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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부채 - 3

2005.05.25 02:19

♬LEDAT 조회 수:39

extra_vars1 눈. 그녀,그. 회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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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정렬..... 워낙 양이많아 고칠 염두가 .. ;
3개정도 올리면 도배 해당안되는 거겠죠?; 부채 총 13편 입니다. (부록 빼면 11편)
.. 하지만 원래 하나였습니다. 단편이였다구요..!! ... 너무 긴건 길지만..
...... 많이씩 올리면 또 읽기 부담스러운 분이 많으셔서... 아니, 당연한건가..

* 부채 - 3  


저녁을 그와 보내고, 같이 가게를 빠져나와 거리를 걸었다.
그와는 별로 달리 더이상 할말이 없었지만, 그냥 걸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 얼굴을 스치고 가는 차가움이 있었다.


" ......아? "


난 차가움이 스치고 간곳을 멍하니 보고있다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기서, 그것이 내려온것만같은, 언젠가 느낀 기분.

옆에서 그도 같이 하늘을 바라보며, 놀란듯이 탄성을 내지른다.


" ......와아, 눈이네요. "


눈.
하늘에서 하나씩, 듬성듬성 하늘하늘 내려오고 있는 하얀, 조그만 물체.
그것이 눈.

나는 멍하니 눈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손을 들고 그것을 잡으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손까지 오지않고 옆으로 하늘하늘 비켜가 버린다.
이어서 내려오는 것들도, 저 멀리 하늘하늘 비켜간다.


" ...... 어라? 잘 잡히지 않네요. "

" 에 ...... "


옆에서 그가 뭐라고 중얼대고, 마리엔은 그것을 듣고 문득 그를 뒤돌아본다.
그는 두팔을 양쪽으로 들고서서 눈을 잡으려 하고있었다.

그런 그를 보고, 살짝 웃었다.


" ...... "


그들은, 아무말 않고 가만히 눈을 바라보고있었다.
점점 밀려오는 어둠에비해 내려오는 눈의 수는 늘어만 갔고,
거리로 밀려 나오는 아이와, 또 그것을 치우려 나오는 어른들의 수도 몇몇 밀려나왔다.

모두들 얼굴에 의아함과, 반가움을 띄고 있었다. 몇사람은 짜증스러운듯 했지만.

솔직히, 마리엔도 그도 조금 의아스러웠다.
그도그럴것이,


" 그런데 이상하네요. 지금은 여름이잖아요? "

" ......아, 네..."


여름.
가을이 점점 다되어가는 여름.
그 속에서, 내리고있는 하얀 물체, 결정.
이건 분명 눈인데, 눈은 겨울에 내리는게 아니었던가?

모두 의아스럽지만, 분명 눈은 내리고 있기에, 반가운듯 뛰어다니고 있었다.
반가운것은 그도 마리엔도 마찬가지였다.


" ...... 이렇게 된거, 그냥 겨울이라고 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재밌게 놀 거리 정도는 된 것 같군요. "

" 네에. 정말로 ... "


그들 주위의 사람들은 다 잘 놀고있었다. 웃으며.
그런 그들 사이에서 그들이 뛰쳐가서 섞인다. 마리엔은 보고만 있는다.

하지만, 보고있는다해도, 그녀는 웃는다.
왠지모르지만, 이 하얀눈의 감촉은 차가워서, 따뜻해보이는 겉으로 가려져있지만 차가워서,
그눈의 겉만을 보고싶어. 겉을 보면 웃음이 나니까.

눈을 맞아보면, 차가움보다 반가움과, 또 겉의 따스함만이 대부분을 차지해
차가운 기운이라고 해도 그것을 덮어버릴만큼 따스해보여.

천천히 마리엔은 눈길을 돌린다.
그에게서 눈길을 떼서 이 거리를 바라본다. 저 앞의 길을 바라본다.


