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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싸이케데스(Psykedeath) 5장

2005.06.07 09:56

싸이케데스 조회 수:41

extra_vars1 -제 5장 영웅의 여혼[餘魂] Bereaved Soul of a H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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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영웅의 여혼[餘魂] Bereaved Soul of a Hero




[지금은 생각에 빠져있을 때가 아닌 것 같구나.]

케이론이 던진 한마디에 잡생각을 지우고 앞을 봤다. 우리는 옆 마을까지 이어진 숲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 숲은 전에도 마법을 수련하기 위해 몇 번 왔었는데 드레곤의 레어 근처라서인지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몬스터가 많이 서식한대나... 그래서 드레곤에게는 사냥터로 아주 그만이지만 사람들에게는 아주 위험한 장소라고도 얘기해 주었었다.

...생각해보면, 케이론도 본채상태일 땐 그 징그러운 몬스터들을 우적우적 씹어 먹겠군.. 케이론이 항상 인간의 모습으로 다니니 상상이 안 가는군...

“몬스터들이 가까이 오지도 못하는걸요?”

대충 마나를 퍼뜨려 그들의 기척을 읽어낸 내가 말했다. 나도 이제 마나가 많은 만큼이나 그럭저럭 마나를 자유자제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케이론이 말하길 마나가 나를 아주 잘 따르는 것 같다던데... 표현이 좀 이상했지만 아무튼 틀린 말 같지는 않다. 보통 내가 원하는 데로 잘 움직여주니까.

[너도 알겠지만 그건 나 때문이다. 드레곤인 나에게는 녀석들이 겁을 먹어 가까이도 못 오지만 교활한 몬스터들은 은신해 있다가 너만 덮치는 수가 있지. 네가 아무리 강한 마법사라 하더라도 겉보기엔 전혀 위압감 같은 게 느껴지지 않잖느냐, 잔머리가 좋은 몬스터들은 대부분 마력 같은 것에 대해선 둔하기 때문에 네가 강하다고는 생각도 하지 않을 거다.]

확실히 귀찮기는 하겠군. 다 상대해줄 힘이 있어도 그냥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게 낫지 괜히 다 덤비게 만들어 좋을 것도 없으니까..

“그럼 다 태워주죠, 뭐.”

케이론은 피식하고 웃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리곤 앞으로 약간 더 속도를 높혀 걸어가며 말했다.
[뭐, 알아서 해라. 네 목숨은 네가 간수해야지. 단, 네가 맘대로 죽어버리면 너희 세계의 사람들이 널 저주할거다.]

“그들은 내가 여기 있는지도 모르는걸요.”

[하긴, 그것도 그렇긴 하군...]

약간 가라앉은 분위기. 마치 처음 케이론과 내가 만난 날과도 같은 분위기였다. 남을 위해 짐을 짊어지는 나와 그런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케이론, 항상 괜찮다가도 이야기가 지속되면 결국 이런 분위기가 되고 만다. 이 여정이 끝나기 전엔, 결코 바뀔 수 없는 거겠지..
2시간 정도 걸었을까. 나무사이로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우린 곧 마을 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들을 만날 수 있었다. 위험한 숲을 옆에 둔 마을이라 경비가 삼엄한 듯 했다.
경비 두 명이 우리에게 와서 한번 훑어보더니 사람인 걸 확인하곤(한명은 사람 같아 보이는 용이었지만) 한명이 물었다.

“보여주실 신분증 있으십니까?”

[없소.]

“여행자이십니까?”

[그렇소.]

경비의 질문들을 간단하게 해결한 케이론은 경비를 쳐다봤다. 경비도 별다른 검문을 하지는 않는지 문을 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코롭프(Korhopp)’ 마을에 잘 오셨습니다.”

끼이이이이..

작지만 방어형 요새처럼 만들어진 마을이라 아래위가 뾰족한 통나무를 이어 만든 커다란 문이 요란하게 열렸다. 경비들은 우리가 들어서자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문을 닫았다.
마을을 한번 둘러본 케이론이 입을 열었다.

