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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싸이케데스(Psykedeath) 2장

2005.06.02 15:43

싸이케데스 조회 수:85 추천:1

extra_vars1 -제 2장 마검 ‘소울 슬레셔드(Soul Slashe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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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차원이 되어버린다면 죄송합니다  _ _;;;
오늘은.. 세개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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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마검 ‘소울 슬레셔드(Soul Slasherd)’




드르륵-

케이론은 식탁을 치우지 않은 채 의자에서 일어났다. 내가 가만히 앉아 있자 그는 방의 출구 쪽으로 나가며 말했다.

[따라와라.]

나도 얼른 일어나 그의 뒤를 따랐다.

“.....!”

밖으로 나가다 뒤에서 소리가 나 돌아보니 그릇과 잔들이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얼핏 봤을 땐 잘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반투명한 엘프 소녀의 모습을 한 팔뚝만한 형체들이 한둘 날라 다니고 있었다.
내가 잠시 신기해서 그들을 구경하자, 앞서가던 케이론이 돌아서서 한마디 했다.

[이 레어를 지키고 여러 가지 일을 담당하는 정령들이다. 저들은 바람의 하급정령 실프(Silph), 주로 물건 정리나 나르는 일을 하지.. 아까 전에 너에게 물잔을 줬을 때도 실프들의 힘을 빌린 거였다.]

아, 그랬군. 정령들이라... 그런 것도 있었다니..

케이론은 이미 다시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그를 따라갔다. 아까는 자세히 보지 않았지만 지금 다시 처음의 거대한 홀로 들어서자 레어는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다지 화려한 멋은 없었지만 그저 커다란 석굴이 아닌, 여러 방으로 가는 입구의 배치가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특히 신기하게도 2층으로 올라가도록 된-물론, 인간의 크기로 말이다- 금색 계단과 그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배란다도 있었다.

아무튼 이번에 케이론과 함께 들어선 방은 방금 전의 음식창고 같은 방의 반대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크고 화려한 나무문이 그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된 목제로 보였는데, 보존이 잘 되어 있어 진한 기품이 느껴졌다.

기익-

약간의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은 사람의 집으로 치자면 서재 같은 곳 인 듯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이 소유할 만한 책의 수가 아니라는 것과, 모든 가구가 크리스탈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방의 구조는 아까의 방과 비슷했다. 아니, 모양은 거의 같았다. 이 방 또한 벽은 위로 꽤나 높이 곧게 뻗어있고 둥글게 주위를 감싼 모양이었는데, 그 벽들이 모두 책장의 역할을 하는 듯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굉장하다...”

나는 전혀 거짓 없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방이 작았다면 그 속의 책들도 그리 많지 않았겠지만, 방은 우리 학교 운동장의 반 정도는 될 만한 크기였으니 그 둘레를 책으로 감싸면, 내가 최소한으로 어림잡아도 몇 만권은 될 듯이 보였다.

[내 평생 동안 모은 것 치고는 그리 많은 것도 아니지...독서를 좋아하는 드레곤이라면 이런 서재가 서너 개쯤 될 거다. 자, 저기 앉아봐라.]

그는 낮고 둥근 식탁 하나를 중심으로 빙 둘러 배치된 소파들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트가 깔아져 있기는 했지만 크리스탈로 된 소파에 앉으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특히나 그 크리스탈이 약간 푸른빛을 띠고 있었기에 얼음에 앉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

딱딱한 느낌을 예상하고 앉았지만 시트가 질이 좋은지 굉장히 편안했다. 나는 일단 앉아서 기다렸고 그는 책장에서 바로 적푸른 표지의 책 한 권을 꺼내 왔다. 그리곤 그도 내 옆에 앉아서 책을 펴더니 어떤 부분을 보여 주었다.

[아마 읽을 수 있겠지..]

“...?!”

