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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바하카프]

2005.05.22 03:43

영원전설 조회 수:113 추천:1

extra_vars1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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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이라고는 노란색과 적색으로 이글거리는 몇 개의 촛불들뿐.  이 어두운 곳에서 마치 동화하려는 듯 검은 로브를 깊게 덮어쓴 사람이 보라색을 띄는 듯한 안락 의자에 앉아 어둠에 둘러 쌓여있어도 그 탐스러운 적색을 깨끗한 유리잔에 반사되어 비추는 와인을 조금씩 입가에 적시며 음미하고 있다.
  무언가 기분이 좋은 듯, 몇 모금밖에 그의 입가에 타고 들어가지 않았으면서도 그는 다시 유리잔을 자신의 얼굴 앞에 올려 흔들어 본다.  유리잔의 운동에 의해 와인은 물결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동시에 그의 입엔 미소가 드리운다.  하지만 그의 미소는 침묵을 깨뜨리는 노크소리에 사라져 버렸다.

  
  "..  무슨 일인가."

  
  "모두 다 와 계십니다.  형제님도 참여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는 잠시 유리잔을 노려보다 단숨에 그 안에 담겨있는 레드와인을 목구멍으로 넘겨버린다.  그는 잔을 옆의 테이블에 내려놓고 일어선다.

  
  "..  꽤 빨리 왔군, 그래.  평생 느림보는 아니다, 그 말인가."

  
  조그마한 웃음소리가 바깥에서부터 방안으로 세어 나온다.  이미 이 방에는 침묵이 다시 앉을 자리가 없다.

  
  "그러고 보니 이번엔 형제 님이 제일 늦게 오시는 것이 되었군요."

  
  "..  그렇게 되는군.  그럼 좀 서둘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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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석고들이 벽을 이루고 거기에 매달려 있는 횃불들 아래엔 원반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탁자와 의자 여섯 대가 놓여 있다.  그 의자에는 검은 로브를 덮어쓴 인물들 5명이 앉아 있었는데 모두 같은 색깔의 로브일 지라도 체격은 보통 인간의 2 - 3배의 거인서부터 어린이 사이즈까지 가지각색이다.  검은 로브에 가려지지 않은 곳 중의 하나인 손을 보더라도 몇몇은 인간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 한 명은 날카로운 손톱이 달려있는 손가락을 노골적으로 탁자를 두들기며 자신들이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오래 기다려서인지 아니면 그가 그저 참을성이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체구가 가장 작은 인물의 뒤에 있는 문이 열리면서 그가 한 두꺼운 책을 가진 체 태연하게 들어온다.  상황을 살펴보면 무안하기도 하겠건만.

  
  "이거, 이거, 언제부터 모두가 이렇게 시간을 딱딱 맞추었는지 신기할 나름이군요, 형제님들."

  
  그의 쾌활하다 못해 철판 몇 장을 깔아놓고 배 째라는 듯 한 목소리에 보라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한 인물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한다.

  
  "그거야 우리 모두 당신의 일이 성공했는지 어쨌는지 알고 싶어 서지, 이르마루."

  
  그의 말에 뚱뚱한 인물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연다.  그의 목소리는 느리고 묵직했지만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하게 발음한다.

  
  "물론 이 일이 성사됐다면 우리의 계획은 한층 더 빨라 질 거야.  성공 할 수 있는 확률이 낮지만 서도."

  
  이르마루는 책을 내려놓을 생각도 하지 않은 체 자신의 턱을 한 손으로 문지른다.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듯이.

  
  "..  아, 그렇다면 지금 상태론 우리 계획이 빨라지지 않을 거시다는 얘기가 되겠죠, 우루마루님?"

  
  "실패했다는 건가."  

  
  아까 전 탁자를 두들기던 인물이 아예 그의 손톱을 그것을 두 동강 낼 것처럼 긁으며 나지막이 말한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막 분출하려는 휴화산 같았으며 먹이를 눈앞에 두고서도 먹지 못해 분해하는 맹수의 비통함이 섞여 있는 듯하다.
  이르마루는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체 고개를 돌려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항상 그렇다는 건 알지만 너무 직설적이시군요, 바르마루님.  이참에 저에게서 웅변을 배워 보시렵니까?"

  
  "말을 돌리시지 않으셨으면 하군요, 이르마루님.  시간 낭비일 뿐이에요."

  
  체구가 작은 인물이 입을 연다.  여자인 듯 한 그의 목소리는 듣기에 맑고 깨끗했지만 깊은 곳에서 얼음의 냉기와는 조금 다른 차가움이 느껴진다.

