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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부채 - 1

2005.05.25 02:12

♬LEDAT 조회 수:48

extra_vars1 그녀, 그. 만남,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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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 - 1  

한 손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비단을,
한 손목에는 치렁거리는 금 팔찌를.


- 짤랑, 짤랑


짙은 화장,
슬며시 미소짓는 듯 감긴 두 눈과,
부드럽게 올라간 입꼬리와 서들녘에 핀 장미꽃잎같이 붉은 입술.


- 짤랑, 짤랑


... 그리고, 쉴새없이 움직이는 그녀의 섬옥수수같은 손과,
유연히 돌아가는, 품에 꼭 안고싶을 만한 가녀린 허리.
따뜻히 감싸쥐어주고 싶은 여려보이는, 조금 좁은 어깨.


- 짤랑, 짤랑


그녀의 금팔찌가 그녀의 손목의 움직임에 따라 부딪힌다.
많은 시선들 속에서 유유히, 유연히 몸을 움직이는 그녀.


- 짤랑, 짤랑


둥글게 자리난 그녀만의 공간, 무대에서
천천히 발길을 떼가며 밟는 바닥은 조용하다.


- 짤랑, 짤랑


매혹적인 붉은 색의,
안이 다 드러나 보이는 펑퍼짐한 붉은 무도복.


하늘하늘.


- 짤랑, 짤랑


그녀가 움직이는 곳으로 시선들이 맴돌고,
그녀는 그것을 즐기듯 천천히 받아들여 소유한다.


좌중을 압도하는 무언가.


아름다움.





- 짤랑, 짤랑


조용한 그 무대에서 금팔찌의 소리만이 작게 짤랑거린다.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발이 한걸음씩 내닫을 때마다 쉴새없이 그 바닥으로 빠진다.


- 짤랑, 짤랑


한올 한올 그녀를 옭아매 감아가는 시선들.


그녀의 머리카락 끝부터 발 끝 까지.
좌중의 시선은 그녀를 끈질기게 간지른다.

그리고 그것에 반가운듯이 미소짓는 그녀.


- 짤랑 ...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를 옮아매고 있던 시선들이
끊긴 밧줄처럼 툭 끊어진다.


따라서 그녀의 미소도 멈춘다.


그녀를 따라 함께 흔들리던 금팔찌 소리가 멎었고,
하늘하늘 따라 춤추던 그녀의 무도복도 멈추었다.


그녀의 발끝이 선뜻 멈춘다.


" ...... "


처음 태어난, 아무 감정도 느낄수 없는 사람.
그들은 알수없을 매혹을 느끼며 그녀를 바라보고있다.


" ...... "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다시 입꼬리를 올리는 그녀.
휘어지는 허리, 따라 휘날리는 타오르는 머리카락.


" ... 감사합니다. "

그녀는 숙인 허리를 다시 부드럽게 세운채,
좌중들의 바깥으로 서서히 사라진다.


" ...... "


멍하니 그자리만을 바라보는 그들.
전에 그렇지 않았거늘, 그녀가 사라지자 공허함만이 남은 둥근 그녀의 무대.



" ......아"



모두가 뒤늦게 아쉬운듯 탄성을 내지른다.


그녀가 사라진 곳을 쫓고있는 시선들.
그리고, 들려오는 박수소리.


- 짝, 짝짝, 짝짝짝짝짝....


점점 늘어나는 박수소리를 공허대신 들여놓는다.


하나의 보답.





" 오늘도 좋았어, 마리엔. "


싱긋 웃으며 막 공연을 끝낸 마리엔의 옆으로 다가오는 여자.
깊숙히 패인 보조개가 인상적인 금발의 여인이다.


" 아, 스미라 언니. "


그리고 그런 그녀를 스미라라 부르며 반기는 마리엔.
스미라가 마리엔 옆으로 활기차게 걸어왔다.


" 너 덕분에 오늘도 많이 벌었다. "

" 아니요, 뭘요. 먹여주시는 것만해도 감사한데. "


스미라의 손에서 들리는 , 동전의 마찰음 소리가 경쾌하다.


" 흐음, 그렇지. 우리가 너를 거둬들인지도 벌써 4년이구나. 정말 많이 컸어. "

" 아직 다 안컸어요. 더 커야 된다구요, 키도.. "

" 아하하. 그렇긴 하지. 시집을 안가면 여자는 어른이 아니니까, 아하하. "


스미라의 말에 마리엔은 얼굴을 붉혔다.


