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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헤파이스토스

2008.04.30 04:45

다이스트 조회 수: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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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 캉- 캉


 


슉- 쉬익- 치이이익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마모질소리, 풀무질소리, 쇳물냄새가 언제나 나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한다.


 


"이봐 거기 신참! 여기 온도가 떨어지고 있잖아! 더 불 때지 못해?!"


 


"앗, 죄송합니다! 지금 장작 가지러 가고 있어요-"


 


"이 정신빠진 놈! 미리미리 준비 안 해놓을래?! 네놈의 사소한 실수 하나 때문에 명작과 망작이 결정지어진단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헤파이스토스 님."


 


얼마 지나지 않아, 쇳물이 기포를 내며 달아오름과 동시에 그 후끈한 열기가 나를 덮친다.


 


역시 이런 느낌때문에 대장장이질을 하는 거라니까.


 


나의 이름은 헤안. 그러나 이곳 공방 사람들은 나를 헤파이스토스(그리스신화의 대장장이의 신) 이라고 부른다.


 


-


 


몇 시간 후, 배식원 중 한 명이 녹슨 철 양동이를 숟가락으로 두들기며 중식 시간을 알렸다.


 


진한 땀냄새를 바람에 날리며 이제 막 멧돼지고기를 입에 한 점 집어넣으려고 하는 찰나에 제 2 작업장의 책임자, 가이언이 이미 식사를 마쳤는지 담배 한 대를 피우며 말을 걸었다.


 


"자네 아까 꽤나 다부지게 혼내더군."


 


"그 녀석이 정신놓고 있는 덕에 우리 밥줄이 끊길 뻔 했는데 그 정도 대가로는 싼 거지."


 


가이언은 예상했던 답이다 라는 표정으로 재미있다는 듯이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크크크, 말을 그렇게 퉁명지게 했어도 그 누구보다 이 공방을 생각하고 나중에 그 녀석이 잘 되게 하라는 바램으로 마음에도 없는 호통을 쳤으리라 알고 있네. 자넨 겉보기와 다르게 여리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다 피웠으면 가서 일이나 하지 그래."


 


"크크, 알겠네. 잔소리쟁이 헤파이스토스."


 


가이언은 자리를 뜨면서도 재미있다는 듯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쳇, 와서 쓸데없는 소리나 하다니, 입맛떨어지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포크를 놓지 않았다.


 


-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비운 그릇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메뉴는 그렇게 썩 좋진 않았단 말이야, 끄윽."


내뱉는 말과는 정반대로 배는 이미 산처럼 불룩해져 있었다.


 


마치 임신 몇 개월은 족히 되어 보이는 배를 슥슥 문지르며 느린 걸음걸이로 제 1 작업장을 향해 걸었다.


 


작업장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열댓살 정도 먹어보이는 소년 하나가 쪼르르 달려왔다.


 


작은 체구에 비해 꽤나 먼 거리를 달려왔나본지,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은 채였다.


 


"헤, 헤파이스토스님!"


 


"뭐길래 이렇게 소리를 빽 지르느냐?"


 


"아, 죄, 헉 헉, 죄송, 헉..."


 


"숨넘어가겠다, 녀석아. 숨이나 좀 고르고 말해라."


 


"크후-"


 


소년은 몇십 초 정도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해졌다가 이내 진정이 되었는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주인님이 부르십니다."


 


"아-.아. 알겠다. 곧 간다고 전해라. 그리고 아무것도 건들지 마시라고 했다고도 추가하고."


 


"알겠습니다."


 


소년은 대답을 듣자마자 황급히 왔던길을 되돌아 뛰어갔다.


 


'또 계약 건인가...꽤나 사람 자주 불러내는군.'


 


나는 곧 소년이 황급히 뛰어갔던 길을 산책하듯이 주위 경관을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여긴 쇠와 망치를 다루는 곳이어야 하는데 쓸데없이 경치만 좋다니까, 큭큭."


 


욕인지 칭찬인지를 가릴 수 없는 애매모호한 말을 내뱉으며 히죽거리며 가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반짝거리는 화려한 겉치장을 한 30대 중반의 남자가 땀을 흘리며 뛰어왔다.


 


'오늘 꽤나 여러사람 뛰어다니는군 그래.'


 


"헤안!"


 


"네, 주인님, 가고있었습니다만 굳이 나오실 필요까지는."


 


"급한 일이네, 급한 일이야. 이렇게 느긋하게 걸어 올 여유가 없단 말이네. 자, 어서 서두릅세나."


 


주인이라 불린 남자는 나의 팔목을 이끌며 걸음을 재촉했다.


 


한참을 걸은 후에야 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경비병, 그 분은 돌아가지 않으셨겠지? 내가, 이 내가, 이 몸께서 직접 헤파이스토스를 이끌고 왔는데. 설마 돌아가진 않으셨겠지?"


 


약간은 과장된 자화자찬이 들어간 질문에 경비병은 철모 사이로 티나지 않게 '웃기네'라는 비웃음을 실으며 대답했다.


 


"설마 돌아가셨을리가요. 라르헨 제국 유일무이한 존재, 쟈이온 님과 계약하시겠다는 분인데 가셨을 리가 없잖습니까?"


 


"그렇겠지. 암, 그렇고말고."


 


경비병의 대답에 만족했는지 쟈이온은 실쭉 웃더니 잠시 뒤 "아! 맞다, 가세, 헤안"라는 소리와 함께 다시 헤안을 이끌었다. 잠시 뒤-


 


접대실 한가운데의 테이블을 기준으로 양 옆으로 기다란 소파 한쪽에 금발의 사내가 앉아있고 그 뒤로 가디언처럼 보이는 우락부락한 사내 둘이 쟈이언과 나를 번갈아보며 감시하고 있었다.


 


"이거 뭐, 누가 손님이고 누가 주인인지. 저 가디언들좀 치워주시죠. 누가 무서워서 거래하겠나-."


 


빈정거리며 내가 말을 꺼내자, 가디언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저런 싸가지없는 몸종을 보았나?!"


 


그러자 금발의 사내가 한쪽 손바닥을 들며 곧 달려들것처럼 으르렁거리는 사내들을 제지했다.


 


"일 내지 마라. 여기는 카슬러 제국이 아냐. 그리고 여기 이 분은 철기 제조의 귀재, 헤안님 이라고 한다. 너희가 알아듣기론 헤파이스토스, 이 명칭이 빠를 것이다."


 


"이런, 제가 할 말을 미리 다 해주시는군요."


 


어느새 소파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무릎에 턱까지 괴고 영업용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하딘 님, 정말 이런 비리비리 한 자가 그 말로만 듣던 헤파이스토스가 맞다는 겁니까?"


 


"물론, 이 내가 헤파이스토스지. 뭐, 안믿을라면 말고. 믿고 안믿고는 그대들 자유야."


 


내가 싱글거리며 대꾸해 주자, 하딘이라 불린 남자는 손짓으로 나가있으라는 제스쳐를 보내며 말을 꺼냈다.


 


"저희쪽의 무례가 컸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넘겨주시죠. 중요 인물도 왔으니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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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수업시간에 헤파이스토스가 갑자기 생각나서 대장장이 이야기를 한번 써볼까? 한게 이렇게까지 길어졌네요. 장편으로 쓸 예정입니다만....


 


시험기간에 이러면 안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략 초등학교 이후로 6년만에 제대로 써보는 소설입니다.


 


부디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