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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영웅의 발자취 序

2010.08.04 05:37

비벗 조회 수:123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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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설거지와 취사장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 일을 하는 후임들을 독려 또는 감독하고 있는데, 이번엔 몇몇 여
학자들이 찾아왔다. 왠지 방문을 많이 받는 날이다.


 


우물쭈물 말을 건네지 못하는 아가씨들에게 난 밝게 웃으며 고개
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레이디 여러분. 용병 루포리 일스터입니다.”


 


아마 내가 후임들 앞에서 무게를 잡고 있어서 어렵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한 마디 꺼내자 아가씨들의 말문이 무서운 속도로 열렸
다.


 


“어머, 진짜 이름이 루포리야? 너무 예쁘다, 헤헷”


 


채신없이 웃는 빨간 머리카락의 어린 아가씨와,


 


“새벽녘 그대들의 수고, 고마워. 좀 놀라긴 했지만 좋은 구경을
했어.”


 


왠지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흑발의 육감적인 아가씨,


 


“고생했어.”


 


말수 적은 금발의 아가씨, 이렇게 세 명이었다.


 


어째서 적발과 금발의 아가씨가 있는가, 하는 물음은 우리 임펠런
국민이라면 누구든 할 수 있다. 그리고 난 대답할 수 있다. ‘아마
유학 오신 아가씨들일걸?’ 질문자가 피식 웃으면 주석을 달수도 있
다. ‘관광 겸 유학 말이야.’


 


유례없는 단일민족 국가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지만, 그 말이 폐쇄
정책을 의미하는 바는 아니다. 외국인도 얼마든지 놀러, 또는 살러
오고, 우리 국민과 결혼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임펠런 사람과 타
국의 이성이 사랑을 해 아이를 배게 되면, 어찌 된 일인지 꼭 흑발
과 흑안의 아이가 태어났다. 분명 다른 나라의 다른 머리색을 가진
사람들이 결혼하면 또 다양한 머리색의 아이들이 나오던데. 임펠런
의 신께선 까만색을 너무 좋아하신 나머지 이런 강대한 유전 능력을
부여하신 듯하다.


 


아무튼 그런 나라와 민족이라서 국내엔 혼혈이 드물다. 당연히 까
만 머리카락만 수두룩하다. 외국에는 꽤 드물다는 흑발인데 말이다.
아무튼 그런 우리나라지만 그 경치가 좋고 마법시대의 유물들이 비
교적 잘 보존돼 있는 까닭에 외국 귀족들의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는 듯하다. 나도 마린 형님한테 들은 얘기다. 그저께 이 아가씨들을
처음 보곤 나도 꽤나 놀랐었다. ‘왜 우리나라 학회에 외국인이 있
지?’ 하고.


 


내가 그런 생각들을 하며 그녀들의 머리카락을 보는 걸 눈치 챘
는지 흑발의 아가씨가 말을 꺼냈다.


 


“밝은 머리색깔 보고 놀란 거니? 아까 보던 것보다 말이 없구나.”


 


응? 아까 보던 것?


 


“많이 놀라진 않았답니다, 레이디. 그런데 제가 아까 어떤 모습을
보여드린 건지?”


 


그러자 붉고 노란 머리카락의 아가씨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
쿡거렸다. 이, 이 반응은 설마!


 


“아까 안녕히 주무셨잖아, 너?”


 


윽, 나 언제 대포 화통 삶아먹었나? 이 아가씨들이 들었다면 아우
렐리에 아가씨도 들었을지 모른다. 아유, 민망해.


 


“그 쪽까지 들렸나요? 죄송합니다, 제가 학식이 짧아서 의문사를
잘 못 써요.”


 


내 농담에 금발 아가씨는 깜짝 놀란 듯했다.


 


“너도, 외국인?”


 


아, 금발 아가씨는 어쩌면 말수가 적은 게 아니라, 우리말이 아직
능숙치 못한 걸까? 흑발 아가씨가 금발 아가씨의 등을 팡팡 때렸다.


 


“릴리아, 릴리아, 농담이야 그거.”


 


“혹시 레이디는 유클리드에서 오셨나요?”


 


금발의 릴리아를 향해 묻자 그녀가 반색했다.


 


“어떻게 알아? 유클리드 맞아.”