" 아이, 언니. 농담하지 말아요. "

" 아하하... 하지만 고려해 볼 문제야.
너도 언젠가는 시집가야되잖아? 벌써 30대 다되가는데.. 점이나 봐봐. "


농담을 나누다가 사뭇 진지한 표정이된 스미라를 가만히 붉히며 올려다보는 마리엔.






- 달칵


" 어서오세요 손님...... 아, 어제의 그 손님들이시군요. 공연은 끝났나요? "


공연이 끝나고, 우리가 머무르던 객잔으로 향했다.
반갑다는 듯이 반기는 점소이.


저 가식적인 웃음이 왠지 눈에 차인다.


" ...... "


" 네, 그렇죠. 쉬러왔어요. 점심도 먹어야 겠네요."


옆에서 스미라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점소이에게 대답해주었다.
마리엔은 그들에게서 눈을 떼고 천천히 가게안을 둘러본다.

" ...... "


한산하다.


테이블에 쓰러지듯 기대있는, 고주망태가 된 중년남자 몇명과
옆에서 재잘거리고 있는 반대쪽의, 술집여자처럼 보이는 일행.


그리고.... 그런 마리엔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한 사나이.



" ......? "



마리엔은 그를 발견하고서 조금 당황했다.

나는 분명 저 남자를 모르는데?


그녀의 의아한 눈빛에도 마냥 미소만 지으며 손을 흔드는 저남자.


" ...... "


문득 오늘 공연을 본게 아닌가하고 생각이 떠올랐다.
조금 적극적인 사람들은, 저번에도 몇번 자신에게 아는척을 해왔으니까.


" ...... "


하지만 그렇다고 상대를 해주는 것은 별로 좋지않다는 것을 저번에 깨달았던 그녀였다.

그녀는 그저 한번 쳐다봐주고는 다시 일행을 향해 몸을 돌렸다.
어차피 또 만날 사이도 아닌데 열올릴 필요는 없을테지.

그리고 그녀의 등을 향해 손을 흔들던 그는 등을 바라보며 미소짓기가 멋쩍은지
다시 손을 내리고 테이블의 음식에 눈길을 돌렸다.

어차피 저쪽에서 어떤행동이든, 대답이 올거라는 것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어.

음식을 향해있는 눈길에 힘을 주는 그.




천천히 암흑이 빛을 삼킨다.
내앞의 길거리에는 집안의 불빛과 , 가로등의 불빛이 그나마 훤히 비추고있다.



" ...... 가로등이라. "




전에 시골에 공원갔을때는 촛불도 귀해서 밤에는 아무것도 안보였는데.
내심 도시와 시골에대해 생각하며 발걸음을 떼어갔다.


내가 이 추운데 왜나왔을까.

글쎄, 잠이 안와서?


........ 그냥 나와보고 싶었던것 같다. ....길잃을 지도 모르는데.



- 터벅터벅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나혼자서.


집안의 수군대는 소리와
가끔씩 들려오는 소음이 내 귀를 통해 들려온다.


하지만 어두워.



" ...... "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다시 들어가 버리고 싶어.


- 터벅터벅


하지만 계속 나아가는 내 발길.
............ 가는김에 가는곳 까지만 걸어볼까?


" ...... "



- 터벅터벅



조금더 걸어가니까 그나마 들리던 얘깃소리도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불빛만 환한 어두운 거리.


그리고 그 안에, 우두커니 더이상 걷지 않고 서있는나.

가로등이 내리는 둥글고 노란 불빛이
내 몸을 비추고 , 나의 둥근 무대를 환하게 비추어 준다.

내가 밟고 있는, 지금 이 땅.

그리고 서있는 나.


내가 왜 서있는거지?
이런곳에서, 모든것이 다 갖춰져있는데.


문득 마리엔의 붉은 입술이 조금 치켜올라간다.





먼저 손을 뒤로 뺴고 손가락을 고풍스럽게 접었다.
그리고 왼쪽 발을 앞으로 살짝 닿게 뻗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깔고
허리를 조금 숙인다.

그리고 왼쪽발에 힘을주며 짚는다.


조금씩 떨어지는 듯 하더니 다시 돌아오고
조금씩 움직이는 듯 하더니 크게 돌아버린다.

그녀의 손짓에 가로등 불빛이 비추듯 따라왔으며
그녀가 밟는 무대는 환하게 그녀를 감싸고 그녀의 걸음걸이마다 따라붙는다.

아무것도 꾸미지 않고
아무것도 봐주지 않으며 추는 춤이지만

오늘의 공연처럼 붉은 무도복은 커녕
간단히 걸친 헤진 조끼에 바지를 입었지만


조금은


어느떄와는 다르게 설레는 기분.




