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가제-]창우의 스카즈 - Prologue

2007.07.05 00:52

에세카 조회 수:653 추천:1

extra_vars1 The shadow is back 
extra_vars2 125362-1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새하얀 만월이 비추는 도시.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탑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을 질주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길가에 서있는 가로수의 미약한 빛에 드러난 그 것의 모습은 괴물 그 자체였다. 굳이 비유하자면 곤충 중에‘거미’라는 것과 닮아있었지만 크기에서나 생김새에서나 ‘거미’와는 달랐다.


  창같이 뾰족한 6쌍의 다리들과 낫같이 날카롭게 횡으로 움직이는 이빨. 몸통에 비해 자그마한 얼굴을 채운 3쌍의 붉은 눈과 온몸을 덮은 얇은 갑각. 그리고 4m 정도의 동체를 가진 것을 거미라고 하는 것은 저 괴물에게 모욕이리라. 말하자면 대체적인 모습, 거미라는 ‘종(種)’의 구조만을 가졌을 뿐이지 거미와는 차별적인 것이었다.


  만약, 저 것이 거미류의 하나로써 번식력을 가지고 있다면 인간들은 거미란 것을 가장 두려워했을 정도로 그 것은 위협적이었다.


샤아아


  그 것은 스산한 음성을 뿌리며 바닥을 박차 뛰어올랐다. 가뿐하게 관절을 접었다가 튕겼을 뿐인데 6층 건물의 옥상에 착지한 그 것, 거미는 몸을 빙글 돌려 전부터 계속해서 자신을 쫓아오는 기색이 만연하던 것을 바라보기 위해 뒤를 보았다.


  사람으로 하여금 생리적인 혐오감을 일으킬 여섯의 눈이 향한 곳에는 안력을 돋궈보지 않으면 안보일정도로 어둠과 동화된 한 인영이 서있었다. 그 인영은 옥상의 난간에서 고요하고 차분하게 서서는 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미는 눈을 데룩데룩굴려 그 인영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천천히 훑었다.


  어둠을 담아 넣은 듯 한 흑의와 망토. 얼굴을 반쯤가린 새하얀 오페라가면과 가면을 살짝 덮은 긴 앞머리. 그 옆의 맨얼굴에 자리한 흑안과 윤기 없이 휘날리는 흑발.


  얼굴색과 오페라가면을 제외한다면 어둠 그 자체라고 착각할법한 차림.


  하지만, 눈의 주인에게 그런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 형체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 뿐.


  거미는 인간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무섭게 바닥을 박차며 낫과 같이 곡선을 그리는 이빨을 활짝 벌렸다. 탄력적인 다리의 추진력으로 총알처럼 날아간 거미는 인영을 곁을 살짝 스쳐지나갔다. 그러자 인영은 허리에 얇은 선이 그어지며 상체가 사선을 따라 미끄러져 내렸다.


털썩


  상체가 힘없이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거미는 인영의 뒤에 자리한 빌딩의 벽에 광폭한 돌진과 달리 깃털처럼 사뿐하게 달라붙어선 이빨에 남아있는 ‘무언가를 벨 때의’ 감촉을 즐겼다.


스으으..


  하지만, 사람을 잘랐을 때 특유의 감촉은 이빨에 남아있었지만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었다. 감촉보다 더 자극적이고, 달콤한 무언가가 확실하게 결여되어 있었다. 그 것이 무엇인지를 거미가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서걱


  무언가가 베일 때 일어나는 섬뜩한 소리. 그리고 주변에 퍼지는 향긋한 내음. 그 향기를 맡은 거미는 깨달았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혈향(血香)’이었다. 꽃향기보다 더 감미롭고 사탕보다 달콤한 혈향. 하지만, 그의 눈중 하나가 바라보고 있는 인영의 시체에선 혈향은 커녕 단면에서 피한방울도 바닥을 향해 떨어뜨리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혈향은-


샤아아아!!


  거미. 자신의 혈향이었다. 거미는 뒤늦게 퍼지는 고통에 소리 지르며 발작적으로 빌딩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자신이 달라붙어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 곳엔 불과 몇 초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몸통에 달려있던 한 쌍의 다리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만이 눈에 들어올 뿐 그 다리를 자른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다. 거미는 이빨을 탁탁 부딪치며 도로의 중앙에 착지했다.


서걱


  착지하기 무섭게 다시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과 다른 점이라면 이번엔 한 쌍이 아닌 거미의 오른쪽 다리들이 모두 잘려나갔다. 게다가 잘려나간 것을 거미가 인지하기도 전에 왼쪽 다리들도 모두 잘려나가며 거미의 거대한 몸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쿠웅-


  1톤은 우습게 넘어버릴 거미의 몸체가 둔탁한 소릴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거미는 다리들을 재생시키려고 발악했지만, 상처에서 재생될 조짐이 보이기 무섭게 다리를 베어버린 무언가가 다시금 그 곳을 베어버렸다. 그리고 거미가 버둥거릴 때마다 무언가가 거미의 온몸을 난자했다.