아무 생각 없이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던 나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그의 말한 대로였다. 생전 처음 보는 글자들이였지만 모두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읽을 수 있나보군. 넌 이계에서 왔기 때문에 이 세계의 모든 소리는 너에게 뜻을 전달하는 파장으로 뇌에 전달된다. 이곳의 모든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도 그건 진짜로 네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 속에 담긴 의도를 주고받는 거니까... 지금 글을 읽는 것도 글귀 속에 담긴 글쓴이의 생각을 읽는 거야.. 만약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날려 쓴 글이라면.. 읽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군.]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그의 말대로라면 엄청나게 좋은 능력이었다.. 모든 언어를 다 구사하다니...이곳에 만개의 언어가 있다면 만개국어를 하는 것 아닌가...후후..아, 지금 좋아할 때가 아니지...

[한번 읽어 보거라. 소리는 낼 필요 없고.]

“.......”

난 그가 집은 곳의 글을 읽어 보았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한 때 마계의 왕, 즉 마왕으로써 군림하던 마신 ‘레크로 데이머스(Rechro Deimers)’는 강한 마력으로 모든 마족들의 동경의 대상이었으나, 사랑하던 연인을 자신의 실수로 인해 죽게 한 이후로 엄청난 고통과 악몽에 시달렸고 결국은 마법으로 기억을 지우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거의 미쳐있었고, 자신의 영혼에서 연인의 흔적이 남아 고통 받을까 두려워한 나머지 완벽하게 인연을 끊어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연구에 몰두했다. 약 200년을 그렇게 연구한 결과 그는 운명의 끈에 대한 것을 알아냈고, 자신과 사랑하던 연인사이의 모든 끈을 끊어버리기 위해 자신의 영혼의 일부가 깃든 마검(魔劍) ‘소울 슬래셔드(Soul Slasherd)'를 만들었다. 그는 그것을 사용해 둘 사이의 끈을 끊어버리는 데에 성공했지만, 검의 위력을 조절할 수 없었던 나머지 자신의 기억과 영연(靈煙)에 관련된 모든 운명의 끈들이 끊어져 버렸고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비참하게 살다 주위 마족들의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자결했다. 하지만 그는 영학(靈學)계에 있어 아주 중요한 학설을 남겼다.

-운명의 끈은 세계의 모든 것 사이에 존재하며 세계와 세계 사이에서 또한 존재한다. 미묘한 진동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작은 끈들이 각 세계의 모든 원소들을 통해 있으며, 그 공명은 때로는 세계를 창조하거나 소멸시킬 수조차 있다.->

나는 시선을 책에 둔 채 힘없이 말했다.

“이 검에 의해서 제 기억이 지워 질 거라는 거군요.”

그 검이 운명의 끈을 자르는 역할을 한다면, 내 기억을 잘라내는 것 또한 그의 몫이라는 건 당연했다. 왠지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래...우린 이 책에서 큰 힌트를 얻어 이 계획을 세웠지.]

잠시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또 하나 궁금증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아이의 끈을 잘라버리면 안 되는 건가요? 저는 왜 필요한 거죠?”

  [사실.. 처음에는 너에 대한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그저 소울 슬레셔드를 이용해 그 아이의 끈만을 잘라버리면 되지 않을까 했지.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의 운명의 끈을 모두 잘라내 버린다면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그를 원래 그의 세계로 보낼 수가 없어... 그렇게 되면 너희 세계에서 순환해야 할 영혼이 이 세계에서 순환하게 되기 때문에 균형이 깨지게 될 테지... 조금 더 알아보니 ‘소울 슬래셔드‘는 한번 사용할 때 한가지의 운명의 끈이 모두 끊어져 버린다는군... 그러니까 기억에 대한 끈 모두 또는, 자연에 대한 끈 모두.. 와 같이 말이야.]