" 아... 아 ......? "


그리고 그녀의 눈에 보이는, 자신이 잘 아는 인영.
그녀는 멀거니 그사람을 바라본다. 그사람도 그녀를 봤는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총총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온다.


" 스미라 언ㄴ... "


그녀가 그사람의 말을 다 부르기도 전에, 그가 다시 마리엔에게 돌아와
마리엔의 옆에 불쑥 나타난다.


" 누굴 보고 있는... "


그도 앞의 스미라를 본다. 스미라도 총총걸음을 멈추고 두사람의 앞에 다가와
그를 본다.

마리엔은 그런 두사람을 본다.

눈이 점점 쌓인다.


- 하늘하늘


" 어.. 저기.... 언니? "

마리엔은 눈의 침묵을 깨고 둘을 바라본다. 그제서야 스미라가 그녀를 바라본다.


" 아, 아아. 마리엔. 너도 나왔구나. "

" 네에. "


미소짓는 스미라. 거기에 답으로 자신도 슬쩍 미소지어주는 마리엔.
그런 그녀를 보며 입꼬리를 더욱 올리는 스미라.


" 그런데 특이해. 초가을에 이런 눈이 내리다니.
아직 춥지도 않은데 말이야. 이상하지? "

" 네에. 정말로 그래요. "


" 가게에서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데 말이야, 글쎄
눈이 마구 내리고 있는거 있지! 그래서 단장님좀 졸라서 나왔어.
우리 악단원들 다 나와있으니까, 그리로 가자, 마리엔. "


자신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던 마리엔을 끌며 당기는 스미라.
마리엔은 웃으며 끌려가다가, 문득 그를 생각해낸다.


" 아, 잠깐... 저기..... "


잠깐 발을 멈추고 자신이 있던 곳을 쳐다보는 마리엔.
스미라와 얘기하는 사이, 그는 가만히 서있었을 텐데.
같이 가자고 해볼까? 그냥 가버릴까?



그런데, 그녀의 옆에있던 그가 없다.

그가 있던 곳에 눈이 내려, 그의 발자국까지 없앤다.
그가 그곳에 서있던 시간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 ......아? "

" 뭐해, 마리엔? 빨리가자. "


그런 그녀를 아는지 모르는지 스미라는 마리엔을 끌기만 한다.
힘없이 끌려가는 마리엔.


........ 어디간거지?





눈이 그쳤다.
초가을정도의, 여름에 내리는 눈인듯, 그새 그쳐버렸다.
꽤 많이 내리다가, 그새 그쳐버렸다.

쌓일줄 알았는데..


내심 섭섭한 마음을 다잡으며 마리엔은 가게에 틀어앉아
창밖을 쳐다본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에게 쏘아져 오는 잠잠한 시선에 고개를 돌린다.
자신의 앞에 앉아,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
천천히 마리엔이 입을 열어 그를 부른다.


" ....스미라 언니? "

" 아, 마리엔. "


스미라는 마리엔의 말에 싱긋 웃는다.


" ....왜요? 뭐 이상한거라도? "

" 아냐. ..... 아, 그렇지.
아까 그사람 말이야, 누구야? "

" 에? "


더듬거리던 스미라가 불쑥 묻는 질문에 마리엔은 잠깐 어리둥절거린다.
아까그사람......?


" 아... 그 사람이요? "

" 그래, 그사람. 누구야? 애인이야? "

" 아니에요. "


스미라의 능글맞은 물음에 얼굴을 붉히며 푹 고개를 숙이는 마리엔.
그리고 킥킥대는 스미라의 웃음소리 뒤로 문득 생각이 스친다.

그러고 보니... 그가 점쟁이란거 빼고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이름까지도.

이제는 더이상 질문을 던져오지 않는 스미라에게서 눈을 떼고
마리엔은 멍하니 창문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 눈.
내가 왜 이렇게 눈을 좋아하는걸까.

왜......



나말고 또 누군가가 눈을 좋아했던가?