 


다른 아가씨들도 놀란 듯했다. 금발이 흔한 머리색은 아니지만 그
렇다고 어느 나라를 특정할 수 있는 머리색도 아니었다. 단지 난 유
클리드에서 왔다는 동료 한 명을 알고 있고, 그가 우리말이 서툴 때
보여 준 말투를 기억하고 있을 따름이다.


 


“유클리드 분들의 발음은 억양이 좀 강해서 알 수 있습니다. 레이
디의 발음이 이상한 게 아니라, 민족적으로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아니, 물론 저야 제국어는 한 마디도 모르니까 착각일지도
모르지만요.”


 


릴리아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뭐가 재밌는지는 잘 모르겠다. 적
발의 아가씨는 좀 억울한 듯했다.


 


“힝, 나도 맞춰 봐. 난 임펠런 말 너무 잘 해서 어강이 안 남아있
나?”


 


“유리에 바보야, ‘억양’이라니까.”


 


흑발 아가씨가 적발의 유리에 아가씨에게 핀잔을 준다. 유리에란
아가씨는 앗차, 하고 중얼거린다. 왠지 정감이 간다. 왜 난 전혀 다
른 그녀에게서 내 모습을 보는 걸까?


 


앗차, 우리말을 못하는 게 닮았구나!


 


그나저나 이번에도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물론 이 아가씨
의 억양으로 어디 출신인지 밝혀낸 건 아니다.


 


“레이디, 노루스에서 오셨지요?”


 


유리에 아가씨는 깜짝 놀란다. 그러나 흑발의 아가씨는 키득키득
웃고 있다.


 


“유리에 바보야, 네 이름은 노루스에서밖에 안 써. 노루스의 성녀
이름을 누가 감히 가져다 쓰겠니?”


 


음. 기묘하게도 바보란 접미사가 잘 어울리는 유리에는, 노루스에
선 흔하나 다른 나라에선 결코 쓰지 않는 여성 이름이었다. 오래 전
노루스에서 탄생하셔서 많은 기적을 베푸셨다는 성녀에 대한 경외의
의미이다. 이렇게 나는 현명하게 두 가지 시련을 극복했고, 이제 이
름만 날린다면 ‘두 시련의 기사’라고 불릴 지도 모르겠다는 바보 같
은 생각을 했다.


 


흑발 아가씨가, 셋 중 처음이지만 왠지 마지막이 돼 버린 자기소
개를 했다.


 


“클라시에 백작가의 페넬로페야. 반가워, 루포리.”


 


“반갑습니다, 레이디 클라시에.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는 정중하게 답례했다.


 


페넬로페 아가씨는 한동안 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더 말하지 않
고 유학파 아가씨들과 천막으로 돌아갔다. 유리에 아가씨는 가다 말
고 돌아보며 손을 흔들곤 한다. 난 꾸벅 인사를 했다.


 


음…… 왠지 시선이 느껴진다. 아까부터 느껴졌다. 난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노동중인 후임들을 바라봤다.


 


아아, 저 부러움의 아우라로 가득 찬 중생들을 보라. 질식할 것
같다. 왠지 후임들뿐만 아니라 동기 놈까지 간절한 표정으로 날 노
려보며 다가오고 있다.


 


“왜에 너만~”


 


“왜에 선배님만~”


 


음, 무섭다.


 


“아가씨들한테 둘러싸이는 거냣!”


 


“아가씨들에게 둘러싸이는 겁니까!”


 


무서운 친구들에게서 몸을 피해 난 한 쓰러진 나무의 그루터기에
올라섰다. 중생들은 내 가르침을 갈구하며 날 둘러싸 우러르고 있었
다. 난 말했다.


 


“아가씨들과 친해지고 싶은가?”


 


“그래!”


 


“그렇습니다!”


 


“그냥 가까이서 향기만 맡아도…… 힉!”


 


한 변태스런 후임을- 그러니까 일드를- 째려봐 주고 난 다시 차
분히 말했다.


 


“그렇다면……”


 


말을 끌자 몇몇이 침을 삼킨다.


 


“독특한 인사를 하여라.”


 


음, 이거 맞는 가르침인지 모르겠다. 좀 차이가 있는 듯한데……
고민하는 날 두고 사내놈들은 납득하며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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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두 개씩 묶어 이틀에 한 번 연재할지 고려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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