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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The Daybreak

2009.08.22 11:17

RainShower 조회 수:651 추천:3

extra_vars1 ~ notturno For FALL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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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태양과 달 그리고


 


+   +   +


 


"안녕...."


 


들린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냥 지나친거겠지.



그래서 내 입은 움직여 대꾸하지 않은거겠지.


 


"안녕... 안녕.... 안녕....."


 


 투명한 장벽인것일까. 보이지만, 들린다고 생각되지만, 아무것도 없다. 나의 긴 머리가 귀를 덮고 눈을 덮어서 인가. 모든 것은 나와 격리되어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그림자는 내 주변에서 점점 사라진다.


 


 모두가 나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그것은 너무하다 싶은 정도로 빠르게 내앞에서 모습을 감춘다. 그렇게 남겨진건 위태하게 서있는 나의 그림자. 왜 모두 나에게서 멀어져만 가는 거지.



  어째서... 도망치기만 하는 거냐고...?


 


 순간 동공이 크게 열린다. 한참을 괴로워하던 가슴을 뚫는 차가운 유리조각.
그 투명한 아픔이 나의 몸을 산산조각 내버린다.


 


 


+   +   +


 


 


"아..."


 


 점심시간 이후의 수업은 나에게 있어 쥐약이나 다름없었다.


 눈을 부릅뜨고 칠판을 보고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정신을 놓아버린것이다. 다행히 선생에게는 걸리지 않은 모양이다. 존재감이 없다는 건, 나름대로 편리하다.


 


 딩동댕동~


 


 꽤 오랫동안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종소리와 함께 칼같이 수업을 끊고 나가는 선생. 그리고 씨끄러워지는 교실. 마치 부글부글 끓던 용암이 분출된 것처럼...


 


 쉬는 시간이 되었다고 해서 나에게 특별한 볼일은 없었다. 고작해야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하러 가는 것뿐. 지금은 그마저도 없었다. 그저 언제나처럼 멍하게 창문밖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은 그런 나를 너무도 해맑게 비웃는다. 그것이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있는거겠지. 사실, 내가 고개를 돌리지 않는 이유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이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요즘들어 그리 오랫동한 하늘을 바라볼 수가 없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기어올라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곤 한다. 머리가 약간 지끈거리기도 하고, 평소에 빈혈은 있어지만 두통같은 건 없었는데... 그리고 자꾸만 가슴이 쿵쾅쿵쾅거려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어찌보면 설레임같기도 하고 또 어찌보면 두려움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느낌.


 


 오늘도 하늘을 보고있자니 그 미묘한 감각에 금세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안녕!.. 사인아..."



"여.. 또 궁상맞게 앉아 있구만?"


 


 내가 고개를 돌리기를 기다리고 있던것일까? 내 앞에는 친구인 기진이와 소혜가 나란히 서있었다. 보통 친구가 아닌, 그야말로 죽마고우나 다름없는 그런 친구들이다. 기진이는 유치원 다니기 전 시절부터 알고 지냈고, 소혜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니, 죽마고우라고 불러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지금은, 이 학교에서 내이름을 부르는 유일한 두사람이다. 매일같이 쉬는시간에 2~3번씩은 찾아와 여러모로 나를 귀찮게 만든다. 가끔은 심심풀이도 되지만...
 오늘 오전에는 잠잠하더니, 오후가 되서야 얼굴을 처음 내비친다. 오자마자 기진이는 내 멍한 모습을 가지고 혀를 차며 나무란다. 하지만 그런 말에 발끈하거나, 행동을 고치는 내가 아니다.


 


"무슨 일이야?"


 


 나는 그 둘을 보며 짧게 말했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나를 보며 기진이는 질려버렸다는 표정을 짓는다. 옆에 서있는 소혜도 억지미소를 짓는다.


 


"윽.. 왠 일이긴! 네 녀석이 이렇게 궁상떨줄 알고 온거지. 게다가 요새 학교에 떠도는 아주아주 흥미로운 소문까지 입수했다고! 어때? 구미가 당기지?"


 


"별로."


 


 또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할 모양이다. 이런건 뿌리부터 잘라버려야 덜 시끄럽다.


