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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더 네크로맨서(The Necromancer)

2005.05.22 07:41

Crisis。 조회 수:85 추천:1

extra_vars1 # 1부, 나는 애정을 숨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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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체가 직설적일 수 있으니 양해를 구하는 바입니다.

름대로 잘 차려입는다고 생각하는 데스티니 파인더(Destiny Finder), 다이트는 카드점을 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운명을 카드 몇장으로 알아본다는건, 그 운명도 모른채 사는사람에게는 언짢은 일이기도 하다.
다이트는 다섯장의 카드를 뽑아들어 죽 늘어놓곤, 한장씩 뒤집으며 투덜거렸다.

[행복, 사랑. 애정…. 맘에 안드는것 뿐, 우리에게는 전부 어울리는게 아니잖아!]

세 장이 모두 좋은것이 나오자, 다이트는 얼굴을 팍 찡그렸다. 그리고 남은 두장을 뒤집었다.

[…!]

찡그릴수 있을만큼 얼굴을 찡그린 다이트는 카드들을 구겨서 신경질적으로 쓰레기통에 쳐박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염병할. 인사조차 하지 못했는데, 면상에다가 침도 한번 못 뱉어줬는데….]

그는 황급히 방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테이블에선 미처 다이트가 버리지 못한 카드 두장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죽음(Death)
고통(Pain)
                             *            *          *
[할아버지. 약 가져왔어요.]

[쿨럭…. 으음. 고맙다. 카라….]

[뭘요.]

2년전과는 다르게 어엿해진 손녀를 바라보던 에네리오스는, 자신에 앞에 놓여진 약 그릇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쿨럭…. 쿨럭…. 이거 독약은 아니겠지?]

[아무리 할아버지가 미워도 ‘에잇, 뒈져라 망할놈의 할배야!’라면서 독약 티 안나는 독약을 가져다 바치진 않아요.]

[…진짜 독약이냐?]

[아니래도! 그냥 마셔요!]

에네리오스는 불신의 눈빛으로 카라를 노려보며, 약 그릇에 가득 담긴 정체불명의 액체를 통채로 삼켰다. 그리고….

[무크헉!]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 많은 양의 액체는 침대시트를 적셔놓았다.
에네리오스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고는, 애써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었다.

[날 독살하고싶었느냐!]

[…할아버지!]

그는는 침대시트를 적신 핏덩어리를 노려보다가,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카라에게 약사발을 건넸다.

[농담이다, 그깟 피 좀 쏟은거 가지고 걱정하지 마라. 나는 괜찮으니까.]

[그깟 피라뇨! 정말 괜찮은거에요? 의사라도 납치해올까요?]

괜찮대도!]

악을 쓰던 에네리오스는, 한숨을 푸욱 내쉬곤 애처롭게 바라보는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하구나. 쿨럭. 쿨럭! …후우. 나가보거라. 수업 해야지.]

[수업따위가 문제가 아니잖아요! 할아버지가 이렇게 아파하고있는데!]

멀쩡하다고 몇번을 말해야하느냐!]

알았어요! 뒈지던 말던! 나가면 될 거 아니야! 걱정해주는 내 마음도 모르고!]

카라가 거칠게 문을 닫곤 방을 나가자, 에네리오스는 애써 막고있던 핏덩어리를 마저 토해냈다.
그리고 나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로드 트라골(Load Tragol : 네크로맨서의 신. 본 매직 계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매개채.)의 석상을 어루만졌다.

[로드 트라골이시여. 저는 아직 갈수 없습니다. 저렇게 여린 아이를 두고서는….]

에네리오스의 에메랄드색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있었다.
                              *                *             *
쉐도우 포레스트(Shadow Forest)의 가장 깊은곳. 라이안의 달빛이 존재하는 거대한
그랜드 트리(Grand Tree)로 카라를 안내한 에네리오스는, 숨을 헐떡이면서 나무덩치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수십년간 자라온 굵은 덩치는 에네리오스의 엉덩이를 미친 듯이 환영했다.
물론, 나름대로 열심히 갈아온 뾰족한 부위로.

