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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에메랄드 소드

2007.04.06 08:10

다르칸 조회 수:799 추천:4

extra_vars1 판타지안 
extra_vars2 上 
extra_vars3 18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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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리의 땅을 찾아 그 진실의 문을 두드리는 자들 마법사


 세상의 끝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전언을 퍼트리는 성직자


 깊은 내면의 힘과 끝없는 노력의 상징 검술사


 


 


 "I crossed the hells the dust of midlands,


 to seach for the blood key to open the gates


 I pledge myself to conquer All the fools who stand


 against the mighty gift bestowed in my unworthy hand"


 


  -마왕 아프리마드의 주문 'Emerald Swrod'-


 


 


 






 


 


 


 


 


 


아침부터 먹구름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해가 중천에 뜨기도 전에 억수 같은 여름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골길은 진흙탕이 되어 뛸 수 없게 되고 하늘은 빛을 가려 마치 밤처럼 어둡게 만들었다. 내가 이 길을 걷는 이유는 단순히 몇 가지 기분나쁜 사건들의 해결과 그것들을 부탁한 이들이 내게 선사한 은혜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도시를 향해 걷는 와중에 만나는 축축한 소나기와 험사궂은 산적무리들은 순식간에 맑았던 하늘이 어두워진 것 만큼이나 내 기분을 더럽게 만들었다. 해적은 의리가 있는 로맨티스트들이었다. 적어도 내가 본 그네들은 그렇게 살았다. 마적은 세상을 뒤집어 싶어서 안달이 난 의협심 강한 집단이었으며, 도적들은 나라를 만들고 싶어했다.-사실 몇개의 나라를 세운 왕들 중에서는 도적 출신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산적은 그 어느것에도 들지 못 했다. 그들은 한심한 농민들이었다가 고작 창이나 칼 따위를 집어들고 남에게 윽박을 질러 돈을 뜯어내는 노상강도일 뿐이었다. 나는 내 에메랄드 빛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기분이 나쁜 때에 간혹 이런 버릇-머리나 목덜미를 쓰다듬는-이 나왔다.


 "자,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내가 눈을 찡긋했다. 자신의 덩치를 믿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누군지 정말 모르는 건지, 산적 두목으로 보이는 남자가 대뜸 칼날을 내 목 언저리에 들이밀면서 입술을 말아올렸다. 흡사 오랑우탄처럼 보이는 얼굴에 지난 달에 먹었던 오리로스가 쏟아져 나올 것 같았지만, 일단 참았다. 그렇지만, 표정이 굳어버린 걸 도저히 어쩔 수 없었다.


 "어서 가진 걸 몽땅 내놔!"


 산적 두목은 긴장을 한 것 같았다. 내게 60cm정도 되는 에메랄드색 단검을 허리에 차고 헐렁한 흰 티셔츠에 싸움을 가능케 하는 가벼운 가죽갑옷을 입고 있다는 걸 이제서야 발견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참 한심하게도 세상에 간이 불어 날대로 불어 난 몇몇은 자신의 죽음을 재촉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주문을 영창했다.


 "I will search for the destruction"


 주문이 끝나는 순간, 내 시선이 박힌 땅에서부터 시꺼먼 어둠이 튀어나와 두목을 삼켰다. 사실 주문도 필요없이 불덩어리를 뽑아내 던지면 되겠지만, 일단 내가 막강한 마법사라는 걸 어필하기 위해 데몬조차 한 방에 소멸하는 마법을 썼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에 산적들은 죽음 앞에서의 공포를 얼굴에 띄웠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입가에 비웃음을 띄웠다.


 "마, 마법사?!"


 어떤 산적이 외쳤다. 열 댓명 중 반 정도가 줄행랑을 쳤다. 하지만 그래도 패기가 있어 보이는 젊은 산적들은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도리어 두 명 정도는 칼자루를 꾹 쥐고 놓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 모두 꼽아도 두 자리수를 넘기지 못 하는 기적의 마법사들은 항상 신비롭고 경외롭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은 일반인들의 어리석은 착각이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마법을 쓰는 법은 누구나 배울 수 있다. 다만, 마법을 쓰려면 마족들로부터 힘을 빌려와야 했다. 마법을 배우려는 자들이 스승으로부터 도망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용기가 없어서 첫 마법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악귀의 형상에 놀라 도망친다. 그러나 이미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마력은 마족들을 끌어들이고 결국 시체도 없이 죽어버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위대한 마법사였다.


 "제길!"


