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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부채 - 2

2005.05.25 02:15

♬LEDAT 조회 수:41

extra_vars1 빙산의 조각. 아이.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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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 - 2.  



" ...... 엔, "




무언가가 들린다. ......엔?





" 마리엔 ! "




누군가가 이제 고함을 내지른다.
.......마리엔?


아. 내이름.



천천히 그녀가 고개를 돌려 소리를 내지른 이를 본다.


스미라 언니.


" ...... 어휴, 이제야 돌아보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


툴툴 거리는 그모습에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든다.


" 아...... 잠시 딴 생각 좀 했어요...
죄송해요 ...... "


" 이름부를때 못알아차릴 정도까지라니,
무슨 생각한거야 대체? "


그녀의 투덜거리는 물음에 그저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는 마리엔.


" ...... 별 다른 생각안했어요. "


질문에 그저 얼머부리는 그녀가 얄미운지 잠깐 삐진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던
스미라는 이내 눈초리를 거두고 자신의 앞에 있는 식탁으로 눈길을 돌렸다.

12 : 34 분...

내가 이렇게나 잤던가?
아침햇살이 유난히도 따갑게 느껴지던 것이, 낮이었기 때문이었던 건가.


다행이 오늘 오전엔 공연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천천히 젓가락을 들어 자신의 입으로 옮겨가는 마리엔.






- " 저는 점쟁이니까
당신에 대한것도 다 알수 있지요.
당신은 장미에요. "

" ...... 장미요? "

"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장미죠.
그중에서도 유별나게 아름다운.

하지만 당신은 가시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다가오던 사람은 가시를 본후에 질려서 몸을 돌려버리죠.

......... 그렇지 않나요? " -








..... 왜 나는,

그때 왜 아니라고, 그렇지 않다고
똑바로 말하질 못했을까?



...... 진정 나는......?



앞의 식탁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망울이 흔들린다.
점점 초점을 잃어간다.



나는 왜 .....




젓가락을 깨문 그녀의 입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그녀의 손에서 젓가락이 떨어지며 땅바닥으로 하락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가 느끼기에는.




몰락, 바로 그날.

그의 방에서.








피가 베어나온다.
내 앞의 , 한 기둥에서, 나의 기둥에서, 한방울의 피가 베어나온다.


" ...... 아버지? "


조심스레 난 그 기둥을 불러본다.

언제나 나의 기둥이었던 이 앞의 , 아버지를 불러본다.
언제나 나의 큰 태산이었던 그사람을 불러본다.

그사람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血 의淚。






" ...... "


그는 아무말 없이 , 언제나 처럼의 당당한 모습으로, 위엄있는 모습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를 내려다 본다.

나도 그를 본다. 그를 올려다본다.


백발이 성성하여도, 그는 젊었을때처럼, 아니 그보다 더 패기가 넘쳐났고
그보다 더 위엄이 넘쳐났고, 당당했다.

지금도 분명, 내앞의 이사람은 그렇다.


그런데 피눈물을 흘리고 있잖아.
저 강인한 두 눈에서.

그냥 눈물을 흘리면 되지, 꼭 피눈물을 흘리고 있잖아.




....... 그런데...

난 왜 이렇게 까지 그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걸까.
언제나 당당한 그가 무서워 금방 시선을 떼고 말았었는데.

왜 지금은 그렇지 못하는 걸까.



" ...... "



조용히 꼭 다문 그의 입에선 무슨 말이라도 전혀 나오지 않을것 같았다.
그는 다른 누군가를 쳐다보기만하면, 아무 말없이 말을 하는게 가능했다.


위압, 그리고 강인.


그것이 그의 눈에서 읽어내리는 내용의 다였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물론 지금도 올려다보고있는 그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있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것 같았다.

하지만 ... 아무말 않는 그의 눈에서, 하나의, 몇개의 , 똑같은 의미의 단어가
하나씩 더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천천히 읽었다. 아니, 아주 천천히 받아들였다.



위압, 그리고 강인.
그리고 슬픔, 여림, 떨림, 분노, 사라짐, 허무.



천천히 그의 눈을 받아들이고
그의 손을 마주 잡아 주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아무말 않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길었겠지만, 별로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나를 본다.
나도 그를 본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준다.
그는 그저 잡게 해준다.


그게 끝이었다.
더이상의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는 일어나서 그방을 나섰고, 난 그대로 남아있었다.
어느새 흘려지고 있는 내눈의 눈물을 나도 모르고 있는채.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허무, 백지, 하얌, 사라짐, 슬픔, 여림.



...... 그리고 ........





" 마... 마리엔? "



다소 놀란듯한 목소리가 다시끔 그녀의 회상을 깨고찾아든다.
그제서야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바라본다.


