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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바하카프]

2005.05.30 00:07

영원전설 조회 수:86 추천:1

extra_vars1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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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같이 바쁜 날 별 이상한 놈들까지 쳐들어와서 깽판을 놓는 바람에 그녀는 더욱더 피로에 지쳐 테이블에 죽은 듯이 엎드려 있다.  멍청한 것들이 누구나 다 그런 행동에 경비까지 부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지.  덕분에 상당한 돈을 벌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일을 계속 하다가는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피넬은 나지막이 생각한다.
  시간은 바야흐로 2 시 30 분.  점심이 지난 후 사람이 뜸한 지금 그녀는 잠시 눈이라도 붙여 볼까 하고 몸에 힘을 뺀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온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났을까.  9년 반?  이제는 잘 생각나지도 않는 과거 때 엄마를 잃고 누군가에 의해 쟈브로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집에서 자라온 그녀는 지금에서야 그 때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고 있다.  과거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어떤 소년이 그녀의 앞에 어른거린다.  어깨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  망토를..  했던가.  그의 얼굴은 아예 생각나지도 않았고 그가 입은 옷 같은 것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그로 인해 그녀와 어머니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피넬은 생각한다.  
  복잡한 감정.  분명 그로 인해 어머니가 죽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와 같이 있던 때의 기억은 상당히 따뜻했으니.  피가 튀기고 눈물범벅인 기억 속에서 그에 대한 분노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기에.  하지만 아예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그런 것은 둘째 치더라도, 그는 누구였는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누구 하나 아는 사람 역시 없다.  쟈브로 아저씨나 아주머니는 그저 자신을 가엾게 여겨서 받아들인 것뿐이니..(아니, 생각해보면 일 할 식구가 필요했었을 지도..)
  늦게 태어난, 이젠 5살이 된 그들의 아들을 대신해서 쟈브로 부부를 도우며 이곳에서 바쁘게 뛰어 다니던 동안, 작은 마을이었던 이곳은 어느새 오르브 국가에서 작은 마을들을 이어주는 시장마을로 변모하면서 도시로 커가기 시작했고 유일무일 한 여관이었던 그들의 작은 안식처는 어느새 큰 여관 및 주점으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물론 점점 다른 곳에서도 여관이나 주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지만 텃새가 있는지라 아직까지는 피란다 제일의 여관&주점으로 남아있다.
  얘기가 좀 세었지만 어찌 되었든 그녀에게 있어 이 아룬 여관은 이제 그녀의 집이다.  하지만 역시 피를 나누지 않은 남인 지라, 쟈브로 부부가 특별히 섭섭하게 그녀를 대한 적은 없지만 서도 왠지 모를 외로움과 그리움에 피넬은 가슴을 움켜쥘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가까운 숲 속에 있는, 그녀가 9년 반전에 살았던 오두막집으로 간다.  이제는 과거의 상흔밖에 남아있지 않는 폐허였지만 그곳에 가면 왠지 친근함이 느껴지고 포근해진다.  물론 이제 무너진 집을 자연스럽게 덮은 푸른 자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곳에 뿌려진 피조차 대지에 스며들어 꽃을 피우게 하고 나무를 자라게 하고 생명을 키워 다시 그녀를 맞이했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 오두막집의 뒤쪽, 숲 속 조금 더 깊숙이 가면 그곳엔 그녀의 어머니가 잠들어 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 수 있는 마을이 있었건만, 왜 그녀는 이런 곳에 집을 짓고 살았어야 했을까.  아마 그녀의 아버지 때문이 아닐까 하고 피넬은 생각해 본다.  그녀의 아버지는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인물이었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말하기로는 언제나 자연을 사랑하고 부대껴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마 그가 꼬셔서 이런 곳에 산 것이겠지.
  항상 무덤에 가면 놀라는 것이지만 그곳엔 뿌리에서부터 떨어져 놓인 가지각색의 꽃들이 있다.  대부분은 주위에 널려 있는 하얀 꽃인 하루가 이었지만.  누군가가 여기에 자주 오는 것일까.  
  자신의 과거에 발자국을 남긴, 이젠 기억에서 점차 지워지는 그였을까.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를 만나면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자세하게 들을 수 있을까.  물론 거창하게 무슨 기억 상실자라던 지 피넬은 그런 게 아니다.  그녀의 과거를 꼭 듣고 싶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서 자신이라는 존재를 좀 더 확고하게 만들고 싶다는 갈망 때문이다.  이 세상에 이제 그런 기억을 자신밖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녀에겐 이제 자신은 혼자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쟈브로 아저씨에게 언젠가 물었다.  자신을 그들에게 데려다준 분이 누구였냐고.  그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로브를 뒤집어썼고 밤이었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몰랐다고 했다.  단지 그의 피부가 보라색이었던 것 같다고 한 것 밖에는.
  그녀는 다시 목에 걸고 있는 그 목걸이를 만지작거린다.  그녀의 손가락은 도금 되어있는 물결의 길을 따라 가운데의 부드러운 구체로 되어있는 루비를 그 끝으로 느낀다.  그녀의 기억으론 이것은 그가 준 선물.  어떤 의미로 준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에 대한 기억은 슬프고 혼란스럽다.  
  결국 그녀의 과거와 그에 대한 단서는 이것 뿐.  이것만으로 기억에도 없는 그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아무나 붙잡고 이 목걸이가 당신 것이냐 물으면 백이면 백 다 그렇다고 할 테니.  그녀가 봐도 상당히 비쌀 것 같은 목걸이이니 말이다.  그래도 역시..

  "피넬!!  마침 잘 됐구나!!"

  그녀는 갑작스런 쟈브로 아저씨의 외침으로 인해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온다.  그의 목소리는 반갑구나야 라는 듯 한 소리였지만 피넬에겐 지옥에서부터 온 초청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녁준비를 위해서 써야할 포츠(돼지)와 테핏(음식에 쓰이는 식물)이 모자란 데 시장에서 바람도 쐴 겸 사오지 않겠느냐?"

  "..  다른 사람한테 시켜도 되잖아요, 그런 거?"

  "무슨 소리냐!!  다른 사람한테 시켜도 되지만 굳이 너한테 시킨다는 것은 당연히 여관 사장으로서의 믿음과 관심으로 인해..."

  "아아, 알았어요!!  알았어!!  가면 되잖아요!!"

  테이블에 엎어져서 노닥거리는 게 보기 싫어 심부름을 시키는 것을 굳이 저렇게 10 분짜리 연설로 전달시키려는 쟈브로 아저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피넬은 급히 그의 말을 자르며 주점을 빠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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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래는 파판7의 티파...  라지만, 어차피 미디는 파판7과 영웅전설5 밖에 없으니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