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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Fate [Prologue]

2005.06.29 16:52

SoranoChki 조회 수:19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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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릭, 끼릭, 끼릭...
잘못하면 끈을 놓칠것 같아 단단히 쥔 채로 천천히 우물의 물통을 끌어 올린다. 무
거운것은 아닌데 - 확실히 검술을 배우면서 근력이 늘어난걸 알 수 있었다 - 의외로
끈이 반들반들해서 자칫하면 미끄러져 버린다.

쏴아아아-
커다란 물통에 물을 붓고, 다시 우물의 물통을 떨어뜨린다. 첨벙, 하는 소리가 깊은
곳에서부터 조용히 울려 귓가에 들리고, 다시 한번 끈을 잡고 끌어올리려다가 이마
에 흐르는 땀 때문에 그것을 손등으로 훔쳐내며 잠시 하늘을 물끄러미 올려 보았다.

이미 더운 여름.
데스타인을 떠날때의 그 겨울은 이미 그 기세가 사라진지 오래고, 이제는 뜨거운 햇빛
만이 강렬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오늘의 날씨는 다른 날보다 훨씬 더운편이여서, 세
리스 아가씨께서도 찬 물로 목욕을 하고 싶으시다 하시기에 특별히 우물물을 푸고
있는 중이였다. 따로 모아둔 대형 물통이 있긴 하지만, 그건 이미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로 미지근해져 버렸으니까. 덕분에 목욕물 데울 필요 없어 좋긴 하지만.

이미 6개월이 지난건가.
나직하게 중얼거리면서, 다시 끈을 단단히 쥐고 물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짧다
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그 시간. 그 동안 정말 스스로의 생활에 만족하
고 살아본것은 지금이 처음이였다. 곰곰히 그 동안 있던 일들과, 무엇보다도 아가씨
와의 생활을 생각해보니 절로 웃음이 풋, 하고 터져나와 버렸다.

"와앗!"
"으앗!"

파라라라라라락- 첨벙-
아, 아아... 놀라버려서 끈을 놓쳐 버렸다. 나는 한심함에 고개를 푹 떨구며 이마에
손을 짚은채로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어 버렸다. 그리고 깊게 한숨을 푹 내쉬고는 시
선을 들어 목소리의 주인인 페이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시죠?"
"뭘 그렇게 실실거리며 웃는거야- 게다가 왠 우물물? 마실물이라면 따로 있잖아."
"아뇨, 세리스 아가씨께서 찬 물로 목욕 하고 싶다고 하셔서."
"흐음-"

허리에 두 손을 얹으며 앞으로 내밀었던 상체를 살짝 뒤로 빼는 아가씨. 물론 표정
은 조금은 신기하다는... 그런 얼굴이다. 페이 아가씨는 잠시 나를 그렇게 바라보더
니, 언제나의 위압적인 태도로 입을 여신다.

"좋- 아, 나도 하고 싶으니까. 내 것도 해 줘."
"곤란해요, 아가씨의 시종에게..."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급히 입을 다물었다. 사실, 페이 아가씨는 아직 시종이 없다.
시종을 가질 수 있는 나이는 17세 이상, 즉 성인이 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페이
아가씨가 시종을 갖기에는 아직도 2년이 이르다. 그리고 그 부분은 페이 아가씨가
항상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인데, 내가 실수를 해 버린 것이다.

"뭐-?"
"아, 아뇨... 그게 아니라."
"나 시종 없는거 알면서 내 시종에게 시키라고-?"

말 끝을 길게 끌으시는 습관은, 그녀가 단단히 화가 났을때다. 아무튼 현재 분명한
것은, 내가 페이 아가씨를 화나게 만들어 버렸고, 이제 그 화살은 나에게 돌아와,
나를 괴롭힐게 뻔했다.

"해, 해드릴께요... 그러니까."
"필요 없어!!"

버럭, 소리를 지르시고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시는 아가씨.
이렇게 나오면, 나로서도 어찌 할 수가 없다. 정말 곤란한데...

"그래, 엔티는 언니만 챙기고 언니만 좋아하니까. 흥-!"
"페이 아가..."

나는 채 말을 맺지도 못하고, 거칠은 발걸음으로 멀어져가는 페이 아가씨께 뻗었던
손을 움츠리고 말았다. 휴우, 정말이지...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어 버렸다. 페이 아가씨의 기분은 맞춰드리기가 까다로우니까... 나 같은 눈치
없고 둔한 녀석에게는 무리다.

"...무슨 일이지?"
"아, 레인씨."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황급히 몸을 돌리고 깊이 몸을 숙여 인사했다. 확
실히 레인씨는 세이버 가문의 기사단장이라는 것 이상으로, 그 실력에 대해 모든이
들에게 존경받고 있는 사람이다. 나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대단하신 분.

"페이 아가씨가 화 나신것 같지만."
"...네, 제가 실수를 해 버려서."

멋적은 미소로 머리를 긁적이며 대꾸했다. 레인씨는 흐음, 하고 나를 잠시 바라보다
가 그제서야 떠올랐다는듯 나에게 묻는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떠나시는 날이로군."
"네...?"

떠나시는 날이라니, 그것이 무슨 뜻이지?
나의 어리벙벙한 표정에 레인은 의아한 얼굴로 나에게 되묻는다.

"오늘 페이 아가씨가 카바노스에 가시는 날이지. 돌아오시는데 1달 정도 걸릴거야."
"아, 그렇군요..."

어쩐지, 무언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떠나시기에 그러신건가...
시선을 다시 돌려 페이 아가씨가 사라지신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왠지 모를 아
쉬움이 마음을 가득 메워 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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