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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영웅의 발자취 序

2010.08.02 03:17

비벗 조회 수:383 추천:1

extra_vars1 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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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은 순조로웠다. 그거야 물론 ‘야영부대’란 말까지 들으며 교외
작전만 수행하고 다닌 우리 부대의 숙련된 지식 때문이지만, 생각보
다 꼬장꼬장하지 않고 협조적인 학자들 덕도 좀 있었다. 사실 처음
엔 무척 염려스러웠던 것이다. 글쎄 학자라고 하면 보통 그렇지 않
은가. 몸은 부실하고 허약한 주제에, 편한 것에만 익숙해져 원하는
건 많고, 자존심도 세어서 뭐든 그들 뜻대로 돼야 직성이 풀리는 그
런 전형적인 모습 말이다. 우리가 맡은 이 일단의 학자들은 그러나
그처럼 답답한 친구들은 아니었다.


 


“루포리, 좀 속상하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군요. 제 내면에도
당신이 말한 ‘아집’과 ‘독선’이 없다고는 확언할 수가 없어요, 부끄
럽지만요.”


 


…… 무엇보다, 내가 무심결에 흘린 위와 같은 폭언에도 웃으며
화답할 수 있는 이런 아가씨 학자란 내가 25년을 살며 겪어보지 못
한 존재였던 것이다.


 


“이거, 죄송합니다, 레이디 필모어. 이딴- 아니, 이런 식으로 말씀
드리면 기분 나쁘실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 거짓말은 못하거든요.
제가 갖고 있던 ‘학자’의 인상이 그렇단 말이었으니 신경 쓰지 마십
쇼. 제가 갖게 된 ‘레이디’의 인상은 그것과는 끕이 다르거든요.”


 


“어…… 루포리? ‘끕’이 다르단 건 무슨 뜻이죠?”


 


앗차.


 


“그거, 표준어로는 ‘급’입니다. 레이디는 저 같은 속물에게도 친절
하시니까요.”


 


그녀는 빙그레 웃었다. 오오, 결단코 이건 신성한 아름다움이야.
신성이란 건 잘 모르지만, 내 생애 본 가장 아름다운 미소다.


 


“그렇게 좋게 봐 주니 고마울 따름이에요. 그런데 루포리, ‘속물’
은 당신에게 그리 어울리지 않는 말 같은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
도 용병들에 대해선 약간 선입견을 갖고 있었죠.”


 


경청한다. 실은 듣는 것보다 말할 때가 좋다- 그녀는 설명을 할
땐 차분히 아래나 모닥불을 보지만 내 얘길 들을 땐 눈동자를 들어
내 시선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 눈맞춤이 몹시도 기다려지는 거다,
난. 그러나 그녀의 청량한 목소리를 듣는 것도 무척 행복한 일이니
까 뭐.


 


“루포리처럼 표현하자면, 에흠, 무례, 방탕, 그리고 예의 없는 고
성과 폭언, 방자함. 그런 것들이 제가 갖고 있던 ‘용병’의 인상이었
습니다.”


 


오오, 불경스럽지만, 귀엽다!


 


“80점 드릴게요. 꽤 비슷했어요.”


 


방긋 웃는다, 오오!


 


“에흠. 고마워요. 그랬는데요, 루포리는 제가 갖고 있던 선입견을
깨는 용병이에요. 가끔 말하는 비속어가 아니면 어느 귀족가의 자제
분이 아닌가 싶을 만큼, 정중하고 친절한 사람인 것 같아요.”


 


난 속으로만 파안대소하며 애써 표정을 감췄다. 아름답고 친절한
아가씨에게 칭찬받는 일은 남아의 일생에서 가장 보람찬 일이 아닐
까? 내겐 분명 그러했다.


 


“감사합니다, 레이디 필모어. 당신은 제 어머니 이후로 제 장점을
모두 파악한 첫 여성이십니다.”


 


“어머, 그런 줄은 몰랐는데, 영광이네요.”


 


재치도 있는 아가씨다.


 


모두 잠든 새벽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아무튼 우리 일행은
용병이고 학자고 노독으로 나자빠져 코 고는 소리만 우렁찼다. 조출
(早出)이 습관이라서 야영중임에도 일찍 일어나고 만 이 아름답고
순수한 아우렐리에 필모어 남작영애와, 부대에서 짬밥이 좀 되는 편
이라 편안한 말번 경계를 서다가 놀라운 행운에 직면한 나 루포리
일스터 말고는 아무도 깨어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새벽의 옅은 안개와, 촉촉한 공기. 신분은 다르지만 내게 친절한
아가씨. 그리고 새 울음소리만 시끄러운 고요한 숲 속- 어라?


 


새들이 퍼더덕 날아오르고 있었다.


 


놀라운 행운을 안타깝게도 끝내야 했다. 불청객이 있었다.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사랑스런 아가씨에게 회담의 종언을 고했다.


 


“레이디 필모어, 부디 당황하지 마세요. 까만 장난꾸러기들이 조
금 왔습니다.”


 


앗차.


 


“까만…… 장난꾸러기가 뭔가요?”


 


그녀는 내 태도를 본받아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말했다. 그게
또 못 견디게 귀여웠지만, 내색할 수는 없다.


 


“죄송합니다, 마물들 말이에요.”


 


그녀가 놀라 움찔했다.


 


“아무것도 아닌 적들이니까 당황하지 마시고 천천히 천막으로 돌
아가세요. 아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저런 것들을 쫓아내려고 저
희가 함께 있는 거니까요.”


 


최대한 안정감 있는 목소리로, 부드럽게 그녀의 놀란 어깨를 다잡
는다. 오오, 노린 건 아니지만 이거 참 보람찬 접촉이다! 아유, 부드
러워.