푸욱 놓은 마음에
천천히 어둠이 잦아들고
이내 빛은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고
손을 버팅기고
허리를 두를때마다

조금씩 불빛이 둥글게 무대앞으로 모인다.

까만 그림자를 등지고 있는 컴컴한 집들은
애써 그녀를 외면하고 있지만
실은 환하게 빛나는 그 네모난 눈동자에서

결국은 그녀를 바라보고있어.


누군가 자신을 찾아오기를
그녀를 보고 이 손잡이를 돌려주기를

그의 옆에서 볼을 비비는 청록색의 가로등이
그의 앞을 비추어 주고

그녀가 그 빛을 받으며 한걸음씩 부드럽게 움직여간다.



오늘처럼 짤랑이는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금팔찌는 없지만
그녀를 휘감아 주는 따스한 불빛과 하루살이들의 그림자
그리고 어둠이 있다.


그녀의 화려했던 옷은
낮의 금팔찌가 살짝 녹아들어간듯한 황홀스러운
그녀의 위로 쬐어지는 금빛으로 단단히 칠을 해 자신을 가꾼다.


한 밤에, 이거리에서, 금빛 별빛 달빛을 받으며. 혼자



이거리 저거리를 부드럽게 좌우 5번씩 밟고서야
그녀는 춤을 멈추었다.


" 휴우 ㅡ "


그리고서 가슴을 가라 앉히고 숨을 고른다.
감사인사는 빼먹었지만, 그정도는 귀엽게 봐주겠지.

저기서 멀거지 지켜보는 그림자들은.


" ....... "


오늘과 다름없는 춤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뿌듯해져서 얼굴이 붉게 물든다.


알듯 모를듯한 만족감.


이 거리에서 추어서 그런가?

아냐, 오늘에도 이 거리에서 춘거잖아.




........ 왜일까?

................... 글쎄. 다른점이라곤......






- 짝, 짝짝짝.


어디선가 크게 울리는 박수소리.

마리엔은 움찔거리며 그 소리가 난곳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누가 보고있을 줄이야, 생각도 못했는데.

왜인지는 모르지만 다급히 옮겨간 시선의 그녀는 알게모르게 두 뺨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녀의 시선은 저 거리의 한 어둠속.

저 너머에서, 박수소리는 계속 들려오고있다.



" ...... "

" 혼자서도 잘추는데요, 예쁜 아가씨. "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한 목소리.
남자인가?

마리엔은 한발짝,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두발짝, 세발짝.



" ...... 누구..... 시죠......? "

그리고 어둠속에서 들어나는 그를 봄과 함께
열리는 그녀의 입술.

그는 바닥에 깔은 꽤나 넓은 천에
다리를 쭈욱 펴고 그 위의 테이블에 양 팔꿈치를 대고 지탱해서 얼굴을 받치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빛속으로 녹아드는 그의 얼굴.


" 아아....... 설마 벌써 잊어버린 건가요 ㅡ ? "



천천히 그를 훑는 마리엔의 눈동자.
그는 그것이 싫지않은듯 몸을 베베꼬고있다.

살짝 미소지으며 팔꿈치를 들어 손을 흔들어 보이는 그.


미소지으며 손을 흔드는 ㅡ ?


" ....... 아. "


오늘 , 객잔에서의
............ 그녀에게 손을 흔들던 남자.

남자는 알았다는 표정을 짓는 마리엔을 보며 입꼬리를 더욱 올린다.


" 생각난건가요? 휘유, 다행이네. "

" ...... 어떻게... 여길........ "

" 그건 내가 할말이죠.
여긴 제 가게, 구역이라고요. "


" ...... 예...? 가....게요? "


그의 당당한 말에 마리엔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게는 커녕 민가밖에 없는데.

마리엔이 의아한듯 그를향해 고개를 다시 돌리자,

다시 입을 떼는 그.



" 에이, 그 가게가 아니라......
여기요, 여기 이자리. "

" ...... ? "



자신의 밑을 가리키는 그의 행동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리엔.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서는 남자는 이마를 짚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 ....... 전, 이곳에서 점을 봐주는
점쟁이에요. "





아침햇살이 유난히도 밝게 다가온다.
밝은 햇빛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너무 밝은 햇빛은 따가워서, 어느새 그녀의 얼굴이 찌푸려 있었으니까.





" ...... "





아니, 어쩌면 다른 이유일지도.

일어나자 마자 어젯 밤의 일이 생각났다.




" ...... 아아... "




다시 어젯 밤의 일을 돌이켜보는 마리엔.


..... 어젯 밤.



아무생각 없이 길거릴 걷다
또다시 그를 만났다.




