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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오컬티스트 퇴마 사무소

2009.08.10 08:59

Rei 조회 수:805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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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여기가 D그룹이에요? 엄청 크네.』


지혜는 37층짜리 건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소장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건물 안으로 걸어갔다. 1층 로비에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 있었다. 소장은 그들을 힐긋 쳐다보곤 지혜와 함께 걸어갔다.


『잠시 만요, 여기는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 되는 곳입니다.』


1층을 둘러보기 위해 걷던 중, 경비가 급히 달려와 제지를 했다.


『의뢰를 받고 온 퇴마사인데, 미리 연락 없었습니까?』


경비는 조금 놀란 눈으로 지혜를 바라보며 말했다.


『두 분 모두 퇴마사십니까?』


『그런데요.』


『아... 두 분 모두 어려 보이셔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혜는 짓궂은 표정으로 소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려 보이셔서 좋겠네요. 소장님? 보자... 올해로 35살이시던가. 우와, 이제 곧 중년으로 접어드는 나이인데 저랑 비슷한 나이로밖에 안보이다니 특별한 미용법이라도 있으세요? 그런 게 있으면 다혜가 알고 싶어 할 텐데.』


소장은 이마에 손을 대고 낮게 중얼거렸다.


『다혜는 담배나 끊으라고...』


잠시 후, 경비가 명찰 두 개를 가지고와 두 사람에게 하나씩 내밀었다.


『그걸 착용하고 계시면 몇 군데를 제외하곤 제지 받는 곳은 없으실 겁니다.』


소장이 고맙다는 말을 할 사이도 없이, 경비는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소장은 인사를 하다 만 엉거주춤한 자세를 추스르며, 킥킥거리고 있는 지혜에게 말했다.


『휴... 1층부터 천천히 살펴보자.』


1층을 시작으로 넓은 건물을 꼼꼼히 뒤져 보았지만, 딱히 발견된 건 없었다. 단지 30층이 넘어가자 유령들이 난동을 부린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었다.


대략적으로 건물을 다 둘러본 소장은 헐떡이는 지혜를 부축해 1층으로 내려갔다. 지혜는 헉헉거리며 소장과 함께 로비 의자에 앉았다. 소장은 커피를 뽑아와 지혜에게 한잔 내밀었다. 지혜는 감사를 표하고 느릿하게 커피를 마셨다.


『다혜한테 그렇게 담배 피다간 폐암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해라. 젊은 나이에 겨우 이정도 걸었다고 헉헉거리며 뭐가 되니.』


소장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지혜의 눈초리가 매서워 지더니, 쏘아붙이듯이 입을 열었다.


『담배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에요!』


『다혜냐?』


『네, 잠을 잘 못자서 체력이 떨어 진거지, 담배랑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요! 원래 조금만 오래 걷거나, 뛰어도 뻗어 버리는 건 잠을 못자서 생긴 고질병이라 어쩔 수 없단 말이에요. 그리고 담배에서 나온 독소들은 자주 청소도 해주는데 뭐가 문제예요? 기호품에 시비 거는 건 치사한 일이라고요.』


『그러면 잠을 좀 자던가.』


다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한 몸을 두 명이서 쓰는데 어쩌란 말이에요?』


소장은 손사래를 치며 대답을 회피했다. 다혜는 화난 표정을 짓다가 사라졌다. 지혜는 남은 커피를 마시며 소장에게 말했다.


『다혜 금연 시키는건 포기 하세요. 사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몸에 쌓인 독소들을 배출해줘서 그리 나쁘지도 않고.』


『난 모르겠다. 그나저나 커피 다 마셨으면 다시 조사나 하러 가자.』


소장과 지혜는 빈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힘차게 일어났다.


이번에는 느긋하게 빌딩 안을 돌아다니며 한가해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십여 명이 넘는 사람에게 질문을 해 보아도 별다른 소득은 얻을 수 없었다. 간신히 유령이 두 달 전부터 나타났다는 정보만 얻은 두 사람은, 허탈한 심정으로 복도에 설치된 간이 의자에 앉았다.


