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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부채 - 8

2005.05.27 00:50

♬LEDAT 조회 수:64

extra_vars1 흐름, 옛, 그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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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 - 8  





전쟁이 시작된지 5달째.
그들이 춤을 추고 공연을 한지는 2달하고도 2주째.

악단 단원들이 기뻐하며 땀을 흘린게 2달하고도 2주쨰.

전쟁이라기 보다 지금은 점점더 평화협정쪽으로
기울어 지는 듯 했고,
거리도 그상황에 맞춰 사람들이 분주히 돌아다녔다.

아직까지 기운을 차리지 못한 이들을 도우는 사람도 늘어났고
같이 생활하던 부랑자들과도 사이가 무척이나 좋아졌다.

본래 돌아다니거나 떠날 이들은 '정든다'는것은 약점이나 다름없건만.

그들은 자기도 모르는사이에
자신의 마음 한쪽 구석에 그들을 들여놓고있었다.
물론 그쪽이 훨씬 더 마음이 따스해 지는 편이지만.


물론 그 느낌을 알고있는 그들도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을 좋게 받아들였다.

정을 붙이고 보니 뗄수도 없는게 정이라지.


마리엔은 생각을 그치고 창가에서 눈길을 돌려
혼자만 앉아있던 테이블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제, 지하가 아니더라도 1,2층에 어느정도 묵을 만한 시설이
준비되자마자 부랑자들이 자신들을 들여넣은것이다.

부실공사만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의외로 전쟁의 공격을 당하고,또 전쟁중인 집안 같지는 않은
화려한 설정에 작가의 농간이 아닌가하고 골똘히 생각했다.
( 실은 어느정도 들어가있다. 따지지 말자. )

위층 방문으로 들어가서,
마리엔은 침대위에서 이불을 아무렇게나 덮고서는 썌근쌔근
잠든 스미라를 발견했다.


" ...... "

" 쌕-. 쌕-. "


...... 자세가 영...

마리엔은 식은땀을 한번 뽑아낸뒤에
그녀의 이불을 다시 펑퍼짐하게 덮어주었다.

그리고, 스미라를 가만히 보고있다가
다른 방으로 가려고 발길을 돌렸다.

그때, 침대옆의 자그마한 책상에 놓여진 작은 종이가보였다.


" ......? "


마리엔은 호기심에 그 책상으로 다가가 그 종이를 집어들었다.
그것은 종이였지만,
종이가 여러장이 모인, 많은 장수의 책.. 정도보다는
적은 장수의 공책정도의 것이었다.

마리엔은 들어든김에 안을 펴보았다.

스미라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표지 한켠에 당당히 스미라라고 적혀있었으니까. 크흠



공책의 이름은 일기장.
묶여있지는 않은 것이였으므로 공책의 명을 붙이기에는 조금 미미한 감이있었다.

어쨌든 휘리릭, 중간쯤으로 종이를 빠르게 넘겨갔다.
그리고 어느 한페이지를 펴보았다.

무언가가 적혀있었고,
마리엔은 원채 볼 참이었으니 그것을 읽었다.

조금 한산하게 적힌 글의 위로 큰 글씨가 보였다.



벨리어스제 287 년 4월 28일.
제제 - 겨울1.


지금이 296 년이니까...
으음? 듣기로는 스미라가 294년도에 악단에 들어왔다고 했었는데..
그보다 14년 전인가? 지금보다는 16년전...

겨울1.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 마리엔은 계속 읽어내려갔다.






- 꽃잎은 꽃이 지면 쓸모가 없어지지.

그 붉디 붉게 물든 빠알간 꽃잎이 떨어져버리면

사람들은 더이상 장미를 찾지 않을테니.


그래서 장미는 그 화려할 시기에
더욱더 산란하게 치장을하고 꽃을 담고 향을 뿌려.

장미는

꽃잎이 진 후에도

자신을 남기려고 그렇게 아름다워 지는거야.


장미가 지면


볼품없고 위험한 가시덤불일 뿐이니까.-






" ..... "


뭔가, 일기같지않은. 시?

마리엔은 이 형태보다
내용을 읽고나서 알수없는 상태에 빠졌다.

뭐지, 이 내용은?
.... 이건, 뭔가 친숙하고도 낯설지 않은....


마리엔은 옆으로 시선을 옮겨 다음 날의 일기,라고 생각되는것을 바라보았다.