" ...... 점쟁이. "




그의 말을 떠올리고 조용히 뇌까리는 그녀.


우연찮게도 하루에 2번이나, 옷깃을 스치는 것도 아니고,
서로 마주보게 되었다.

또 그 한번은 차분히 서로 얘기까지 나누었다.



우연일까?

아님 필연일까?



이대로 지나가버리는 사이?




제 3자일 가능성이 컸다.

내 공연을 보고 호기심과 관심에 일부러 아는 척 했다면.
또 그의 '점쟁이'라는 직업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 않아?



....... 하지만 식당에서도 그러다가
다시 만나게 되어 버렸잖아.


그럼 어떻하라구?




" ...... "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왔다.
헝클어진 머리를 그녀는 손으로 빗어 넘긴다.



또다시 만나는게 재연될 수 있을까?

다시 그렇게 얘길 할 수 있는 우연이 또 있을까?


사뿐히, 그러나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마리엔은 욕실문을 열고 그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유난히 어제의 그가

다른 일들과 달리 말을 많이 나누었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호기심이나 관심, 아니면 '점쟁이' 로서의 그.



- 쏴아아아.



작은 수도꼭지에 물이 흘러내리며 물소리를 낸다.
천천히, 혹은 빠르게 물끼리 맞부딫혀 산산히 부서져 가며 울리는 소리.

부딪혀 조각나면 튀어오르지만, 이내 밑으로 타락하고 만다.

욕실의 작은 조명 앞에서 투명히 비추이는 물방울들, 물.



" ...... "



그속에 담궈진 그녀 자신의 모습에


가만히 그 물속을 들여다 본다.





- " 저는 점쟁이니까
당신에 대한것도 다 알수 있지요.
당신은 장미에요. "

" ...... 장미요? "

"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장미죠.
그중에서도 유별나게 아름다운.

하지만 당신은 가시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다가오던 사람은 가시를 본후에 질려서 몸을 돌려버리죠.

......... 그렇지 않나요? " -





- 촤르르.




" ......아."


갑자기 넘치는 물에 마리엔은 서둘리 수도꼭지를 잠갔다.
그리고 다시 물속을 들이다 본다.



어제 그와 나눈 대화.


그리고 그의 말.




- " 당신은 장미에요. "



" ...... "



그 말은
무슨 의미에서 나온말일까.



- "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장미죠.
그중에서도 유별나게 아름다운.

하지만 당신은 가시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다가오던 사람은 가시를 본후에 질려서 몸을 돌려버리죠.

......... 그렇지 않나요? " -





가시를 가진 장미.
그게 그가 말한 나.


점쟁이로써 한말일까,
아님 그로써 한말일까.




- " 저는 점쟁이니까

당신에 대한것도 다 알 수 있지요."





...... 점쟁이로써?




문득 그녀를 비추던 거울에 파문이 생긴다.
자그만 동그라미가 점점퍼져 그녀의 얼굴을 일그러트려놓는다.



- 퐁, 퐁, 퐁.




물방울이 튕기며 다시 제자리에 떨어질때마다
동그라미가 하나씩 여기저기 생기며 얼굴에서 모자라 거울을 일그러트린다.



" ...... "




일그러진 얼굴에
그녀는 자신의 손을 집어넣는다.



차가워.

물이 차가워.



차가워...... 이 손이.....물이......
........ ................



............. 차가워.

..................... 무언가가...




- 퐁.




또다시 일그러지는 그녀의 손에
물방울이 아닌 물방울이 떨어진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그녀의 눈에서.





........ 어제 밤.



나는 그의 말을 다시 뇌까린다.


점을 보는.........
.................... 점쟁이 ?



" 점... 을요...? 여기서요? "

" 그래요. 여기서요. "


마리엔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이런 길거리에서 어째서 점따윌?


마리엔의 눈빛을 보고서는 그는 한숨을 내쉰다.


" 부잣집 아가씨 인 것같군요. 보기에도 그렇지만서도. "


마리엔은 그를 천천히 바라본다.
부잣집이라......

마리엔은 귀족 출신이었다.
지금은 악단에 있지만, 한때는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귀족이였다.


貴 族 。



아무말 않는 그를 쳐다보며 마리엔은 깊은 생각의 늪에 빠진다.


그래, 전까진 귀족이였지.....
하루하루 이런생활이다보니 어느새 잊어버렸어.


몰락.


그리고 한순간의 파멸.


모든것이 돌아서는 순간, 모든것에 배신당했고
모든것이 뒤돌아서는 순간, 혼자였다.


