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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싸이케데스(Psykedeath) 1장

2005.06.02 15:37

싸이케데스 조회 수:49 추천:1

extra_vars1 -제 1장 '원인'-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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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그는 윤기 나는 은빛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생각에 잠겼다. 아름다운 여인의 것이어야 할 듯이 결과 색이 완벽한 머리카락이었지만, 그걸 쓰다듬는 동작은 매우 절도 있는 것이었다. 그 언밸런스가 조금 이상하기도 했지만 나름대로의 개성이 느껴졌다.

[우선... 너희 세계에서 겪었던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부터가 가장 궁금하겠지... 왜 그렇게 허기가 몰려왔는지도.]

그렇게 말하며 나를 한번 쳐다보는 그에게,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오기 전, 네가 마셨던 물의 맛이 약간.. 특별하지 않았나?]

음... 맛있었다는 것 왜엔...

“매우 맛있었던 것 같은데...”

[바로 그거다.]

뭐가 말이지...? 누가 그 물에 설탕이라도 탔었다는 건가? 단 맛은 없었는데..

“하지만 그건 목이 심하게 말라서...”

[그 때문만은 아닐 거다..]

표정을 보니 아주 심각한 얘기를 할 듯 하군..그 물이 대체 어땠다는 거지...?

“무슨.. 이유가 있었나요?”

[너희 세계와 이 세계의 시간속도는 거의 같았으니 이 세계의 시간으로 말하지...]

우리세계...? 무슨...말이지? 그건.. 지금 이 곳이 다른 세계란 말이야..? 나는.. 다른 세계에 온 것인가...?
내가 잠시 그의 말에 혼돈하고 있을 때 그는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거의 정확히 1년 전... 너희 세계의 한 아이가 이 세계로 넘어왔다.. 이유는 나중에 내가 설명해 주겠지만, 일종의... 자연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었지.]

그건... 나와는 다른 경우겠지? 상황으로 봐선 나를 이 세계에 들여
놓은 것이 케이론인 듯 하니까..

[그 아이도 원해서 온 것 같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완전히 이곳의 자연을 거스르는 존재였다는 거지...]

“자연은... 거스르는 존재...?”

[그렇다. 그 아인... 배가 고프지도 목이 마르지도 않았지. 성장조차 멈춘 상태였다... 그런 아이가 이 세계에 있다는 건.... 너희 세계에선 모든 자연의 현상이.. 멈춰버렸다는 뜻이 되지.]

“....!”

그래서...?! 그것 때문에... 내가 1년이란 시간동안 잠을 잔 것인가...?
케이론은 어느새 생겨난 포도주잔을 손에 들고 천천히 흔들고 있었다. 시선은 여전히 나를 향한 채로.

[더욱 더 큰 문제는... 그 아이가 지금 이 세계에 동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너희 세계는 1년의 잠에서 깨어났고... 정확히 1년 치의 자연현상이 모두 일어났지.. 물과 대기, 땅은 정화되고 나무들은 자랐지. 그런 점에서는 나쁘지만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인간과 동물들도 모두 순식간에 성장 또는 노화를 해버렸고 그에 따른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저장해 두었던 식량들이 모두 부패한 것을 보았고, 그에 당황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죽기까지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되었지.]

뭔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잠깐만요, 그럼 저는 지금 1년 동안 먹었을 양의 음식을 먹었다는 말인가요? 그렇다고 보기엔 턱없이 적은데...”

[그건.. 아니다. 1년 동안 축적된 자연현상이 폭발적으로 일어났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동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연에 한한 것. 그렇다고 너 까지 1년 동안 했을 활동을 모두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방금은 성장한 만큼 필요한 영양분 중 최소한을 섭취했을 뿐일 것이다.]

아... 그렇군. 거의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았으니까 그다지 영양소도 필요 없었지만 줄 곧 잠만 잔 꼴이니 성장은 굉장히 많이 했겠군. 특히나 성장은 자동적인 현상이니까..
그는 더 물을 것이 있냐는 표정으로 나를 잠시 응시했고 내가 얌전히 있자 자세를 바로하며 다시 언문을 열었다.

[그럼 계속해서... 일어나는 문제 중 또 아주 피해가 막심한 것은... 천재지변. 온 세상에 1년 동안 얼마만큼의 천재지변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나?]

“....!!”

천재지변도 한꺼번에 일어난단 말인가..?! 죽여주는군... 수백 개의 화산이 한 번에 터진다면 지구가 폭발해 버릴지도 모르는데...

[그건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렇지만... 그 보다 더 심한 것이 있다.]

“더.. 심한 것...?”

대체 어디까지 심각해져야 끝나는 거지...? 왜 그런 얘기를 나한테 하는 거지...?

[그 아이가 이 세계에 동화되어 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까 했었는데... 그렇게 되면 너희 세계 전체가 이끌려 이번엔 그 아이에게 동화된다. 그러면, 어떻게 될지 예상이 가나?]

전혀 안 가는군... 세계가 아이에게 동화된다... 그 아이의 컨디션을 그대로 받는다는 뜻인가...? 정확히 이해가 가지는 않는군...
내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자 그는 살짝 들리게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내가 한심해서 쉰 한숨이 아니라, 심각한 뭔가를 떠올리는 자의 한숨이었다.

