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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사건

2007.07.04 23:32

검은독수리 조회 수:640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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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위기의 ‘물건’







 굉장히 어둡다고 느껴지는 방안, 언뜻 보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마치 끝없는 심연의 구렁텅이와 같은 널찍한 방안에 어딘가 있을 창문에서 비치는 은은한 달빛으로 언뜻 언뜻 보이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숨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려오고 있었다.


 이들은 뭐가 그렇게 심각한지 감정하나 없는 딱딱하게 굳어진, 일관된 표정으로 단 하나의 흐트러짐도 찾아볼 수 없는, 마치 잘 훈련된 병사들과 같이 줄지어 방안의 양쪽 벽에 나란히 서 있었고, 그들의 중심에 흑진주로 번쩍번쩍하게 만들어진, 어둠의 기운이 서려 있는 의자에 앉아 있는 이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긴 검은색 수염이 인상적인 노인이, 검은색의 보석들로 치렁치렁하게 장식된, 하늘하늘하게 흐트러져 가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검은색 비단옷을 차려입은 노인이 한쪽 손을 의자의 손 받침대에, 다른 한손은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마치 온화하고 너그러운 인상이 들게 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몇 발자국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처박고 있는 검은색도복 같은 것을 입은 사내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노인의 목소리에는 모든 잡음을 잠재울 만한 위압감이 담겨 있었다.




“그러니까... 빛의 세력에서 ‘어떤 자’에게 심부름을 시켜서 그 ‘물건’을 제국에 빛의 탑으로 배달하게 했단 말을 하는 건가?! 지금??”




 노인은 마치 자기가 잘못 들은 것처럼, 아직 재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무릎 꿇고 있는 사내에게 되물었다. 그 목소리를 들은 사내는 머리를 더욱 더 조아리며 몸을 사시나무 떨리듯 부들부들 떨어대며,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렇습니다. 비, 빛의 세력 노, 놈들이 예, 예기치도 못하게...”




“...자네는... 그게 지금 변명이 된다고 생각하나?!”




 노인은 분노를 곱씹어내는 목소리로 사내에게 말했다.




“주, 죽여주십시오!!!!”




“허허.. 이 친구 좀 보게나... 내가 언제 자네에게 벌을 준다고 했는가?! 다만 의아스러울 뿐이지.. 내가 분명히 자네를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마을’에 보낼 때 그 마을에 있는 빛의 제단 놈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라고 명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맞나?!”




“예, 예!! 하, 하지만 저, 정말 빛의 제단 쪽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시끄럽군.. 너는... 더 이상 이곳에 존재하는 의미 자체가 없다. 나가라.”




 노인의 담담한 목소리가 끝나자 사내의 주위에 포진하고 있던 같은 검은색의 도복 같은 것을 입은 사내들이 그를 끌어내었다. 그 움직임은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남지 않았다. 오로지 깊고 깊은 어둠과, 그림자만 남았을 뿐이다.




“쓸 만한 놈들이 없구나..”




“어둠의 대 신자님, 실망하지 마십시오. 오성(五星)이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오성(五星)이 눈치 체지 못할 만큼 빛의 제단 놈들이 계략을 꾸며놓은 것이겠지요. 또한, 그 물건이 제국에 도착했을 거라는 확신도 아직 없지 않습니까?!”




 노인의 우측에 말없이 서있던 이마에 一星이라고 하얀색으로 새겨진 검은색 머리띠를 동여매고 좌측가슴에 어둠의 상징인 어둠의 초승달이 태양을 집어삼키고 있는 현상이 새겨진 검은색 도복을 입은 사내가 조심스러운 말투로 노인을 말리며 말했다.




“음... 그래, 일성 네 말이 옳다. 그럼, 어떻게 해아 할까..”




 일성이라고 불린 사내는 입가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어딘지 모르게 사악하게 느껴지는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취하고는 힘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그 ‘물건’을 빼앗아 오도록 하겠습니다!”




 사내의 힘이 실린 말을 들은 노인은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보며 기분이 좋아진 목소리로 자신의 수염을 쓱쓱 매만지며 허허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그래?! 일성 네가 말이냐.. 음... 그래, 그게 좋겠구나. 가끔은 ‘다섯’보다 ‘하나’가 더 클 때도 있는 법이지. 그렇게 하도록 해라. 빛의 세력 놈들이 무슨 일을 꾸미는지는 모르겠지만.. 놈들이 원하는 데로 일이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되지..”




 그렇게 말한 노인의 눈은 광기가 어려 있었다. 그 눈빛은 심연의 어둠과 같은 방안보다 더욱더 깊은 어둠. 그 자체였다. 저 높은 달빛하늘조차 그의 눈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