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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제왕연의

2006.07.13 02:07

하르시온 조회 수:13 추천:1

extra_vars1 프롤로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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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군요.”

디나미스 왕비는 불안한 눈빛으로 벨더프를 쳐다봤다.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하지만…….”

왕비 일행은 끝도 보이지 않는 출구를 향해 급하게 걷고 있었다. 통로는 밖에서 보기보다 넓어 두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만큼은 되었다.

한참을 걷고나서야 간신히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근위병사가 먼저 밖으로 올라가 안전을 확인한 뒤에야 왕비를 올려보냈다.

“왕비님 어서…….”

비밀 통로는 구릉의 비탈로 이어져 있었다. 통로를 빠져나오니 도성에서 꽤나 멀리 벗어나있었다. 땀을 씻고 뒤를 돌아다보니 불길에 휩싸인 성은 드넓은 황야 가운데의 모닥불처럼 작게 보였고 하늘에는 별들이 비단결처럼 펼쳐져있는 가운데 눈물을 머금은 듯 자꾸만 아른거렸다.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 손을 흔들며 일단의 인마를 이끌고 다가왔다.

“왕비님! 무사하십니까? 이 트리스체가 왔으니 이제 안심하십시오.”

“오오, 당신은 트리스체 경이 아닙니까? 무사했군요. 보다시피 나는 괜찮아요.”

그는 아르놀라인 성의 외성 수비를 맡고 있던 도중 벨더프의 연락을 받고 비밀통로를 향해 달려온 것이다.

“역시 대단하군. 그 속을 뚫고 나오다니. 사실 정말 올거라곤 생각 못했네. 하하…….”

“허허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이래뵈도 이 트리스체의 창은 녹슬지 않았네. 자, 어서 가자구. 놈들이 곧 뒤따라 올걸세.”

왕비와 경비대장, 그리고 근위대 등은 트리스체의 부대와 합류하여 남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젠 도성의 불길도 반딧불만큼이나 작아졌다. 이만하면 됐겠지 하고 흐르는 땀을 씻어 내리고 있는 찰나에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지축이 울리도록 들렸다. 강철 거창이 그려진 깃발을 들은 한 떼의 인마가 엄청난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비밀통로의 입구를 보고 왕비 일행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카크가 보낸 것이었다.

왕비는 기겁을 하고 놀란다. 그러나 벨더프는 무표정한 얼굴로 왕비를 위로했다.

“왕비님 걱정 마십시오. 이 벨더프가 있고 트리스체 경도 있는데 무엇이 두렵단 말이옵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벨더프 역시 두렵지 않을 수 없었다. 멀리서만 봐도 적의 숫자는 아군의 십배에 달해보였기 때문이다. 이대로 도망을 친다해도 보병이 섞인데다 왕비를 호위해야하는 아군이 적의 경기대에 붙잡힐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결국 그는 결단을 내렸다.

“여기는 제게 맡기고 왕비님은 트리스체 경과 함께 먼저 가십시오. 저는 조금 있다 따라가겠사옵니다.”

“아니, 아니 됩니다. 경이 없이 내가 어떻게 떠날 수 있겠습니까.”

“왕비님. 여기는 벨더프 경에게 맡기시고 우선 떠나시지요. 왕비님을 모시고는 마음대로 싸울 수가 없어서 그러는 것이옵니다.”

“그렇사옵니다. 왕비님만 피신하시면 저들을 물리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어서 떠나십시오.”

“정 그러하다면……. 경, 반드시 살아 돌아와야합니다.”

“분부,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사옵니다.”

디나미스 왕비는 벨더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적이 더욱 가까이 다다르자 트리스체는 황급히 왕비의 말을 이끌고 달렸다. 벨더프는 근위병 둘에게 두 왕자를 맡기고 트리스체의 군사와 함께 적을 맞을 준비를 하였다.

“전군! 반탄지세 준비!”

발소리와 함께 군대의 전열이 정해진 대로 움직였다. 하나하나의 기세는 날카로운 것이었지만 그 숫자란 참으로 초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병사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벨더프 또한 45Kg의 거대한 언월도를 들고 마상에서 적이 쇄도하는 것을 노려보고 있었다. 드디어 적의 기병대가 30보안에 들어온 순간,

“펼쳐라!”