마리엔의 초점이 점점점 사라진다.





마리엔의 가문은
그런대로 시민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그것에는 모자라 시민들을 아껴주는
딴 귀족들이 보기엔 말도 안되는 귀족이었다.

그래서 항상 무슨 말을 하면 비난을 받았다.

그때문인지, 그들은 마리엔의 가문을 공격했고
힘이 아니라 말의 힘으로 공격했었지만
그것에도 마리엔의 가문은 힘없이 주저앉았다.

말도 안돼는 모함.

이미 그떄 귀족들에겐 선 이란 없었다.
아니, 자기자신이 선이었고,
자신만 잘살고 잘먹으면 됬었다.

자신들에게 나라 라는 개념은 ,
정부라는 개념은 그저 단순한 돈창고 일 뿐이었다.

그런그들이 입을 모아 모함을 했고
힘없이 쓰러진 그녀의 기둥을
그녀는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그날엔........





겨울이었다.
추운 겨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던 이때,
경비병 수십명이 그녀의 저택을 침범했었다.

시녀와 하인들이 사람들을 피신시켰다.
그것은, 이미 자신의 아버지가 내린 명령이였다.

그리고 의문도 모른채, 마리엔은 끝까지
자신의 기둥의 옆에서 기둥을 쳐다보고있었다.

경비병이 침범했지만
이미 피신해 있던 사람들을 잡아갈 수는 없었다.

그들이 막 저택의 문을 열고 들어올때였다.

흰눈발이 서리차듯 내려왔다.

그것을 발견한 그가 그것을 바라보고있었다.
마리엔도 그의 시선을 쫓아 그것을 바라보았다.


" 아...... 눈. "


눈에대한 , 언제나 그렇듯이 눈에대한 반가움에
경탄성이 조금 담긴 중얼거림을 내뱉자
그가 마리엔을 바라본다.


" 눈을 좋아하느냐? "


생각지도 못한 물음에 마리엔은 그를 바라본다.


" 네. 좋아해요. "


그리고 대답을 한다. 그가 웃어보인다.
창문밖에는 여전히 눈이 내린다.

누군가의 발자국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마리엔은 그 발자국소리를 주의 깊게 듣다가
문득 자신의 기둥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놀랄수 밖에 없었다.


" 아... 아버지? "


피가 베어나온다.
내 앞의 , 한 기둥에서, 나의 기둥에서, 한방울의 피가 베어나온다.


" ...... 아버지? "


조심스레 마리엔은 그 기둥을 또한번 불러본다.

언제나 그녀의 기둥이었던 이 앞의 , 아버지를 불러본다.
언제나 그녀의 큰 태산이었던 그사람을 불러본다.

그사람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血 의淚。






" ...... "


그는 아무말 없이 , 언제나 처럼의 당당한 모습으로, 위엄있는 모습으로 마리엔을 쳐다본다.
그녀를 내려다 본다.

그녀도 그를 본다. 그를 올려다본다.


백발이 성성하여도, 그는 젊었을때처럼, 아니 그보다 더 패기가 넘쳐났고
그보다 더 위엄이 넘쳐났고, 당당했다.

지금도 분명, 내앞의 이사람은 그렇다.


그런데 피눈물을 흘리고 있잖아.
저 강인한 두 눈에서.

그냥 눈물을 흘리면 되지, 꼭 피눈물을 흘리고 있잖아.




....... 그런데...

난 왜 이렇게 까지 그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걸까.
언제나 당당한 그가 무서워 금방 시선을 떼고 말았었는데.

왜 지금은 그렇지 못하는 걸까.



" ...... "



조용히 꼭 다문 그의 입에선 무슨 말이라도 전혀 나오지 않을것 같았다.
그는 다른 누군가를 쳐다보기만하면, 아무 말없이 말을 하는게 가능했다.


위압, 그리고 강인.