벨리어스제 287 년 4월 29일.
제제 - 겨울2.





- 아무것도 들리지 않지만
아무것도 봐주진 않지만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건
나를 좀더 보게 하려고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건
나를 좀 더 봐달라고

나의 다른곳을 보고 접근해 오길 바랬지만
그러지 않다는것을 너무 슬프게 경험해 버렸어

노래를 불러도 , 이름을 불러도
그래서 나는

춤을 춘다. -





- 사각.


그녀가 종이를 뒤집는소리가
종이를 베는것과 같이 날카롭게 들려온다.

그녀의 시선이 그것들을 애타게 바라보고있다.





벨리어스제 287 년 4월 30일.
제제 - 겨울3.




- 언제나 다른사람을 위해 춰왔지

잘보이기위해 연습했고 잘 봐달라고 마음속으로 외쳤어.

혼자서 고고한척 하지만 실은 가시때문에 외로운 장미.
모두가 부러워하지만 가시때문에 가까이 가지 못하는 외로움.

그 존경스러운 눈빛들을 어깨를 움츠리고 받을수 없는 장미는
어쩔수 없이 가시를 더 치켜세우고 잎을 붉게 물들인다.

꽃봉오리가 붉게 물들때면
다른이들이 찾아와 보아줄테니

그때를 위해서.

단 한번의 관심을 붉은 잎에 쏘아대보기 위해
장미는 그 평생을
실은 외로움을 타 안쓰럽지만

가시로 꽃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

꺾여버리는 것보단 한마디 아름다움을 듣는게
분명 더 나을테니까.

........................... 하지만
순간일뿐
그 뒤 나한테 오는건
초라하게 말라 비틀어져 가시덤불이 되는것.


싫지만
그것은 아름다움과 가시의 댓가.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옆에서
봄여름 내내 뽐냈지만

가을이 되면 옷을 갈아입는 나무들에게 사람들은 눈을 돌리고
겨울이 되면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내민 푸른 잎과

나무와 어우러져 따뜻해 보이는 하얀 옷을 입은 눈에 시선을 빼앗길뿐.





.........순간의.........,
.............장미의 노력을 쓰는것은 순간..............


............................ 나는? -






아무런 말도 생각도없이 그저 읽었다.
천천히.


하지만 빠르게.


무슨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벨리어스제 287 년 4월 30일.
제제 - 겨울4.





- 한껏 부푼 가슴을 안고 그들을 맞이하면
나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다가 금새 단것만 얻어 가버리지.

한순간의 이야깃거리고 , 한순간의 눈요기야.

진정
정말로 나를 좋아해주고

가시덤불인 나더라도 좋아해주는 이가 있으면....
.,...................

하지만 난 어렸을적 밟혀 죽어갈때부터
그런생각은 버렸어

홀로 외로이

그것이 장미의 아름다움의 진실이니까.

........누군가.... 날 좋아해주는건

가시덤불에 찔려버릴게 뻔한 귀찮은 피해자인걸.
어쩔수 없이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나니까.........-





마리엔의 시선이 다음 날짜를 향한다.
그리고 그 밑의 글들을 향한다.





벨리어스제 287 년 4월 31일.
제제 - 겨울5.




- 모든 것은 나의 잎에서부터.


새벽부터 서둘러 적셔주는 이슬도
장식품에 불과하고

여기 이리 거추장 스럽게 달려있는 가시도
고고한 장식품에 불과하지.


저 푸른 소나무도 나의 아름다움과
비교하기 위해 존재하고

이 울퉁 불퉁하여 매일 밟히며 고생하는 땅도
내가 자라나기 위해 존재해.



하지만 그 모든게 시작되었던

내 잎이 지는 , 하얀 나라, 겨울이면.



하얗게 땅을 적시는 , 눈이 아니라
그 여리고도 작은 방울방울의 서리조차도



왜 그리 추웠는지.

내 지져 가는 잎에 닿은 그 작은 물체가


왜 그리 차가웠는지.



짓이겨 밟아 찢어지고
떨어져 묻혀 없어지고


점점 사라져 가는 그 잎에
내려주는 하얀색 서리가

왜 그리 추웠는지. 차가웠는지.



앞으로 더 새햐얗고 더 큰

눈을 맞이해야 하는데



왜 벌써부터 날 지치게 하는지.