  거미가 비명을 질러대며 고개를 올려 전의 빌딩을 바라보자, 그 곳에선 분명 자신이 베었던 인간이 서있었다. 그 인간은 무표정하게 거미를 내려다보며 손을 휙휙 내저었다.


  거미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으로 연신 비명을 질러댔고. 어둡고 고요했던 밤거리는 거미의 비명으로 가득 찼다.




-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몇 대의 경찰차가 앵앵거리는 사이렌소리를 내며 거미의 주변도로를 둘러쌓았다. 하지만 ‘거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고 남은 것이라곤 철저하게 뭉개진 고깃덩어리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 역겨운 고깃덩어리의 모습에 몇몇 경찰들은 구토를 일으켰고 비위가 좋다고 자부하는 형사들조차 눈을 돌려버렸다.


 “이게 무슨…….”


  경찰의 제복이 아닌 복장을 한 사내가 차에서 내리며 중얼거렸다.


  B급 사제스가 출현했다 길래 출동했더니 사제스는 이미 형체를 못 알아볼 정도의 고깃덩어리가 되어 그를 반기고 있었다.


  대 사제스 기관, ‘모드구드’에서 ‘스틸’이라는 코드네임으로 통하는 그는 고깃덩어리에게 다가갔다. 미약하게나마 느껴지는 사제스들 특유의 기운이 그 것이 전에는 사제스였다는 것을 알려주었지만, 스틸에게 그 덩어리가 사제스란 것은 이미 관심밖. 중요한 것은, ‘어떻게’와 ‘누가’ 이렇게 만들었냐라는 명제에 대한 해답이었다.


  스틸 자신도 오른팔과 오른다리에 장착된 과학의 산물, ‘블래스터(Blaster)'를 이용하면 사제스하나를 단번에 날려버릴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주변을 깔끔하게 남길 수는 없었다. 한번이라도 발동하면, 그 뒤의 건물들은 여파에 휩쓸려 무너져버릴 테니까


  뭐, 굳이 하고자 해서 체술로만 한다면 만들 수는 있겠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었다.


 “갑각의 경도도 만만치 않은데…….”


  스틸은 주변에 덜린 다리들중 하나를 집어 건드렸다. 창과같이 뾰족하게 생긴 그 것은 마치 철과 같아서 앵간한 총탄으로는 흠집밖에 내지 못할 정도로 단단했다.


 ‘이런 갑각의 소유자를 주변에 피해를 일체주지않은 채 요리하다니.’


  그는 속으로 읊조리며 주변을 훑었다. 작은 단서 하나만 찾는다면 코드네임 스토커(Stalker)에게 가져가 이 일을 이뤄낸 자가 누구인지 쉽게 알아낼 것이기에 그는 최대한 안력을 돋워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돌조각. 고깃덩어리. 다리. 초록 피. 그림자. 경찰. 경찰차-


 ‘잠깐,’


  스틸은 무언가를 발견하곤 고개를 느릿하게 다시 돌렸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묘하게 길쭉한 그림자. 이정도 길이라면, 건물위에서 내려다 봐야지 생길 법했다. 대충 추측한 스틸은 고개를 들어올렸다.


1층. 2층. 3층.


  건물의 층수가 높아질수록 그의 가슴이 묘하게 뛰었다.


  ‘반가움’이라는 감정이 그의 가슴속에서 ‘두려움’이라는 것과 함께 차오르고 있었다.


4층. 5층. 6층. 그리고-


옥상.


 “아……”


   스틸은 무의식적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새하얀 만월을 배경으로 ‘그’는 서있었다. 새카만 흑의와 망토처럼 휘날리며 넘실거리는 그림자. 새하얀 가면과 심연 같은 흑안.


  한 때, 같은 팀원이었지만 어느 날 종적을 감춰버렸던-


 “쉐도우(Shadow)―"


  스틸의 말에 ‘그’ 쉐도우의 입가가 호선을 그리며 시니컬한 미소를 짙게 띄웠다.






그림자는 빛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하다.




삐걱거리는 운명. 거부할 수 없는 인과.


변이되는 패배자. 진보하는 승리자.


세게는 뒤틀리고 순리는 무너진다.




언제까지나 평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환상에서 빠져나와라.


이미, 평화는 깨진지 오래.






변명을 늘어놓고 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진작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괴물들은 물론, 사람들조차 그 것에 일말의 동요도 하지 않는다.




‘목숨을 구걸하기 전에 네가 먹던 고기들을 생각해봐’




자,






곧 파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