"쳇.. 나름대로 생각해줘서 왔건만...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기진은 체념했다는 듯이 내 책상위에 걸터 앉았다. 소혜는 그저 그 자리에 계속 서있을뿐이었다. 그게 그들의 일상이었다. 매일마다 와서는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가 사라진다. 뭐, 나야 언제나 참견하지않고 가만히 듣는 쪽에 불과하지만...


 


"그럼 소혜한테나 말해줄까?"


 


 불쌍한 소혜. 기진이에게 또 시달리겠구나.


 


"뭔데? 요즘에 학교에 무슨 소문? 난 전혀 들은거 없는데?"


 


 소혜는 곰곰히 생각하는 척하다가 금세 모르겠다고 백기를 든다.


 


"후후. 바로 우리 학교 운동장에서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지!"


 


 기진이 녀석, 역시나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한다. 지금이 도대체 어느때인데 그런 고대유물같은 괴담을 꺼내려는건지.. 귀신이란 소리만 들어도 쾌쾌묵은 냄새가 풍기는 것같다.


 


"아니. 못들어봤는데."


 


 소혜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어째 소혜의 상태를 보니 별로 듣기 싫은 표정이다. 어릴적부터 무서운 것에 매우 민감했던 소혜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애써 아닌척 하고 평범을 가장하고 있다는게 눈에 뻔히 보인다.


 


"그게... 너 6반에 다경이 알지?"


 


"아! 도서관 관리? 그 애가 뭘?"


 


 소혜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두번 끄덕인다. 그 애라면 나도 알고 있다. 1학년때는 자주 도서관을 갔었는데, 그때 항상 도서관을 지키고 있던 여자애였다. 생긴건 밖에서 놀것같은 분위기여서, 도서관에 있던게 항상 어색하게 느껴진 애였다.


 


"걔가 한달전쯤에, 야자끝나고 도서관문을 잠그려고 도서관엘 가서, 창문이 잘 잠겨있나 확인하는데 운동장에서 하얀소복을 입은 귀신을 보았대."


 


 어디서나 떠도는 소문에 불과할 이야기를 시작하는 기진이. 그게 그렇게 소란스럽고 놀랍고 흥미로운 소문인가? 슬슬 이야기의 시동을 걸 모양인지 기진이의 눈은 수상스럽게 반짝인다.


 


"그래서?"


 


 아무리 겁많은 소혜도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에 아무런 반응없이 되묻는다.


 


"그리고 그 귀신을 요즘 한달사이에 5번이나 똑같은 자리에서 봤다는거지. 또 열흘전에 1반에 상한이도 운동장에서 귀신을 봤어. 야자시간에 잠깐 창문으로 봤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졌대."


 


 역시나 긴장감 없는 이야기를 기진이는 혼자 신나서 줄줄 풀어간다.


 


"잘못 본거 아니야? 봐, 조회대에 있는 태극기를 보고 착각할 수도 있고, 나무에 걸린 하얀 비닐봉지일 수도 있잖아?"


 


 흔히 잘못 볼 수 있는 대상들을 말하며 단순한 착각이라고 반문하는 소혜.


 


"글쎄, 그 귀신을 봤다는 사람이 그 두사람뿐이 아니라니까. 난 벌써 이 '귀신사건'을 보름전부터 직접 찾아디면서 알아보고 이야기하는거야. 분명 니가 말한 봉지나, 태극기는 아니야. 무려 목격자가 8명이나 있는걸? 1학년 3반에 성미은, 김은수 1학년 8반에 신솔미, 2학년 1반에 차성한, 3반에 서진, 배현우, 박미담, 6반에 임다경까지! 목격자들은 하나같이 요근래 한달간 흰옷을 입은 귀신을 봤고, 또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도 봤대. 그런데 정말 그게 태극기나, 비닐봉지일까? 비닐봉지가 그렇게 많이 날아다녀?"


 


 처음과 다르게 기진이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보다 더 놀라운건 계획성과 성실함을 달나라로 보낸 기진이가 보름전부터 그 귀찮은 짓을 했다는 것이다.



평소에 모습과는 180% 뒤집어진 모습이 약간 의외라고나 할까...


 


"그,그런가....? 그래서 그 귀신은 뭔데?"