그러니까.. 이곳과 관련된 끈들만 모두 잘려나간다면, 원래의 우리 세계와 연결된 끈들만이 남아 이끌려 갈 수 있게 되지만 한 번에 다 잘려버리니... 완전히 아까 책에서 봤던 데이머스인가 하는 그 마족과 같이 인생을 망쳐버린다는 거로군.. 게다가 우리 세계와 연결된 최소한의 끈들마저 다 끊어진다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건 사실이겠지. 그때 돌려보냈다간 똑같은 문제가 이번엔 우리세계를 배경으로 일어날 테니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한 가지씩 다 끊어져 버린다면 저나 그 아이나 마찬가지 아니나요?”

[아니, 기묘하게도... 문제가 맞아떨어진 것이.. 아직 심하게 공명을 일으키며 반발되고 있는 연결이 덜 된 끈들은 다른 종류의 끈을 끊을 때 같이 끊어져 나간다는 알아냈지.. 아마 안정성이 부족해 소울 슬레셔드가 지나갈 때의 기운만으로도 파괴되어 버린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 연결이 덜 된 끈과 같은 것이 바로 이곳 자연과 너와의 끈이야.. 그렇게 거의 완전한 계획이 설 수 있게 됐지.. ]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이렇게 복잡해서야...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대체 어떤 과정이 되는 거죠?”

그는 긴 설명을 하느라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다음에 이어질 설명을 위해 피로를 푸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길게 한숨을 한번 쉬었다.

[우선...여기서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는 끈의 종류는 세 가지...영혼사이의 인연 즉, 영연(靈煙)의 끈과 기억의 끈, 그리고 자신과 자연사이의 끈이다... 처음에 너와 그 아이의 기억에 대한 끈을 모두 잘라버려야 한다...이 과정에서 너와 연결이 거의 되어 있지 않은 이곳 자연과의 끈도 함께 끊어져 버리지. 그리곤 그 아이와 자연모두와의 끈을 자르면.. 저쪽 세계의 자연하고만 연결된 너는 그 끈의 공명으로 너희 세계로 돌아갈 수 있고, 너와 영연의 끈이 아주 많이 연결돼 있는 그 아이도 함께 끌려 너희 세계로 가게 된다...그러면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는 거지. 단, 아까도 말했듯이 그 모든 것들이 1년, 즉 네가 이곳 자연에 융화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방해요소이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아이는 이런 피해를 입으려 할까...?

“..근데... 그 아이가 이 계획에 동의할까요?”

케이론은 내가 물을 줄 알았다는 듯이 곧바로 대답했다.
[그 아인 이미 신에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이제 너의 결정만 남았다..]

하아...결국 선택의 순간이 온 것인가.. 싫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내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어머니, 가족들, 친구들... 내가 ‘노’ 하면 이 모든 이들이 고통 받게 된다.... 내가 그냥 거절하고 이 세계에서 살아간다면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짊어지지 않고 과연 편히 살아갈 수 있을까...?

어쩌면, 모든 것이 계획된 것일 지도 모르지.. 내가 무슨 대답을 할지도 모두 알고 있었을지 몰라, 신들은... 하지만 그게 내 운명이라면, 그것을 스스로 꺾어나가기 위해서라도, 받아들일 수밖에..여기까지 생각하고는 위험한, 그러나 이 세상이 기대하는 그 말을 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군요..받아 드리죠..대의를 위해서...”

케이론은 내 어께에 손을 얹고 위로해주었다.

아..거참, 내가 왜 이걸 받아들인 거지... 우울해지네...당연한 건가..? 하지만 왠지... 누군가에게 이끌린 듯한 느낌이 나는걸...

[넌 지금 아무나 낼 수 없는 굉장한 용기를 보인 것이다. 절대로 너의 희생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뭐 어떡하면 되는 거죠? 그 소울 슬레셔드라는 검은.. 지금 있는 건가요?”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물었지만 케이론은 정곡을 찔린 듯한 표정으로 목을 매만지며 말했다.