『휴... 소장님, 그런데 꼭 이렇게 조사를 해야 해요? 그냥 유령들 나타날 때 죄다 없애 버리면 안돼요?』


『글쎄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한데, 그래도 원인을 알면 의외로 쉽게 풀릴지도 모르잖니. 그리고 성불 시키는 것도 공짜가 아니고. 지출은 최대한 아껴야지.』


『에이, 짠돌이 소장님. 이번엔 사례금도 많던데 그냥 후다닥 해치우고 좀 쉬자고요. 다혜도 그렇고 저도 매일 클랜전 있는데.』


『난 어디까지나...』


소장이 갑자기 근엄한 자세로 입을 열자, 지혜가 재빠르게 말을 끊었다.


『네네, 어디까지나 냉철하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다. 어휴... 소장님 마음대로 하세요.』


소장은 쿡쿡거리며 웃고는, 지혜의 어깨를 툭 치며 일어났다.


『자, 가자. 아직 못 돌아본 곳도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봐야지.』


 


시계를 보던 강철은 8시가 되어 폐점 할 시간이 되자, 사람들을 내보내고 매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때, 문이 열리며 피로한 표정의 두 사람이 들어왔다.


『다녀오셨어요? 일은 다 끝났나요?』


강철의 말에, 지혜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대답했다.


『말도 마, 괜히 소장님 고집에 하루 종일 걷기만 하고, 아아... 피곤하다.』


소장은 머쓱한 표정으로, 잘 가라고 말한 뒤 도망치듯 3층으로 올라갔다. 2층으로 돌아간 지혜는 벨트를 풀어 캐비닛에 넣고는 곧장 밖으로 나갔다.


『철아, 먼저 갈게.』


『예.』


지혜는 날가오리를 불러 그것을 타고 날아갔다. 강철은 순식간에 지혜가 저 멀리 사라지자 문을 잠그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평소와 같은 시간에 출근한 강철은 다혜나 지혜가 오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로 D그룹 빌딩으로 갔나?'


개장준비를 마친 강철이 물을 마시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자 소장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뭐? 몸살? 그게 지금 말이 돼?』


『아씨, 몰라요. 다 소장님 때문이니까. 알아서 해요.』


소장은 반복적인 기계음이 들리는 수화기를 붙들고, 꽥꽥거리며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강철은 소장이 절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다가 자신을 쳐다보자, 도망치듯이 매장으로 뛰어 내려갔다.


강철이 반듯한 자세로 카운터 의자에 앉아 있을 무렵, 소장은 멍한 표정으로 커다란 가방을 든 채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철아, 나중에 다혜한테 병문안이나 좀 가줘라.』


『예? 저 다혜누나 집도 모르는데요?』


소장은 가방을 카운터에 턱하니 올려놓고,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강철은 소장이 무엇을 찾는지 깨달고, 펜과 종이를 내밀었다. 소장은 휘갈기듯이 몇 글자 끼적이곤 강철에게 종이를 돌려주었다.


『거기 다혜 집 주소니까, 오늘은 일찍 폐점하고 한 번 찾아가봐. 그럼 난 바빠서 이만.』


소장은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강철은 소장에게 인사를 하고 쪽지를 들여다보았다. '소장님은 악필이었나?' 빨리 쓴다고 필체가 흘렀는지도 모르지만, 해독을 해야 할 만큼 알아보기 힘들었다.


『에……. 그러니까 인천? 설마 거기서 여기까지 출퇴근을 하는 건가? 하긴 뭐, 마수를 타고 다니니 문제가 안 되겠지만…….』


강철은 작은 부러움을 담아 중얼거리며, 쪽지를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오후까지 정신없이 사람들을 상대하던 강철은 3시가 되자 일찌감치 폐점을 했다. 사람들은 너무 일찍 문을 닫는다고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잽싸게 매장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와 문을 잠갔다.


지하철역으로 간 강철은 인천행 노선에 몸을 실었다. 밖에서 움직이기는 어중간한 시간이라 빈자리가 있었다.


50분가량 지났을 무렵, 다혜의 집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강철은 지하철에서 내려 소장이 적어준 주소를 보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주소만 보고 어떻게 찾아가지?』


한동안 거리를 헤매던 강철은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다혜가 살고 있는 원룸을 찾았다. 엘리베이터에 탄 후 702호를 확인한 강철은, 땀으로 흠뻑 젖은 셔츠를 펄럭이며 7층 버튼을 눌렀다.


