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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19禁) 불나방

2010.02.04 07:31

Bryan 조회 수:440 추천:2

extra_vars1 영웅이 사라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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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방


 


나비목 불나방과에 속하는 나방. 강렬한 색깔의 얼룩무늬를 햇빛 아래 드러내고 조용히 앉아 있으나, 체액에 유독물질을 품고 있으므로 포식동물이 거의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야행성이며 불빛을 보고 잘 날아든다. 유충은 긴 털이 덮여 있고 다식성이며, 뽕나무·딱총나무 등의 수목 외에 잡초도 먹는다. 여름에 성충이 된다. 불나방이 불을 향해서 날아드는 습성이 있는 것은 불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빛을 향해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나는 특성 때문이다. 그렇게 계속 각도를 유지하다보면, 나선을 그리면서 결국에는 불빛 주위를 빙빙 돌면서 불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탐관오리를 벌하러 온다는 두억시니의 밤도, 임을 그리는 망부석 여인의 정조도, 의적 홍길동이 이끌던 활빈당의 전설도 사라진 시대.


 검은색 마천루가 네온사인의 인공 불빛 속에서 춤을 춘다. 화려한 춤사위 뒤로, 마천루의 항문에선 곧 거대한 배설물이 쏟아진다. 배설물은 탁류를 이뤄 아래로 흐른다. 찌꺼기 진 배설물은 곧 하수구에 몸을 떨어뜨린다. 거기엔 오물이 가득하다. 도시의 오물들은 모두 그곳으로 모인다.


 룸살롱 전단지에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박피된 반라의 여인들이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빨강색의, 혹은 빨강색의 채도에 가까운 유흥가의 불빛은 종족번식에의 욕구를 충동질하고 이성을 마비시킨다.


 진청색 모자를 눌러쓴 성훈은 담배를 물고 붕어처럼 입술을 뻐끔거렸다. 바닥에 쪼그려 앉은 성훈의 뒤로 은색 승용차가 보였다. 은갈치의 비늘을 뒤집어 쓴 매끄러운 곡선의 고급승용차였다. 성훈은 또르르 눈알을 돌려 탐스럽게 익은 풍성한 엉덩이에 눈을 고정시켰다. 하이에나처럼 먹이를 걸식하고 다니는 그녀들의 엉덩이는 지금이, 한철이다. 성훈은 코를 벌렁거렸다. 그녀들의 향수가 탄산음료처럼 코끝을 톡, 쏘며 정신을 어지럽게 만든다. 성훈은 담배를 피우다 말고 고개를 숙여 가래침을 뱉었다.


 “노인네 나올 때가 됐는데......


 성훈은 하릴없이 지나가는 유흥가의 직업여성들을 바라봤다. 그러고 몇 분 후, 맞은편 모텔 입구에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코트에 금테 안경을 쓴 중년 남자였다. 성훈은 검지로 담배 불똥을 튕기며 몸을 일으켰다. 회색 코트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성훈은 슬쩍 자리를 옮겨 필터까지 타들어 간 담배를 다시 물었다.


 회색 코트는 고개를 발끝에 고정시키고 재빨리 걸음을 놀렸다. 그 앞으로 가슴을 드러낸 여자가 딴청을 피우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가 막 고개를 돌리려 할 때, 회색 코트의 머리가 가속도가 붙은 그녀의 얼굴에 그대로 곤두박질쳤다. 짙은 마스카라의 여자는 새된 소리를 하며 손으로 코를 감싸 쥐었다. 굵은 피가 여자의 농염한 입술을 타고 흘렀다.


 회색 코트는 안경다리를 올렸다 내렸다하며, 죄송합니다, 연방 주위 시선을 의식했다. 그리곤 도망치듯 쏜살같이 승용차로 달려갔다. 회색 코트는 안주머니에서 다급하게 차 키를 뒤적거렸다. 그때 검은색 파카가 그의 앞을 가로 막아섰다.


 “이름 박 중선. 나이 쉰여덟. 슬하에 일남일녀. 현재 배우자와 별거 중. 명성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


 성훈의 말에 회색 코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곤 금세 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누구야. 누가 시켰어. 대가리 피도 안 마른 새파란 새끼가 건방지게, 남 뒷조사나 하고 다니고 말이야.


 회색 코트의 박 교수는 씩씩거리며 북을 삭이더니 성훈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순간 성훈의 얼굴이 대리석처럼 굳었고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박 교수는 등 뒤로 식은 땀이 흐르는 걸 느끼며 슬쩍 뒷걸음을 밟았다.


