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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부채 - 4

2005.05.26 01:27

♬LEDAT 조회 수:42

extra_vars1 울음, 길잃음,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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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 - 4  



모두가 잠든 깊은 어둠속에서,
가게안에 있던 마리엔과 그의 악단들도 같이 곤히 잠들어있던 그시각.

하늘에서, 공중에서 어둠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멀고도 까마득한 거리에서

무언가가 이 작은 도시를 향해 날아왔다.




- 피슈슈슈슈슈슈슈슛




그것은 굉음을 내며 달려왔고, 그것도 눈깜짝 할세에
금새, 본 사람 하나 없이 작은 도시 크라일의 바닥에 닿았다.




- 콰아아아아 퍼어어어엉!!!




엄청난 폭팔음과 함께, 그 일대가 모두 싸그리 날아갔다.
눈깜짝할 사이에, 불행히도 그 일대에 곤히 잠들어있던 그들이 그 폭팔에 닿았고
그 주변을 까만 먼지가 어수룩하게 덮었다.



도시는, 순식간에 괴멸되었고, 또 파멸되었다.



거무스름한 안개의 영향은, 마리엔일행이 잠든 숙소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들은 자고있었다.
그러나 곧 창문사이로 쇄도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끔찍한 괴도소리와
그 뒤로 들리는 엄청난 폭팔음떄문에 , 와장창 깨지는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거무튀튀한 안개속에서 그들은 숨을 세차게 몰아쉬며 깨어났다.


" 뭐야, 이건?! "

" 무슨일....?! "


그들은 이 사태에 대해 놀라움을 입으로 , 그것도 비명을 지르듯이
내지르고 있었지만, 굉음에 묻혀 입만 뻐끔거리는 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조차도 연기에 가려 서로 잘 보이지 않았다.

도시, 가게는 물론이고, 그들의 방은 혼돈의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아무것도 모른채, 그저 계속 덮쳐오는 굉음과 붉은 폭격, 감싸오는
까아만색의 연기들. 마시면 마실수록 불쾌해졌고, 머리가 몽롱해져왔다.

그곳에 계속 서있을수록 건물이 진동했고, 그들은 일어나고 나서
폭격이 얼마 더 있은 뒤에 그제서야 비틀거리를 다리를 붙잡고
창문유리 사이를 조심스럽게 나아가야했다. 폭격소리때문에 비명을 질러도,
누군가를 불러도 그 소리는 묻혔으며, 앞이 캄캄했기 때문에
만약 오늘이 이곳에 익숙해지지 않은 첫날이었다면 그들은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복도에 나가자 여기저기서 방문을 열고 사람들이 뛰쳐나왔고,
다급히 나가는 도중에도 여러사람과 부딪혔다. 게중에는 넘어져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밟은 듯, 물컹거리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멈출수 없는 탓에 그렇게 밟혀 쓰러져버린 이들도 있었다.

무언가를 챙길 틈이란 없었다.
그저 지금 꿰차고 있는 몇몇개의 몸에서 떼놓지않는 장신구와 지금 걸친
얇은 잠옷들 뿐이었다. 맨발로 뛰쳐나가는 그들의 발걸음은 다급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ㅡ !! "


다급히, 급히 가게를 빠져나가도 나오는 것은 빛이아니라 여전한 어둠이었고,
보이진 않지만 간간히 들려오는 높고 큰 비명소리가 가게 안보다 더욱 참혹스러웠다.
그들의 앞에서 건물들이 간간히 쓰러져 갔다.

가게에서 나온이들은 나름대로 비명을 내지르며 퍼져 달려나갔다.
어디로든지 피해야 하는 상황인데, 공중에 있는 그들은 땅에있는 우리들을 농락했다.
어딜가든지 그들의 폭격에 맞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마리엔은 급히 발걸음을 돌리고 눈길을 돌려, 겨우겨우 악단들을 찾아냈다.
다행히도 악단중에서는 안보이는 이가 없었다.

마리엔이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약간 안도한듯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게중에서도 스미라가 울먹이며 마리엔을 껴안았다. 겁먹은 상태에서 어찌할줄 모르던
마리엔은 몇번 토닥거려주다 폭격음이 들려오자 서둘러 그녀를 이끌고 악단일행을 따라갔다.


어디로 피할지는 정해진 곳은 없었다. 하지만, 피해야했다.


그녀는 여기저기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절규와, 비명에 신경쓸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매케한 연기에 가려 들리는 것이라곤 그것들 뿐이었다.

커다란 폭격음과, 뭐라고 하는 작은 소음들. 그것들이 비명과 절규들.

마리엔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피가 베어나와도, 그녀는 앞으로만 달렸다.
저 높은곳에서 이 많은 이들을 노리는 이상 그녀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이떄 분명 찾아보면 무슨 방법이 있었을텐데.

그녀의 겁먹은 표정에서 연기탓인지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닦아내야 했다. 시야가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계속 흐르고 있는 것을.


흐느끼지만, 흐느끼는 소리는 자신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더 크게 흐느꼈다.

스미라를 꽈악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놓치면 죽는거야. 죽는거야.

