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흑백의 거울-레이 편 <프롤로그>
2008.12.2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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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슨 예기를 해줄까, 레이?"
들판에 앉은 두 명의 소년.
"난 아무 예기나 상관없어. 형이 해주는 예기는 모두 재밌으니까."
베르페라드 가문의 장남, 샤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동생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품에 안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은 대륙을 떠도는 미신에 관한 이야기란다. 지금은 거의 잊혀지긴 했지만."
"어째서 잊혀진거지?"
"오래됬기 때문이지. 그렇지만 이 미신이 쓰여진 책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단다. 요즘 시대에 책을 읽을 여유가 있는 사람도, 미신 따위를 찾아볼 사람도 없긴 하지만...."
샤이의 눈은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고 레이는 생각했다. 형은 가끔 남들에게 못하는 생각을 자신에게 예기하곤 했다. 열한 살의 어린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자, 이제 시작할게."
레이는 형의 손을 꼭 쥐었다. 샤이는 그런 동생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오던 이야기야. 너무나 강한 운명을 타고나서 다른 사람의 운명조차 휩쓸어버리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그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천사의 노랫소리와 요정들의 달콤한 속삭임을 듣고 태어났다고 하지. 그래서일까, 그 사람은 모든 것에서 뛰어났단다. 열두 살의 어린나이에 세상에 관한 이치를 깨닫고 세상의 모든 악기를 다룰 줄도 알았지. 그 무엇도 부족한 게 없었어. 그리고 그와 같은 사람은 한 시대에 한 번, 그러니까 그의 죽음과 함께 새로운 그가 태어나게 되는 거란다. 그리고 그들은 이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갔지."
"그런 사람이... 지금도 있는 걸까?"
"글쌔, 그럴지도 모르겠다."
"형, 다른 이야기는 없어?"
"다른 이야기라...."
문득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샤이의 손길을 느꼈을 때, 올려다 본 하늘은 자신의 머리카락 색처럼 회색 빛처럼 보였다.
"도련님들, 이제 들어오세요! 구름이 낀 게 비가 올지도 모르겠어요."
멀리서 들려오는 시녀의 소리에 샤이는 레이와 손을 잡은 체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그 날 내린 것은 비가 아니라 불들이 이루어낸 꽃 잎 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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