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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I'm a Knight

2007.12.09 17:27

SSS 조회 수:684 추천:1

extra_vars1 이야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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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 후로 별다른 사건도 없이 그저 지겹게 걷기만 했다.
걷다 배고프면 주위에서 적당히 먹을것을 찾아 먹고 잠이 오면 불을 피워놓고 웅크려서 잠을 잤다. 모포나 침낭도 없다 보니 잠을 잤다기 보단 불 앞에서 졸았다는 표현이 더 가까웠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노숙생활을 하며 페넨에 도착한 것은 출발한지 사흘이 지나고도 해가 넘어갈 즈음이었다.
페넨으로 곧장 온것이 아니라 구불구불 돌아 오기도 했고 그렌이 내 체력을 안배하지 않고 예상 시간을 측정한 덕에 처음의 이틀보다 훨씬 많은시간이 걸려 버렸다.
그렇게 페넨에 도착해 성문앞에 섰을때의 느낌을 표현하자면.
"뭐... 뭔가 무섭네요 여기"
페넨의 성벽은 하늘이라도 날수있지 않는 이상 절대 안을 들여다 볼수 없도록 높았고 그 위엔 날카로운 창까지 꽂혀 있었다.
성문은 중무장한 기사 둘과 창을 든 일반 병사 10명 정도가 지키고 있었는데 성문을 지나는 사람마다 무언가를 확인 하거나 마차나 수레 같은 경우는 짐까지 조사를 하는 것이 경비가 철저한 도시인 듯했다.
-많은 돈이 오가는 곳이니 그럴만도 하지.
"저기 그렌, 혹시 안으로 들어가려면 통행증이 있어야 한다거나 하는건 아니겠죠?"
-그런건 없지만 대신 상인이나 짐이 많은 경우는 세금을 받지. 큰 상단에 속해 있다면 저렇게 적어놓고 상단으로 청구하기도 한다네
그러고보니 짐수레가 있는 이들은 대부분 돈을 내기 보다는 어떤 서류를 보여주고 통과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일반인은 반입금지 물품이나 범죄경력만 없다면 그냥 통과 할수 있을테니 걱정은 안해도 될걸세
흐음 그렇군. 통행료 같은거라도 받는줄 알고 당황했네.
내 앞의 짐수레를 확인 하느라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줄은 길지 않았기에 내 차례는 금방 돌아왔고 성문의 안으로 들어서자 펜과 종이를 들고있는 남자를 볼수 있었다.
"목적은?"
"...... 예?"
뜬금없이 목적이라니.
-이곳에 온 이유를 묻는걸세. 그냥 여행중이라고 대답하게나
"아, 아아~ 그냥 여행중에 묵어가려고 합니다."
"흐음 혹시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말하는게 좋다. 나중에 괜히 귀찮아질수 있으니"
"음.. 갖고있는 거라고 해봤자 휴대용 단검 하나에 이 지팡이 뿐인데..."
그는 내 말에 허리춤에 매인 단검집을 흘낏 쳐다봤다. 그 외엔 베낭도 갖고 이지 않으니 따로 몸 수색 같은건 안 하겠지..?
"상관없다. 여기 서명하고 들어가도록."
그가 내민 종이엔 내 앞의 다른사람들을 포함해 나에게 방금 물어본 방문이유와 소지물품 등이 각 줄에 적혀 있었고 손가락은 마지막줄 옆의 빈칸을 가리키고 있었다.
멋들어지게 휘갈겨 쓰는 서명 같은건 만들지 않아 그냥 한스 라는 이름을 적당히 흘려 쓰자 성문을 통과 할수 있었고 성벽 안의 번화가를 두리번 거리며 걸어가면서 조용히 말했다. 
"이거 은근히 긴장되네요. 잘못한 일도 없는데..."
-분위기가 무거우니 그럴만도 하지. 그나저나 이제 해가 지려하는데 어쩔 생각인가?
"우선 돈을 마련해야겠죠. 이야기를 하던 뭘 하던..."
크으 여기까지 왔는데 또 망쳐버리면 정말 막막할거다. 이런 도시에서 노숙이라도 하다간 바로 자경대에 끌려가 버릴것 같으니.
-지난번엔 장소도 너무 안 좋았네. 이번엔 적당히 손님이 많은 주점을 찾아보는게 좋을듯 하군.
아. 그거 말 되네. 내가 주점을 가본 적이 없다보니 지난번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주점이라.. 주점 주점.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상업도시라 그런지 각종 상점이 눈에 많이 띄었다.
식당이나 여관등은 곳곳에 있었고. 여러가지 유용한 물품을 파는 잡화점, 무기점에 마법물품을 파는 곳까지 볼수 있었다.
"역시 큰 도시는 다르네요."
-너무 그렇게 두리번 거리지 말게. 어리숙하게 찍히면 안 좋은꼴 당하기 십상이니.
깡패 같은 녀석들의 목표가 될수도 있다 이거지. 난 신기해하던 표정을 지우고 덤덤한 척 걷기 시작했다. 물론 눈동자를 돌리면서 슬쩍슬쩍 구경하는건 계속하면서.
그렇게 주점을 찾을 생각은 잊고 한참을 구경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져 버렸다. 이런... 그렌이 아까부터 조용한걸 보니 분명 날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아니면 '어디까지가나 보자' 라는 생각이거나.,. 변명, 변명!