" .....아.....아? "


그리고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 무언가를 쥐고있었는가, 허전한 공간.

그리고 그 밑을 바라본다.



떨어졌는지, 한쌍의 젓가락이 따로따로 떼어진채 나부러져있다.
그녀는 이제서야 사태를 짐작하고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스미라를 바라보았다.


" 아...... 죄송해요. 잠깐 또 한눈을 ...... "


그녀의 말에 약간 안심한듯이 움츠렸던 어깨를 조금 펴 내리는 스미라.
스미라는 조금 과장된 웃음을 지어보이며 마리엔에게 톡 쏘듯 말을 건넨다.


" 에이, 아까부터 무슨 얘길 하길래 그렇게 정신을 툭 놓고있어?
덕분에 내 심장만 툭툭 떨어지잖아. 갑자기 젓가락을 떨어뜨리고서 가만히 있다니.
어휴우우우. "


그런 그녀의 과장된 투의 말들을 마리엔은 자신이 주워들은 젓가락을 응시하며 가만히 듣고있는다.
듣고는 있지만, 귀에 들어오지는 않아.

그저 이 앞의 젓가락만을 들이다 본채, 또다시 다른 생각을 할 뿐이었다.



이 생각의 끝은,
그를 다시 만나고 나서야 끝나게 될까.

이 밀려들어오는 그 일의 끝은.






천천히 , 마리엔은 일어났다.





5시.

또다시 그녀의 짤랑거리는 금팔찌소리가 울려퍼지다 또다시 멎었다.


" ...... 감사합니다. "


여지껏그래왔듯 다시 허리를 숙여 그들에게 보인다.
어디까지나 사적이고 가식되었지만, 그것이 이제까지 해온것.
가식이 없다면, 그것은 사회라 불리기 어렵겠지.

그녀는 다시 꼿꼿히 세운 허리를 쳐들고 걸어간다.
저 바깥으로.


그리고 그를 본다.



" ......아."



역시나 그도 그녀를 본다.
손을 흔든다. 미소를 짓는다.



" ...... 아... 안녕하세요. "



그녀도 인사를 건넨다.
그가 입꼬리를 더욱 올린다.





3번째다.
그를 다시 보았어.

이번에는, 나도 맞서서 아는척 하지 않으면 안되었겠지.
이젠, 우연이라는 느낌은 사라졌다.

내가 아는 인물속에, 그도 자리 잡게 된것이다.


기쁜 것일까?




하지만 내 앞에 앉아 싱글대고 있는 그는,
솔직히 말해 잘 모르겠다.


여기 이 가게안에서, 몇 분씩이나 둘이서 마주 앉아
마리엔은 그저 잔을 이리저리 흔들어 볼 뿐이었고
그는 그런 마리엔을 보며 싱글싱글 웃어댈 뿐이었다.

말이 건너갈 때가 되었지만, 그는 어떤지 몰라도
그녀의 머릿속은 여러 회상과 생각, 그리고 현재의 부응으로 어지러웠다.


머리 좀 많이 써 놓을걸.


이제 후회하면 뭐하나. 있을떄, 기회 가기전에 잡아야지.
여전히 고뇌의 수렁에 빠진 그녀를 건져준것은, 그였다.


" 우리, 이제 3번째죠? "

" 아, 예. "

" 그럼 어느정도 친분이 있을만 한데.
이제 어느정도 아는척도 하고 말이에요. 서로. "


그의 뒷말에 찔끔 뭔가 찔리는 마리엔이었지만,
그는 아무생색 없이 계속 말을 이었다.


" 그런 의미에서 으음...... 뭐해줄까요? "

" ...... "


그의 물음에 마리엔은 잠깐 생각했다.
무엇을 해준다고? 주는건가? 그럼 내가 받아?

받는것은 또 처음이네. 돈을 번다는 개념과는 다르니까.


" ...... 글쎄요? 뭐 주실건데요? "


거절이라는 개념이 없는 그녀였다.


" 으으음...... 제가 할줄아는건 점밖에 없으니....
점이라도 봐드릴까요? "


문득 기막힌 생각이라는듯이 환하게 밝아오는 그를
그녀는 막을수 없었다.

이럴떄 어떻게 해야하는지 하나도 모르는걸.

그러나, 점이라면 어젯밤부터 그녀가 고민했던 거잖아.
...... 그래, 그렇지.

그녀는 그사실을 상기시키며 그에게 말했다.


" 그럼, 저번의 그 장미에 대한 말들을
더 구체적으로 해주세요. "


마리엔의 그말이 조금 의외였는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웃어버린다.
그런그를 그녀는 살포시 바라본다.
대답을 기다리는 것인지. 그도 그 눈에 천천히 입을 연다.


