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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천주

2008.03.20 05:52

Bryan 조회 수:794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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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알렉시오의 몇 배나 되는 거대한 덩치에 천장에 닿다 못해 수그려야 할 정도의 거구였다. 가죽 없이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날개와 아래로 굽어진 숫양의 뿔, 복도 자체가 어두워서 인지 악마의 몸은 온통 칠흑색에 암흑 그 자체였고, 살기가 진득이 묻어나오는 연녹색의 푸른 안광을 흘리듯이 뿜어내고 있었다.


“베레스…….”


알렉시오는 나지막이 악마의 이름을 읊조렸다. 베레스는 왼 손에 쥔 거대한 낫을 바닥에 찍어 보이며 의심쩍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내 연기가 부족했나? 이렇게 금방 알아채다니.”


“연기가 아니라 사전조사가 부족했던 거겠지. 무엇보다 안셀모 신부는 나를 형제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고. 그런데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말이다. 모든 바티칸의 신부들은 키(Key)를 그녀라고 부르지 않지, 망할 자식아!”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알렉시오의 리볼버가 번쩍이며 차가운 총성을 토해내었다. 거의 기습에 가까운 일격이었다. 새하얀 연기가 유령의 꼬리처럼 총구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치하군.”


베레스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현존하는 총탄 중에서 가장 큰 500매그넘 탄을 사용하는 50구경 리볼버를 직격으로 맞고도 멀쩡할 존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반동을 비롯한 여러 가지 결함이 있어 널리 쓰이진 않지만 파괴력에 있어서만큼은 아프리카 코끼리나 하마 과도 잡는 다는 괴물이었다.


“4급 은탄(銀彈)을 맞고도 멀쩡하다라…….”


알렉시오는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동시에 베레스가 포효 섞인 괴성을 지르자 복도 저 끄트머리에서 둔탁한 발소리들이 우레처럼 우르르 들려왔다. 발소리의 진원은 카타콤의 하층에서 적게는 반세기에서 많게는 수 백 년 전에 지하 묘지에 잠들어 있던 송장들이었다.


“자네의 선배님들이니 인사라도 좀 하지 그래. 아무리 은퇴했다고 해도 생전에는 엄연히 파수꾼들이었다고.”


베레스의 음성이 탁한 공기에 섞여 들려왔다. 알렉시오는 말없이 아타셰케이스에서 두 개의 보위 나이프를 꺼내 양 손에 쥐었다. 망설임은 곧 죽음이라 했다. 알렉시오는 그에게 달려오는 무수히 많은 좀비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보위 나이프는 어둠 속에서도 초연히 은은한 곡선의 자태를 뽐내며 춤을 추는 듯 했다.


칼의 춤과 함께 좀비들의 신체 부위 여기저기가 뎅강뎅강 잘려나갔다. 알렉시오는 총격전 보다는 오히려 칼부림에 있어서 조예가 깊어 보였다.


보위 나이프에 의해 차츰 좀비들의 수가 줄어들었을 때,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결심한 베레스가 거치적거리는 좀비들을 향해 낫을 휘두르자 리치(Reach)안에 있던 모든 좀비들의 허리가 처참하게 잘려나갔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베레스의 발자국 소리가 마치 임종을 앞둔 사람처럼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후웅!


알렉시오는 정수리로 향하는 베레스의 낫을 몸을 날려 피한 다음, 다시 일어서 보위 나이프를 꼿꼿이 세웠다. 그러나 그가 가진 무기는 악마의 공격에 대비한 제한적인 호신용 일 뿐이지 대악마전을 위해 특화된 병기 따위가 아니었다. 악마의 몸은 보위 나이프로는 흠집하나 날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베레스의 피에 굶주린 낫이 금방이라도 알렉시오의 몸뚱이를 낚아챌 듯 달려들고 있었다.


“크크크크.”


베레스는 필사적으로 공격을 피하는 알렉시오의 행동을 보고,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즐겁다는 것처럼 킬킬됐다. 그러다가 베레스는 패턴을 바꾸어 낫을 쥐지 않은 오른 손의 손바닥을 펼쳐 알렉시오의 복부를 내쳐 버리자, 알렉시오는 복도에 몸을 뒹굴며 저만치 나자빠지고 말았다. 발라파르에게 당한 상처들이 고스란히 고통으로 되돌아왔다. 알렉시오는 무거운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슐로모에 스물다섯째로 봉인된 자여. 내 육체를 매개삼아 눈을 뜨라, 글라시아 라볼라스!”


알렉시오가 양 팔을 마주치고 그렇게 소리치자, 그의 몸에서 베레스의 안광과 같은 연녹색의 불꽃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동시에 알렉시오가 서 있는 자리의 주위로 붉은 색의 마법 진들이 순식간에 그려졌다. 물론 그것은 단순한 마법진이 아닌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문양이었다.


“미개하나마 인간의 육신을 빌려, 나 글라시아 라볼라스가 다시 물질계의 땅을 밟으니 소유자의 명에 따라 그가 증오하는 모든 자들을 찢어발기리라!”


그것은 알렉시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 음성은 연옥의 심연 저 끄트머리에서 터져 나오는 광기어린 짐승의 목소리였다.


“재미있군. 인간 손에 봉인된 주제에 이제는 인간의 개 노릇까지 하겠다고?


베레스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지만 왠지 모를 당혹감이 보였다. 베레스가 막 공격을 시작해야 갰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알렉시오가 먼저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베레스는 즉시 낫을 쳐들어 가까스로 알렉시오의 공격을 막았으나 육체의 강함이 이미 수십 배 이상 오버 상태가 되어버린 신부의 힘은 실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베레스는 후방을 노린 알렉시오의 민첩함을 이번에는 따라오지 못했다. 브레스 너클을 손에 쥔 알렉시오가 베레스의 척추를 노려 타격하자, 리볼버의 화력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베레스의 몸이 화염에 일그러져 버린 것처럼 휑뎅그렁했다. 물론 단순히 브레스 너클의 파괴력에만 의존한 것이 아닌 글라시아 라볼라스의 힘의 일부를 빌린 것이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쿠오오오!”


악마로써는 경험해 보지 못한 익숙지 않은 고통과 분노에 베레스가 울부짖었다. 연이은 제 이, 제 삼의 타격은 베레스에게 절망을 안겨다 주었다. 인간에게 절망을 느끼는 악마라니……. 이제 물질계에 남아 있을 그의 힘도 얼마 남지 않았다.


“기분이 어떤가? 고통을 주는 존재에서 고통을 받는 입장이 된 게.”


“나쁘지 않군.”


그것이 베레스의 마지막 말이었다. 알렉시오의 두 보위나이프가 날개처럼 베레스의 양 어깨에 꽂히자 베레스의 몸이 박쥐 떼처럼 조각조각으로 나뉘어 사라지고 말았다.


“후우…….”


검은 악마가 지옥으로 추방되어 버리고 알렉시오는 긴 한숨을 나직이 내뱉었다. 그의 몸에서 푸시시하고 불꽃들이 증기처럼 빠져 나갔고  잠시 현신(現神)하였던 마신도 잠들었다.







덧글이라는 양식, 감사히 잘 먹고 있습니다.(시라노님, 드로덴님.) 그런데 드로덴님께서 무언가 소설의 흐름을 잘못 이해하고 계신것 같더군요. 아마도 저의 부족한 필력때문이겠지요. 혹 알렉시오와 안셀모를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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