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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아.들.이]죽은자의 노스텔지아

2008.03.15 11:10

크리켓≪GURY≫ 조회 수:725 추천:4

extra_vars1 아나스타샤가 들려주는 이야기1 - 죽은자의 노스텔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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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보소, 305번 버스는 끊겼소."


 


 산골지역에 위치한 작은 버스정류소에 긴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와 할아버지가 서있었다. 그곳은 뒤로는 작은 언덕, 앞에는 산이 위치하여 그저 보기엔 평화롭고 자연스러움이 물신 풍기는 곳이었지만 버스정류장 만큼은 새롭게 만들어져 이질감과 거리감이 느껴졌다. 남자는 조용히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언제 끊겼습니까?"


 


 "글씨... 아마 3~4년 됬나 보오."


 


 남자는 조용히 침묵하며 버스 정류소에 있는 긴 벤치에 앉았다. 정말로 버스 표지판엔 305번은 없었고 109번 버스 하나만 있었다. 할아버지는 표지판을 보더니 남자가 들으라는 듯이 말하였다.


 


 "옛날에 말이여, 그 305번 버스가 있을 때 말이여. 지금 다니는 109번 버스랑은 약간 다른 길로 갔었제."


 


 남자는 할아버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할아버지는 손가락을 들어 정확히 알 수 없는 지점을 향해 뻗었다.


 


 "지금 버스는 기냥 길대로 쭈욱 가지만 말이여, 그때는 저쭉, 길도 잘 안비는 곳으로 갔제. 어쨋든 저 길만 지나면 다시 만나니 말이여."


 


 "그렇군요. 3~4년 전이라..."


 


 할아버지는 남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 색으로 된 옷을 입고 있었다. 조금이라 하기엔 많이 더운 날씨. 매미도 남자를 보며 더워서 울었다.


 


 "이보소, 거 안덥소?"


 


 남자는 고개를 살짝 들더니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을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그저 멍한 곳을 응시하며 말하였다.


 


 "저는 그저 오한에 떨 뿐입니다."


 


 "허참. 그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지 뭔."


 


 그리고는 남자와 할아버지 둘 다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남자가 먼저 할아버지에게 말을 하였다.


 


 "305번 버스가 왜 없어졌습니까?"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매미 울음소리를 덮을 정도였다. 매미도 남자가 싫어 나무를 떠났다. 이제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고요만이 남았다.


 


 "사고가 있었제."


 


 "사고..."


 


 "그기... 아마 추락 사고였을기라."


 


 그리고는 남자를 지나 가더니 손가락으로 아까 가리켰던 산의 밑을 가리켰다. 남자는 조용히 할아버지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저기쯤이었을거요. 아마 브래끼 고장이었제? 참 안댔지뭐."


 


 "꽤 많이 죽었을 것 같군요."


 


 "암만. 타고 있던 사람들은 다 죽었제. 그 중에 막 신혼 끝나고 부모 만나러 가던 신랑신부도 있었다는 구먼. 어휴, 안타깝제."


 


 하늘이 조금 어둑어둑 해졌다. 비가 내릴것 같지는 않았으나 바람은 조금씩 불었다. 버스 정류장 주위는 고요했으나 사고를 당했다는 그 곳은 매미가 울고있었다.


 


 "그들의 시체는 찾았습니까?"


 


 "어? 조금 알고 있나보구먼. 못찾았제. 특히 신부는 어데로 갔는지 통 보이질 않더구 하더만."


 


 할아버지는 바로 뒤쪽에 있는 작은 언덕쪽으로 올라가며 계속해서 말을 했다.


 


 "나가 신랑이라면 말이여. 신부 찾기전엔 절대 저승안갈거제."


 


 "귀신이라도 되라는 말입니까?"


 


 할아버지는 오르다가 말고는 허허 하면 웃었다.


 


 "젊은이 참 재밌소. 신부는 어째 죽은 것 같소만, 신랑은 왠지 죽지 않은 것 같소."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할아버지는 언덕을 올라가지 않고 다시 내려왔다. 그 사이 할아버지의 바지가랑이엔 흙이 묻어있었다.


 


 "병원에 실려가서 식물인간인지 뭔지가 됬다는 구먼. 그기 기냥 죽은기나 다름없지먼서도, 죽지는 않은거 아니여?"


 


 남자는 일어나서 언덕을 올랐다. 언덕을 오르니 저 밑쪽으로 버스가 하나 오는 것이 보였다. 4시간 마다 하나씩 오는 버스, 109번이었다.


 


 "할아버지께선 어디 가십니까?"


 


 "나? 머 기냥 먼저간 할멈 만나러 가제. 보통 이 늙은 남자가 죽어야 하는 건데 말이여..."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 목소리는 천천히 갈라졌다. 남자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둑어둑한 하늘은 폭풍이라도 몰아칠듯한 기세로 바람이 불었다.


 


 "그 때... 참 좋았제. 쯧, 이보게 젊은이, 장가는 갔는가? 안갔다면 퍼뜩 가게. 나도 할멈 잃고 알았지."


 


 "글쎄요... 저도 갈지 안갈지 모르겠습니다."


 


 할아버지는 어느세 남자를 따라 언덕에 올라와 있었다. 할아버지는 다가오는 버스를 보며 남자에게 말하였다.


 


 "젊은인 어디로 가는가?"


 


 "그저 이곳 저곳 갑니다."


 


 "젊음이란게 좋은가 보구먼. 내 자네 나이때도 그랬으면 좋았을 걸."


 


 "후회한다고 이미 간 것이 돌아오는게 아니죠."


 


 "그려, 그려. 나도 이제 이러니 다음 생에라도 기대해야 것지."


 


 남자와 할아버지는 언덕을 내려와 버스 정류장에 섰다. 남자와 할아버지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눈에서는 슬픔과 한탄이 묻어있었고 할아버지의 눈에는 그리움과 향수가 묻어났다.


 


 "사자使者는 가야제."


 


 "예."


 


 버스의 불빛이 천천히 버스 정류장을 향해 비추며 다가왔다. 버스 안에는 텅비어 있었고 초록 글씨로 109번이라 적혀있었다. 버스 기사는 아무런 표정 없이 무관심하게 운전하고 있었고 정류장에 가까워지자 천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였다. 버스는 정확히 멈춰서더니 꽤나 길게 마찰음을 내며 자동문을 열었다. 그리고 조용하게 침묵하였다.


 


 "안 탈거요?"


 


 기사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남자를 보며 말하였다. 남자는 묵묵히 걸어가 버스에 오르고 자리에 앉았다. 버스 기사는 무성의 하게 팔을 휘두르더니 기계음과 함께 문이 닫혔다.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가 있었다. 109번이라 적힌 버스는 이 산으로 둘러 쌓인 곳에서 하나의 불청객과 같았다. 버스는 조용히 툴툴 거리며 매연을 뿜었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산골지역의 하나뿐인 버스 정류장에는 고요함이 찾아왔다. 어느세 매미가 돌아와 맴맴 울기 시작하였고 버스 정류장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자연속에서 하나의 이질감으로 처박혀 있었다.


 


 버스가 가는 곳을 향해 매미는 울었다. 유난히 애처롭게 울었다. 버스는 길을 따라 갔고 지워지고 닳아 없어진 옛 길 쪽엔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사고가 났다며 슬픔과 처절함이 묻어나는 그 산의 중간쯤에 2개의 무덤이 있었다. 무덤에 핀 나팔꽃은 그 나팔꽃의 이야기 처럼 슬프게 남은 하나의 꽃잎을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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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 크리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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