 


 소혜는 기진이의 증거와 진지함에 눌려 귀신이야기를 반쯤은 믿어버린 모양이다. 슬슬 표정에 두려움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엔 '실종 사건'이랑 관련이 있다고 봐"


 


'인양시 연속 실종 사건'


 


 Tv를 안보는 나조차도 알정도로 유명한 이 사건은 약 1달전인가 한 회사원이 실종되고 부터 최근까지 6명이 실종된 사건이다. 사람의 소행인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증거가 없고, 실종현장을 목격한 사람들도 없다. 그 덕에 인양시는 평소보다 더욱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고,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도 생겨났다.



 경찰들도 아무런 단서가 나오질 않다보니, 그저 방송에 실종자들의 사진을 연일 방송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다.


 


"벌써 6명이나 사라졌는데, 아무런 흔적조차 남지 않았잖아. 사람의 짓이라면 분명 여태까지 조그만한 증거라도 남아야할텐데, 그게 아니잖아? 정체도 모르고, 사람만 감쪽같이 잡아간다면... 그건 귀신이잖아. 귀신!"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하기에 딱 알맞은 사건이긴 한데.. 갑작스럽게 우리학교에 나타난 귀신이랑, 그 실종사건이랑 무슨관련이 있다고 무작정 갖다붙여. 뭐, 정말로 사건이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해서 일어났다고 치면, 학교에 나타났다던 귀신이 범인이 될 수도 있지만.....


 


세상에 귀신이 어디있어..


 


"하,하지만.. 왜 그 귀신이 우리 학교운동장에 나타나는건데? 이상하잖아..?"


 


소혜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궁금한 걸 참지 못했는지 되묻는다.


 


"그건 말이지... 이건 순전히 내 추측인데.. 그 귀신은 사람들을 잡아먹고 남은 시체를 우리학교 운동장에 묻고 있는거야.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지는 이유는 바로 시체만 묻고 바로 가버리기 때문이지!"


 


 전혀 연관성 없는 사건이 서로 이어지는 상황을 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일이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과대망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그 사건들이 저런식으로 이어지지?


 


"그,그만하자. 그런 기분 나쁜이야기.. 다 니 생각일뿐이잖아?"


 


완벽하게 공포에 사로잡힌 소혜는 이야기를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듯 양쪽 귀를 두손으로 가린다. 하지만 한번 시작해버린 기진이는 절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분명 그 운동장 한가운데에 무언가 있는게 분명해. 너 5일전에 체육시간에 축구하다가 다리가 부러져 입원한 애가 있다는거 알고있지?"


 


그거라면 나도 아는게 조금은 있다. 창밖을 보는게 내 학교생활의 전부니까. 확실히 그날 7교시쯤이었지. 운동장에서 큰소란이 있었는데, 그게 그건가.


 


소혜는 결사의 의지로 고개를 마구 흔들며 귀를 가린 양손에 힘을 더 준다. 그런 애처로운 발악은 기진이의 반짝이는 눈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은 모양이다.


 


"7반에 영훈인데. 걔가 넘어진데가 바로 귀신이 나타난다는 운동장의 한부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거지! 그것도 무언가 둔탁한게 다리를 걸어서 넘어졌......"


 


퍽!


 


눈치채고 말리려고 할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소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인지, 번개같은 속도로 기진이의 복부에 강펀치를 날려버린 것이다. 그러게 그만하라고 할때 그만하지.


 


"그럼, 사인아 나중에 다시 올께."


 


소혜는 손을 대충 흔들고는 배를 붙잡고 징징거리는 기진이를 끌고 교실을 나가버렸다.


정말 깔끔한 뒤처리였지만...


 


 


교실에 있던 아이들의 시선까지는 무리였던것 같다.


 


 


+   +   +   +   +   +


 


 


안녕하세요. 염치불구하고 잠시 돌아왔습니다.


이유인 즉.. Daybreak를 어찌되었는 끝을 냈기에..


 


이곳에서 처음 썼던 글, 처음 시작했던 글이니


여기서 끝을 내는게 맞다고 제멋대로 생각해서


 


처음부터 쭉 다 올려볼려고 합니다.


 


부디 좋게 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