서리는 , 차가운 바람을 타고 날아 앉아

날 삐죽한 가시덤불로 만들어 놓고

다시 땅으로 스며들어 버린다.



모든 것이 날 위해 존재했는데.



겨울, 너는 나보다 땅이 좋은것이냐?
겨울, 너는 나보다 소나무가 좋은것이냐?
겨울, 너는 나보다 사라진 이슬이 좋은것이냐?
겨울, 너는..... 나보다.......



언제나 나를 위해 존재한다면....

너는 나에게 뭘 해주길래 존재하는 것이냐?



이 광오함마저도, 그 앞에서는...

모든 것은 날 위해였다.



이 붉은 잎이 짓이겨 지기 전까지는... -






이 이야기들이 무슨 얘긴지 아는것일까?

마리엔은 거침없이 읽어내려갔다.
마리엔은 천천히 , 아주천천히 읽어내려갔다.


거치는 것은 없었지만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그렇지 않으면, 무언가를 놓칠것 같았다.





벨리어스제 287 년 5월 1일.
제제 - 겨울6.



- 어느때와 다름없던 나날 이지만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언제나 이유가 있다.

특별히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이유는 있다.


불행한것도,
행복한것도,
따분한것도.


그자리에 서있기 지겨워 언제나 새로운 바람을 원했고
이 자리에 이렇게 편하게 있는게 지겨워 따뜻함을 따분해했지.


들어만 보았던 새하얀 눈을 공경했고,
소나무에게서 거만스럽게 알게된 그 바람의 추위조차도 신선했다.

그래서, 이 따분한 생활말고도
그 하얗고, 새햐얗고, 또 하얗고, 또 새하얀
그것을 보고싶었다. 듣는게 아니라, 보고, 느끼고, 알고.

그래서 그때는, 내 생명중 하나인 아름다움을 소홀히 하고
그저 열심히 버팅기기만 했었지.
나의 수명이 그리 짧았을 줄은, 나도 몰랐던 거였으니까.


하늘에서 하얀 무언가가 내리길래, 저게 눈인가 했어.
하지만 그건 그저 하얗고 차가운 물체일뿐, 눈은 아니었지.

그렇게 서리를 맞았어.


그런데, 서리라는것이 왜이렇게 차가웠던 것인지.


아직 눈을 보지 못했는데.

아름다움도...... 아름다움도 소유한적 없는데.


공경했던 눈은
자기 대신 작은 차가움을 보내 날 얼어붙게 만들고

신선했던 바람은
자기가 직접와주었지만, 쌀쌀맞게 대했어.


나는 비틀비틀 말라갔지.
더이상 쓸모 없는거야. 이 겨울 앞에서는.


모든것이 하얀 겨울일때면,
뜨겁고 따뜻한 빨강과 정열, 그리고 아름다움은 사치일뿐.

포근함과 새하얌, 그리고 포근하지만 추운 그것.
그것이 겨울의 전부였어.


난 왜, 그것을
이제서야, 내가 몰락하고, 그것에 모자라 파멸할때까지 몰랐던것인지.
이렇게 처참하게 비틀어져 가야하는지.



..... 몰 락。




그 화려했던 시절을 아직 다 겪지 못했는데도
한순간의, 장미다움을 잊어버린 터에... 나는,


...... 벌써부터, 늦어도 될것을 나는 ...... -






몰락..?
무언가 선뜻, 그녀의 귀에 와닿는다.
그녀는 그녀의 눈에 어물거리는 무언가를
이내 무시한채 다시 옆을 바라보았다.

어물거리지만, 무시할수밖에 없었다.

옆에는 그저 짤막한 몇마디의 말이었다.







벨리어스제 287 년 5월 2일.
제제 - 겨울7.




- 아이를 만났다.

아프다. -







그다음, 마리엔은 5월2일자 뒤로 비어있는 빈칸들을 보고서
그 종이들을 다시 덮어놓았다.

공책이라 할수있는것을.


그리고 잠시, 그녀의 눈에서 초점이 스미라쪽으로 맞춰져간다.
그리고 점점 흐려진다.

쌕쌕대는 그녀의 숨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린다.
점점 어둠이 그녀의 정신을 장악하고 있었다.

조금은, 빛이 비춰주어도 될텐데.
그녀는 그것을 이내 포기하고서 어둠에게 생각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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