 덩치가 듬직한 한 녀석이 도끼를 내게 휘두르려 들었다. 그런데 두 눈을 감고 덤비고 있었다. 죽을 게 뻔한데도 용맹스러운 뒷모습을 남기기 위해 덤볐다. 멍청한데다가 실속없는 짓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의 무용담을 전해줄 그 누구도 남겨둘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open the light"


 내 가슴팍까지 온 도끼를 잡고 주문을 외웠다. 손 끝에서 빛이 터져나와 도끼부터 산적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는 어마어마한 열기에 빛처럼 보이는 화염덩어리에게 온 몸이 뜯기는 고통에 도끼를 놓고 휘청거렸다. 더 이상 자리를 고수할 수 없는지, 모두 동료를 두고 도망쳤다. 나는 악마의 힘을 다시 불러냈다.


 "for the king"


 마족들 중에서도 최상위, 명왕이라 불리는 마족 라니쉬의 힘을 빈 마법은 악랄하게 도망자들을 쫓아갔다. 저쪽 숲에서 커다란 폭음이 들리고 거뭇거뭇하고 기분나쁜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자, 나는 비로소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해소된 걸 느꼈다. 이런 점 때문에 세간에서는 나를 '에메랄드의 악마'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말이 내 귀로 직접 들린 것 아니지만-들렸다고 그 말을 꺼낸 이가 살아 남을리도 없겠고-소문이란 게 있으니, 어렴풋이 알고 있다.


 다시 걸음을 재촉해서 비가 그치고 햇빛이 쨍쩅하게 떠올라서 다시 푸른 숲을 비칠 때가 되어서야 나는 이 지긋지긋한 산길을 벗어났다. 그리고 지평선 너머로 잘 닦인 길과 언덕 위의 도시를 볼 수 있었다. 마법사들 중에서도 유명한 현자 에틸렌이 현재 거주하는 도시이며, 나를 부른 스승이 있는 곳. 정확히 말하면 스승이자 현자인 에틸렌이 이곳으로 날 부른 것이다. 어느 정도 길을 따라 내려왔더니, 나즈막한 돌담이 나와 함께 길을 따라간다. 그러다가 곧 높은 성벽이 드러났다. 간단하게 날아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스승에게 욕만 한 사발 들을 게 분명하고, 성문을 통해서 가면 이곳저곳에서 시선을 끌 게 분명했다. 고민이 안 될리가 없었다. 하지만 둘 다 귀찮다면, 차라리 일반인들의 눈에 띄는 게 백배는 더 낫다. 성벽을 따라 걸으니, 금방 커다란 성문이 나타났다.


 "신분증을 제시하십시오"


 허름한 가죽갑옷이나 걸친 여행객을 제지하는 병사의 행동은 무척이나 훌륭했다. 하지만 그가 제지한 것은 그들이 악마라 일컺는 마도사이고,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성벽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들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성벽 안 어딘가에서 남이나 고치고 다니는 소승이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었다. 나는 병사에게 마도사협회의 금색 명패를 건네주었다. 금색이라고 순금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고, 단지 금색으로 내 이름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명패를 본 남자가 사색이 되었다.


 "죄, 죄송합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그의 어개를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 더 없이 맑은 미소를 지어준 다음 빠른 걸음으로 시장 깊숙이 들어왔다. 가끔 내 미소가 남들에게는 정신계 마법에 준할 정도로 잘 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나의 돌아가신 아버지는 미모에 있어서는 여성보다도 아름답다던 엘프였고, 돌아가신 어머니 또한 미모로는 아버지에 두지지 않았다. 어느 신화에는 물가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에 빠져 죽은 남자가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 정도로 잘 생겼다고 자부한다. 이 남자에게도 통하는 미인계 덕분에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든지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동성애자는 아니다. 나는 지극히 순수한 섹스를 원하는 스물여덟의 팔팔한 청년이고, 가끔 나의 사랑에 불타 하룻밤을 보낸 여자들도 수태 많았다. 물론 그 여자들이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는 나도 모른다.


 시장 깊숙이 들어와서, 스승이 내게 알려준 노천카페에 도착했다. 노란나무 간판에 악필로 쓰여진 노천카페는 밖에 약간의 테이블과 파라솔로 장사가 무척 잘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밖의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웨이트리스가 나타나 내게 메뉴판을 건넸다.


