은 없었다. 늑대는 네발을 꼿꼿이 땅에 딛은채 숨소리조차 없이 그를 응시했다. 움직임은 없었다. 도망치는것을 막으려는것 같진 않았다. 그럼 그냥 계속 도망치면 될것을 그는 괜시리 의문을 품는것이었다.


 


'이런데에 어째서 늑대가 있냐...같은건 이미 옛날에 잊어버렸고. 왜 늑대가 사람을 보고도 공격하지 않지? 물론 공격해오면 난 X되는거지만..그래도 이상하다.'


 


문득 그는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말을 걸어보면 어떻게 될까, 하고.


 


진짜 바보라서인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그는 그걸 진짜로 실행에 옮겨버렸다.


 


"...야."


 


"도망가지 않을거요?"


 


'.....................'


 


얼처구니없는 만남의 시작은 이랬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36 [아.들.이]죽은자의 노스텔지아 [8] 크리켓≪GURY≫ 2008.03.15 725
3435 Synthesis War 하노나 2008.11.03 724
3434 이계일주 전장:맴도는 자 [1] 드로덴 2008.06.09 722
3433 [3] file [모비딕] 2007.05.23 719
3432 § Last Soul § 일렌 2007.10.09 719
» 이계일주 전장:맴도는 자 [3] 드로덴 2008.05.11 719
3430 야왕(夜王) [3] 거지의깨달음 2008.09.28 719
3429 Synthesis War 하노나 2008.10.18 718
3428 이계일주 전장:맴도는 자 드로덴 2008.06.19 716
3427 리 라그나뢰크 하하君 2008.08.16 716
3426 야왕(夜王) 거지의깨달음 2009.01.20 716
3425 Synthesis War 하노나 2009.01.22 716
3424 사건 [7] 검은독수리 2007.07.10 715
3423 세계의 축 [5] 드로덴 2008.01.20 714
3422 Synthesis War 하노나 2008.11.03 714
3421 19禁 The Magic 1부 Rei 2009.02.12 714
3420 눈 부신 태양 아래 해바라기 클레유아 2007.07.08 712
3419 패러디를 다 알면 용자다! 소설 [2] 백치 2008.08.23 711
3418 이계일주 전장:맴도는 자 [1] 드로덴 2008.08.14 709
3417 용족전쟁#1 [4] file 비너스뽕브라 2009.07.30 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