[사실...유감스럽지만 마검 ‘소울 슬래셔드‘는 현재 마족들의 손에 있다...]

“.....”

..안.. 갖고 있는 거냐...

[그래서 누군가가 그것을 가지러 가야하지만...드레곤이나 신과 같은 존재는 마계로 넘어가기가 아주 힘들다. 더구나 신의 경우엔..천적이니 백이면 백 다 알아채고 달려들 거야.]

이 드레곤... 설마?

[이왕이면 네가 찾아와 주었으면 하는데...]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제가 마계라는 곳에 가면 마족들 간식밖에 더 되겠어요...

“제가 어떻게....전 싸울 줄도 모르는데...”

주먹질이라면 모르지만.... 그런 게 통할 리가 없지. 모르긴 몰라도 마족이 인간보단 훨씬 셀 것 아닌가...

[흠.. 그 아이가 이 세계로 넘어온 이유를 아까 일종의 자연현상이라고 했었는데... 제대로 말하자면 아마 마나공명 때문인 것 같다... 너희 세계에는 마나가 아주 희박하고 그에 비하면 이곳에는 넘쳐날 정도로 많기 때문에 운명의 끈을 통해 마나가 흘러가는 현상이 가끔 나타나지..그엔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일방적인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원래 마나의 성질 중 하나인 ‘결립성(結立性)’, 즉 모여드는 성질에 의해 그 반대로 흐르는 경우가 드물지만 있지. 그 아이의 경우, 마나와의 끈이 남다르게 많이 연결된 아이인데... 그 때문에 두 번째 경우에서 마나와 함께 빨려들어 왔던 것 같더군... 결립성에 의한 흐름은 보통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흐를 때와 같이 천천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폭발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그 아이가 거기에 빨려들었던 것 같다.]

..내가 듣기엔 본론과 별 상관이 없는 듯한데..
나는 엄청난 설명에 너무 혼란스러워 설명은 반 정도만 섭취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그게... 제가 갔으면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죠?”

[너는 그 아이와 가장 많은 끈이 연결된 인간이다.. 따라서 너에게도 마나와 연결된 굉장한 양의 끈이 있을 거야. 1년 전 측정되었던 그 아이의 잠재력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니까. 어쩌면 그 아이보다도 더 많은 끈이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그걸로 뭘 한다는 거지...? 나는 마법도 사용할 줄 모르고 마나도 없잖아..

“끈이 많이 연결 됐다고... 제가 강한 건가요?”

케이론은 이 방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쩐지 그 미소가 약간 으스스하게 보였다.

[물론 그건 절대 아니지...잠재력을 확인하고 싶다면.. 넌 앞으로 한 달간 나에게 마법을 배워야 한다.. 네가 조금의 총명함만 발휘한다면 드레곤 로드인 나보다도 더 마법을 잘 할지도 몰라...마나를 흐름을 타고 세계를 넘어온 정도의 공명이라면 그 잠재력은 무한할 테니까... 뭐, 그건 그 아이의 경우였지만 너도 예외일 것 같지는 않군. 자, 어떡할 거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하기는 하군. 내가 과연 마법을 할 수 있을지... 이상하게 아까와 비슷한 기분 나쁜 압박감이 느껴지지만 이번엔 그다지 손해 볼 것도 없으니..

“확인해보죠, 정말로 제가 그런 재능이 있는지.”

케이론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응할 것을 대충 알고 있었는지 실프에게 책을 맡기고는 일어서며 말했다.

[따라 오거라. 괜찮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지. 시간도 아침이니.]

서재를 나와 이번엔 동굴..즉, 이 드레곤 레어 밖으로 나갔다.
마법을 배운다...그것도 드레곤에게....왠지 고생 좀 하게 될 것 같긴 하군...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를 따라 레어 밖으로 나가는 나의 입가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나에게도 젊은 피가 솟구치고는 있는 건가...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호기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