 "레몬에이드와 치즈케잌"


 나는 메뉴판을 펼쳐보지도 않고 주문을 했다. 어느 도시, 마을이건 치즈케잌과 레몬에이드를 팔지 않는 카페는 없었고 이곳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웨이트리스는 고개를 숙인 뒤 메뉴판을 가지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케잌과 음료가 나올때까지 나는 두리번거리면서 스승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무척이나 젊었다. 나이는 일흔이 넘었으면서도 외관상으로는 나보다도 어려보이기도 했다. 군청색의 단발머리에 붉은 망토와 예식용 의복을 입고서는 고급스러운 나무 스태프로 땅을 짚고 다니는 남자였다. 그가 바로 내 스승이자, 5대 현자 중 한 명이라는 에틸렌이었다. 언청이인 탓에 남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싶어서 마법을 배웠다던 그는 그 노력의 산물로 지금 세계 최고의 마법사이자, 현자로써 유명세를 탔다. 뿐만 아니라, 남들을 치료하고 다니는 탓에 사람들 중에서 에틸렌을 칭송하지 않는 자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멍청한 놈, 이렇게나 늦게 나타나다니"


 그는 날 보자마자 타박부터 했다. 그의 메세지를 받은 곳은 이곳에서 반년은 걸어가야 하는 소왕국의 수도였다. 물론 날아서 온다면, 이틀이면 충분하겠지만 나는 말을 타고 오는 걸 택했다. 그래도 한달은 족히 걸리겠지만, 내 마법적 능력 덕택에 말은 아까의 산 초입에서 과다한 부여마법의 부작용으로 죽어버렸다.


 "왜 부르셨는데요"


 나는 이 사람이 싫었다. 부모님이 죽은 뒤, 날 버리고 홀연히 사라진 누나를 찾느라 거지가 된 나를 업어 키워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해주었지만, 이사람은 속과 겉이 너무 달랐다. 외부에서는 현자니 뭐니 떠들어대지만 사실 그는 자신의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마법적 숙련도를 높이려고 남을 치료하고 다닐 뿐이었다. 다리가 마비된 전사의 다리를 고치고 눈이 먼 아이의 눈을 낫게 하는 등 기적이라고 할만한 업적을 남겼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마법내성이 워낙 강해서 자기의 장애는 치료조차 못 했다.


 "신을 소환하려고"


 "예?!"


 마침, 웨이트리스가 케잌과 레몬에이드를 가지고 나왔다. 나는 조금이라도 생각할 시간이 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마법사의 근본이 되는 마법은 자연마법과 흑마법으로 나뉜다. 자연마법은 단순히 자연계의 힘을 이용해 쓰는 것으로 주문을 외울 필요도 없으며, 배우기도 쉽다. 하지만 위력은 지나치게 약했다. 그 때문에 언젠가부터 마법사들은 마족들의 힘을 빌려다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흑마법이었다. 마족들에 대해서 베타적이기는 하지만, 그 흑마법으로 마족을 잡을 수도 있기에 흑마법은 마법사들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조금은 성스러워 보이는 것은 백마법으로 치부된다. 어째서 악마의 힘을 빌려다 치료를 하거나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해서 마법은 자연, 흑, 백마법이 존재했다. 즉, 엄밀히 말하자면 마족의 힘을 빌려쓰는 마법사가 마족을 세상에서 멸망시켜버리려고 드는 신을 소환한다는 소리는 미친소리였다.


 "미쳤죠? 죽을 때가 되었나봐요"


 스승이 스태프로 내 머리통을 때렸다. 그는 아주 지고하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가 지금 거짓이나 장난 따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미쳤군, 당신"


 "아니, 내 이야기를 들어봐 얼간아. 언제부턴가 마법사들은 마족의 힘을 빌려, 그 뿐만 아니라 신과 적대적 입장이며 동급인 마왕의 힘까지 빌려쓰지, 물론 마왕의 힘을 빌린 마법을 쓰는 건 나나 너, 소수의 몇 뿐이지만"


 에메랄드 스워드, 녹왕(綠王)이라 불리우는 마왕 아프리마드의 힘을 빌려 쓰는 흑마법계 최강의 주문. 그 빛이 영롱한 에메랄드 빛을 띄고 마왕의 별호 또한 녹왕이기에 에메랄드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지만, 파괴력은 거창하다기 보다는 냉혹하다. 맨 처음 이 주문을 고안해낸 것은 지금으로부터 500여년 전 현자보다도 대마도사라고 불리는 엣스라는 사람이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굉장히 불안정해서 마왕을 강림시킬 뻔도 했다. 물론 신마 균형을 잡고 있던 마왕과 신은 강림하지 않았고, 엣스는 위험인물로 간주되어 암살당했지만, 그 이후 마도사협회는 주문의 안전성을 위해 꾸준히 그 주문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20여년 전에 내 스승이 북부 어느 지방에서 출몰한 고위마족 하나를 잡기 위해 이 주문을 썼고 성공했다. 어마어마한 마왕의 힘이 간부급 마족도 아닌 고작 고위마족에게 쏟아졌으니, 그 마족은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렸고 그 덕분에 나는 불과 열 세살 때에 패룡왕(覇龍王) 카폰을 만났다.


