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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The Magic

2007.07.09 18:09

Rei 조회 수:672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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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와 시에나는 나란히 손이 묶인 채로 끌려갔다. 산행에 익숙한데다 보폭이 어린아이와 비교가 안 되는 산적들은 빠르게 본거지로 움직였다. 시에나는 다행히 재빠르게 발을 놀리며 따라갔지만 레이는 연신 넘어지거나 끌려갔고, 그때마다 뒤따라오던 산적 중 한명이 레이를 걷어찼다. 얼굴, 정강이, 목, 허리 등 그냥 발이 닿는 대로 걷어차는 듯 했다.
몇 번이나 걷어차였는지 잊어버릴 때 쯤 통나무로 만든 요새가 나타났다.
『꼬마들은 적당한 감옥에 넣어둬.』
『예.』
레이와 시에나는 작은 동굴을 나무 창살로 막아 놓은 부실한 감옥 안에 갇혔다. 감옥은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대부분 여자들이 들어가 있었다. 초췌한 몰골. 희망 따윈 보이지 않는 어둠만이 가득했다.
『얌전히 처박혀있어!』
얌전히 처박혀있으라는 말은 필요 없었다. 사실 뭔가를 할 만한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가로 2M, 세로 3M 어린아이 두 명이 들어가기엔 충분히 넓은 방이었다.
『으윽... 아파...』
어두컴컴한 감옥 안에는 횃불 빛이 넘실거렸다. 레이는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 헐떡이며 필사적으로 고통을 참았다. 걷어차인 코는 다행히 부러지진 않았지만 코피가 나서 숨쉬기가 곤란했다.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팠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울지는 않았다. 고통과 울음을 참는 것에는 익숙했다.
『오빠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 거야.』
시에나가 보기에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시에나는 조심스럽게 레이의 머리를 들어 자신의 허벅지 위에 얹었다. 자신이 힘들 때 마다 레이가 해주던 행동이었다.
레이는 자신이 무척 비참해 보였다. 자신이 돌봐 줘야할 동생이 자신을 돌보고 있다는 사실 또한 그랬고 어째서 자신과 시에나에게 이런 불행이 자꾸 일어나는 것인지 어이가 없었다. 처음엔 부모님을 잃었다. 언제, 어떻게 잃었는지는 모른다. 옛 생각을 떠올리면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새하얀 공백만 떠올랐다. 끔찍하다. 그 다음은 한슨에게 붙잡혀 살았다.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이다. 간신히 잊고 있지만 지금도 한슨만 떠올리면 온몸에 오한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끌려와 감옥 속에 갇혀있다.
『우극... 으윽...』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았지만 끝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시에나의 옷이 피와 눈물로 범벅이 되어 더러워 졌다.
시에나는 레이를 달래주려 했지만, 달콤한 피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 도저히 참기 힘들었다. 시에나는 레이의 눈물을 닦아 주는 척 하며 손에 피를 묻혀 레이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핥아 먹었다.
이 상황에서도 밀려오는 흡혈 욕구를 참치 못하는 자신이 싫었지만, 도무지 억제 할 수가 없었다. 자극이 너무 심했다. 조심스럽게 레이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단숨에 목을 물어뜯었다.
『악!』
레이는 생살이 꿰뚫리는 고통에 짧게 비명을 질렀다. 피로한 몸에서 피가 빠져 나가자 당장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시에나가 피를 빠는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동굴 안을 내달렸다.
레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시에나가 멈추지를 않았다. 마치 몸속의 피 한 방울 남기지 않을 것처럼 끊임없이 피를 갈취해갔다. 눈앞이 어두웠다.
『시...에나.. 그마... 나... 죽...』
레이는 말을 맺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


시에나가 기분 좋게 흡혈을 끝내고 입가와 레이의 목덜미에 묻은 피와 상처를 지우고 난 뒤 레이의 호흡이 이상하게 빠르다는 것을 눈치 챘다. 흡혈을 한 뒤 팽창되는 오감은 레이가 지극히 위험한 상태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몸이 차다. 호흡이 빠르다. 이유는 몰랐다. 시에나는 거의 공황상태에 빠져 소리를 질렀다.
『아... 아... 으아!! 꺄아아악!!!』
시에나의 비명이 동굴을 뒤 흔들었다. 음침한 기운이 감돌던 동굴이 시끄러워졌다.
『무슨 일이야!』
동굴 밖에서 보초를 서던 산적 하나가 뛰어왔다. 시에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비명만 지르고 있었다.
『이 계집년아 무슨 일이냐고!』
『아.. 아...』
시에나는 레이를 손가락질 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산적은 문을 열고 들어와 레이를 살폈다. '몸이 차다?' 숨은 쉬고 있지만 가늘고 빨랐다.
『쳇, 뒈질 모양이로군.』
그 말을 내 뱉은 다음 다시 문은 잠근 뒤 밖으로 나갔다. 포로들이 죽는 거야 자주 있지는 않지만 드문 일도 아니다. 끌려왔다가 상처가 심해서 죽는 사람도 있고,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죽으면 산속에 내다 버리면 그만이고, 살아 있으면 팔아 버리면 된다.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에나는 괴상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악을 쓰다가 혼절했다.