익숙해 진것 같지만
춤 추는 것은 어디까지나 귀족이었을떄의 장기.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도,
발로서 걸어다니는 것도,

실은 익숙치 않은데.



늪에 빠져있던 그녀의 눈이 다시 수렁에서 빠져나와
그를 향한다.


그녀를 계속 쳐다보고 있던 듯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미소짓는 그.



"..... 그래요... 그렇죠...
그런데... 그러니까 여기서 ...? "

" 여기서요. 점을요. "



마리엔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옆에서 쳐다본다.
뭔가 더 볼 것이 있다는 듯, 확인하려는 듯.

그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살짝 웃어보인다.


" 점쟁이라면.... 직업이아닌가요? "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 직업이죠. 하나의 당당한. "


하지만 그의 대답에도 뭔가 이상한것이 있는듯
마리엔은 의아한 눈초리로 질문만을 건넨다.


" ..... 점을 왜 이런 길거리에서? "


그동안 그녀의 질문을 자신도 의아스럽게 받아들이던 그가
이제야 알았다는듯이 통쾌히 한 번 웃어넘긴다.


" 그게 궁금하신거였나요?
..... 그거야, 마땅히 할 곳이 없으니까. "

" 할곳이.. 없어요? "

" 한마디로 돈이 없다는거죠. 에헤, 이건 좀 쑥쓰럽네. "


뒷통수를 긁적이는 그.
마리엔은 그의 대답에 더이상 갸웃거리지 않고
살짝 눈을 가늘게 뜬다.


" ...... 그거라면, 저도 알아요.
...... 겪어본 일이에요. "

" ...... 그래요? "


이번엔 그가 의외라는 듯 쳐다본다.
그리고 다시 허물어졌던 미소를 그녀를 향해 지어준다.


" 하긴 그렇지 않으면 악단에서 일할리가 없겠죠...
오늘 봤어요. 당신.... 춤 잘추던데요? "


살짝 붉어지는 그녀의 볼.
아무말 않는 그녀의 모습은 귀엽기만하다.



" ... 그리고 아까 춘 것도."


" ...... "



아까.
라는 말에 그녀의 얼굴은 완연 붉게 달아오른다.

여지간히 당황했나보네.

내심 속으로 미소짓는 그.


" ...... 뭐랄까.
저는 그런걸 잘하는게 없어서, 어디선가 주워들은 솜씨로
이렇게 하고있는거죠. "

" ......네."

" 살 길이 없으니까요. 아무것도 잘난게 없으니까.
가게를 얻고싶지만, 그러지 못하죠. "


묵묵히 그만을 바라보는 그녀.
그런 그녀를 또 바라보는 그.


그렇게 그들사이에 잠깐 침묵이 돌았다.

하지만 그에의해 곧 깨져버린다.


"...... 어쩌면 잘 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의 일. "

" ......네? 그게 무슨..."


갑자기 자신의 몰락을 잘된일이라 칭하는 그를
조금 당황하여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이 좋지만은 못하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 그.

" 부잣집에서 춤따윌 배우고, 또 다른 귀족가로 시집을 가고.
아름다우면 되고, 교양있으면 되고.
귀족가의 여인들이나 딸들은 거의 대부분이 미래가 정해져있는거나 마찬가지 니까요."

" 정해져 ....... 있다고요? "

" 그렇죠. 귀족가문에서 태어나면 교양을 배우고 춤을 배우고 아름답기만 하면 되고.
그 이후는 시집가서 잘 사니까요. 귀족끼리.
그게 끝이에요. 별 이유없이, 의미도 없이. "


마리엔의 미간이 찌푸려 진다.
무언가 마음에 안드는듯.


" 정해져 있다니 말도 안돼요.
꼭 말라 비틀어져야 되는 꽃같이 왜 정해져 있다고 자부하시는거죠? "


그런 그녀를 따스히 쳐다보는 그.
천천히 입을 연다.


" 꽤나 마음이 상하셨나보군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밖에 안보입니다.

당신은
상처를 입은것 같으니까

이렇게 말해주는 거에요. 당신에게만 . "







" ...... 네 ? "


천천히 마리엔을 돌아보는 그의 시선이 왠지 부담스럽다.
마리엔이 몸을 움찔거리자, 그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 저는 점쟁이니까
당신에 대한것도 다 알수 있지요.
당신은 장미에요. "

" ...... 장미요? "

"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장미죠.
그중에서도 유별나게 아름다운.

하지만 당신은 가시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다가오던 사람은 가시를 본후에 질려서 몸을 돌려버리죠.

......... 그렇지 않나요? "


천천히 그를 바라본다.
그의 눈이 웃는다.

그리고 그의 까만눈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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