 마왕 아프리마드에게는 그의 힘을 나누어서 만든 네 명의 간부마족이 있는데, 그들이 명왕 라니쉬, 패룡왕 카폰, 야수왕 이본느, 해왕 제라드가 있다. 중급마족부터는 거의 자기 마음대로 설치고 다니지만, 간부급 휘아의 마족들은 확실한 명령체계를 가지고 있다. 스승이 잡은 고위마족은 패룡왕의 수하였고, 그는 염탐차 스승을 보러 왔던 것이었다. 말 그대로 세계의 균형을 좌지우지하는 간부급 마족들을 수차례 대면한 스승은 확실히 인간의 범주를 넘었다. 솔직히 말하면 미쳤다.


 "그럼 신의 힘을 빌리는 건 어째서 불가능할까?"


 "신관들이 있잖아요"


 신관들은 마족에 반하는 자들이다. 그들 중에서는 용족도 있고 엘프, 인간도 있다. 용족은 고위마족을 이길 수 있을 만큼 강하며, 마법과는 다른 신성마법이라는 걸 사용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흑마법보다 희귀하고 막강하지만, 역사서에도 용족들이 등장한 적은 신마대전 빼고는 없었다.


 "그럼 내가 용족한테 가서 부탁하리?"


 "아이젠바하 아저씨 알잖아요"


 나는 스승에게 핀잔을 주었다. 최상위 마족들과 안면이 텄는다. 신족들은 못 봤을까, 무지막지한 스승에게는 30년 지기인 신족이 하나 있다. 대체로 용족이나 엘프족은 신족이라고 합쳐서 부르는데, 왜냐하면 인간은 신성마법을 쓰지 못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성마법을 쓰는 용족 중에서 아이젠바하 라는 골드 드래곤족 장로는 스승과 친한 친구사이이다. 나도 어떻게 그 둘이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적조룡(赤鳥龍)이라고 불리우는 이 세상의 신 피닉시스를 강림시키는 것 빼고는 다 들어줄 만한 위인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좀 바보스러웠다.


 "그 친구가 피닉시스를 강림시켜 줄 것 같은가?"


 "아니, 아저씨한테 고쳐달라고 그러라구요"


 스승의 스태프가 다시 내 이마를 쳤다.


 "내가 그걸 언제 부탁해봤는지 알어?"


 "그걸 내가 어찌 알아요?"


 다시 스태프가 날아와 내 머리에 혹을 만들었다. 나는 뵤루퉁하게 입술을 삐죽 내밀고서는 묵묵히 케잌과 레몬에이드의 맛을 음미하기로 했다. 하지만 스승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피닉시스를 소환하자는 게 아니야, 명왕, 패룡왕, 야수왕, 해왕이 있듯이 신의 아래에도 화,수,목,금,토의 다섯 용왕이 있다고, 그들 중 가장 막강한 마력을 쓰는 수룡왕을 부르자는 거지!"


 넷의 간부급 마족들과 다섯 용왕들의 힘은 서로 비슷하다. 그렇다면, 용왕들의 전적으로 우세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 중 목룡왕은 마족들이 그들의 사념적 공간에서 이 세상으로 함부로 나올 수 없게 결계를 생성하고 유지시키는 일을 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움직일 수 있는 용왕은 넷 뿐이다. 그리고 그 중 수룡왕 하비스트는 간혹 사람의 형상을 하고 돌아다니다가 기적을 일으키며 세간을 놀리기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라고 아이젠바하 아저씨에게 들었다. 물론 블루 드래곤들이 들었다면 경을 칠 일이지만, 그 이갸기를 들은 건 나랑 스승, 아이젠바하 아저씨가 전부였다.


 "이봐요 스승님. 난 내가 열살 때 당신이 패룡왕에게 부탁한 걸 기억하고 있어"


 난 쏘듯이 말했다. 십여년 전 패룡왕에게 스승은 장애를 고쳐달라고 부탁했었다. 하지만 패룡왕은 능글맞게 웃으면서 그가 인간사에 간섭하는 순간, 신족들이 벌떼처럼 일어날 것이며 신마대전이 다시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뒷이야기는 쫓겨나서 듣질 못 했지만, 분명히 패룡왕은 스승에게 어떤 저주가 걸려서 장애를 고치려면 마왕이나 신에게 부탁해야 한다고 했다.


 "흥, 뇌까지 근육인 것 같은 패룡왕 말은 못 믿어"


 스승은 굉장한 쇠고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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