 성훈은 묻은 침을 닦더니 이내 박 교수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박 교수는 억, 하는 가느다란 신음을 토하며 무너져 내렸다. 성훈은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박 교수는 찢어진 입술에 혀를 갖다 대며 차문을 중심삼아 일어서고 있었다. 성훈은 양 볼이 패이도록 담배를 빨며 묵묵히 박 교수를 응시했다.


 “씨발, 어린놈의 자식이, 네가 내 사정을 알기나 해?


 박 교수는 미간을 좁히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개헛소리 말고 오늘 밟은 게 똥인지, 지뢴지는 당신한테 달렸어. 알아들어?


 성훈은 발로 담배꽁초를 지지며 말했다. 그리곤 박 교수에게 당장 현금인출기에서 600만원을 인출하라고 했다. 박 교수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성훈을 쏘아 봤다.


 “박 교수님 사모님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드라.


 성훈이 파카에서 수첩을 꺼내 뒤적거리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네 멋대로 하라고 지껄이는 한편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대로 도망간다면? 이 미친놈에게서 벗어난다한들 부처님 손바닥이었다. 간통이 들통 나면 원조교제였다는 게 알려질 테고, 그동안 학점을 빌미로 성관계를 가졌던 여학생들도 들고 일어날 것이다. 박 교수는 유흥가 한복판에서 당하는 이 난데 없는 협박의 피해자가 된 게 억울한 다름이었다.


 “조, 좋아. 대신 약속할 게 있어.


 쪼그려 앉아 있던 성훈이 모자챙 너머로 박 교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또 한 번 내 앞에 나타나는 날엔, 그땐.


 “아....... 씨발, 거 노인네 말 드럽게 많아. 주둥이만 살아가지고.


 박 교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훈이 담배 불똥을 털며 일어섰다. 성훈은 우물쭈물하는 박 교수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성훈의 걸음에 따라 박 교수는 안내원의 손을 잡은 길 잃은 미아처럼 이끌렸다. 둘의 어색한 동행은 유흥가를 지나 편의점 앞까지 이어졌다.


 편의점 앞에서 성훈은 급정거를 하듯 걸음을 멈췄다. 순경 두 명이 보였고, 한 명이 무전기를 입에다 대고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성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박 교수를 바라봤다. 박 교수는 순경과 성훈을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떨어뜨리며 한숨을 쉬었다. 성훈은 멀어져 가는 순경들의 뒷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뭐해? 놀러 왔어?


 성훈이 편의점의 현금인출기를 앞두고 박 교수를 떠밀었다. 순식간에 등을 떠밀린 박 교수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박 교수는 조용히 욕지기를 씹으며 현금인출기로 다가갔다. 돈을 인출하면서 힐끔, 뒤를 바라보자 미소 짓는 성훈이 보였다. 백만 원 쯤 나왔을까, 갑자기 성훈이 다가와 돈을 챙긴 다음 다른 편의점으로 향했다.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으면 의심의 눈초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마지막 편의점 앞에서 박 교수는 지친 얼굴로 현금 뭉치를 성훈에게 건넸다.


 “그래, 넌 애미애비도 없냐?


 박 교수는 현금 뭉치를 낚아채는 성훈을 보며 말했다. 파카 안주머니에 현금 다발을 쑤셔 넣던 성훈은 피식, 코웃음을 터뜨렸다.


 “딸 같은 년이랑 배꼽 맞추는 노인네가 애미애비 타령은 무슨. 어쨌든 고마워. 당신, 아니지, 교수님 같은 사람이 있어야 나 같은 인간쓰레기도 먹고 살지.


 성훈은 담배 한 가치를 입에 물며 박 교수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성훈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 짓곤 손을 흔들었다. 박 교수는 골목 어귀로 사라지는 성훈의 뒷모습을 보며 휴대폰을 꺼냈다. 천천히 일, , 이를 누르고 통화 버튼으로 가는 박 교수의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렸다. 박 교수는 종료 버튼을 누르고, 다시 엄지손가락으로 7번을 꾹 눌렀다.


 아이돌 가수의 노랫말이 들리고, 곧 십대 특유의 앙칼지고 짜증 섞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아 씨, 아빠 나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거 몰라? 끊어.


 박 교수는 쓰러지듯, 현금인출기 옆 전봇대에 기대, 어둠의 깊이와, 너비를 가늠해 보았다.


 







 


머... 19금은 사실 눈속임이고.... 사실 이 주제로 장편을 써 볼 계획이었으나...귀찮아서 퇴고도 안하고...


낙방의 좌절을 맛보고 1년을 남보다 늦게 출발해야하는  죄수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


올릴까 말까 고민도 했으나 최근 에테넬 님이 문학동 부흥의 백팔 번째 열차 운행(매년마다 행사처럼 있음)을 시작하셨으니까...(ㅋㅋㅋ) 예전 같으면 글 홍보도 했을텐데 염치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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