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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바하카프]

2005.06.20 22:08

영원전설 조회 수:86 추천:1

extra_vars1 바스크 vs 데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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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린다.  탁한 어둠에 삼켜진 골목길을 달리고 또 달린다.  달릴 수밖에 없다.  자신의 몸에서 뜨거운 피가 상처를 통해 불거져 나온다고 해도 뛸 수밖에 없다.
  그는 도망자이니.
  
  ‘이렇게 될 건 예상하고 있지 않았던가.’

  노예나 다름없는, 피에 절인 투사의 생에서 빠져 나와 봤자 어차피 기다리는 것은 그들의 끝없는 추격일 것이 자명하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 않았나.  영혼과 육체가 서로 분리되기 전 까진 그 누구도 진정으로 자유로울 순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않았던가.  지금까지 자신이 죽인, 자신과 같은 입장이었던 그 수많은 투사들의 눈을 보아 왔지 않았던가.  마지막 숨이 꺼져 갈 때, 그들의 미소 짓는 모습을 그는 수 없이 보아 오지 않았던가.

  ‘단지 자신의 생의 마지막이 이 화려한 바깥에서라는 것이 한없이 기쁠 뿐이다.’

  - 바깥세상은 전에도 보아오지 않았던가?

  그는 갑작스런 두통에 인상을 심하게 찌푸리며 머리를 감싸 않는다.

  - 비록 그 때엔 핏빛으로 물들여 졌지만, 그 곳과 이곳은 동일한 세상이다.

  “핏..  빛...?”

  - 그래.  핏빛이다.  마치 붉은 노을과도 같이 신선한 것.  적색 와인보다도 짙은 것.  그것의 끈쩍한 느낌은 언제나 기분 좋은 것이 아니었던가.

  “기분 좋은 것일 리가..  없다..”

  - 자신을 부정하면서 자유로울 순 없겠지.  진정한 자유란 어차피 자신의 본능에 온 몸을 맡기는 것 아니겠나?  그때의 우린 정말 자유로웠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그래, 나도 네 녀석이 무슨 말을 그렇게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는지 궁금하군, 오, 존명하신 핏빛의 기사여.”

  핏빛의 기사란 칭호에 그는 황급히 고개를 든다.  그가 올려다 본 곳엔 몸에 달라붙는 가죽옷을 입고 두건으로 자신의 입을 가린 사내가 한 손에 자신의 팔목 길이 정도의 단검을 쥔 체 한 집의 이 층 베란다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한 번 찾아나 볼까 해서 나와 봤더니만, 이렇게 단박에 만나다니 말이야.  나란 놈은 운이 억세게도 좋군.  이봐, 도마뱀, 통성명이나 할까?  이름이 뭐냐?”

  그는 상대의 이상한 물음에 얼떨결에 대답한다.

  “바스크..”

  “바스크.  별로, 기사단원의 이름 치곤 간단한 편이군.  하지만 좋아.  네 놈의 비석에 확실히 새겨 주도록 하지.  이 데르마님이 말이야.”

  상대의 말끝에서 느껴진 날카로운 살기에 그는 두 손을 교차시키며 자신의 얼굴을 막는다.  동시에 칼이 바위를 긁는 듯 한 소리와 함께 데르마라는 사내는 아래로 착지하면서 그를 단검으로 그은 뒤 공중제비를 돌며 뒤로 빠진다.

  “후.  역시 누마족이로군.  팔로만 막아도 날이 들지 않다니.”

  데르마는 자신이 벤, 검붉은 피가 조금 스며 나오는 바스크의 팔목을 보며 중얼거린다.

  “..  하지만 완전히 불통은 아니란 말이지.”

  바스크는 그 와중에 마침 옆에 놓여 있던 나무 막대기를 줍는다.

  “그런 걸로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데르마는 자신감에 넘친 목소리로 소리치며 그에게 달려간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것으로 그의 단검을 막을 생각은 없었는지 바스크는 마치 창을 던지듯 막대기를 수직으로 던진다.  상당히 재빠른 움직임으로 예상외의 막대기 공격을 피한 그는 다시 자신의 시야를 바스크에게 고쳐 잡자마자 몸을 날려야 했다.

  “크윽!”

  바스크의 거대한 꼬리는 데르마 대신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건물의 벽을 박살냈다.  저걸 맞았으면 뼈도 못 추렸을 듯.

  “흥!”

   데르마는 공중에서 투척 단검을 왼손으로 날린다.  다리, 팔목, 어깨.  특히 어깨는 진작 철창 우리에서부터 도망칠 때 다친 적이 있는 지라 바스크에게 생각지도 못한 고통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데르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그의 단검을 얼굴을 가리고 있던 바스크의 오른팔에 찍어 넣는다.

  “크아아아아!!”

  “아직 멀었다!!”

  데르마는 자신의 단검을 무리하게 움직이며 바스크의 상처를 조금 더 갈라놓은 뒤 재빨리 그의 뒤로 착지한 다음 몸을 돌리며 이번엔 바스크의 등을 긋는다.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는 그의 등에서 데르마는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어떤 문장을 그리는 듯 한 몇 개의 선을 언 뜻 볼 수 있다.