[흠.. 이 마을도 오랜만이군...]

“일주일 전에 왔었잖아요...”

그는 살짝 흠칫하더니 다시 원래의 표정을 찾고 힐책하듯 말했다.

[밖에서 보고 들어가지도 않았잖느냐.]

케이론의 레어가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보니 마을은 내리막에 있는 꼴이어서 전에도 위에서 다 내려다 보였지만.. 저렇게 말하면 할 말은 없지..

“근데 지금 어디 가는 거죠?”

큰길을 따라 바로가지 않고 샛길로 들어가는 케이론을 지켜보던 내가 물었다. 케이론은 어서 오라는 손짓을 하며 대답했다.

[지도를 사러 마법 잡화상점에 가는 거다. 내가 멀리까지 여행한지도 꽤나 오래됐기 때문에 이곳에서 미켈 성지까지의 궤도도 잘 모르겠더구나. 지도를 본 다음엔 바로 텔레포트로 갈 꺼다.]

“아....”

나도 그를 따라갔고, 잠깐 동안 약간 작은 길을 걸어가자 작지만 꽤 오래된 듯한 상점 하나가 나왔다. 입구에는 ‘드레곤의 눈’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는데, 케이론이 멈춰선 것을 봐선 이곳이 그 상점인 듯 했다.

덜컥-

우리가 안으로 들어가자 워프스크롤(주로 큰 마을들마다 설치된 워프게이트 같은 장소를 이용해서 원하는 해당 마을로 이동하는 마법스크롤들이다.)을 진열장에 정리하고 있던 주인아저씨가 우리 쪽을 돌아봤다.
주인아저씨는 신기하게도 하게도 바다와 같은 푸른 머리에 푸른 눈을 하고 있었고. 어깨에 닿지 않을 정도의 더블커트 머리에 매우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게다가.. 꽤 미남이었다.

“어서오세...아 자네로군.”

[잘 있었나, 프라이건.]

둘은 잘 아는 사이인지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프라이건이라 불린 아저씨는 갑자기 목소리가 변했다.

[요즘더러 잘 들르지 않더니.. 잘 왔네, 케이론.]

쳇... 용언을 사용하는 자라면 두 말할 필요 없이 드레곤이다. 나의 경우를 빼면 말이다.. 아무튼 역시나 분위기가 좀 심상치 않다 했었는데, 이 사람도 드레곤이었잖아...

[그런데 그쪽은 누구지?]

그는 케이론의 옆에 내가 서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케이론은 내 어께에 손을 올리더니 소개했다.

[아, 이 애의 이름은 ‘훼리스(Hweriss)’, 지금은 내 제자쯤 되는 녀석이랄까.. 훼리스, 저긴 내 옛 친구인 ‘프라이건(Fryghon)’이다. 눈치 챘겠지만 그도 드레곤이지.]

“안녕하세요.”

두 드레곤 사이에 있으니 왠지 짓눌린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대충 인사했다. 그러나 프라이건씨는 신경 쓰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착해보이는 미소를 보니 밝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인것 같았다. 저런 사람이 화나면 더 무섭다는 말도 있지만...
케이론이 생각난 듯 말했다.

[아, 그리고 이 아이가..바로 우리가 필요했던 그 아이라네.]

[아....!]

그는 바로 탄성을 지르며 알겠다는 표정을 했다. 나는 드레곤들 사이에서 ‘그 아이’라고 통하고 있는가보다...

[그런데 저 아이의 몸에서 꽤 강한 마력이 느껴지는군. 몇 클래스지?]

프라이건씨가 관심 가득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별로 남에게 알리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살짝 흠칫했으나, 케이론은 비장한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삼.십.칠. 클래스라네.]

[오, 그래?]

............(정적).....

지금까지 밝은 표정을 하고 있던 그는 갑자기 정색을 하며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마족인가....?]

얼굴에 ‘나한테만 말해, 비밀은 지킬 테니.’라고 써져 있군... 완전히 확신하고 있는 얼굴인데?

[하하하.. 그럴 리가 없잖나.]