벨더프의 말이 떨어지자, 지그재그로 길게 늘어섰던 대열이 쫙 펼쳐지면서 들고 있던 창을 앞으로 비스듬히 내려쥐었다. 그러자 약 2m 길이의 창이 3.5m 가량으로 쭉 늘어나며 땅에 강하게 박혔다. 적병은 말머리를 돌릴 틈도 없이 그대로 창에 머리나 몸통이 꿰이고 주인을 잃은 말은 미친듯이 날뛰었다.

적의 최전선은 흩어졌지만, 뒤에서 계속 몰려오는 적에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적의 기마병이 자기편의 시체를 밟고 넘어와 쇄도하는데는 용맹한 벨더프의 지휘력도 소용이 없었다. 순식간에 전열이 무너지고 적의 창검이 중군을 위협하였다. 중군에서 목청을 돋아 소리치던 벨더프도 언월도를 비껴쥐고 쏟아지는 적을 향해 돌진했다.

“이 피라미같은 놈들아! 네깟놈들이 가진 창으로는 이 벨더프를 상처낼 수 없을 것이다!”

벨더프의 무용은 가히 신기에 가까웠다. 레가노르의 병사들을 낙엽 쓸 듯 쓸어버리는 그의 기세에 놀랏듯 적들은 돌진을 멈추고 다가가기를 꺼렸다. 그러자 그 틈을탄 벨더프의 병졸들이 다시 진세를 가다듬었다.

“지금이다, 전군 쐐기 돌격!”

와아 하는 함성과 함께 벨더프를 필두로 약 50명의 말탄 병사들이 한 몸이 되어 돌진했다. 보통의 경우, 숫자가 적은 군세가 돌진을 하는 것은 어불 성설일 것이다. 그러나 벨더프의 용맹을 앞세우자 결과는 달라졌다. 그의 창이 빛나는 곳에는 적의 핏물이 쉴새없이 흩뿌려지고 그의 말발굽아래 깔려죽는 적의 숫자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선두에서 적의 방어선을 흔들어놓자 중군에서는 기세를 앞세워 돌파를 시도했다. 분명 숫자는 적이 더 많았지만, 부딪히는 순간순간에는 결국 1:1인 것이다. 단순히 수색을 목적으로 파견된 경장의 레가노르군과 최근에 끝없이 침략을 겪은 벨더프의(트리스체 소속이지만) 경험많은 철기병군은 비교하기 힘들 만큼 큰 차이가 있었다.

“뭣들하는게냐! 당황하지 말고 전열을 가다듬어라!”

레가노르 수색군 대장 앤딕스는 혼란스런 부대를 바로잡기 위해 소리높여 독려했지만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한번 진세가 무너지면 명령을 전달하는 지휘관이나 분대장들이 전사하거나 적군에 의해 차단되어 통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겨우 백명도 안되는 오합지졸들에게 이렇게 밀리다니…….”

그는 칼을 쥔 손을 부르르 떨었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다. 그의 악에 받친 소리도 무시한채 혼란에 휩싸인 병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거기있는 자가 대장인가! 이 벨더프의 창을 받아라!”

정신없이 싸우는 와중에 벨더프가 적장을 알아보고 달려들었다. 앤딕스도 그가 자신의 군대를 격파한 장수라는 것을 알고 눈에 핏발을 세우며 칼을 휘둘렀으나, 그는 벨더프의 적수가 못되었다. 무기를 맞부딪쳐 보지도 못한체 벨더프의 거대한 언월도가 그의 머리끝부터 말잔등까지 반으로 갈라놓았다.

“적장이 쓰러졌다!”

어느 병사의 외침과 동시에 레가노르군 여기저기서 후퇴명령이 떨어졌다. 벨더프군은 좌우에서 도망치는 적군을 닥치는대로 쳐죽였으나 본시 적군의 숫자가 많아 모두 섬멸하지는 못했다.

“큰일이다! 적의 패잔병은 반드시 지원군을 데려올터. 으음……. 그렇다면 우리는 이대로 북으로 간다!”

비록 승리하긴 했으나 더 이상 전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또한 군대라 부르기도 힘들만큼 적은 숫자인 벨더프의 군으로서는 도망치는 것 이외에 방법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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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처음엔 프롤로그를 간단히 본문의 시작을 위한 보충 정도로 간략하게 쓰려고 했는데..

이거이거 계획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프롤로그가 상당히 길어질 듯 싶군요^^;

아마도 3화나 4화쯤에서 끝나게 될 듯 합니다.

에- 그러면 이번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로 인삿말을 대신하고 싶네요^^

비는 오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오후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