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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오컬티스트 퇴마 사무소

2009.08.04 09:47

Rei 조회 수:695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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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기상시간은 아침 6시, 짜르릉거리는 알람시계를 때려 부수듯이 내려쳐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아아암~ 잠 온다.』


몸을 뒤틀며 기지개를 켜고 밖으로 나간 강철은 곧장 세면장으로 걸어갔다. 반쯤 눈을 감고 걸어가는 모양이 마치 몽유병자 같은 모습이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은 강철은 벽장에 차곡차곡 쌓아져 있는 수건 한 장을 꺼내 머리를 닦으며 식당으로 걸어갔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평소와 마찬가지로 고운 한복을 입고 아침을 준비하던 미호는, 대답대신 치맛자락 아래로 드러난 꼬리를 흔들었다. 잠시 후, 전통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국과 반찬이 차례차례 식탁에 올라왔다. 강철은 간단하게 감사를 표하고 아침을 먹었다.


강철이 아침을 다 먹을 무렵, 소미가 나타났다. 소미는 강철과 미호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소미가 나타난 것을 신호로 하숙집의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왔다.


다시 세면장으로 들어간 강철은 양치를 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가방 안에 오늘 읽을 책들은 쑤셔 넣은 후, 시계를 차고 밖으로 나왔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며 힐긋 시계를 보니, 6시52분을 지나고 있었다. 언제나 비슷한 시각이다.


개찰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지 사람들이 가득했다. 등교를 하기위해 나온 학생들과 출근을 하기위해 나온 사람들. 그리고 그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 저마다의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경고음과 함께 지하철이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지하철 안은 콩나물시루 같았다. 사람들이 올라타자 문이 닫히고 지하철이 출발했다. 20분 정도 철로를 달린 지하철이 종로역에 멈춰 섰다.


봇물 터지듯 밀려 나오는 사람들 틈에 섞여 내린 강철은 휘적휘적 일터를 향해 걸어갔다. 오컬티스트 퇴마 사무소의 3층 건물 앞에 도착한 시간은 7시40분. 강철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매장의 불을 켜고 2층으로 올라가 소장책상에 있는 컴퓨터를 켠 후, 물을 마시고 내려오면 피로한 표정의 다혜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다혜 누나.』


『그래, 그래. 너도 참 열심이다.』


다혜는 짙은 블루블랙으로 염색한 단말머리를 긁적이며 2층으로 올라갔다.


개장준비를 끝난 강철은 카운터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손님이 별로 없네.』


강철은 느긋한 표정으로 매장 안을 바라보았다. 몇몇 사람들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지만, 살 것 같지는 않았다.


원래 아침시간에 사람이 별로 없긴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적은 것 같았다. 손목시계를 힐긋 내려 본 강철은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심시간입니다! 손님 분들 나가 주세요!』


얼마 없던 사람들마저 밖으로 내보낸 후, 문을 잠근 강철은 2층으로 올라갔다. 다혜는 여전히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고, 소장은 소퍼에 누워 책을 보고 있었다.


『벌써 점심시간이야?』


『네.』


소장은 탁자에 책을 엎어놓고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간 소장은 바쁘게 손을 움직이는 다혜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잔소리 하는 것도 포기한 모양이었다. 소장은 수화기를 들고 단축버튼을 눌러 음식점에 전화를 걸었다.


초밥 3인분을 주문한 소장은 꽁초가 가득 쌓인 재떨이를 들고 가 쓰레기통에 털어 놓은 후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고마워요 소장님.』


다혜는 눈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필터가 끊어져라 세게 물고 있는 담배는 끊임없이 독한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소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담배연기를 손으로 떨쳐내었다. 사무소에서 흡연자는 다혜 뿐이었다. 강철과 한수민 소장, 그리고 지혜도 다혜에게 금연을 하라고 넌지시 말했지만, 짜증난다며 더 담배를 피워대는 모습을 보고 포기했다.


『배달 왔습니다!』


주문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달원이 도착했다. 강철은 1층으로 내려가 문을 열고 접시를 건네받았다.


『여기가 퇴마 사무소인가?』


배달원 뒤에 서있던 남자가 강철에게 물었다. 반듯한 검은색 정장은 보기만 해도 땀이 날 것 같았다. 단정한 스포츠머리에 은테 안경을 쓴 남자는 굉장히 인텔리한 모습이었다.


『예, 그런데요? 의뢰하러 오셨어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곤 안으로 들어왔다. 강철은 배달원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문을 잠갔다. 남자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간 강철은 초밥이 가득 담긴 접시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소퍼에 누워있던 소장은 손님이 오자 재빨리 일어나 바른 자세로 앉았다. 소장은 초밥을 먹으며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소장이 묻자 정장을 입은 남자는 겉옷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소장은 입을 우물거리며 명함을 받아들곤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D그룹? 우와, 대단한 곳에서 오셨네. 무슨 일이죠?』


남자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의례 그러듯, 상체를 앞으로 바싹 숙이며 낮게 말했다.


『현재 본사 건물에 유령들이 출현했습니다. 닥치는 대로 물건을 부수고 다니는데... 이미 어느 정도 외부로 알려졌지만... 더 알려졌다간 회사 이미지도 그렇고, 직원들도 제대로 일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복잡한 이유로 은밀하게 처리 했으면 합니다만.』


소장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수와 기간은 언제까지 입니까?』


『보수는 1억, 일이 끝나면 일시불로 지급합니다.』


초밥을 삼키던 소장은 1억이라는 말에 사례가 들렸다. 켁켁 거리며 물은 찾은 소장은 강철이 떠다준 찬물을 들이키고 정신을 차렸다.


『1억이나? 아니, 아무리 이미지 문제가 있어도 그렇지, 그렇게 많은 돈을 낼 일은 아닐 텐데요?』


『현재는 위층에서만 난동을 부리고 있지만, 언제 아래층으로 내려갈지도 모르고... 가보시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꽤 심각한 사정입니다.』


『그래요? 일단은 받아 두는 걸로 하겠습니다. 다혜야! 서류 가져와!』


게임에 집중하고 있던 다혜는 못마땅한 얼굴로 재빨리 책상서랍에서 서류철을 꺼내 가져다주곤,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다. 소장이 서류에 날짜와 금액 등을 써서 내밀자, 남자는 주저 않고 도장을 찍었다.


『그럼 최대한 빨리 부탁드리겠습니다.』


소장은 1억이라는 부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조금 기분 나쁜 미소를 띠며 밖으로 나갔다.


남자가 건물 밖으로 나가자 소장은 벌떡 일어나며 다혜에게 말했다.


『다혜야, 일이다. 준비해!』


『오늘은 저녁에 길드사냥 있는 날인데!』


다혜는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곧장 자신의 캐비넷으로 걸어간 다혜는 허리에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벨트를 차고 담배 몇 갑과 라이터, 그리고 몇 가지 도구들을 챙겼다.


『에휴, 오늘 같은 날에 일이라니... 철아 가게 잘보고 있어. 어휴 담배냄새.』


『빨리 안내려오고 뭐해!』


『네, 네! 내려가요!』


어느새 다혜 대신 나타난 지혜가 싱글벙글 웃으며 강철에게 인사를 했다. 잠시 주저하던 지혜는 슬쩍 담배와 라이터를 내려놓고 도망치듯 아래로 내려갔다. 홀로 남은 강철은 한숨을 쉬며 1층으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