누구든간에, 이런일에는 당황할수 밖에. 무서울수 밖에.
귀족이라지만 아녀자였고, 전투라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었다.


" ........흑. "



매케한 연기속에서, 그녀가 지나치는 비명들을 그녀는 애써 무시했다.

분명히 이곳은 사람들이 그리 많이 살고 있지 않았는데.
그랬는데.

하지만 그녀의 귓가를 채우는 비명소리들은 연기속에서
폭격음과 함꼐 울리며 대지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 콰아아아아아아앙, 퍼어어어어엉!!



귀가 멀것만 같은 폭격음에, 그녀는 그저 서두르는 발길만
재촉하고 있었다.

빨리.... 제발 더 빨리... 이 소리가 안들리는 곳으로.


하지만 폭격음은 그리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광란, 아니 파멸 그리고 혼돈의 밤이었다.
크라일 이내에서 산사람은 수백명이었지만, 죽은사람도 수백명이었다.

적은 인구에서도 사람들이 북적대며 오가고 대화를 나누던 시장도
황폐화된 가게에서 대뜸 보이는 파여버린 과일 그리고 음식들이 눈에 띌 뿐이었다.

온전히 남아있는 집이라고는 없었으며, 넘어가지 않은것도 다행이었다.
모두들 거리에 나와 거리를 배회했다. 거리의 부랑자가 늘어만갔다.

그리고 그들사이를 악단이 걸어지나갔다.
악단도 그들 못지않게 후줄근 해져서는 터벅터벅 발길만 재촉할 뿐이다.



" ...... "

" ...... "



다른 할말은 없다. 했다간 이 분위기 속에서 더욱 묻혀버릴것 같았다.
여기, 이 길거리를 나뒹구는 저 부랑자들 속에서 걷고있는 이 상황을 보자니,
별반 저들과 다를것은 없는것 같았다.

아기 우는 소리와, 아녀자의 흐느끼는 소리, 그리고 남자들의 애태로운 시선만이
가정들을 감싸고, 건물 한편에 기대 몸을 가누는 노령의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모든것이, 전과 달라졌다.
황폐해지고, 도시라기 보다 사막(社幕) 인것 같았다.
장막이 모인곳. 침묵이 모인곳.

그거리를 걸어간다.
이 상황에선 아무런 농담도 통하지 않을것이다.
이 사실을, 그 누구도 잘 안다.

어떻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란 말인가.







대(大) 크로메스제국의, 그 안에서도 가장 평화로웠던 크라일 지역의
지금까지중 가장 참담했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웃인 센과 그들의 연합인 로제,발티 등에서도 힘을 모아
크라스메스를 무너뜨릴 기세였다.


모든 정부층과 수뇌부에서는 갑자기 일어난, 한치도 예고치 못한
전지역을 상대로한 대규모 폭격에 난리아닌 난리, 화통아닌 화통을 맞이하고있었다.

연말에, 어제 퇴직되었던 이들도 불려나와 무언가를 바삐해결하고있었다.
관계된 이중 불참(不參)이란 없었다.


각지역에서 들려오는 폭격보고와, 피해상황.


이걸 다 어찌한단 말인가?

어깨가 무거운 장군들과 몇 머리쓰는 이들은 창을 챙기고 검을 챙기면서도
고개를 설레거린다.

갑작스런 공격에, 대응은 어쩔수 없이 허접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은 출전할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나라는 금새 무너질 것이다.


임금, 왕이 그들의 앞에서 명령이 아닌 부탁을 했으며,
그들은 마음속으로 퇴고의 눈물을 흘리며 기세지만 기세지 않은, 슬픈 발걸음이 아닌 말걸음을 몰아갔다.

그들의 뒤로 절규와 비명을 내지르며 눈물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비굴함을 알기에 그들은 창을 뽑아들었다.

집을 잃고, 가정을 잃은 가장과 그의 아들들 등도 군에 지원해 창과 검을들고 나갔다.

거리에는 가정을 떠나보낸, 가장을 잃어버린, 자식을 잃어버린, 우정, 사랑을 잃어버린
아녀자들과 아기, 그리고 남녀노소들의 절망과 흐느낌만이 나돌았다.






그 사이에서 걸어가며 한걸음 한걸음 떼는 것이란, 차마 말할수 없이 비극적이다.
인상을 구길수도 없어 안간힘을 쓰며 걸어간다.

아무것도 표현할수 없고, 할 상황도 없다.

의지할것은 저 앞에, 저 뒤에 걸어가는 같은 사람뿐.
마리엔은 슬쩍 스미라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스미라도 자신의 손을 맞잡아준다.

다른게 있다면....


' ...... 언니의 손이 떨리고 있어. '


스미라의 손은 겁먹은 듯이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겁먹은....

마리엔도 지금 먹을 만큼 먹은것이 겁이었다.
난생처음 겪는 전쟁에 폭격을 가까이서 보았다.
그 참담함과 절규 그리고 비탄을 이 앞에서 지금 보고있다.


살아난것이 기적이지만, 그것때문에 더욱 겁이나.