 


그녀는 그렇게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떨림이 조금씩 진정돼 갔


다. 차츰 안정해져서는, 걱정하는 내 얼굴에 밝게 끄덕여 보이곤 조
심조심 천막으로 걸어갔다. 흐음.


 


방금 상황에서 입 맞추지 못했다고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구, 이
몹쓸 한량아.


 


마음의 소리에 순응한다. 자, 그럼 나도 움직여 볼까. 사뿐 사뿐.


 


“못난이들 놀러왔다. 때리러 가자.”


 


일단 5기 녀석들 천막을 살짝 흔들고 소곤소곤 말한다. 역시나 아
직 군기가 안 빠진 기수답게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무기를 챙긴다.
음, 대견하다.


 


레이디 필모어는 이제 여성 학자들 천막에 안착했다. 좋아, 이제
조심하지 않아도 되겠군. 3, 4기 천막을 흔든다. 그리고 고개를 집
어넣고 한 마디.


 


“밥 안 먹냐? 빨리 나와.”


 


분주하게 동기, 후임들이 일어난다. 저 쪽 수풀 사이에서도 움직
임에 변화가 생긴 게 느껴진다. 수풀의 움직임을 잠시 관찰한다.
음, 좋아, 숫자를 보니, 1, 2기 선배님들까지 깨울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내 아래 인원만 해도 우리 정예 「성난 소」 용병대 7인이다.
겨우 로펠메니스나 클라우디스 따위의 하급 마물들이 범접할 수 없
는 방호벽인 것이다.


 


5기 후임들이 사뿐 사뿐 나오고, 밥 좀 찬 녀석들이 흐느적거리며
기어 나온다. 좋아, 인원 확인 완료.


 


“3기 6번 루포리, 임시로 지휘하겠다. 적은 서북서 30길(=90걸음)
떨어진 곳의 최하급 마물 십여 마리. 준비된 대원으로부터 방호대열
형성한다. 실시.”


 


5기 녀석들은 경험이 많아야 세 번 이상은 안 되지만 그 덕에 아
직 빠릿빠릿하다. 20회 이상의 임무로 경험을 쌓은 3, 4기 친구들은
느긋하지만 그래도 관록이란 게 있다. 다들 충분히 좋은 전력들이
다. 더 올라가보면, 2기 선배님들은 관록에 지휘 경험을 통한 지혜
가 더해져 막강하고, 1기 선배님들은 수식어가 필요 없다. 그냥 법
이다. 진리다. 전설이다. 음, 그런 분들이니 이미 인기척만으로 잠이
깨셨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번거롭게 해 드려선 안 된다.


 


“가자, 성난 소들아.”


 


전투 개시의 구호가 내 입으로 완성된다. 우리 성난 소들은 그러
나 성나지 않은 것 마냥 조용히 마물들에게 다가간다. 마물들도 이
미 수풀에서 튀어나와 우릴 경계하며 둘러싸듯 다가서고 있다. 로펠
메니스 13- 아니, 14마리다. 쉬운 상대다.


 


서서히 다가갔지만 금세 마물들과 숨소리를 맞대게 되었다. 싸움
이 시작되었다.


 


“으랏차!”


 


싸움이 시작되면 조용히 해결하고 자시고는 없다. 아무리 쉬운 상
대라고 해도 그러하다. 목숨을 걸고, 칼날 앞에 몸을 들이밀며 싸우
는 것이 전투다- 네 안의 모든 힘을 격발해 때려 부숴라! 그건 대장
님의 지론이자 우리의 지론이다. 이동, 야영할 때는 몰라도 전투에
임할 때만큼은 쾅쾅쾅 우당탕탕 싸우는 것이 바로 우리 성난 소 용
병대. 곤히 자던 학자들이 깨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오로지
내 눈 앞의 전투에 전념한다.


 


촤아악!


 


단번에 세 걸음을 내달으며 찔러 넣은 내 잡종(Bastard sword)이
마물의 선두 한 놈을 꿰뚫었다. 그걸 바로 비틀어 뽑아낸다. 구멍에
서 새까만 피가 솟구친다. 미안, 혼자 앞장서 나온 게 네 죄다.


 


응? 잠깐, 나도 죄를 짓고 있는 셈이구나- 혼자 세 걸음이나 뛰쳐
나왔으니. 히죽 웃으며 자세를 낮춰 로펠메니스의 채찍처럼 긴 팔을
피한다. 다른 놈의 발차기를 앉은 채 잡종으로 막으며 그 힘으로 몸
을 날린다. 다행히 동료와 부딪히는 꼴사나운 불상사는 없었다. 동
료들의 기합 소리와 로펠메니스의 전투 함성의 도가니를 쳐다보며
웃듯이 외친다. 지금 나는 성난 소들의 왕이다!


 


“다 때려 부숴라, 소들아!”


 


그리고 나도 달려들어 한 몫 더 하려는데- 에, 이거 뭐 너무 일방
적이잖아. 처음에 내가 나선 게 자극제였는지 4기는 그렇다 치고 하
나뿐인 동기 놈까지 흥분해서 활약하고 있다. 첫 격돌에 무너진 로
펠메니스가 3마리는 되는 듯하다. 조금 불쌍하단 생각도 든다.



흥, 미안하지만, 이미 형님 달아오르셨거든? 아름다운 아가씨와의
좋은 시간을 방해한 놈들아, 오늘 한 번 무덤으로 달려 보자! 바스
타드를 높이 치켜세운다.


 


“으랏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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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 이런 소설입니다. 재미있답니다 ^^ (철판 깔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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