다행히 레이는 죽지 않았다. 하루에 두 번 스프라고 추정되는 멀건 물 같은 것과 딱딱한 빵을 주었는데 시에나는 조심스럽게 레이에게 그것을 먹였다. 정신을 잃은 사람에게 뭔가를 먹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시에나는 한슨에게 시달릴 때 얻어맞고 혼절한 레이에게 뭔가를 먹이는 일을 자주 했었기 때문에 능숙하게 스프(라고 추정되는)것을 먹였다.
하루, 이틀, 일주일.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몰랐다. 대략 10일쯤 지났을 무렵 레이가 정신을 차렸다. 시에나는 너무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여전히 앞이 오락가락했다. 잠깐 깨어 있다가 혼절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근 한 달을 그렇게 보내자 레이는 이제 앉아있거나 감옥 안을 조심스럽게 돌아다닐 정도가 되었다. 그 동안 다른 곳에 갇혀있던 사람들은 밖으로 나간 뒤 들어오지 않았다.
그동안 놀기 좋아하는 시에나가 어두컴컴한 감옥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끔찍한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아무생각 없이 감옥 안을 빙글빙글 걷거나. 누워서 뒹굴 거리거나. 잠을 자거나 하는 일 외에는 할 게 없었다.
대소변을 보는 일도 힘들었다. 감옥 구석에 간이 화장실 같은 것이 있었지만 냄새도 심하고 너무 불편했다.
그리고 한 달이 막 지날 무렵 감옥 문이 열렸다.
『따라 나와.』
레이와 시에나는 그를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보는 햇살이 너무 눈이 부셨다. 그는 레이와 시에나를 세면장 비슷한 곳으로 데려간 뒤 깨끗하게 씻으라고 했다. 산에서 흘러오는 물이 몸이 오슬오슬 떨릴 만큼 차가워서 몸을 씻는 것이 힘들었다.
몸을 다 씻은 뒤 깨끗한 새 옷을 주었다. 비싼 옷은 아니었다. 싸구려 천 옷 이었지만 이것도 고마웠다.
『따라와』
단정하게 옷까지 입은 것을 확인 한 후 레이와 시에나를 데려왔던 남자는 또다시 어디론가 걸어갔다. 레이와 시에나는 병아리처럼 그의 뒤를 따라갔다. 시에나가 주변을 살펴보니 목책을 쌓아 만든 성 같은 느낌이 들었다. 높은 감시탑에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보초가 있었다. 얼마쯤 걸어가니 교수대가 보였다. '죽이려는 건가?' 시에나는 겁을 집어먹고 걸음을 딱 멈췄다. 시에나의 뒤를 따라가던 레이는 갑자기 시에나가 멈추자 깜짝 놀라 시에나와 부딪혔다. 시에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앞서가는 산적의 뒤를 따라갔다. 교수대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주로 여자가 대부분이었고, 그 맞은편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술잔을 나누며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
그는 그 말만 남기고 뒤로 물러났다. 레이와 시에나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17명 자신들까지 포함해서 총 17명이었다. 여자 14명 남자 3명 레이는 남자들 또한 수려한 외모의 미소년들 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자신이랑은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이목구비가 단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잘생겼다거나 그 비슷한 말 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에 비해서 시에나는 예쁘다. 동생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아직 어리지만 충분히 예쁘다.
레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맞은편에 모인 사람들은 마치 상품을 보는듯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10분, 20분, 1시간 그냥 서 있는 것이 지루해질 무렵 그들이 신호를 보내자 뒤에 서있던 사람들이 앞으로 나왔다.
『하하, 이번에도 상품이 괜찮군요.』
『예, 그렇지요.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제법 괜찮은 것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니까요.』
『항상 이렇게 좋은 상품들을 납품해 주시니 고맙게 그지없습니다.』
산적 두목이 씩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17명 총 10골드 괜찮은 액수다. 비명 소리가 들린다. 꼬마 두 명이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다. 굳이 안 들어 보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다. 비명소리지만 둘 다 목소리가 곱다. 노래를 부르게 하면 꽤나 괜찮은 소리가 나올 것이다.
알레키노 델탄. 귀족 부인을 겁간하고 도망친 기사는 지금 산적 두목이 되어있다. 커티시를 익힐 때 몸에 묻어버린 습관처럼 기품 있게 와인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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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챕터가 끝났습니다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