긍정적이라는 것은, 거대한 부정이라는 앞에서 금새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이럴때면, 한없이 유유자적하고도 긍정적인 사람들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사람들은 어쩌면 그런 그들을 시샘하여 그들을 몰락시키는게 아닐까.

마리엔은 고개를 살짝 휘저은 다음 발길을 떼내었다.

이곳을 벗어나야된다. 이 도시를.
악단이라는 것은, 돌아다니는 것이니까. 이곳을 벗어난다고 해도 할말은 없지.

천천히 발걸음을 뗀다.


















크라일의 성문.



" 그게 무슨소리에요?! 왜 안된다는 거죠?!! "



버럭 내질러지는 여자의 비탄이 한스럽다.
여자, 그녀, 스미라는 그 철문을 단단히 지키고있는, 후줄근한 한 병사에게
버럭 고함을 내지르고 있다.

옆에서 마리엔이 비통한듯 그녀의 발을 붙들고있고,
나머지 일행들은 부정적인, 가라앉은 공기의 느낌으로 그들을 바라보고있다.



" 말씀드렸다 시피, 국내에 그들이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오늘 비상회의 이후 전 지역에 한명도 , 개미새끼 한마리도 들여보내지도,
내보내지도 말라시는 말이 있었습니다. "

" 그런 ....!! "



마리엔은 절망감을 느끼고서 인상을 어둡힌다.
이제 어떡할 것인가?

이곳에서 악단이라는 것이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아무도 그를 보며 말 안하고 있지만,
모두 생각은 똑같이 하고있다.





걱정, 부정적, 슬픔, 어둠. 적막, 정막, 침묵....





어젯밤의 공포에 대해
그 정의는 금방 내려졌다.


저 굳게 잠긴 철문앞에서
자신처럼 매달렸을 시민들의 비명이 들린다.

악단들은, 그들을 보다가 이내 발걸음을 돌린다.
나갈수 없게 되었으니 이 안에서 지내야겠지, 지내기는......

전쟁이란 그 불행한 언어가 빨리 뇌리에서 잊혀질만큼
끝나버린후에 시간이 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상당부분의 소감이었다.


분명, 지금 그들은 한 소박한 인정에도
나중이 되어 은헤를 뻥튀기로 갚을 마음이 있었다.
그것이 한낱 실오라기 같은 소원일지라도.




















폭격은 어젯밤으로서 그치지 않았다.
악단일행이 머물곳을 찾아 거리를 계속 배회하고 있을때,
또 한번의 폭격이 시작되었다.

거리에 머물고 있던 부랑자들은, 미처 피할 세도 없이
그대로 폭격에 어울러 터졌고, 다른이들은 한시바삐
비명을 질러대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한두개도 아닌, 몇십개의 크고작은 폭격이
사람은 적지만 땅덩어리는 큰, 그러나 고지산맥이 많던
크라일 산맥, 도시들을 하나씩 점차점차 뭉개갔다.


그사이에서, 악단들은 서로의 손을 꾹 잡고
다른 사람사이에 섞여 이리저리 배회하고있었다.

이럴떄마다, 어쩌면 좋단 말인가, 어쩌면?

눈물이 흐르는 것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무릎에 털썩 힘이 빠지는 것이 아닌것만해도 다행이였다.

또다시 올거라는 예상은 하지도 못한채,
또 그렇게 크라일이라는 작은, 그러나 땅덩어리는 큰
도시는 한 번 더 폭격에 남아나질 못했다.













수도로서부터 군인들이 보내졌고,
그들은 굳게닫긴 철문을 누가 뚫을세라 철통같이 지켰다.
몇번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가 다시 돌리는 일이
반복되었고, 어디로 갈지 몰라 악단일행도 고초를 겪고있었다.



" 남아나는 집이 없는데...... 어디서 쉰단 말인가? "

" ...... "



악단의 단장, 크라스가 한숨을 푹푹 내쉬며 앞장서서 걸었다.
쉬는거야, 아무대나 기대서 쉬어도 상관없지만
이동하는 것보다, 안전한 한 곳이 필요했다. 그것만이 절실했다.

안전.

쉬이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있다.
공중과 땅, 뛰는놈위에 나는놈 있다고, 땅에서는 공중을 어찌하지 못한다.



" ...... 흐흑.. "



아까부터 스미라가 훌쩍대고 있다.
폭격떄, 뛰다가 다리를 삐었는지 절뚝 대는것을 단장이 급히
업고 뛰었다. 스미라는 그때부터 계속 훌쩍거리고 있다.



" 언니... 그만 울어요. 뚝. "

" 흐흑.... "



마리엔의 토닥거림에 스미라는 눈물을 한번 스윽 닦고는 마리엔을 쳐다본다.
얼굴이 일그러져있지만, 마리엔에게 보이는 모습은 웃고있다.
비록 겁먹은 모습이지만.

마리엔은 그런 스미라가 안타까워,
또 밀려오는 그동안의 '전쟁'에 울컥 눈물이 치솟아올랐다.
하지만 흘리지는 않았다. 지금 흘려봤자 짐이될 것이었다.

아무말없이 스미라를어깨에 기대게 해주고, 그저 발걸음을 빨리 놀리는것이
마리엔, 그녀가 할수있는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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