[그 아이가 성장할 때 까진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겠지..그에 따라 너희 세계 전체가 더 활기가 생길 테니까... 그러나...그가 늙고 쇄약해져 결국 죽으면...]

에엑..?!

“서..설마?!”

그는 심히 걱정하는 표정으로 포도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진홍색의 액체가 찰랑거리며 그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시간이 더 없이 길게 느껴졌다.

[소멸... 그 아이가 죽는 순간.. 너희 세계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게다가... 그 아이만 있을 땐 너희 세계나 이곳이나 시간의 속도가 거의 같았지만... 네가 오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지. 차원사이가 흔들려 이곳의 시간이 훨씬 빨라진 것이다. 이곳에서 1년지 지나도 너희 세계에선 하루도 지나지 않을 만큼...]

“그렇다면... 그 아이가 제 명을 다 하고 죽어도...?”

[..너희세계의 인간들은... 얼마가지 않아 사라져 버린 것처럼 되지. 바로 그 때문에 더욱 막아야 하는 것이다. 천재지변이나 허기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것은 너희세계 인간들의 몫이지만... 그들이 힘껏 노력해서 그걸 극복해낸 뒤 즐거워하고 있을 때, 곧바로 모두 소멸돼 버린다는 건 너무 슬프지 않느냐..]

...말이 나오질 않는다. 혹시 꿈이라면 더 이상 날 괴롭히지 말아줘...

그런데... 막아야 한다고...? 막는다니? 이곳은 다른 세계잖아..? 게다가.. 아까부터 생각했던 건데...

“그런데... 저는 왜 여기에...?”

[.......]

내 착각일까, 지금까지 담담하던 그의 눈에 살짝 슬픈 빛이 스친 듯하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약간 낮은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이렇게 될 것을 1년 전에 예언의 신 ‘데이타메스(Deitameth)’신께서 예언 하셨다...당시에 생각하던 방법은 그 아이가 이 세계에 동화되기 전에 죽이는 것..그것을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해 뒀지만...그랬다가 너희 세계가 소멸해 버릴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게다가 그 아이에겐 이곳에 얼떨결에 오게 됐다는 것 외엔 죄가 없었기 때문에 지난 1년간 신들과 함께 드레곤들도 차원사이의 관계를 쉬지 않고 연구했다... 그 결과 다른 방법이 하나 고안됐지..]

“그를.. 죽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

[그래..그건 그를 자신의 원래 세계로 보내는 것이었다..하지만 그가 이 세계에 동화되기 전에는 자연의 힘을 거스르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었고 동화된 후에 그를 보낸다면...반대로 우리 세계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그래서 결국 이 방법도 시행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모두 크게 실망했지.]

그렇게 되겠군..뭐야, 그럼 결국 방법이 없다는 얘기...?
내가 이렇게 혼자 고민하고 있을 때 그는 나를 비장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흠..네 의사를 묻지 않았던 건 미안하지만..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그냥 뒀다간 네가 죽어버릴 상황이었거든. 아무튼 아까 말했던 것처럼 그를 그냥 너희 세계로 보내는 것 또한 위험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꿀꺽...

  [그와 가장 가까운 영혼을 가진.. 즉, 그와 가장 많은 운명의 끈이 연결되어 있는 사람을 이 세계에 오게 한 다음 그를 데려가게 하는 것이지... ]

“......”

대충 이해가 가는군.. 내가 그 사람이란 뜻이겠지..?
[대충 예상이 가겠지만 그 사람은 바로 너다.. 이건 위험한 도박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계산 외로 네가 올 때 이곳의 시간이 더 빨라졌기 때문에... 게다가 특히 이번 계획도 네가 이곳 자연에 동화되기 전까지만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그럼..모든 게 1년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건가요...?”

설마.. 뭐 되돌려 보내는 의식이 2년이상 걸리므로 이방법도 쓸 수 없게 돼버렸다..라든가 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넌 아직 어리니 한 세계를 짊어지는 것은 큰 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너 이외의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이니.. 그리고.....]

이번엔 정말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하는 이의 표정으로 뜸을 들였다. 왠지 불안해지는걸...

[돌아갈 때.. 기억을 잃는다는 희생이 따른다..]

".......!"

기억을... 잃는다고...?

케이론은 아쉬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의 이런 반응을 그도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겠지...

[우린 우리 할 몫을 다했고 어차피 너희 세계에 대한 일이다... 기억에 대한 것은...지금 곧 설명해 주겠지만 도저히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라..아무튼 늦지만 지금이라도 너에게 선택할 권한을 주마. 이 세계의 사람 중 아무도 너에게 강요를 할 사람은 없으니까...]

“........일단...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좀 더 알려주세요..그리고..더 생각해보죠...”

이것이.. 정말 현실인가..? 나는, 이런 시련을 겪어야만 하는 운명인가...? 기억을 잃으면... 어떤 기분일까...?

[그래.. 너한텐 미안한 일이지만.. 너희 세계를 위해서라면 ...용기를 내줬으면 하는군...]

“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