[흐아아악! 우라질! 후우, 하아…. 하아…. 체력이 예전같지 않구먼.]

[괜찮으세요?]

어느새 화가 풀린것인지 걱정스레 자신의 안부를 물어오는 카라에게 약간의 미소로 답을 해준 에네리오스는,  그랜드 트리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보아라. 이게 우리가 어둠속에서 살아가게 한 근원이며,
 지금까지도 어둠속에 맺혀있게 하는, 주시자의 눈이다.]

[주시자의 눈?]

그랜드트리의 중앙에 팍힌 핏빛의 구체. 에네리오스가 그것을 가리키자. 카라는 알수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 뭐죠?]

[라이안의 피가 담긴 저주의 눈이라고도 하는 어둠의 매개체. 하아….내가 너를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에네리오스는 피가 고인 가래를 뱉어버리곤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서 마지막을 맺고싶은게 소원이고. 너에게 알리고 싶은것도 있었거든.
난 침대에서 추억 하나씩 되살리다가, ‘헉! 제, 제니! 나온다! 아악! 그…금발에에에!’ 하면서 죽고싶진 않다. ]

[…금발? 설마, ‘금발처녀’의 기원은….]

[응, 나야, 재밌지?! 푸하하하, …강간은 아니었…크헉! 푸웨엑! 우웨엑!]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손녀에게 나름대로 익살스런 표정을 짓던 그는, 피를 한번 쏟아내고 입을 열었다.

[그런 표정 집어치우고 조용히 듣거라. 카라. 네크로맨서는 원래 지금과 같지 않았어.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분명 우리만큼 타락하지는 않았어. 이건 우리가 ‘그’를 따르면서.
  범한 금기 탓이다. 우리는 금기를 탐하고 뼛속까지 썩어버렸어.]

[할아버지,]

[조용히 들으라고 했다. 이 주시자의 눈은, 언젠가 파괴해야할 대상이지만,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지못하는 타락한자들이 아직도 파괴하지 못하게끔 주술로 결박하고있는것이다. 알았느냐?]

[….]

[똑바로 앞을 보고 걷거라. 카라. 과거는 전부다 잊거라. 현실은 기다려주는 법이 없으니까. 오로지 미래를 생각해라. 나역시 그래왔으니까, 단 하나의 추억까지도 잊고 나아가야만, 진정한 과거의 네크로멘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진정한 네크로맨서가 되었을 때. 여기로 돌아와서 이 눈을 부수는것이다.]

에네리오스는 말하기가 힘겨운지 잠깐 뜸을 들였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입에서 조금씩 흘러나오는 피는, 그의 고통을 말해주었다.

[왜 할아버지는 이걸 부수지 못한거죠…?]

[나역시도 타락했으니까…킥킥. 푸헉! 크허, 아흑! 트라골이여! 내가 너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주는것은 고작 말 몇마디와 이런 볼품없는 것 이란다.]

피를 계속 토해내며 괴로워하던 에네리오스는 자신의 목에 걸린 로드 트라골의 조각상을 꺼내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
그리곤, 미소를 지었다.

[네크로맨서. ‘마스터의 계승자‘ 카라 ‘에메랄드 아이즈’여. 그대에게 라이안의 달빛과 레키아의 햇빛이 깃 들기를.  그대가…그대가 타락한 어둠에 물…지 않고…올바른…네…크로맨서의…길… 따라 앞으로…눈…눈을 부숴…먼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를….]

그의 몸은, 할 말은 끝냈으면 그만 죽으란듯이 점점 죽음으로의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잘…있어라, 나…의 손…여. 이제…이 할애비는 좀 자…겠다.]

마지막 순간, 익살스럽게 웃은 노쇠한 네크로맨서는, 손녀에게 그 익살스러운 웃음을 보여주며, 영원한 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전부다 잊을게요…. 현실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리고…강해져서. 정말 강해져서 여기로 돌아올게요. 그러니까 여기서 기다리고있어요…. 어디 가지말고, 그럴 수 있죠?]