[..그렇지 않다면....그게 더 있을 수 없는 일인 거 아닌가..?]

케이론은 동감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미 예전에 다 놀라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설명했다

[이 아이가 가진 마나와의 끈은 말로 할 수 없는 수준이네. 그러니 뭐, 정말 신기하게도 마나들이 오히려 이 아이의 몸속으로 알아서 갈무리되더군. 오히려 처음엔 마나들이 너무 많이 빨려 들어와 순식간에 11클래스를 달성하다가 죽을 뻔도 했다네.]

프라이건씨는 이제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나를 훑어보던 그는 갑자기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아, 그건 그렇고 여긴 어쩐 일로 왔나?]

[아, 음.. 지금 지도를 구입할 생각이었지만 생각해보니 그냥 보기만 해도 될 것 같군... 최근에 만든 지도를 좀 보여주겠나?]

[아, 물론이지...여기 있네.]

케이론 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랍을 뒤적이던 그는 깨끗한 종이의 지도 하나를 꺼냈다.

[고맙네.]

착-

케이론은 계산대 위에 지도를 쫙 펴서 한번 죽 보더니 이내 손가락으로 한곳을 짚으며 입을 열었다.

[음... 여기로군...그래, 이쯤이었던 것 같아. 그럼, 우린 급해서 가봐야겠네. 왔다 바로 가서 미안하네.]

[아, 뭐 괜찮아. 후후...대의를 위한 것인데. 자네한테 다 맡긴 우리가 더 미안할 따름이지. 다음에 차나 한잔 하세.]

[그러지.]

그렇게 마치 잠깐 길에서 만난 두 늙은이처럼 인사를 나눈 케이론과 프라이건씨는 악수를 하고 조금 떨어졌다. 케이론은 주문을 외웠다.

[공간을 지배하는 힘. 텔레포트(Teleport)!]

위이이이잉-

순간 주위가 빛에 휩싸이더니 잠깐의 어지러움과 함께 다시 땅이 발에 닿아있는 감촉이 느껴졌다. 마력만 많았지 텔레포트의 경우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별로 익숙치가 않았다.
곧 눈앞에는 무릎높이까지 올라온 풀들과 고대 유적과 같이 부서진 기둥과 석상...그리고 그 뒤에 뭔가 커다란 건물이 나타났다.

넝쿨들이 둘러싸고 이끼가 끼어 겉모양만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신전의 외향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이게 미켈이란 신의 신전인 듯 했다.

[여기가 맞군...들어가 보자.]

“네.”

케이론과 나는 풀들을 헤치며 걸어가 신전의 아주 낡은 나무문 앞에 다다랐다.

끼이이이익---

‘기름칠 좀 해야겠군...’라고 생각하며 요란하게 소리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양쪽으로 기둥들이 죽 서있는 거대한 홀(hall)이 나왔다. 기둥옆쪽으로는 앞쪽을 향한 돌 벤치들이 나열돼 있었고, 그 양옆으로는 많은 계단과 문들이 보였다. 그야말로 대성당을 방불케하는 크기였다.
전체적으로 좀 어두웠으나 먼지 앉은 스탠드글라스 사이로 세어 들어오는 빛으로 앞을 볼 수는 있었다.

저벅.. 저벅...

조용하던 신전 속에 울려 펴지는 발소리와 함께 우린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맨 앞엔 2미터 정도의 받침대 위에 위치한 신상이 하나 있었다. 벽에서부터 깎아낸 부조(浮彫)였는데, 화려한 갑옷을 입고 칼을 땅에 짚이도록 쥐고 있었다. 아무래도 미켈신의 모습인 것 같았다.

“....미켈신의 신상인가요?”

먼지가 잔뜩 쌓이고 군데군데 닳아 아주 낡은 느낌을 주는 그 신상을 훑어보며 케이론에게 물었다.

[음, 그래. 이 신상 뒤에 마계로 통하는 차원의 문이 있다고 해서 온 것인데 이런 부조였다니... 부수고 들어가야 할 리는 없고 분명 다른 방법이...]

그 순간 갑자기 온 신전 안을 울리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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