  
  "저희에게 하나만 대답해주시면 되지 않나요?  성공했는지, 아니면 실패했는지."

  
  이르마루는 그녀의 날카로운 발언에 머리를 긁적이며 탁자에 책을 내려놓은 후 자신을 위해 비워져 있던 자리에 앉는다.  그는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  실패했습니다, 헤르마루님."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보라색 머리의 인물이 대놓고 비웃기 시작한다.

  
  "큭큭큭..  역시 인간에겐 그 정도의 일도 무리였던가.  이거, 이래서야 뭘 시킬 수가 있어야지."

  
  이르마루는 삐져나온 힘줄을 애써 밀어 넣으며 불쾌하다는 듯 한 말투로 입을 연다.

  
  "데카마루님이 하다르에 관한 정보만 제공해 주셨다면 은 성공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아니면 그 정도 일도 마족에겐 무리인 모양이죠?"

  
  데카마루가 막 장황한 반론을 펼치려는 순간, 마치 땅의 울림과도 같은 크고 낮은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운다.

  
  "..  어차피 보험으로 맡겨본 일 일뿐.  실패해도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어.  단지 우리의 계획을 위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없다는 것 뿐."

  
  이르마루는 자신을 데카마루와의 피곤한 말싸움으로부터 구해준 덩치 큰 인물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물론 무뚝뚝한 그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하지만 그 것도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지 않아.  그리고 실패하면 그거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돌변할 수 도 있어."

  
  우루마루의 계산에 데카마루가 손을 저으며 말한다.

  
  "아니.  절대로 실패하지 않아.  그가 죽기를 바라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니까.  그들을 이용하면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일이야.  게다가 내가 맡는 일이니, 어떤 인간처럼 실수라든지 하지 않아."

  
  이르마루는 그의 도발을 유도하는 듯 한 말을 무시한 채 입을 연다.

  
  "꼭 제가 아무 수확도 건지지 못하고 일을 끝낸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데카마루님."

  
  그의 발언은 분명히 여기에 있는 모든 인물들의 관심을 끌었다.

  
  "무언가 알아낸 것이 있는 건가?"

  
  그는 편안하게 의자에 등을 기댄다.  좋구만,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계획을 앞당길 수는 없지만 후에 쓸모 있을법한 일이지요.  그가 '바하'가 된다는 가정 하에 드는 보험."

  
  "흥, 바꿔 말하면 우리가 다른 후계자를 지목하도록 만든다면 쓸모없는 정보가 아닌가."

  
  말을 끊는 데카마루의 발언에 이르마루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한다.

  
  "잘 아실 터인데도 그런 말을 하시는군요, 데카마루님.  아니면 정말로 그런 일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르마루는 말을 계속한다.

  
  "어쨌든 제가 계획을 이행하던 중 차후의 '바하'님에게 소중한 것이 생겨버리고 말았지요.  너무나도 소중한 나머지 '결속의 펜던트'를 건네줄 정도로."

  
  이르마루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궁시렁 대고 있던 데카마루는 갑자기 탁자를 세게 내리치면서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한 목소리로 말한다.

  
  "겨..  결속의 펜던트를?  그게 사실인가?!"

  
  이르마루는 그의 이런 반응을 예상했었는 듯 능글맞게 웃으며 대답한다.

  
  "그렇죠.  당신이라면 이 모든 것이 어떤 뜻인지, 우리가 나중에 이걸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알 겁니다."

  
  데카마루는 자리에 서서히 앉으며 생각에 잠기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헤르마루는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묻는다.

  
  "그래서, 그의 소중한 것이란 건 대체 무엇이지?  생명체인 건가?  정령인가?  무엇이지??"

  
  그는 손을 뻗어 손바닥을 뒤집은 뒤 짧게 주문을 외친다.  그의 부름에 답하듯 공기가 그의 손안에 압축되면서 푸른색의 구를 이루었고 그 구 안에는 아직 여섯 살 정도 밖에 돼 보이지 않는 검은 색 머리와 눈동자의 소녀의 영상이 나타난다.

  
  "우리의 바하님께서는 피넬 가스펠이라 불리는 이 인간소녀에게 그런 엄청난 것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외워두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녀의 모습을.  우리에게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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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창작글에 활동을 너무 않하면 잊혀질 듯 해서 하나 올립니다 =ㅁ=;;;  작가하고 있을 때 연재 하고 있던 것...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