나중에 그렌이 자신도 구경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고 고백 했지만 왠지 지금은 그렇게 생각이 되었다.
"아하하 번화가의 고급 주점은 부담스러우니 골목에 있는 작은 곳으로..."
-음 그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네만.
하지만 난 기어이 눈앞의 좁은 길으로 들어가버렸고 그 곳엔...
"왠 빨간 전등?"
왠지 묘한 분위기의 붉은색 전등이 곳곳에 켜진 가게가 줄지어 있었다. 게다가 그 붉은 조명의 아래에선...
-빨리 돌아가세
"돌아갑시다"
그냥 상상에 맡기도록 하고 하여간 나와 그렌은 일심동체가 되어 바로 그곳을 돌아 나왔단 것만 말해두겠다.
"그... 그렌, 역시 큰 도시는 달라요"
-한심하군.
그렌의 핀잔을 들으며 비로소 원래의 목적을 떠올린 나는 멀지 않은 곳의 4층 정도 되보이는 식당이나 여관도 겸하고 있는 주점의 문을 열었다.
꽤 널찍한 주점 안에는 15명 정도의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는데 그중 한 테이블의 4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우락부락하거나 험악한 인상인것이... 예감이 좋지는 않았다.
'이거 왠지 식상한 주점안의 용병 패거리, 라는 분위기 인데요?"
-음 어쩐지 전형적이라는 느낌이 드는군.
"저기, 필요한게 있으신가요?"
잠깐 주점문의 경계에서 그렌과 대화를 나누며 계속 걸어 들어갈지 뒤로 한걸음 빠질지를 고민하고 있자 나보다 조금 어린듯한 소녀가 살짝 미소를 지으 나에게 물어왔다.
고민 끝!
'이런 전형적인 전개라면 환영입니다!'
-.......
그도 그럴것이 16~17 살 정도로 보이는 그 소녀는 꽤나 예뻤던 것이다. 아니 예쁘다보단 정감가게 귀여운 스타일? 그런 소녀가 필요한 것이 있냐고 묻는데 어찌 감히 '아뇨 없습니다' 라며 뒤돌아 나갈수 있겠는가!
다만 필요한것은 많고 주문할 형편은 못 되었기에 실없게 한번 웃고는 주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주문하시겠어요?'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소녀에게 '조금있다 할게요.' 라고 역시 표정으로 답해 주고는 나의 이야기꾼 생활 2번째의 영업을 시작했다.
우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테이블 위로 올라가서
"저, 거긴 올라가시면 안되는데..."
"옙."
다시 내려왔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크윽.. 쪽팔려라
하지만 덕분에 그들의 시선은 나에게로 집중될 수 있었다.
"흠.. 흠 에~ 전 이곳 저곳을 여행하고 있는 한스라고 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여비가 떨어지는 바람에 이렇게 염치불구하고 도움을 구해볼까 합니다아~"
이미 시작하기전에 한번 생각해뒀던 멘트를 읊었고 주점안의 사람들은 오랜만에 재밌는 볼거리가 생겼다는 듯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도 공짜로 손을 벌릴 수는 없어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하려 하니 들어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그런데 조금전과 다르게 내 말이 끝나자 주점안의 사람들 반응이 팍 식더니 자기 하던 일을 계속 하는게 아닌가.
"에이 김샜네."
"술이나 계속 마시자고."
"에... 저기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분위기가 싹 가라 앉는거야?
내가 어리둥절해서 이미 나의 존재를 잊어버린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 쭈욱 날 보고있던(또 테이블 위로 올라갈까봐?) 소녀가 날 톡톡 건드려 부르더니 그 이유를 가르쳐 주었다.
"요즘엔 이야기는 별로 인기가 없어요. 맨날 거기서 거기라고... 아마 저 사람들은 음유시인의 노래를 기대했을 걸요?"
이익... 그런거였어? 난 노래나 악기 다루는건 젬병인데 어떡하지?
내 얼굴이 난처함으로 물들어가자 소녀는 할 말이 없는지 주방쪽으로 쪼르르 달려가 버렸다.
이제 넓은 주점에서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가운데 혼자 뻘줌히 서 있는 상황이 되버렸다.
정말 뒷골목에서 쭈그려 자야 하는건 아니겠지?
'그렌! 이제 어떡하죠? 노숙하다 자경대에 끌려가긴 싫다구요!'
펜던트가 살짝 진동했다. 으윽 간지럽잖아요
-음유시인을 기대했다... 그럼 또 방법이 있지."
'오옷! 역시 그렌. 나의 구세주~  그런데 음유시인이 갑자기 되는 방법이라도 있는 거에요?'
-악기 하나 잘 다루는것도 꽤 힘든 일인데 그럴리야 없지. 다른 방법이라네.
그렌이 자신만만하게 대책을 내놓았다.
-이 세상엔 음유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꽤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