카라가 푸른 눈에서 눈물을 떨구며 그에게 마지막으로 말을 걸었을떄. 노쇠한 마법사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              *           *
[마스터. 정말 떠나실 겁니까?]

[응. 이 숲을 떠나 세상으로 나갈꺼야. 과거가 새겨진 이곳에서 지체하는것을 현실은 기다려주지 않을테니까.]

[…예.]

후딘은 짐을 꾸리는 카라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에네리오스를 그랜드 트리 앞에 두고 온 그녀는, 숲을 떠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곧 빠른 속도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 후딘.]

[예?]

[불 좀 피워줘, 큰 걸로.]

[…불은 어디다 쓰시려고?]

[그냥 피워줘. 쓸 데는 몰라도 돼….]

후딘은 뭔가 더 말을 하려다, 카라의 단호한 눈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밖에다 피워놓고 기다리겠습니다.]

[응, 고마워.]

이윽고 짐을 꾸린 카라는 정든 오두막의 물건들을 하나 하나 바라보았다. 자신의 머리에 수십번도 더 꽂혔던 할아버지의 책들, 같이 식사하던 식탁. 밤이면 어둠이 무서워 할아버지에게 꼭 안겨 자던 침대….
하나하나를 눈에 각인시킨 카라는 밖으로 나와 후딘이 피워놓은 불을 바라보았다.

[…이정도면 충분하겠어.]

[?]

물끄러미 바라보는 후딘에게 짐이 든 가방을 넘긴 카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다른 한 손에 든 땔감뭉치에 불을 붙여 오두막 속에 던져넣었다.

아, 아가씨! 무슨 짓을 하시는겁니까!

에네리오스와 카라, 그리고 후딘이 지내온 18년, 그것을 모두 간직한 오두막은 맹렬하게 불타오르기시작했다. 후딘은 짐을 내팽개치곤 오두막으로 달려가려고했으나, 곧 카라에게 제지를 당하고 말핬다.

왜, 왜 집을 태우시는겁니까! 저 곳은!

왜냐고? 집이 여기 있으면 뒤돌아볼 것 같으니까! 힘들어 할 것 같으니까, 몇번이라도 돌아와 쓰러져 울 것 같으니까!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과거의 추억만 찾고 있을 것 같으니까!

푸른 눈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은 못한 채 미친듯이 악을 쓰는 카라. 그리고 멍하게 바라보는 후딘. 이윽고 후딘은 자신이 아닌 불타고있는 집을 바라보며 털퍼덕 주저않은 카라에게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런겁니까…? 뒤돌아 볼 여유조차 가지지 못할만큼 힘든 일입니까?]

[…응.]

[대든 것,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당신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이 후딘, 쇳덩어리가 될 때까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마스터!]

[고마워…후딘.]

어느덧 다 타버려 재만 남은 오두막에서 눈을 뗀 카라는, 몸에 묻은 재를 털고 일어나, 목에 걸린 트라골의 조각상을 한번 쓰다듬었다.

[가자.]

언젠가 이들은 돌아올것이다. 저주받은 눈을 파괴할 그 때가 오면.
…그때까지. ‘오직 앞만 보고 걸어가라. 뒤는 돌아보지 않는게 좋아. 왜냐하면 현실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이 말. 어떤 이름 모르는 지휘관이 전장에서 한 말 치고는 아름답지 않은가?
Go Straight. 그대들.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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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는 좀 복잡한 분위기군요.. 뭐랄까.. 네거티브하달까.
거기다 써놓고보니. 모 애니와 끝부분이 상당히 흡사하군요..ㅠ.ㅠ
수정을 거쳐야겠습니다 조만간..ㅠ.ㅠ
졸작 3화였습니다.
- Crisis。
※삽화는 주인공인 카라입니다.칼은 언서몬형태의 후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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