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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늑대의 공주님 -1

2005.05.30 04:06

영원 조회 수:241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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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rologue. 비상【 飛上 】

꿈을‥‥‥ 꾸었다. 찰나의 시간이지만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그런 꿈
이었다.

티끌 하나 없는 내  얼굴을 비추는 투명한  우물. 난 무표정한 얼굴로
그 우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면이 비춰주는 내 얼굴은 참 못  생겼다. 겉 외모가 그런 것이 아니
라... 못난이처럼 살아온 나 자신이 싫은 것이다.

우물에서 발길을 돌려, 아무도 없는 공허한 길을 걷는다.

그러다가 왠지 허해져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아무 것도 없다. 그 흔한 족적(足迹)조차도 남지 않았다.

쓸쓸해져 왔다. 내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쌓아온 것이 맺은 것이 이토
록 하나도 없었나. 난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일까.

뒤늦게 후회가 찾아온다. 이런 게 아니었는데, 이르려고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돼버린 걸까.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애초에 집을 나왔을 때부터였나? 아니면 낙원에서의 퇴폐적인 삶을 체
험하면서였을까.

잘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인지, 멍청한 내 머리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난 지금 어긋난 길을 걷
고 있고, 이대로 갔다간 내 흔적조차도 없어질 것이란  걸. 황수혁이라
는 인간은 영원히 이 세상에서 지워질 것이란 걸.

무서워졌다.

아무 것도 남기질  못한다는 사실이. 그저  나란 존재가 사라져버리면
존재의 기억이란 것이 사라질 것이. 뼈에 사무치도록 겁이  났다. 아무
나, 아무나 나를 봐줘!

그러다가 한 아이를 만났다. 내가 왔던 족적. 이미  지워져버려 희미한
자국만이 남아있는 발자국을 따라 걷다 만나게 된 아이.

날 보자 아이의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나 역시 시뻘겋게
부은 눈매를 감추려고 애써 훔치고는 친숙한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건( )아."

건이는 투명한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그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아
무 것도 모르는 듯이. 그저 날 보며 반가워만 하고  있었다. 난 그것이
너무 고마워 다가갈 줄도 모르고 자꾸만 눈매를 훔쳤다.

아이의 입가가 벌어지며 맑은 음색으로 내게 물었다.

"형은 전생을 믿어? 만약 믿는 다면 뭐였을 것 같아?"

"‥‥‥너는."

난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되받아  쳤다. 건이는 함박웃음 그대로 내
게 말했다.

"난 전생에 새가... 아니었을까? 저곳을 훨훨 나는 새. 창공을 비상하며
하늘을 군림하는 존재.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는 한없이 자유로운 새들
말야!"

새...?

"형은 뭐였을 것 같애?"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건이는 사라졌다. 내가 앗 하
는 새도 없이 말 그대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애써 건이가 사라진 공간
에 손을 휘저어  보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마치 거짓말처럼 존재
자체가 증발되어 버렸다.

난 그저 건이가 말로써 남긴 "비상"만을 되뇌며 남은 흔적을 따라 걸어
갔다.

다시 그 우물이 나왔다. 난 떨리는  두 손으로 벽을 짚고는 수면을 내
리다 보았다.

전과 변함없는 미운 얼굴. 금방  실망한 얼굴로 뒤돌아서려다 뭔가 달
라진 기분이 들었다. 서둘러 고개를 돌려 우물을 내리다  보았다. 역시
미운 내 얼굴이 드러나 있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내면에 없었던
단 한 가지의 빛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희망이요, 곧 꿈이었다. 어느새 건이가 내게 새겨준  말들은 내
꿈과 희망으로 남아 내 마음이라는 꺼진 모닥불에 새로운 불씨를 지피
고 있었다.

나 같은 녀석도 될 수  있을까? 불안감 깃든 마음을  움켜쥐며 그것을
감추기 위해 수면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그저 무의식의  발로였다. 찰
싹- 손에 닿는 것은 그저 차디찬 물의 감각.

차가워.

수면이 흔들리며 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느 한 곳 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 미운 얼굴. 우물  안의 작은 파동은  그렇게 활력의 씨앗이 되어
내게 전해졌고 난 주저 없이 발길을 돌려 우물가를 떠났다.

아직까진 내 존재의 가치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작은 우물가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쓸모 없는 나란 존재에 대한 작은 "희망"과 황폐화된
황무지에 피어난 새싹처럼 비상에 부푼 "꿈"이었다.

"아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에선 쉴새  없이 눈물이 흘러 떨어졌다.  까만
양탄자에 우수수 깔린 보석 같은 별들은 뿌옇게  변한 내 시야에선 여
러 개로 반짝였고, 마치 그것은  빛의 환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
다.
그리고 떠있는 푸른 색 달. 난 달을 움켜쥐려는 듯  한, 갈망의 눈빛을
띄며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내뻗었다.

하지만 내 손은 공허한 공중을 휩쓸었을 뿐이다. 달은 그 고고함을 뽐
내며 하늘에서 날 내려다보기만 했다. 날 비웃는 것  같았다. 보잘것없
는 "나"란 존재에 대해 무시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언젠가는...

나도 저 달처럼 온 세상의 생명들을 내리다 볼 수 있을까?

누구보다 높아질 수 있을까.

난...

날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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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창도에서 이런 걸 쓰기는 처음이군요. 하하.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