  “과연..  이것이 징표인가?”

  “크아아아!!”

  바스크는 자신의 몸을 돌려 이빨을 내보이며 데르마를 물으려 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뒤로 빠진 데르마 대신 딱딱한 길바닥에 머리를 사납게 묻는다.  
  마치 삽에 패인 듯 그로 인해 구덩이가 새겨진 길을 무시한 체 더욱 더 흥분한 바스크가 무엇인가 할 마냥 자신의 다리를 들었을 때다.

  - 안돼.

  “크르르...?!”

  - 여기는 시가지다.  지반이 약하고 전체적으로 좁아.  자칫하다간 건물이 무너져 깔릴 수도 있다.  그걸 사용해선 안 돼.

  “뭘 하는 거냐?  지면에 머리를 박더니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거냐?”
  
  바스크는 잠시 그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자신의 꼬리를 휘두른다.  꼬리는 바닥을 쓸면서 벽을 때리는 과정 하에 대량의 흙먼지를 일으킨다.  

  “웃..”

  데르마는 손을 휘저으며 조금씩 사라지는 먼지바람 사이로 바스크가 그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보고 한껏 비웃으며 입을 연다.

  “싸우다 말고 어딜 그리 급히 가나?!  아니면 이것이 핏빛 기사단원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었던가?!!"

  데르마는 호쾌하게 웃으면서 사냥감을 눈앞에 둔 호랑이 같은 눈빛으로 바스크를 뒤쫓는다.  자신의 힘에 대한 확신의 웃음인가.  지금의 오르브, 하브, 네베, 그리고 벨후사핀과 마호르의 영토의 일부분을 지배했던 세기 최대의 제국 드라코라 최고의 부대였던 핏빛 기사단의 일원을 지금 자신이 죽일 수 있다는 대에서 오는 즐거움인가.  그는 웃음을 끊지 못한다.  

  ***************************************************

  그나마 지혈했던 상처가 다시 새로운 피를 흠뻑 뿜어내면서 그의 숨도 거칠어진다.  그 외에도 싸움 때문에 몸을 격하게 움직여 닫혀 있던 상처들도 벌어지면서 점점 피투성이가 되어간다.
  자신이 택한 길은 처음부터 잘 못 되었던 것인가.
  철창에 갇히고 쇠사슬로 온 몸이 묶인 상태라 할지라도 오랜만에 - 그래,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본 기억이 있는 듯 했다 - 올려다보는 파란 하늘은 그의 가슴에 죽어가던 불을 되살렸다.  그의 발버둥은 날이 갈수록 격렬해졌고 그의 울음소리는 날이 갈수록 서글퍼졌다.  
  그 만큼 그는 갈망했다.  저 세상을.  다시 한 번 저 풍요로운 대지에 발을 담글 수 있다면.
  그리고 시간은 바야흐로 횃불만이 주위를 비추는 칠흑 같은 밤이었다.  단단히 그의 손발을 묶고 있던 쇠사슬이 마치 얇은 실처럼 쉽게 끊어진 때는.  영문조차 알려고 하지도, 또한 자신의 결과가 나중에 어떤 일을 초래할지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체, 갑작스럽게 사지의 자유를 부여받은 그는 기쁨과 분노에 휩싸여 수송대를 혼란에 빠뜨렸다.  철창을 부순 바스크가 같이 엎어뜨린 수송 마차에서부터 쏟아져 나온 공물들과 몇몇 노예들을 방패로 빠져 나온 그는 드디어 자유라는 두 단어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날아온 창 하나와 몇 개의 화살이 자신의 몸에 박힌 것을 끊임없이 그의 뇌에 알렸지만, 마치 약을 먹은 듯 모든 통증과 고통을 망각한 체 그는 달리고 또 달렸다.  올려다보는 하늘이 남색이라도 상관없었다.  디디는 대지가 차가워도 상관없었다.  뜨거운 태양 대신 새하얀 달이 자신을 바라보아도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의 영혼과 몸과 뼈가 이곳에 묻힐 수 만 있다면..  차가운 투기장의 흙더미가 아닌 대지의 어머님의 그 품속으로..

  “이쪽으로.”

  갑작스런 목소리에 바스크는 황급히 몸을 돌린다.  그런 그의 시야에 어둠에 몸을 조금 가리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누구..?”

  소녀는 초조한 듯 그의 뒤를 돌아본다.  그녀도 데르마라는 인간에게 쫓기고 있는 건가?  분명 조금 전에 모퉁이를 돌아 지금 당장은 시야에 보이지 않지만..

  “따라오면 그는 당신을 붙잡지 못 할 거야.”

  그는 그녀의 눈을 바라본다.  어디선가 본적 있는 날카로운, 하지만 날이 더 이상 서지 않은 눈...  마치 고치지 않은 채 너무 많이 쓰여서 날이 다 달아버린 단검.  하지만 단검은 단검.  왜 그는 이런 위험한 눈을 가진, 그것도 인간에게 호감이 가는 걸까?

  “..  길을 안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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