그것이 그의 눈에서 읽어내리는 내용의 다였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물론 지금도 올려다보고있는 그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있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것 같았다.

하지만 ... 아무말 않는 그의 눈에서, 하나의, 몇개의 , 똑같은 의미의 단어가
하나씩 더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천천히 읽었다. 아니, 아주 천천히 받아들였다.



위압, 그리고 강인.
그리고 슬픔, 여림, 떨림, 분노, 사라짐, 허무.



천천히 그의 눈을 받아들이고
그의 손을 마주 잡아 주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아무말 않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길었겠지만, 별로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나를 본다.
나도 그를 본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준다.
그는 그저 잡게 해준다.


그게 끝이었다.
더이상의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러나 그는 말이 필요 없었던 그 대화에
자신의 말을 하나 더 끼워넣었다.


" ...눈이라는것이.. 이제서야 이 피눈물을 흘리고서야
저 하얀것에 대해 경이로움이 드는구나. "


" ...... "


그의 말에 마리엔은 계속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그는 말을 계속 이을 용의였다.


" 이 피눈물을 ,... 저 눈이 다 씻어내려 갔으면 좋겠구나.
네앞에서 이런모습을 보이는 내가 참 가엽다.
언제나 네앞에서는 당당한 아버지 로써 자리잡으려고 했는데 말이다. "


중얼거리며 한탄하듯 울리는 그의 목소리를 마리엔은 또박또박 세겨들었다.
발자국이 다가올수록, 자신의 눈에서도 점점 떨어지는 눈물은
아직까지 그녀도 알지 못했다. 시야가 흐려질 뿐이었다.


" 미안하구나, 내 딸아. "


그의 입에서 나온 그 말에
그녀는 손을 놓고 말았다.
눈에서 점점 그를 쫓던 시야가 흐려졌다.
그가 움직이는 것 같은데... 잡아야될것 같은데.

그를 잡으려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를 잡았어야 했는데.

하염없이 그녀의 무릎으로 눈물방울들이 떨어진다.

그는 일어나서 그방을 나섰고, 그녀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어느새 흘려지고 있는 눈의 눈물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채.

멍하니, 창가의 눈만, 그의 빈자리만 바라보고있을 뿐이었다.


마지막 , 내가 읽었던 그의 눈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허무, 백지, 하얌, 사라짐, 슬픔, 여림.




무 (無) 。




혼자 남아있는 그방에서, 내가 그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걸 알때까지는
내가 읽은 그 한글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방문 밖에서는, 투닥거리는 소리와 고함소리
그리고 철커덕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체포하라는 소리.

문하나를 둔 공간 들에서
그녀는 아무것도 못했다.




그제야 떨어지는 눈물을 막을수 없음을 깨달았을뿐.





천천히 다시 창밖에서 고개를 돌렸다.
스미라가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있었다.

자신도 웃어주었다.


... 오늘의 이 웃음이 ,
얼마간의 마지막 미소라는 것을 알지못한채.





어쩌면 오늘 내렸던 눈은, 앞으로 흘려질 피를 미리 씻어주는 걸지도 몰랐다.
그때는, 아무것도 예상치 못했다.

거리에 과일들이 나뒹굴고, 짐을 싸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도시의 문은 꼭꼭 틀어잠겨 나갈수도 없었고, 그들은 길거리의
불쌍한 나부랭이들을 잡아다 가두어 놓았다.

하루에 몇번, 몇십번 공중에서 마법들이 쏘아져 내려오고,
숨을곳도, 의지할곳도 없는 시민들은 그저 떨면서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오지 않기를 빌 뿐이었다.

그 한가운데서, 나와 악단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멍하니 서서, 매일하던 공연은 생각도 할수 없었고,
이곳 지역의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더욱 고생을 겪어야했다.





대(大) 크라스 메스국의, 그 안에서도 가장 평화로웠던 크라일 지역의
지금까지중 가장 참담했던 전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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