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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바하카프]

2005.06.02 22:12

영원전설 조회 수:53 추천:1

extra_vars1 이젠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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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는 그의 온 몸을 감싼다.  팔, 다리, 허리, 목, 그리고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까지.
  악마는 그의 손에 껴져 있는 장갑을 유심히 노려본다.

  “...  꽤 쓸모 있는 걸 가지고 있잖아?”

  연기가 그의 입마저 막아 말 대신 신음 소리를 격렬하게 내는 그를 무시한 체 악마는 사내의 손에서 장갑을 빼낸다.

  “이건 가져가도록 하지.  어차피 시체한텐 필요가 없을 테니.”

  무슨 소리냐는 듯 그가 눈을 크게 뜨자마자 연기는 그를 강하게 조여 왔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조그마한 신음소리와 함께 피가 사방에 튀고 크게 떴던 눈은 그대로 튀어나와 땅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악마는 처참하게 뭉개져버린 그의 시체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피넬에게 다가가 목에 손을 대어 맥을 짚더니 이내 안도의 숨을 쉰다.

  “안전한 곳에 두어도 자처해서 이렇게 다친단 말이지.”

  그의 뒤에선 연기들이 시체들을 휘감아 마치 먹이를 먹는 듯 그것과 동화하기 시작한다.  거리에 얼룩진 피는 마치 포도주를 할짝거리는 혀처럼, 나뒹굴러 다니는 시체들은 탐욕스러운 뱀처럼.  열심히 뒷정리를 하고 있는 연기 중 하나는 피넬의 어깨와 허벅지에 나 있는 상처들 주위에 맴돌았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연기는 이내 그녀를 산산조각 내던지 해서 똑같이 처리해 버렸을 것이나 악마가 복잡하게 한 손의 손가락들을 놀리며 괴상한 일련의 말들을 중얼거리자 연기는 그녀의 상처를 마치 구름처럼 덮어준다.  검은 구름에 덮여진 상처는 이내 빠르게 근육과 새 살이 돋아 어느새 인가 피범벅에 구멍 난 옷가지만이 상처가 존재했다는 흔적을 나타냈다.
  연기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끝내고 점차 희미하게 소멸해 갈 때 악마는 피넬을 안고 벌떡 일어선다.  하지만 이내 다시 주저앉아 버린다.  

  “..  의외로 무겁잖아.”

  그는 뒷머리를 긁으며 피넬을 바닥에 다시 내려놓은 체 어떻게 그녀를 옮겨야 할지 골똘히 고심하기 시작한다.  일단 포탈을 이용해서 아룬 여관과 가까운, 하지만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하는 거야 필수적인 일이었고 그에게 있어 힘든 일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그냥 그녀의 방으로 텔레포트 시키기?  자신한텐 편해도 피넬이 나중에 입장이 곤란해 질 것 같으니 무효.  하늘로 띄어서?  사람들의 이목을 너무 많이 받으니 그것도 무효.  꼭두각시?  그는 자신의 생각에 스스로 비웃고 말았다.  생각해 보라.  이미 기절해 있는 사람이 타인의 조종에 의해 손을 흔들고 인사한 뒤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는 것을.  괴물이 따로 없다.  그러므로 무효.
  그는 주먹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가볍게 치며 생각났다는 듯 말한다.

  “그렇지.  그렇게 하면 될 걸.”

  그가 짧게 주문을 외우자 희미해져 가던 연기 중 몇 가닥이 그의 손을 감싸며 은은한 보라색을 내뿜는다.  자신의 방법에 흡족해 하는 듯 한 표정을 지으며 그가 다시 한 번 그녀를 안고 일어서자 피넬은 마치 깃털을 다루듯 쉽게 들어 올려진다.
  잠시 후 주문을 외워 열린 검은 포탈에 들어가려던 그의 귀에 피넬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으음..  엄마..”

  엄마라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자 그의 얼굴이 굳어진다.

  “이젠 잘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누구나 그런 경험을 겪어버리면 평생 그때의 기억에 묶여버리고 마는가.  마족이나, 인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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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했을 땐 원레 5 페이지 라서 편수가 이렇게 많이 나가진 않았지만 =ㅅ=  그나저나 부제 조금 마음에 안 드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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