" 말해줄것은, 그것이 끝이에요.
참고로 당신은 제가 만난 2번째의 장미구요. "


그의 말에 약간 멈칫거리는 마리엔.
그게 끝이라니, 그럼 ....?

정말로 끝인것인가?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한데.


" ....그런...가요...
.......그런데..제가 2번째라고요? "


그리고 문득그의 뒷말이 거슬려 다시 되묻는다.
그도 그말에 싱긋웃는다.
그 질문이 올줄 알았다는 듯이.


" 조금은 다른거죠. 똑같은 장미가 아니라.
이를테면, 당신은 기름진 땅에서 태어난 장미지만
그녀는 그 비좁고도 삭막한 사막과 같은 , 빛하나
들어오지 않는 건물들 사이의 틈새사이로 겨우겨우
얼굴을 내민 장미라고나 할까요. "

"..... 헤? "

" 물론 당신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녀는 모든것에 감사하고, 그 바닥에 대해 익숙해요.
그래서 그 바닥을 떠나는 것을 겁나하고, 이곳마저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곳에선.... 하는 마음으로 떠나지도 못하죠.
무엇이든 다 그녀에겐 축복이고, 희망이고, 또 하루에요.
그런 차이죠. 어때요? 꽤 차이가 있나요? "


꽤 차이가 나는 것을 그녀도 문득 느꼈다.
똑같은 장미도 무척이나 잘핀것이 있고, 그렇지 못한것이있다.

말하자면 그녀 자신은 아름답게 핀 황궁궁전의 장미중 하나이지만
그녀는 서들녘에 핀 장미보다 더 삭막한 곳에서 햇빛한줄기
못받고 어기적 거리며 커버린 한 작은 장미일 것이다.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것도, 그것이 힘들다는것을
아는 그녀이기에 그렇게 차이를 느꼈다. 그것은 분명히 힘들었다.

지금 그녀 자신이 , 지금, 뿌리를 내리는 작업을 다시하고있으니까.
골목의 장미와 같은 조건으로. 전의 조건과 다른 조건으로.



" 그런...... 가요.."


" 그리 신경쓰지는 마요. 언제나 사람들은 그곳에 조금씩 뿌리를 내려서
영양분을 얻다보면 다른곳이 낯설어 지는 것 뿐이니까.
뿌리를 다시 내린다는것은 귀찮고도 힘든 일이니까요. 실패할수도 있고."


역시나 싱긋 웃어버리는 그의 미소에 그녀도 덩달아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서 그는 약간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주더니
그의 표정을 보고서 어색해하는 표정이 그대로 나타난 그녀를 보자 다시
웃긴듯 입꼬리를 스르륵 올렸다.


" 하하하...
역시 당신은 고고한 장미에요. 지금은 좀 달라도. "

" ...... "


그말에 마리엔의 얼굴이 붉어진다.


" ..... 으으음. 3번쨰의 만남만에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조금 알게 된 빠르기가 꽤나 빠른건가요?
어떨때는 저의 직업이 사교적인데에 도움이 되는 떄도있군요.
이거, 조금은 뿌듯한데요. "

" ......에. "



뿌듯하다는 그의 말에 마리엔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돈이 없어서 점쟁이를 한다며?

......


그런 그녀를 보고 그는 아무말 않고 웃어주기만 한다.
그런 그를 그녀는 또 아무말 않고 바라본다.







그녀의 머릿속에, 한 아이가 그려진다.

얼마전에 누군가 말했던것같은.



-「 ..... 있잖아, 나, 오늘 어떤 아이를 봤어.
그아이가 나를 처음보는지 가만히 보고 있길래
나도 가만히 나의 아름다움을 쳐다볼수 있도록 그를 바라봤지.
그런데, 그아이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채 가버린거야.

아무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채 말이야.

다음에 그애가 장미를 만났을때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거기에 반할 수 있을까?

나는 조금 그랬으면 좋겠는데.
실은 그아이, 내가 뭔지 몰라서 매일마다 나를 찾아왔었거든.

이제는 왠일인지 툭 발길이 끊겼지만. 」-



친숙할만큼이나
누가 들려줬는지는 모를
그저 그를 보고 생각난 말.





...... 그아이는
지금의 , 고고하다고 말하는 나, 장미를 보면
아름답다고 느낄까?

아름답기위해서는.... 그러기 위해서는.....




마리엔은 슬며시 웃어본다.
활짝 웃어본다.

아름답기위해 그리 노력을 안했었지만
어쩌면, 이 앞의 이사람을 위해서 인지도.



이 사람이 어쨰서 그 이야기의 아이 같아 보여서인지도.



그래서 그런지,
마주보고 있는 그의 얼굴이 잠깐 당혹 스러워진다.

왜그러는 가요?



점점 수그러드는 그녀의 눈초리.
내려앉은 그녀의 눈에, 그가 천천히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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