어설픈 종소리 같은 신호음과 함께 7층에 도착했다. 강철은 곧장 왼쪽으로 돌아 나가 다혜 집 문 옆에 붙은 벨을 눌렀다. 몇 번 삐- 삐- 소리가 들린 끝에 다혜의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아, 다혜 누나. 저 철이예요.』


대답대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강철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후끈한 열기가 확 뿜어져 나왔다. 에어컨이 있었지만, 몸살 탓에 틀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혜는 헐렁한 바지와 상의를 입은 채 컴퓨터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누나 몸살 났는데 게임하고 있었어요?』


『시끄러, 몸살이랑 게임이랑 무슨 상관이야. 이럴 땐 오히려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몸이 빨리 낫는단 말이야. 아참, 철아. 기왕 왔으니 재떨이좀 비워줘.』


의자에 앉은 다혜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인 재떨이를 내밀었다. 강철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재떨이를 받아 쓰레기통에 꽁초를 털어 넣은 후 다혜에게 돌려주었다. 열이 올라 땀으로 번들거리는 얼굴에 뾰족한 안경을 쓴 채,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입에 물고 모니터를 바라보는 모습이 무척이나 진지해 보였다.


『아무데나 앉아. 언니가 자주 청소를 해서 깨끗하니까.』


다혜는 자신의 옆을 서성거리는 강철에게 말했다. 강철은 문병 온 사람에게 관심도 주지 않고 게임에만 몰두하는 모습에 당황했다. 다혜의 말을 듣고 적당한 자리를 찾던 강철은 컴퓨터 바로 뒤편에 있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다혜는 담배를 찾을 때를 제외하곤 모니터에서 눈도 떼지 않았다. 한 시간이 넘게 그 모습을 지루하게 바라보던 강철은, 자신이 왜 병문안을 왔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강철이 무슨 말이라도 걸어볼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20분가량의 사투를 끝내고 보스몹을 쓰러뜨린 다혜가 로그아웃을 했다. 회전의자를 빙글 돌려 침대로 향한 다혜는 빙긋 웃으며 강철에게 말했다.


『어머, 철이 병문안 온 거야?』


『아... 예. 지혜누나.』


강철은 부드러워진 말투로 지혜가 나타난 것을 깨달았다. 신경질적이고 공격적인 다혜와 달리 사근사근하고 조용한 말투였다. 지혜는 의자에 앉은 채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런데 집에 먹을 게 없어서 어쩌지. 다혜나 나나 요리에는 별로 소질이 없어서 보통은 시켜서 먹거든. 뭐라도 시켜줄까?』


『아뇨, 병문안 왔는데 얻어먹을 수 있나요.』


『그래도……. 아! 주스정도는 있을지도 모르겠네.』


지혜는 곧장 냉장고로 걸어가 오렌지주스와 컵 두 잔을 가져왔다. 음식을 죄다 시켜먹는 집 치곤, 과하게 커다란 냉장고였다. 강철은 지혜가 따라주는 주스를 마시며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요 누나. 그런데 음식은 죄다 시켜먹는다면서 냉장고는 왜 저렇게 커요? 집도 혼자서 지내기에는 좀 큰 거 같은데.』


『글쎄, 다혜가 무조건 큰 게 좋다고 해서. 커서 불편한 점을 별로 없어.』


지혜는 주스 두어잔을 마시고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켰다. 그리고 곧장 침대에 누웠다.


『덥지? 미안해. 몸이 안 좋아서 에어컨을 켜기 힘들거든.』


『괜찮아요. 그런데 아까 다혜누나 보니까 멀쩡한 거 같던데요?』


지혜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루비가 박힌 작은 금귀고리가 짤랑짤랑 소리를 내었다.


『오늘 레이드 있는 날이라고 무리 한 거야. 꼼짝없이 누워있어도 모자랄 판에 너무 게임에 중독된 건 아닌가 몰라.』


'누나도 똑같은데요.'


강철은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말을 웅얼거렸다. 지혜는 강철의 표정을 보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깨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뭐, 내가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문병 와줘서 고마워, 나랑 다혜는 좀 자야할 것 같으니까 더 있고 싶으면 있어도 돼. 과자나 간단한 음식 같은 것들은 냉장고에 있고, 컴퓨터도 하고 싶으면 해도 되고.』


지혜는 말을 끝내고 안경을 벗어 머리맡에 두고 눈을 감았다. 두 사람에겐 잠들기 위한 예비시간도 필요 없는 것 같았다. 강철은 눈을 감자마자 새근거리며 깊게 잠이든 지혜를 보고 꾸벅 인사를 한 다음 집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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