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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이계일주 전장:맴도는 자

2008.08.22 23:52

드로덴 조회 수:688

extra_vars1 제 3夜:모든것을 집어삼키는 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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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서의 매일매일은 할일이 없어 너무나도 지루했다. 공부하라고 문제를 주면 풀정도로 이 병원은 오락거리가 없었다. 재수가 없는건지 같은 병실에 입원중인 환자들은 잡지라던지 책이라던지 게임이라던지 그런건 거들떠도 안보는 인물들로 말도 안하고 잠만 자는 별종들이었다. 수면시간이 무슨 신생아 수준인가 싶을 정도였다. 발가락의 신경때문에 침대에서 움직이는건 꿈도 못꾸거니와, 이야기 상대가 되어달라고 간호사를 부를만큼 뻔뻔한 상판도 아니었기때문에 그가 할수있는거라고는 시간을 보내는것뿐이었다. 계속 생각만 하면서 있는다고 뭐가 나오는것도 아니고, 병실에 무슨 텔레비전이나 읽을책도 없어. 이런데서 수십일을 틀어박혀 지내야 한다는것을 다시 상기한 그는 침대가 반쪽으로 쪼개지라 한숨을 쉬었다. 하루에 수십번도 더 쳐다본 시계는 일곱시에 시침을 댄채 똑딱거리고 있었다.

 

 이젠 뭐 새벽에 일어나거나 밤에 일어나거나 뭐라 할 사람이 없기에 그가 할수있는 유일한 시간보내기는 잠을 퍼질러져 자는것뿐이었다. 그나마도 계속 자려고 하면 허리도 아프고 다리에 쥐나서 고역을 치루기도 하고 그러다가 발가락이 움찔하기라도하면-끝장이었다. 눈알이 안으로 말려들것처럼 눌리는 기분에 뻑뻑하기까지해서 이것도 한계가있었다만, 그는 한번 더 잠을 시도하려고 누웠다.

 

[쿵...]

 

 그러고보면 최근들어 늦은시간에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일이 많았다. 내가 못보는곳 어디서 공사라도 하나? 식사를 가져다주는 간호사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는 대답말곤 돌아오는것이 없었다. 공사도 아니고 뭐 병원 근처에서 난리를 쳐댈 몰상식한 사람도 없는데 신경 거슬리게하는 쿵쿵소리가 자꾸 들려오는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최근 당한 사고처럼 또 사건이 벌어지는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일었지만 이 무료한 병상라이프를 탈출할수있다면 그게 차라리 낫다 싶을지경으로 이 장소는 답답했다.

 

[쿵- 쿵-]

 

 최근들어서, 소년은 심심해서 메모장따위에 소리가 들리는 시간대를 적어두곤했었다. 병원에서 생긴 일종의 습관같은것으로 기록들을 훑어보던 그는, 점점 이 소리가 들리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는 연속적인 변화를 확인했다. 소리의 정도도 날이 갈수록 커졌고 하루에 차지하는 시간비중도 늘고있었다.

 

 <뭔가 일어날거야.>

 

 그것은 확신과도 같은 불안감이었다. 늑대와 만났을때처럼 흥미가 일던것과는 완전히 다른 완벽한 불안감. 더군다나 다른 사람들은 이 변화를 모른다. 아예 변화를 관찰할 기회조차 없다. 들을수가 없으니까. 이것은 그에게만 들리는것.

 

 [쿵-쿠르르릉...콰지직!]

 

 "...!"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왔다. 그래봤자 느낌일뿐이지만, 이전처럼 멀리서 어렴풋이 들리던것과는 달리 이번것은 위협적이었다. 그는 목발을 짚고 일어나 최대한 왼쪽다리에 힘을 주지않으려고 정신을 집중하며 병실을 나왔다.

 

 복도는 조용했다. 소리는 계속 들려왔지만 복도 바닥이나 벽에 손을 짚어보아도 진동같은건 전혀 느껴지지않았다. 사물조차도 영향을 받지않는 진동음! 오직 자신만이 감지하는 이 소리. 소화전의 붉은 빛이 점점이 복도에 보일뿐 조명은 없었다. 이전같았으면 등이 켜져있을 시간이었다. 병원이 구려서라고 해야할까, 두꺼비집이 각층마다 한개씩 있기때문에 이런것은 두꺼비집을 까보면 처리할수있었지만, 그의 감은 이미 두꺼비집따위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그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이성도 고함을 질러댔다. 어서 피해야 한다고.

 

 그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꺼진 형광등과 보이지않는 사람들이 곧 확증이었다.

 

 <이미 뭔가 일어났어.>

 

 [쿠-쿠쿠구구구구궁..]

 

 [철벅!]

 

 뭔가가 위에서 떨어졌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위라고? 엘리베이터 천장은 어째서인지 뚫려있었고. 빛이 없어서 실루엣뿐이었지만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큰것이 꿰뚫은듯 휘어져있었다. 분명 이것은 그곳을 통해 떨어진것이리라. 무겁고 진득하고 역한냄새가 나는 커다란 덩이. 자신의 양팔에 걸려 끌어안듯이 받아진 이것.. 미약하게나마 온기가 남아있는 이것은 분명..

 

 "으, 으아아아아아악!!!"

 

 그는 미친듯이 엘리베이터에서 뛰쳐나왔다. 목발을 무기처럼 휘두르며 왼발의 고통조차 잊어버리고 허우적대며 현관을 뛰쳐나온 그는 뭔가가 잡아당기는 느낌에 불현듯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사고는 한순간 정지해버렸다. 이성은 마비되어 통제가 불가능했다. 본능조차도 그의 몸을 움직여주질 못했다.

 

 병원 전체를 휘감은 검은 그림자. 생물이라고 하기엔 말도 안되는 크기와, 주둥이와 꼬리가 있기나 한지 끝이 흐릿한 이상한 모습이었으나, 그는 그것을 뱀이라 인식했다.

 

 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